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어봐, 빨리."
"너무 빠르다고 생각 안 해? 나 그 때 간다고 한 거 지금 일주일도 안 지났어."
"어. 안 해. 지금 고2 올라가는 애들이랑 같이 올라가야 해."
"아 진짜.."
전정국이 짜증난다는 듯 얼굴을 팍 찡그리며 제 뒷머리를 거칠게 헤집어 놓았다.
휴대폰에 한 번, 데려다 주고 데리러 가겠다는 것에 두 번, 항상 같이 있게 될지도 모른다는 내 말에 세 번. 사정없이 흔들린 전정국은 '혹시 알아? 남준씨 다신 안 봐도 될지. 물론 일 때문에 언젠가는 또 봐야 할지도 모르지만 어쨌든.'하는 내 과장이 섞인 거짓말에 훅 넘어가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제 나이대에 비해 꽤 성숙하다고 생각했는데, 당장 자신의 앞에 닥친 일과 자신에게 제안된 것들만 생각하는 것을 보니 그렇게 성숙한 것도 아니었던 듯 싶다.
얼른 교복을 입어보라는 내 재촉에 쿵쿵거리며 자신의 방으로 가 억지로 꾸역꾸역 교복을 껴입은 전정국은 정말,
"......"
절경이었다.
또 다른 전정국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달까.. 여하튼 아주 새로웠다, 이 말이다. 바지 품이 넓지는 않을까, 마이가 작지는 않을까 꽤 많은 걱정을 했었는데 괜한 걱정이었었나 보다. 이제야 대한민국의 평범한 고등학생 같았다. 드디어 제 나이에 맞는 상황을 찾은 것이었다.
전정국은 자신을 위아래로 훑어보는 날 세차게 노려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애로 보지마."
"애를 애로 안 보면 뭐로 봐야 하는 건데? 개로 봐? 고양이?"
"그럴 줄 알았어. 그래서 싫었어. 그래서 이딴 교복을 쳐입고 학교에 가기가 존나게 싫었다고! 난 애새끼 아니야!"
"알았어, 알았다니까? 진정해. 그런데 네가 애인 건 맞잖아. 휴대폰에 넘어갔으면 말 다 한 거지. 내 말이 틀려?"
"나는 휴대폰에 넘어간 게 아니라..!"
순간적으로 전정국의 얼굴이 벌겋게 물들었다. 뭘까, 저 반응은.
미간을 찌푸리며 전정국을 쳐다보자 뭐가 그렇게 창피하고 쑥스러운지 아주 북치고 장구치고 혼자 난리가 났다.
나를 등지고 서서 부산스럽게 뒷목을 쓸어내리지를 않나, 어깨를 한 번 움츠렸다가 피며 목을 괜히 가다듬지를 않나.. 그 꼬라지를 계속 보고 있으려니 이젠 정말 저게 미쳤나 싶은 거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피식 웃으며 대체 뭐 때문인 거냐고 이유를 묻자, 전정국이 개미만한 목소리를 내며 뭐라고 웅얼거리기 시작했다.
목소리를 조금 크게 내보는 게 어떻겠냐 말하며 다시 한 번 왜 이유를 물으니 전정국이 아까보다 아주 조금 더 목소리를 키워 수줍게 말했다.
"..전화..할 수 있잖아."
"..허? 뭐라고?"
대체 전정국이 언제부터 저렇게 순수했는지, 순간 내가 잘못들을 줄만 알았다. 티없이 맑은 순수함에 할 말을 잃은 나는 전화를 할 수 있지 않냐는 전정국의 터무니 없는 말에 뭐라고 대꾸를 하지도 못 하고 그저 멍하니 전정국을 쳐다볼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정말 잠시뿐,
곧바로 전정국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가히 대조적이었다. 마치 물과 기름처럼.
"폰섹스. 해 줄 거지?"
"..뭐?"
"휴대폰 생기면 진짜 해보고 싶었는데."
"..진짜 미친.. 그래. 네가 그럼 그렇지.. 순수는 무슨.."
"녹음해서 나 혼자만 들어야지."
"그럴 일 없으니까 꿈도 꾸지 말아라 정국아.. 제발.."
그래. 그럼 그렇지. 단순히 '전화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만족한다면 그건 전정국이 아니었다. 나는 혀를 내두르며 전정국의 말을 가볍게 무시했다. 애초에 들을 필요가 없는 말이었으니.
뭐 어쨌든 얼굴이 예뻐서 그런 건지, 몸매가 예뻐서 그런 건지, 아니면 전정국이라서 그런 건지 교복이 꽤 잘 어울리기에 그냥 지나가는 말을 하듯 '교복은 잘 어울리네.'라고 말하고서 재빠르게 부엌으로 자리를 옮겼다.
잘 어울린다는 짧은 한 마디에 그새 기분이 좋아졌는지 정국이가 여직 거실에서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며 교복 여기저기를 매만지는 게 보였다.
칭찬을 들으니 그새 기분이 좋아졌나 보다.
오랜만에 전정국이 좋아하는 고기 요리나 좀 해줄까 싶어 집에 오면서 사온 고기를 볶기 시작했다. 이게 얼마만에 집에서 만들어 먹는 저녁인지.. 교복을 만져보는 전정국을 보고 있으려니 괜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 전정국이 좋아하는 음식을 위주로 요리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어느새 부엌으로 따라온 전정국이 나를 가만히 냅두지 않았지만 말이다.
"..좋게 말할 때 가라. 전정국."
"왜. 좀 안는 것도 안 돼? 왜 이런 거 가지고 뭐라고 해?"
"내가 지금 좀 안아보는 걸로 뭐라고 하는 것 같아?"
"그럼?"
"네가 자꾸..."
옷 안으로 손 집어넣잖아 미친놈아.
전정국은 뒤에서 나를 끌어안아 자연스럽게 내 옷 안에 제 손을 집어넣은 채로 있었다. 내 허리 부근을 끈적하게 만지며 브래지어 바로 아래까지 쓸어올렸다가 다시 느릿하게 쓸어내리기를 반복했다. 이러니 내가 요리에 집중을 할 수나 있겠냐, 이거다.
전정국에게 씨알도 먹히지 않을 경고를 하고서 다시 저녁을 만들기 시작하는데, 갑자기 전정국이 무릎을 조금 굽혀 허리를 숙이더니 이빨로 내 브래지어 후크를 물고서 튕겨냈다.
"이거 안 답답해?"
"네 행동이 더 답답해. 밥 안 먹을 거야?"
"먹을 거야. 먹긴 먹을 건데,"
"그럼 좀 가있어라. 어?"
"싫어. 나 여기 있을 거야."
진짜 왜 이러는 걸까. 대체 뭐 때문인지 낮보다 더 들떠보이는 전정국은 감당하기가 조금 힘들었다. 온통 다 제멋대로 구니 말이다. 결국 전정국 보내기를 포기한 나는 전정국이 그러든 말든 다시 저녁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전정국의 기분을 다시 착- 가라앉혀 줄 이야기를 하면서.
"아, 그런데 정국아."
"왜?"
"너 2학년부터 다녀야 해. 그건 알고 있지?"
"그게 무슨 소리야. 나 19살이야. 내 나이 까먹었어? 요새 기억이 잘 안 나? 기억을 잘 못하는 편이야?"
"네가 고2 때 자퇴하는 바람에 고2부터 다시 다녀야 한다잖아. 그것까진 어떻게 못 해주니까 그냥 다녀. 어차피 이제 새학기잖아."
"그게 새학기랑 대체 무슨 상관이, 아니 그러면 내가 2년을 다녀야 한다, 이거야?"
"그러게 누가 2학년 때 자퇴하래?"
잔뜩 신이 나있던 전정국은 내 예상대로 순간 기세가 팍 죽어 내게 따지듯 왜 진작에 말을 안 해주었냐, 화를 내기 시작했다.
그것을 말해주면 당연히 안 가려고 했을 텐데 내가 그걸 왜 말해줘? 아무래도 전정국은 내가 멍청이인 줄 아는 듯했다. '나도 몰랐어.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았겠어?'라고 말하며 대충 둘러대자 전정국이 다시 학교를 안 가겠다며 징징거리기 시작했다. 이미 서류를 제출해 어쩔 수 없이 내일부터 가야 한다는 내 단호한 말에 전정국은 삐진 건지 화가 난 건지 팩- 돌아서서 제 방으로 향했다.
애새끼는 아니라고 바락바락 우겨댈 때가 당장 몇 분 전이었는데.. 아무래도 순 거짓말이었나 보다.
아마 몇 분 후면 저 알아서 풀릴 것이라고 판단해 딱히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저녁을 준비하는데, 갑자기 가방에 있던 내 휴대폰 벨소리가 방정맞게 울리기 시작했다. 안 받으면 혼자 끊기겠지 생각하며 안 받으려고 했지만 대체 누가 전화를 거는 건지 참 끈질기게도 전화를 걸어왔다. 마치 누가 이기나 내기를 해보는 것처럼.
덕분에 나는 결국 국자를 내려놔야 했다. 귀찮음이 역력한 표정으로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들자, '김남준'이라는 세 글자가 화면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아, 여보세요? 남준씨?"
-탄소씨, 오랜만이에요.
"그러게요. 왜 전화하셨어요?"
-딱히 이유는 없고.. 그냥 뭐 하시나 싶어서요.
"저는 저녁하고 있죠. 밥 먹을 시간이니까요. 남준씨는 뭐 하고 있었어요?"
-저는 침대에 누워있어요. 사실은 침대에 누워서 천장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탄소씨 생각나서 전화해 본 거예요. 못 본 지 그래도 꽤 됐으니까 슬슬 보고 싶어질 때잖아요.
"안 그런 줄 알았는데, 꽤 로맨틱 하시, 어어..!"
꽤 로맨틱 하다고 말할 참이었다. 사실이니까. 요즘 세상에 누가 천장을 보고 있다가 갑자기 제 약혼녀를 떠올려 보며 그리워하겠느냔 말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갑자기 뒤에서 내 휴대폰을 들어 올리는 바람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손에서 휴대폰을 놓치고 말았다.
재빨리 뒤를 돌아보자, 잔뜩 화가 나 씩씩거리는 채로 어느새 전화를 끊어버린 전정국이 보였다. 인기척 하나 없이 대체 언제 방에서 기어 나온 건지.. 나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깡패 조직에서 사람 죽이는 게 체질같다고 칭찬 아닌 칭찬을 받았다더니, 이럴 때마다 정말 안 당 할 사람이 어디 있겠냐 싶다.
이렇게 인기척 하나 없이 방심하고 있는 틈을 타 파고드니..
타박을 하듯 왜 그랬냐고 묻자 부루퉁한 표정을 지은 전정국이 대답도 하지 않고 가만히 나를 내려다 봤다. 나를 내리 깔아 보는 그 눈빛이 은근하게 기분이 나빠 그냥 무시하고서 다시 주방으로 가려는데, 갑자기 나를 제 어깨에 들쳐 맨 전정국이 그대로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침대에 나를 짐짝처럼 내던진 전정국은 내가 뭐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내 품을 파고 들었다.
목에다가 쪽쪽거리며 뽀뽀를 하더니 점점 농도가 짙어져 나중이 되어서는 정말 아프다 싶을 정도로 깨물고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깨무는 강도가 조금 세 아프다고 말하며 밀어내려 했지만 전정국은 그런 내 두 손을 단 번에 결박하고서 턱선으로까지 범위를 넓혀갔다.
"김남준이 그렇게 좋아?"
"아파, 아프다고 정국아."
"김남준이 그렇게 좋냐고? 좋아 죽으려고 하잖아."
"내가 언제, 아..! 깨물면 아프다니까. 좀, 정국아 좀.."
"짜증나"
목을 앙앙 깨물며 빨아 적시던 전정국은 목만으로는 모자랐는지 이젠 내 귓불을 잘근잘근 씹어대기 시작했다. 그것도 살살 씹는 게 아닌, 정말 잘근잘근 곰살궂지 못 하게 씹어대기에 느끼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그저 신음만 내뱉어야 했다. 아파서 내는 신음을.
손이 잡혀 있어 어쩌지도 못 하고 그저 깨물리고만 있던 나는 이러다간 정말 목이고 귀고 남아나지를 않을 것 같아 우선 뭐든 말을 내뱉었다.
"정국아 가스, 윽, 가스레인지.."
"......"
"아파. 하지마, 전정국."
"......"
"남준씨보다 네가 더 좋아. 정말이라니까."
그리고 그때, 드디어 전정국의 행동이 멈췄다.
"남준씨보다 네가 더 좋아, 정말로. 그니까 손 좀 놔봐."
"근데 왜 김남준한테만 이쁜 목소리 내?"
"...뭔 목소리?"
"김남준한테만 맨날 예쁜 목소리로 말하잖아. 나한테는 야, 너, 이거 해, 저거 해 이러면서. 아니야? 맞아. 맞잖아."
"야.. 그건,"
"이거 봐."
또다시 분노를 덮어쓴 전정국이 나를 노려보며 다시 내 귓불을 잘근잘근 씹어댔다. 나는 손에 힘이 조금 풀린 틈을 타 결박 당한 두 손을 빼내고서 전정국의 양 볼을 잡아 나와 마주보게 했다. 여전히 불만이 가득 섞인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전정국과 눈을 마주하고 있으려니 이상한 감정이 퐁퐁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일정하게 뛰던 심장박동이 순식간에 빨라지는 느낌이 들어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정말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질투에 눈이 멀어 불만이 가득 쌓인 눈으로 날 쳐다보는 전정국이 참 이상하게도 사랑스러워 보였다.
이상하게도 그 못된 얼굴이 너무 이뻐서 참을 수가 없었다.
나는 그대로 전정국의 얼굴을 끌어당겨 여기저기에 뽀뽀를 쪽, 쪽 해주었고 당황한 전정국이 큰 눈을 더 크게 뜨고서 날 쳐다봤다. 올곧게 나에게로 쳐박은 시선을 거두지 않고 말이다.
"남준씨는 어쩔 수 없이 만나는 거야. 너 때문에 일을 내팽겨 칠 수는 없잖아. 내외하는 사이니까 목소리를 그렇게 내는 건 당연한 거고"
"....."
"내가 너랑 내외한다는 게 더 이상하다고 생각하는데.. 아니야? 나 원래 표현하고 이런 거에 서툴어. 알잖아. 네가 그냥 그러려니 이해해줘."
".,짜증나. 진짜 짜증난다고. 네가 그렇게 말하면 나는 또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잖아."
"그럼 화 내든가."
"네가 그렇게 말하는데 내가 어떻게 너한테 화를 내?"
"나 원래 질투하고 이런 거 진짜 구질구질해서 싫어하는데,"
"....."
"너니까 봐줄게."
"....."
"김남준보다 전정국이 더 좋아. 귀엽잖아. 사랑스럽고."
전정국은 그 말을 끝으로 깨물기를 멈추고선 아기가 엄마 품에 꼬옥 안기듯 내게 안겨왔다.
물론 나보다 덩치가 커 조금 힘들었기는 했지만.
-이사님 밥 안 드세요?
"..아, 먹어야죠. 김비서는 먹었어요?"
-네.
시계를 보니 어느새 2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원래 12시나 1시 쯤에 점심을 먹으러 나가고는 했는데, 그동안 이거 하랴 저거 하랴 정신이 없어 일이 잔뜩 밀리고 말았다. 거기다 전정국이 일어나면 일어났다고 하는 전화를 받아줘야 하지, 왜 또 자신을 안 깨우고 갔냐고 징징거리는 것을 들어줘야 하지.. 심지어 전화를 금방 끊는 것도 아니었다.
제 용건을 다 말하고 나서도 전정국은 영양가 없는 말을 몇 번이나 더 주고 받으며 잔뜩 노닥거린 후에야 전화를 끊으나 말이다.
아래 편의점에 가 끼니를 대충 떼우고 올 심산으로 마른세수를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은 얼추 끝냈지만 어젯밤의 일 때문에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한 탓이었다. 온 몸이 뻐근한 게 아무래도 근육통 약을 먹어야 할 것만 같았다.
문을 열고서 이사실을 나가려는데,
"악..!"
한 발짝 내딛자마자 누군가와 부딪쳤다. 어찌나 단단하던지 부딪친 코가 아려올 정도였다. 비서는 손님이 왔다고 말도 안 하고 대체 뭐하는 건가 싶어 고개를 들자, 갑자기 얼굴 바로 앞으로 김남준의 얼굴이 훅 다가왔다.
너무 놀란 나머지 누구라고 인식을 하기도 전에 짧은 단말마를 내지르며 뒷걸음을 치니 김남준이 팔로 내 허리를 끌어안았다.
아무리 약혼을 한 사이라고 해도 오기 전에 연락을 하는 것은 기본 예의일 텐데.. 평소 같았으면 웬일이냐고 반겨주었겠지만 피로와 허기에 사무친 오늘같은 날에는 불쑥 찾아온 그를 반겨줄 수가 없었다. 나도 나의 컨디션과 할 일이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어느정도 표정관리는 필요했기에 겨우 표정을 가다듬고서 김남준에게 왜 연락 한 통 하지 않고 온 거냐 말했다. 아니, 말하려 했다.
"전화 왜 안 받아요?"
"..네?"
"어제 갑자기 끊기고 나서 바쁜 줄 알고 한 시간 후에 다시 전화했는데, 그 이후로 전화를 받지 않길래 혹시나 해서 왔어요."
"아..? 전화를.. 네?"
그에게서 전화가 온 적이 없었다. 나는 전화를 받은 적이 없으니 그는 나에게 전화를 하지 않은 것이다. 대체 이 남자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싶어 얼굴을 찌푸리며 그를 올려다보자, 그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어가는 게 보였다.
그리고 바로 그 때,
갑자기 어제 일이 떠올랐다.
전정국이 내 휴대폰을 빼앗아 갔고, 그 후로도 전정국이 갖고 있었다. 전정국은 오늘 아침이 되어서야 비몽사몽 겨우 깨 내게 휴대폰을 건네고서 다시 잠이 들었었다. 분명 전정국은 내 휴대폰을 제 마음대로 만져 김남준을 차단시켜 놓았으리라.
그제야 전말을 알아차린 나는 잔뜩 당황해 다급하게 김남준에게 변명을 늘어놔야 했다.
믿지 않을 테지만 어쨌든 그는 지금 믿는 척을 해줄 것임이 틀림없었으니까. 그는 지금 이 당혹스러운 상황을 빠져나가려 애쓰는 내 장단에 맞장구를 쳐 줄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했다. 적어도 내가 이제까지 봐 온 김남준은 그러고도 남았으니까.
아마 저도 '약혼'이라는 거짓 인형놀이에 놀아나고 있는 주제에 나에게 정말 제가 남편이라도 된냥 굴고 싶지는 않을 테지.
"아 맞다, 어제 모르고 떨어트렸는데 그 때 이후로 먹통이 됐는지 잘 안 돼요. 휴대폰이."
"완전히 고장난 거예요?"
"아, 고장은 아니고 그냥 전화가 가끔 안 올 때가 있더라구요."
"15통 했어요."
"네?"
"가끔 안 올 때가 있다는 건 어쨌든 오늘 전화를 받긴 받았다는 말인데, 내 전화는 15통 중 단 한 통도 가지 않았었나 봐요."
"..아, 그게,"
"난 또. 뭐 일부러 안 받은 줄 알았어요."
"......"
"탄소씨가 일부러 안 받을 사람이 아니란 건 알지만.. 그래도 경우의 수라는 게 있잖아요."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김남준은 너그러이 웃으며 나를 쳐다봤다.
속좋은 사람처럼, 그렇게.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는 주제에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 걸 보고 있자니 정말 무서울 정도였다. 보는 사람이 다 기분 좋을 정도로 예쁘게 호선을 그리고 있는 입과는 다르게 눈은 날카롭게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나를 꿰뚫어 보는듯.
나를 추궁하는 것마냥 말하는 김남준은 낯설었다. 전정국과 삼자대면을 했던 이후로 처음 보는 반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정국이와 셋이서 만남을 갖기 전까지만 해도 그와 나는 단 둘이서만 만났었고 우리가 서로에게 날을 세울 필요는 없었으니까 말이다. 날을 세우기 보다는 오히려 '서로를 배려했다.'는 말이 더 맞을 정도로 김남준과 나는 예의를 갖춰 상대방을 대했고, 적당한 선을 지켰었다.
서로 어떤 목적이 있고 어떤 본성을 갖고 있는지 뻔히 알면서도 우리는 딱히 드러내지 않았다.
김남준이 자신보다 못 한 상대방을 은근히 깎아내리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나는 굳이 그것을 드러내려 하지 않았고 김남준 또한 내가 눈치가 빨라 제 성격을 어느정도 간파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굳이 아는 척을 하지 않았었다. 자칫 했다가는 사이가 틀어질 것이 뻔했으니. 하지만 김남준은 대체 무엇 때문인지 저번주 있었던 전정국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대놓고 자신을 드러냈고, 그런 김남준의 행동에 당황을 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거짓말임이 분명했다.
물론 그 이후 김남준은 다시 평정심을 찾고 제 자신을 꽁꽁 숨겼지만.
여하튼 그래서 나는 지금 나를 몰아세우는 김남준의 행동에 조금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대체 무슨 이유에서인지 여기에는 전정국도 없었고 정말 우리 둘뿐만 인데도 지금 김남준은..
"굳이 탄소씨 아니더라도 다른 누군가가 탄소씨의 휴대폰을 만졌다든가,"
"....."
"아니면 탄소씨가 휴대폰을 잃어버렸다던가 하는 것들이요."
"....."
"뭐, 후자는 확실히 아닌 거 맞네요."
나는 그의 눈을 피할 수 없었다.
마치 살모사같은 그의 눈이 내 눈동자를 단단히 잡아 고정시키고 있는 것만 같아서 말이다. 내가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가는 그에게 정말 잡아먹힐 것만 같아서.
그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내 허리에 둘러져 있는 팔을 풀며 '연락이 안 되길래 걱정돼서 와 봤는데.. 괜찮아 보이는 것 같으니 이만 가야겠어요. 나중에 연락할게요. 먼저 연락 줘도 좋구요." 라고 말하고선 이사실을 나갔다.
막상 일어난 일은 별거 없었는데 마치 폭풍우가 와서 이 회사전체를 쓸고 간 기분이었다.
..아무래도 오늘 내게 점심은 없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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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 왔습니다~!
우선 중요한 암호닉 공지..
여러분.. 제발 제 말을 들어주세요..ㅠㅠ..
암호닉 마감 시간 4화 제목에도 써놨고
5화 제목에도 써놨고
심지어 이 바로 전 편인 7화 작가의 말에도 써놨습니다..
암호닉 누락됐다고 하신 독자님들 누락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서 신청이 안 되셨어요ㅠㅠㅠㅠㅠㅠㅠ
다음에 암호닉 정리하고 난 후에 놓친 우리 이쁜 독자님들을 위해 또 받을 테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죄송해요ㅠㅠㅠ..
그리고 우리 이쁜이들..
우리 암호닉 분들 여기 옹기종기 모아놨니까 당장 열어보세요 |
현님\^0^ /♥ 0207님\^0^ /♥ 꺄르륵님\^0^ /♥ 파슬리님\^0^ /♥ 흩어지게해님\^0^ /♥ 갓찌민디바님\^0^ /♥ 뷔글뷔글님\^0^ /♥ 슈비님\^0^ /♥ 무네큥님\^0^ /♥ 보라도리님\^0^ /♥ 초코틴틴님\^0^ /♥ 정연아님\^0^ /♥ ♥현이님\^0^ /♥ 막꾹님\^0^ /♥ 감귤리님\^0^ /♥ 탬버린님\^0^ /♥ 나의별님\^0^ /♥ 콧구멍님\^0^ /♥ 윤기나네님\^0^ /♥ 빠삐코님\^0^ /♥ 까와이님\^0^ /♥ 동백님\^0^ /♥ 쿠키앤크림님\^0^ /♥ 이삐삐님\^0^ /♥ 코코몽님\^0^ /♥ 설탕모찌님\^0^ /♥ 아도라님\^0^ /♥ 미숮가루님\^0^ /♥ 초코에 빠진 커피님\^0^ /♥ 슈가나라님\^0^ /♥ 16001님\^0^ /♥ 민 홀리님\^0^ /♥ 윤기윤기님\^0^ /♥ 달리기님\^0^ /♥ 뉸기찌님\^0^ /♥ 대구미남님\^0^ /♥ 착한공님\^0^ /♥ 정국아전정꾹님\^0^ /♥ 민그나님\^0^ /♥ 아망떼님\^0^ /♥ 김자반님\^0^ /♥ 난나누우님\^0^ /♥ 공기어님\^0^ /♥ ㅇㅇㅈ님\^0^ /♥ #침쁘#님\^0^ /♥ 랑방루머2님\^0^ /♥ 밤비님\^0^ /♥ 근육돼지님\^0^ /♥ 혜꾹님\^0^ /♥ 여운님\^0^ /♥ 우리집엔 신라면님\^0^ /♥ 초코아이스크림님\^0^ /♥ 문취님\^0^ /♥ 빅닉태님\^0^ /♥ 부산시걸님\^0^ /♥ 야끙님\^0^ /♥ 안녕엔젤님\^0^ /♥ 호두마루님\^0^ /♥ 안녕하새오님\^0^ /♥ 밍뿌님\^0^ /♥ 강하다전정국님\^0^ /♥ 뿅님\^0^ /♥ 빛나무님\^0^ /♥ 666666님\^0^ /♥ 연찌님\^0^ /♥ 한드루님\^0^ /♥ 꾹블리님\^0^ /♥ 킁카킁카님\^0^ /♥ 꾹왁님\^0^ /♥ 슈멬이님\^0^ /♥ 빙그레님\^0^ /♥ 쮸쀼쮸삐님\^0^ /♥ 전정국님\^0^ /♥ 미자탈출님\^0^ /♥ 시나몬님\^0^ /♥ 베리베리베리님\^0^ /♥ 픽미업님\^0^ /♥ 뚱이님\^0^ /♥ qawsed123님\^0^ /♥ 쪼꼬님\^0^ /♥ 숭니님\^0^ /♥ 뜌님\^0^ /♥ 쨱짹이님\^0^ /♥ 징징이님\^0^ /♥ 데이지님\^0^ /♥ 빔빔님\^0^ /♥ 건망고님\^0^ /♥ 진진자라님\^0^ /♥ 보라괴물님\^0^ /♥ 밍님\^0^ /♥ 망개꽃님\^0^ /♥ 설레임님\^0^ /♥ 또또님\^0^ /♥ 채린별님\^0^ /♥ 적국님\^0^ /♥ 민트초코님\^0^ /♥ 개구락지님\^0^ /♥ 0126님님\^0^ /♥ 팅팅탱탱님\^0^ /♥ 와일드베리님\^0^ /♥ 꾹꾹이님\^0^ /♥ 8월디디님\^0^ /♥ 녹차맛콜라님\^0^ /♥ 숩숩이님\^0^ /♥ 짱좋음님\^0^ /♥ 밤이죠아님\^0^ /♥ 네이버님\^0^ /♥ 423님님\^0^ /♥ 아리솔님\^0^ /♥ 키친타올님\^0^ /♥ 허니비ss님\^0^ /♥ 슙슙이님\^0^ /♥ 1230님님\^0^ /♥ 숲님\^0^ /♥ 밥맛밤이랑님\^0^ /♥ 복숭아시럽님\^0^ /♥ 빛님\^0^ /♥ 달빛님\^0^ /♥ 우유님\^0^ /♥ 윤기네설탕님\^0^ /♥ 망망님\^0^ /♥ 파란님\^0^ /♥ 위티님\^0^ /♥ 뀨뀨님\^0^ /♥ 태랑이님\^0^ /♥ 비데님\^0^ /♥ 살사리님\^0^ /♥ 꾸꾸가님\^0^ /♥ 오늘부터 윤기는님\^0^ /♥ 민이님\^0^ /♥ 정꾸꾸까님\^0^ /♥ 락스님\^0^ /♥ 민윤기최고존엄님\^0^ /♥ 전구님\^0^ /♥ 로즈워터님\^0^ /♥ 초코아이스크림님\^0^ /♥ 휴지님\^0^ /♥ 삐삐걸즈님\^0^ /♥ 다송님\^0^ /♥ 감님\^0^ /♥ 윤기이즈마인님\^0^ /♥ 꽁뇽님\^0^ /♥ 777님\^0^ /♥ 꾹견님\^0^ /♥ 침구님\^0^ /♥ 굥기님\^0^ /♥ 1025님\^0^ /♥ 고구마님\^0^ /♥ 윤치명님\^0^ /♥ 민천재님\^0^ /♥ 빙빙님\^0^ /♥ 우리사랑방탄님\^0^ /♥ 너만볼래♡님\^0^ /♥ 정꾹꾸님\^0^ /♥ 꽃분홍빛님\^0^ /♥ 깨꿍님\^0^ /♥ 태자저하님\^0^ /♥ 풋고님\^0^ /♥ 1230907님\^0^ /♥ 짱구님\^0^ /♥ 꾸니님\^0^ /♥ 탄창님\^0^ /♥ 라떼님\^0^ /♥ 비비빅님\^0^ /♥ 됼됼님\^0^ /♥ 된장님\^0^ /♥ 청보리청님\^0^ /♥ 요를레히님\^0^ /♥ 흥흥님\^0^ /♥ 짝짝님\^0^ /♥ 망개뿅님\^0^ /♥ 이히님\^0^ /♥ 내마음의전정쿠키님\^0^ /♥ 복숭아꽃님\^0^ /♥ 소보로크림빵님\^0^ /♥ 전정꾸님\^0^ /♥ 오레오님\^0^ /♥ 꼬치에꽂혀님\^0^ /♥ 썩은촉수님\^0^ /♥ 물결잉님\^0^ /♥ 초록보꾸님\^0^ /♥ 순심이님\^0^ /♥ 망개떠억님\^0^ /♥ 해야님\^0^ /♥ 찬란님\^0^ /♥ 파스타님\^0^ /♥ 컨태님\^0^ /♥ 민빠답님\^0^ /♥ 범인은 민윤기님\^0^ /♥ 꾹피치님\^0^ /♥ ihm님\^0^ /♥ ♡율♡님\^0^ /♥ 텔레토뷔님\^0^ /♥ 솔랑이님\^0^ /♥ 하람님\^0^ /♥ 로그루이님\^0^ /♥ 훈훈한날님\^0^ /♥ 밍님\^0^ /♥ 청아님\^0^ /♥ 민윤기슈팅가드님\^0^ /♥ 전정쿠키님\^0^ /♥ 태형이형태님\^0^ /♥ 뉸기찌님\^0^ /♥ 망고쓰님\^0^ /♥ 민가마니라뷰님\^0^ /♥ 큰뚱님\^0^ /♥ 배고파요님\^0^ /♥ 꿀떡맛탕님\^0^ /♥ 부엉이님\^0^ /♥ 예뽐님\^0^ /♥ 밍슈가님\^0^ /♥ 돌고돌아서님\^0^ /♥ 태뷔형님\^0^ /♥ 뚱이님\^0^ /♥
오늘은 핑크색이닷! |
아 그리고 민가마니라뷰님..
이모티콘이 넘나 앙증맞고 귀여운 것...
아 그리고 모든 독자님들
제 글 진짜 개똥같고 진짜 똥이 더 나은데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독자님들.. 너무 감사합니다.. 저는 제 글 읽고 눈갱 당할까봐 절대 다시 안 읽는데.. 진짜 눈갱을 감수하고 읽어주셔서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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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잇 이거나 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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