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전정국] 너탄 덕후 전정국X아이돌 너탄.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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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멀리 떨어지라고."
"뭔데 박지민은? 같이 하는 거 아니냐?"
"어 나란히 앉으면 안 된다고 그래서 아예 다른 피시방으로 보냄."
"지독한 덕후새끼들..."
정국의 옆에 앉으려는 태형을 정국이 저멀리 밀어버렸다. 일렬 안 된다고! 태형은 마음속으로 꿍시렁거리며 자리를 잡았다. 도와준대도 지랄이지...
"야, 언제부터 시작이냐? 뭐 아무것도 안 뜨는데?"
"여덟시."
"아 뭐야 존나 많이 남았네, 나 한판만 돌려도 되냐?"
"대신 실패하면 너 피시방값 열배로 받아낸다."
"성공하면?"
"전정국님의 뽀뽀?"
"에라 시발 나 안 할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는 태형을 정국이 다급하게 잡았다. 일단 성공하고 나서 생각하자, 어? 그렇게 정국이 태형을 겨우 달래고 심호흡을 하며 마우스를 잡았다. 이게 뭐라고 존나 떨리네. 정국은 켜놓은 인터넷 시계를 보며 카운트다운을 침착하게 세며 새로고침을 눌렀다.
"야 시발 지금 빨간색 보이지? 그거 눌러 빨리."
"어? 어..."
"빨리 아무데나 클릭해서 잡아 보라색."
모니터에 시선을 집중한 채 입을 살짝 벌렸다가 입술을 꽉 깨무는 정국이 앓는 소리를 냈다. 으 내가 꼭 김여주 본다, 본다... 빠르게 줄어드는 잔여좌석에 마우스를 잡은 정국의 손에 땀이 촉촉하게 찼다. 제발 여주야, 여주야 날 도와 아 이선좌 꺼져라 진짜...
"어, 나 됐다. 이거 된 거 아니야?"
예매내역을 당당하게 보여주는 태형에 정국이 몸을 당겨 태형의 모니터를 보았다. 정국은 쓰게 웃으며 태형이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 다녀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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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방안 달칵이는 소리와 함께 방안이 분홍빛으로 물들었다가 다시 어두워지기를 반복했다. 정국이 깜깜한 방안에서 응원봉을 켜보며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봤다. 아 실감이 안 난다... 콘서트라니. 김여주 노래부르는 걸 눈앞에서 보게 되다니... 정국이 응원봉을 꼭 끌어안았다.
"아들, 자?"
"드르렁."
"그거 안고 뭐하냐?"
"잘거야, 나가."
엄마가 입을 삐죽이며 문을 닫자 벌떡 일어난 정국이 다시 가방을 꼼꼼하게 살폈다. 혹시 추우면 덮어야지 담요. 아 그리고 우리 여주 짧은 거 입으면 당장이라도 뛰어 올라가서 이 담요로 꽁꽁 싸매고 안고 내려올래, 으흥. 정국이 음흉한 웃음소리를 내며 곱게 접은 담요를 품에 꼭 안았다. 아 그리고 물이랑 휴지... 또 옆사람한테 쥐어줄 사탕이랑 젤리... 정국이 졸린지 눈을 부비며 하품을 길게했다. 작게 진동하는 소리에 침대에 놓인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긴장이 너무 되서 잠이 안 온다는 지민에게 정국이 무심하게 답장을 보냈다. 걍 쳐자. 답장을 보낸 정국이 무언가 떠올랐는지 급하게 일어나 보조배터리를 충전시켰다. 휴 가는 내내 우리 예쁜 여주 봐야지... 침대에 누운 정국은 눈을 꼭 감고 배시시 웃으며 잠에들었다.
"전정국."
"... 뭔데."
"니 아직까지 자냐, 안 갈래."
가방을 야무지게 맨 지민을 올려다보며 정국이 비몽사몽으로 눈을 비볐다. 뭐야, 너가 왜 여기있어... 잠긴 목소리로 웅얼거리는 정국을 억지로 일으켜 화장실로 구겨넣은 지민이 고개를 저었다. 어제 자기 전에 김여주 보고 울었나 저새끼 눈 왜저래... 지민이 꿍시렁거리며 정국의 침대를 정리했다. 머리를 털며 나오는 정국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옷장을 뒤적였다. 지민의 옷차림을 힐끔 본 정국이 씁, 소리를 내며 고개를 갸웃했다.
"뭐."
"나 뭐 입지?"
"걍 편하게 입어. 꾸미고 가도 김여주 너한테 관심 눈꼽만치도 없으니까."
"디질래."
아 진짜 뭐입냐. 한참을 끙끙거리는 정국에 지민이 인상을 찌푸리며 정국을 치우고 옷장에서 편한 흰 후드티와 검은색 바지를 꺼내 정국에게 던졌다. 아무거나 입으라니까요. 정국은 지민이 던져주는 옷을 주섬주섬 입고 가방을 맸다. 가자 김여주에게. 비장하게 말하는 정국의 후드끈을 꾹 잡아당겨 코만 나오게 만든 지민이 고개를 저으며 방문을 열었다. 내가 봐도 미친놈이야 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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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으으읍 하... 아 공기부터 남다르다.
"신종 변태야 뭐야."
"왜 시비야 같은 덕후끼리."
공연장앞에 도착하자마자 정국이 팔을 펼치고 공기를 들여마셨다. 아, 상쾌해. 음 우리 여주가 있는 곳이라서 그런가 어우 상쾌해. 옆에서 가만히 듣던 지민이 주머니에서 마스크를 꺼내 쓰며 중얼거렸다. 뭐래 서울 오늘 미세먼지 농도 최고랬는데. 지민의 말에 정국이 도끼눈을 뜨고서 지민을 째려봤다. 하여튼 분위기 망치는데 뭐 있어. 정국이 가방에서 응원봉을 조심스럽게 꺼내 사진을 찍었다. 우리 여주 아 예쁘다...
"나눔 안 받냐? 조금 있으면 여주 슬로건 나눔할텐데."
"당연히 받아줘야지 일단 여주랑 사진 좀 찍고."
아 작살난다 오늘 개잘생겼네 진짜. 누가봐도 김여주 남친처럼 생김. 지민이 어이없다는 얼굴로 정국을 흘겼다. 병신새끼가 서울 오는 기차에서 물을 잘 못 마셨나 왜 저러지. 정국은 세상 행복한 얼굴로 셀카모드를 켜고 현수막에 펄럭이는 여주와 사진을 마구 찍었다. 지민은 그런 정국이 부끄러워 고개를 푹 숙이고 휴대폰을 보다 정국의 팔을 붙잡고 빠르게 달렸다.
"아 미친 갑자기 ㅇ,"
그리곤 제 앞에서 슬로건을 나누어주는 여주 홈마에 정국은 웃으며 지민의 어깨를 두들겼다. 지민은 경멸에 찬 눈으로 정국을 째려봤다. 김여주를 고소합니다... 내 친구를 미치게하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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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스로 정국의 근처로 자리를 교환한 지민이 주섬주섬 정국의 옆으로 자리를 잡았다. 와 시야 개꿀이네. 정국이 방금 받은 슬로건을 조심스럽게 쓸어내렸다. 여주야 조금있다가 보자아... 지민이 짐을 풀던 손을 멈추고 다시 가방을 싸기 시작했다.
"미친놈아 어디가."
"쪽팔려서 다시 내 자리 앉으려고."
"걍 여기 앉아서 이거나 먹어."
주머니에서 꺼낸 젤리를 뜯어 지민의 입으로 넣어주며 정국이 눈을 부라렸다. 그리곤 커다란 눈을 데굴데굴 굴려 경호원들의 눈치를 본 뒤 카메라를 켜 빠르게 시야사진을 찍고 내렸다. 젤리를 오물거리던 지민이 꿀꺽 삼키고는 더달라며 손을 내밀며 웅얼거렸다.
"오늘 무슨 이벤트 한다던데."
"뭐?"
"팬들 중에 한 명 뽑아서 무대 올라가는,"
"시발 지금 내 얼굴 잘 봐둬, 그 주인공이 내가 될테니까."
지랄하네 진짜... 젤리나 내놔. 정국이 어이없다는 얼굴로 저를 보는 지민에게 젤리를 통으로 넘겨주며 웃었다. 착한 일 했으니까 내가 될 거야. 무대 위에 올라가서 김여주 옆에 있을 덕후는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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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이 꺼지고 정국은 주섬주섬 응원봉을 꺼냈다. 자고로 응원봉은 양손에 쥐어주어야 맛이다. 양손에 앙증맞은 핑크 응원봉을 꼭 쥔 정국이 여주를 부르며 울먹였다. 지민이 창피하다며 정국의 단단한 허벅지를 응원봉으로 때렸다. 쪽팔리게 질질짜지마 아직 김여주 머리카락도 안 나왔으니까. 정국은 입술을 말아넣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주야아...아아악! 드디어 여주가 모습을 드러내고 지민은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냥 내 자리로 돌아가는 게 나을지도 몰라.
"시발 김여주 흑발이다. 아 미쳤, 존나 공주야. 우리 공주."
"제발 닥쳐..."
"김여주 내 공주... 공주야..."
"아 울지마 찔찔아 제발..."
지민이 얼굴을 가리고 정국의 왼쪽에 앉아 있던 착한 남성분은 휴지를 내밀었다. 여주 많이 좋아하시나봐요... 정국은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훔치며 휴지를 받아들었다. 감사합니다... 근데 우리 여주 너무 예쁘죠. 고개를 끄덕이며 어색한 웃음을 짓는 옆자리에 정국은 속으로 욕을 중얼거렸다. 박지민 같은 놈... 정국은 목이 터저라 응원을 했다. 김여주! 김여주! 지민은 정국의 허벅지를 여러번 내리쳤다. 미친놈아 제발 김여주 이름 닳겠다... 그렇게 정국의 뽀얀 얼굴이 눈물로 범벅이 되었을 즘... 이벤트를 준비했다며 멤버들과 여주가 상자를 들고 나타났다. 정국은 응원봉을 꼭 쥐고 기도했다. 제발, 제발 저 뽑아주세요.
"저희 멤버 수대로 짝을 맞춰서 뽑을게요."
정국은 제 자리 번호가 불려지기를 간절하게 기도했다. 여주야 날 뽑아줘... 김여주 사랑해... 여주야... 여주... 여주의 차례는 마지막이었다. 다리까지 달달 떨어대며 여주를 웅얼거리는 정국에 지민은 고개를 저었다. 내가 생각했던 거보다 전정국은 훨씬 더 미친 개또라이라고, 이 공연장을 벗어나는 순간 전정국과 연을 끊겠다고.
"이제 여주가 뽑을 차례네요."
"마지막이에요."
여주는 수줍게 웃으며 상자를 뒤적였다. 정국은 이와중에도 상자가 무겁게 생겼다며 저 무거운걸 여주 혼자 들고 있다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런 정국을 지민이 겨우 앉히고 여주는 티켓을 뽑았다.
"어..."
여주가 마이크를 대고 목소리를 내자 정국은 침을 꿀꺽 삼키고 여주를 빤히 바라보았다.
"12구역..."
"헐 시발."
제 구역이 불리자 정국은 입을 턱 막았다. 지민도 덩달아 다리를 떨었다.
"5열... 7번이네요."
"씨발!"
정국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쌍응원봉을 힘차게 흔들었다. 누나 정국이가 가요! 여주는 멀리서 흔들리는 불빛에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정국은 눈물을 또 퐁퐁 흘렸다. 엉엉 시발 내 인생에 계가 있다니... 전정국이 계를 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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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암호닉 수정도 해야하는데 할일이 너무 많네여.
역시 저는 일을 미루는게 세상에서 제일 즐겁습니다. 호호.
자 어디 우리 고삼독자님들 수능은 잘 치셨나요. (어슬렁)
모두모두 수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투표결과... 마지막으로 본게 성덕 정구기와 현실 아이돌 여주 였기 때문에... ^^ 이어드려요^^,,,
모니터 여친 여주는 특별편으로 쪄올게요.
아 그리고 (저만 아는) 특☆ 단편 계절시리즈...^^,,
가을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아 가을 그러니까 이번달 안에 꼭 데려올게요... 그럼 전 2만 5화에 암호닉 데리고 오겠습니다.
앗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