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주웠습니다.
w.muscle king
아침회의가 끝날 때가 되면 돌아와 있으라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정국이는 집무실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대체 어딜 그렇게 돌아다니느라 여태껏 들어오지도 않았는지..
찾으러 가야 하나, 생각도 했지만 그렇다고 정말 어린애마냥 여기저기 숨어 숨바꼭질을 하거나 회사 내부 어딘가를 정신놓고 돌아다닐 아이도 아니었기에 나는 전정국 찾기를 포기하고서 의자로 가 앉았다. 전정국이 올 때까지 조금 쉬면서 기다리려 했던 것도 잠시뿐, 할 일이 산더미라는 게 떠올라 바로 컴퓨터를 켜야 했다.
영업 보고서를 먼저 처리해야겠다고 판단한 나는 쉴 틈도 없이 서류철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바로 그 때,
갑자기 바깥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아래층에서 소리가 울려 이곳까지 들리는 건가 싶었지만 애초에 아래층에서 일어난 소란이 이곳까지 들릴 리가 없었기에 난 도로 보고서를 내려놔야 했다. 만약 손님이었다면 밖에 있는 비서가 내게 먼저 알렸을 텐데.. 이제야 전정국이 기어 들어 온 건가 싶어 얼른 문에 가까이 다가갔다.
"나 누군지 알아서 뭐 하시게요."
"..탄소씨 허락 맡고 들어온 거 맞아요? 이름이 뭐예요?"
"허, 그럼 지금 내가 허락도 없이 막 들어왔다, 이거야?"
"김비서님. 이 분 끌어내야 할 것 같,"
들려오는 정국이의 목소리에, 그리고 또 다른 익숙한 목소리에 나는 한 치의 고민도 하지 않고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내 예상대로 잔뜩 열이 받은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정국이가 보였다. 정국이는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날 보자마자 내게로 다가와 제 몸을 숨기듯 내 뒤에 섰다. 몸집이 나보다 몇 배나 커 다 가려지지도 않는 주제에.
뭐가 그렇게 분통이 터지는지 씩씩거리며 뒤에서 내 허리를 잡아채 꼬옥 끌어 안은 정국이의 뒷머리를 손만 뒤로 뻗어 살살 쓸어주었다.
그리고 다시 시선을 돌리자 보이는,
"남준씨."
"그 분 아는 분이세요?"
"그렇긴 한데.. 남준씨 손이.. 다쳤어요? 대체 어쩌다가요?"
"아, 쥐를 좀 잡다가.."
"..쥐요? 대체 어디에 쥐가.."
"그러게요. 아, 그건 그렇고 그 분은 누군데 그렇게 탄소씨 뒤에.."
"아.. 그냥 아는 동생,"
"......"
"아는 동생이에요."
내 허리를 잡아쥔 정국이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제 딴에는 싫다고 티를 내는 것이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김남준 앞에서 그것을 고려하고 그럴 필요는 없었다.
김남준은 아버지가 내게 붙여준 내 약혼남이었으니 말이다.
'아는 동생'이라는 말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김 남준 또한 얼굴을 찡그렸다. 문란한 여자라고 생각하겠지. 아는 동생이라는 칭호로 함축시켜 놓은 남자와 끌어 안고 있다니, 그럴만도 했다. 하지만 나는 김 남준에게 사실대로 말할 마음이 추호도 없었다.
그건 나에게도 피해였고 전정국에게도 피해가 갈 것이었으니까.
"그런데 갑자기 무슨 일이에요? 이렇게 갑자기.."
"아, 탄소씨랑 저녁 같이 먹고 싶어서요. 혹시 저녁에 중요한 선약 있어요?"
"..중요한 선약이 있는 건 아닌데.."
"오 잘됐네요. 그럼 나랑 저녁 먹어요. 탄소씨 아니면 같이 먹을 사람이 없어서요."
전정국이랑 같이 회사에 온 김에 저녁도 밖에서 먹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던 터라 김남준의 저녁 약속은 그리 달갑지 못 했다. 김남준은 잘 모르겠지만 전정국은 내가 아니면 정말로 혼자 밥을 먹어야 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김남준과의 저녁약속을 깔 수도 없었다. 김남준도 그것을 알았는지 쉽게 답을 내주지 않는 나를 빤히 쳐다볼 뿐이었다.
김남준은 내게 있어서 비지니스에 중요했고 전정국은 그저 나 자신을 위해 중요했다.
곤란한 표정을 지은 채로 어색하게 웃으며 얼렁뚱땅 넘기려 하자, 넉살 좋은 얼굴을 한 김남준이 내게 말했다.
"오늘은 나랑 먹는 게 어때요? 뒤에 그 분, 나이도 있어 보이는데 설마 밥을 혼자 못 챙겨먹을까요."
"밥 혼자 먹는 거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저도 마찬가지인데요 뭘."
"탄소씨."
"그럼 오늘은 우리 셋이서 같이 먹는 게.. 아, 혹시 불편할까요..?"
"...아, 제가 그 생각을 못 했네요. 탄소씨가 원한다면 그렇게 해요. 탄소씨한테 중요한 손님인 것 같은데."
"진짜 다행이에요. 남준씨가 이렇게 사려깊어서.."
"하하, 아니에요. 그럼 이따가 봐요. 저녁 때 다시 올게요."
김남준이 너그럽게 웃으며 집무실을 나섰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그 웃음 안에 가시가 박혀있다는 것을 말이다. 김남준리 머리를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오는 것만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김남준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주제에 속이 좁아 보이고 싶진 않은 건지 여유로운 척을 하고 있었다.
눈치가 빠르기에 망정이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아마 김남준의 기분이 나쁘다는 것을 전혀 몰랐을 것이 분명했다. 그 정도로 그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데에 익숙했고 사람을 다루는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반면에 전정국은,
"저 새끼 누구야? 난 싫어. 차라리 혼자 먹고 말지."
"어딜 갔다 온 거야?"
"누구냐고 물었잖아."
" 내가 아침 회의 끝나기 전까진 들어와 있으라고 했잖아. 왜 말을 안 들어?"
"누구냐고!!!"
"정국아."
"씨발 기분 나쁘게 사람 약올리는 것도 아니고 저렇게.."
"천박하게 굴지 마."
"......"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방법을 전혀 알지 못 했다.
제 자신을 제어하지 못 하고 기분이 나쁘면 나쁜대로, 좋으면 좋은대로 모든 것을 드러내는 모습이 꽤나 귀여웠기에 전정국을 데리고 있는 것이었지만, 그건 순전히 나한테나 먹히는 일이지 김남준 앞에서 또 한 번 이랬다가는 웃음거리가 되기 쉽상이었다.
고상하고 우아하게 자라온 그는 전정국 같은 사람들을 주로 먹잇감으로 삼으니까 말이다.
천박하게 굴지 말라는 내 말에 상처를 받은 건지 전정국이 내게 한 발짝 떨어져 서럽게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 모습이 어찌나 가엾어 보이던지, 전정국에게 한 발짝 다가가 그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정국아."
"......"
"나한테는 네가 정말 소중한 사람이기 때문에 이렇게 말하는 거야. 그게 아니라면 그냥 내버려 뒀겠지. 내가 그냥 널 내버려 뒀으면 좋겠어?"
"..싫어."
"나도야. 나도 네가 누구한테 무시받는 거 싫어."
"......"
"이리와. 안아줄게. 누나한테 와."
울상을 짓고 있던 전정국이 두 팔을 벌려 나를 끌어 안았다. 갑자기 쏟아지는 무게에 순간 뒤로 넘어갈 뻔했지만 그렇다고 전정국을 다시 밀어내고 싶지는 않았다.
정국이는 낮은 목소리로 다시 한 번 아까 그 남자는 누구냐고 물었다.
전정국이 내 회사에 놀러 온 게 한, 두 번인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그가 내 회사에 찾아 온 게 한, 두 번인 것도 아니었지만 모를만도 했다.
우연의 일치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이제껏 정국이가 내 회사에 놀러 왔을 땐 그가 회사에 찾아오지 않았었으니 말이다. 전정국이 뻑하면 놀러 오던 게 이곳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이렇게 마주친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정국이에게 사실대로 약혼자라고 말할까, 하다가도 난 금방 생각을 접어야 했다.
아직은 말할 때가 아니었으니까.
"비지니스 파트너 정도로 생각해."
"그 남자가 중요해, 내가 중요해?"
"둘 다 중요해."
"..그니까 내 말은,"
"네가 더 좋아. 당연한 거잖아."
"진짜?"
"응. 남준씨는 그냥 비지니스 파트너일 뿐이야. 아주 중요한, 비지니스 파트너."
아주 중요한 비지니스 파트너라는 말을 못 들은 건지, 아니면 신경을 안 쓰는 건지 정국이는 '그럼 나만 있으면 된 거네? 그렇지?'라고 말하며 경직되어 있던 표정을 풀었다. 주인의 칭찬 한 마디면 좋아서 꼬리을 흔들어대는 개새끼마냥 구는 정국이가 귀여워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굳이 지금 말할 필요는 없었다.
김남준이 티만 안 낸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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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을 빨리 보기 위해 빨리 달려왔어요!
너무 자주오는 것 같아서 독자님들이 질려하실까봐 걱정이 되긴 하지만...
그래도 4화부터는 좀 느리게 올 것 같아요. 2일 아니면 3일 정도..? ㅎ헿ㅎ 왜냐면 그 때부터 암호닉을 받을 예정이니까여!♥
다음화인 4화 때 받도록 하겠습니다!
달려와주세요..!♥
댓글이 갑자기 많아졌어요.. 엄청나게..!
답글을 다 달아드리고 싶은데 시간이 너무 오래걸려요ㅠㅠ..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열심히 다 달고 있습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