요즘 인터넷이 자꾸 혼자 멈춥니다.
그럴 때 믿는 건 임시저장밖에 없는데 얘도 쓰고 좀 둬야 저장이 되는 모양인지
한 번에 쭉 쓰면 저장을 안 해주더라고요. 변덕스러운 너란 임시 저장.
제가 이걸 3번째 쓰고 있다고 찡찡대는 거 아닙니다. 아닐걸요. 아닐겁니다.
저장은
숨쉬듯이.
ㅠㅠ
형. 형. 문자 왔어요.
어. 어. 땡큐. 나 이만 간다.
네. 형. 내일 봐요.
지민이가 손을 흔들자 남준이는 방금 먹은 학식의 맛이 아직 남은 것 같은 입 안에 작게 인상을 찡그렸으면.
강의실에 가방 내려놓고 가글부터 하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지민이의 말을 연이어 떠올리고 문자를 확인했으면 좋겠다.
[교수님의 건강상 문제로 경영학 강의가 휴강되었음을 알립니다. 휴강된 강의는 추후에 보강될 예정입니다.]
휴강?
뜻밖의 휴강에 남준이는 강의실로 걸어가던 걸음을 멈추고 문자를 몇 번이나 읽었으면.
그러다가 웃음 가득한 얼굴로 변해서는 얼른 발걸음을 돌려버렸으면 좋겠다.
헐, 휴강 대박.
후에 있을 보강은, 그때 생각하기로. 남준이는 바로 건물을 벗어났다가 문득 집에 가도 혼자 있을 거라는 사실에 걸음을 멈추고 머리를 긁적였으면 좋겠다.
문득 손에는 오전 강의에서 받은 과제물들이 눈에 띄었으면.
휴강, 과제, 집 가기는 아까운 날씨.
그렇다면, 역시 카페가 좋겠지.
생각을 마친 남준이의 발걸음이 또 한 번의 경쾌함을 담아 대학건물을 나섰으면 좋겠다.
그리고 남준이는 버스 정류장에서 길찾기 앱을 켰으면.
거기로 가려면, 몇 번 버스를 타야하지?
노선표를 보는 남준이의 얼굴에는 어느새 옅은 웃음이 번지기 시작했으면 좋겠다.
어서오세요.
남준이가 들어가자 중년의 인자한 여성이 인사를 건네왔으면.
안에는 처음 들어와본 남준이가 생각보다 더 포근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마음에 들어하면서 꾸벅, 자신을 맞이해준 여성에게 인사를 건넸으면.
카페의 한 켠에 가방과 손에 든 프린트물 등을 내려놓고,
콘센트 위치를 확인하면서도
눈으로는 카페의 구석구석을 돌아보면서 익숙한 남자를 찾으려고 했으면.
점장님, 사장님께서 부르세요.
응. 그래. 내가 들어가볼테니까 윤기 너는 카운터 좀 부탁해.
네.
가방에서 주섬주섬 필요한 교재 등을 꺼내놓고 지갑을 찾는 사이에 그렇게 찾던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으면.
아무리 낯선 공간이라도 금방 익숙하게 느끼게 해줄 정도로 반가운 목소리가.
남준이는 점장님이라고 불린 여성이 카페 안 쪽으로 사라지는걸 보고 카운터로 향했으면 좋겠다.
카페 유니폼은 저런 와이셔츠를 입는구나.
앞치마는 허리 앞치마네. 잘 어울린다.
뭔가 되게 능숙하게 기계를 만지네. 신기하다.
이 곳과, 잘 어울린다.
남준이는 새삼스러운 윤기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으면.
그러다가 윤기가 뒤늦게서야 인기척을 느끼고 뒤를 돌았으면.
돌았다가 그대로 놀라서 크게 움찔 했으면.
그 모습에 남준이는 같이 놀랐다가 먼저 웃음을 터뜨리면서 인사를 건넸으면 좋겠다.
왜 그렇게 놀라요. 귀신이라도 본 것 처럼.
김남준…?
남준이는 가만히 윤기를 바라봤으면 좋겠다.
놀람으로 가득했던 얼굴이 일순 부드럽게 확 풀렸다가, 금방 심통인지 무심함인지 모를 얼굴이 되는 것을 바라봤다가 작게 웃음을 삼켜내었으면 좋겠다.
너 오늘 오후강의도 있지 않아?
휴강 났어요. 그러니까, 강의 쉬어요. 안 한다고요.
그래? 일찍 끝났네, 그럼.
주문은 안 받아요?
아, 뭐. 어차피 너 아메리카노 마실 거잖아.
아닌데요? 라떼 마실 건데요? 따뜻하게 마실건데요?
말투가 뭔…. 애도 아니고. 어. 그래. 가서 앉아있어.
계산은요?
됐어.
잠깐의 대화가 끝나고 포스기에 무언가를 툭툭 두드려 입력한 윤기가 카드를 내미는 남준이의 모습에 손을 휘저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뒤를 돌아서는 묵묵히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으면.
대신 계산해줬구나. 남준이는 그 행동에 고개를 끄덕이고 카드를 집어넣고는 뒤늦게서야 유리 케이스에 가득한 조각 케이크들을 바라봤으면 좋겠다.
이거 윤기 형이 좋아하는거네.
이건 뭐지? 되게 예쁘게 생겼다.
남준이가 하나하나 눈에 담는 사이에 윤기가 트레이 위에 라떼를 올려놓고서는 남준이를 불렀으면 좋겠다.
손님. 거기 케이크에 정신 팔리신 손님. 커피 나왔습니다.
정신까지는 안 팔렸데요.
어. 가져가.
응? 형. 저 쿠키는 주문 안 했는데요. 설마 이거 서비스?
먹기 싫으면 두고 가.
에이, 아니지. 근데 직원이 이렇게 막 줘도 돼요? 여기 서비스 너무 좋은데?
다음엔 얄쨜없다.
마침 손님도 없었던터라 남준이가 트레이를 바로 가져가지 않고 윤기에게 말을 걸었으면 좋겠다.
윤기도 편하게 대답을 해주었다가 얼른 가라며 남준이가 맡은 자리를 가리켰으면.
남준이 너는 웃으며 그 손가락을 한 번 잡아서 장난스럽게 흔들고는 트레이를 들고 그제야 아까 짐을 풀었던 테이블로 향했으면 좋겠다.
윤기 너는, 그때 잠시 손을 꾹 말아쥐었다가 괜히 간지러운 얼굴과 목덜미를 한 번 쓸어내렸으면.
그러다가 금방 딸랑, 울리는 종소리.
카운터에 옹기종기 모인 두세명의 손님을 보고 몸을 돌려 주문을 받으러 갔으면 좋겠다.
남준이는 그 모습을 끝까지 바라봤다가 웃으며 자리에 앉아 과제를 시작했으면.
으으, 이거 너무 노가다야. 무슨 이런 비효율적이고 악랄한 과제가 있을 수 있지.
남준이는 일하는 윤기를 구경하는 것 반, 과제에 집중하는 것 반.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어느 순간에는 과제에 집중했다가, 집중이 어느 순간 깨진 뒤에 짧게 숨을 푹 내쉬면서 어지러운 테이블 위를 조금 치워뒀으면 좋겠다.
윤기를 봐도 지금 한참 손님이 몰려서 바쁜 것 같고, 과제는 조금 쉬었다가 하고 싶고.
그런 마음에 주머니에서 널찍한 핸드폰을 꺼내 손에 쥐었으면.
인터넷도 돌아봤다가, 기사도 읽어봤다가, 잠시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남준이가 이내 자신의 핸드폰 속, 사진첩을 열었으면 좋겠다.
남준이의 핸드폰 사진첩 미리보기로 보여지는 사진들에는 길가를 지나가다가 본 꽃, 나무, 하늘 등의 풍경들이 담겨있었으면.
어느 한 쪽의 폴더에는 재미있는 친구들의 모습, 같이 모였을 때 자신의 얼굴까지 담긴 모습, 놀러갔을 때의 어느 날 등이 담겨있었으면.
남준이는 그 중에 유일하게 자물쇠가 걸려있어서 비밀번호를 풀어야 볼 수 있는 사진첩의 한 폴더를 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손가락을 죽죽 밀어 맨 아래로 이동한 뒤에 맨 처음 찍었던 사진부터 천천히 구경했으면 좋겠다.
처음 사진은 하얀 토끼가 쿠션에 엎드려 자고 있는 사진.
그 다음에는 노트북 옆에서 꾸벅꾸벅 조는 모습,
그 다음은 이침대 이불에 감싸여진 채 잠에 든 모습.
첫부분의 사진은 하얀 토끼가 대부분 졸거나, 자고 있는 모습으로 가득했으면.
그리고 중간부분을 지나면, 토끼의 모습은 조금씩 사라지고 사람의 모습을 한 윤기의 모습으로 가득했으면 좋겠다.
노트북에 집중하느라 무뚝뚝한 얼굴,
냉장고 앞에 앉아 쭈그려앉은 채 한 손에는 당근을 야무지게 쥐고 있는 모습,
쿠션을 껴안고 이상한 포즈고 졸고 있는 모습.
그러다가 조금씩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하얀 얼굴이나,
조금 붉어진 귀 끝이 보이는 뒷모습 등이 가득했으면.
한참이나 사진을 둘러보던 남준이가 사진에 깃들어진 기억들을 하나하나 꺼내어 머릿속에서 펼쳐내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혼자 키득였다가 문득 드는 생각에 핸드폰에서 잠시 시선을 뗀 사이에,
남준이의 맞은 편에 카페 유니폼차림의 윤기가 플라스틱 잔 하나를 손에 든 채 의자를 빼내어 앉았으면 좋겠다.
타이밍 진짜 좋네요, 윤기 형.
뭐가?
방금, 형을 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뭔 소리를 하는거야. 아까부터 저기 있었는데.
남준이가 윤기의 타박에 그저 웃으면서 종이를 치워내었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윤기를 살펴보고는 보조개가 푹 파이는 미소를 보였으면. 그리고 잠시, 입술을 달싹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움직임을 본 윤기가 먼저 입을 열었으면 좋겠다.
아니까, 말하지마.
어, 뭐를요?
나도 지금 내 귀 빨간 거 아니까 말하지 말라고.
형. 볼도 빨간데요.
남준이의 말에 하얀 얼굴이 정말 더 붉게 물들어졌으면 좋겠다.
여느때처럼 자신의 하얗고 긴 토끼 귀로 얼굴을 가릴 요량으로 손을 움찔거렸던 윤기가 여기가 카페이고, 자신의 귀는 현재 사람의 귀와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으면.
그래서 대신에, 고개를 창가쪽으로 돌린 채 턱을 괴어버렸으면 좋겠다.
잠시 쉬는 시간이라는, 윤기의 말에 남준이가 테이블 위에 올려진 윤기의 손가락을 톡 건들이며 그러냐고 답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아무리 부끄러워해도 자리를 뜨지 않는 윤기를 보고는
잠시 보고 있던 핸드폰도, 하고 있던 과제도 내려놓았으면 좋겠다.
오늘 저녁은 뭐 먹을까요?
그리고 둘 만의 소소한 대화를 천천히 시작했으면 좋겠다.
역시 사진보다는
실물이 좋다는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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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귀여운 민트토끼 윤기 그림 감사합니다. ♥
초콜릿 좋아하는 귀여운 민트토끼 윤기 그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귀엽고 아기자기한 글귀 감사합니다. ♥
귀여운 윤기 그림 정말 감사합니다. ♥
예쁜 부농부농한 윤기 그림 선물 감사합니다. ♥
[암호닉 확인] 부탁드립니다. 꼭. (Ctrl + F 로 쉽게 찾으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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