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모범심즈
모범생 정재현 X 날라리 너심 썰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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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이건 어때요?"
"... 괜찮네."
그냥 작게 고개만 끄덕이면서
별 시큰둥한 나의 반응에
정재현은 다시 안절부절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자신이 들고 있는
하얀색 니트 한 번,
내 눈치 한번, 보다가
조용히 들고있던 니트를
다시 제자리에 놓았다.
이렇게 웃음만 나오는
정재현의 귀여운 행동에도
내가 맘 편히 웃을 수 없는 이유는
아까 카페에서의 일 때문이었다.
오랜만에 하는 과외여서 그런지
평소보다 에너지를 다한 것 같아
정재현한테 배고프다며 투덜거리니
정재현은 곧바로 저녁을 약속했다.
그리고선 정재현은 자리를 정리한다고 일어섰고
나는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며 자리를 떴다.
뭔가 평소보다 기름이 번들거리는 것 같아
맘에 안들어 화장도 고치고
거울 앞에서 꽤나 시간을 보내니
얼른 손을 씻고 나와 괜히 빈 뱃속을 두들기며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러다가 내 눈에 보인건
심히 당혹스러워 하는 정재현이었다.
그 뿐 아니라 그 건너편에는
모르는 여자가 떡하니 앉아있었고
난 낯선 상황에 다가가지도 못하고
그저 무슨 일인지 계속 쳐다만 봤더니 글쎄,
"저 진짜 번호 물어보는 거 처음이에요."
"저 여자친구 있다니까요,
제 여자친구가 화장실에 가있어서
지금 이 상황 알면 오해할거에요."
"그러면 그냥 친구라도 해요.
제가 친구로도 되게 매력있는데."
"저 친구 많아요 ^^;"
끝이 보이지 않는 계속되는 실랑이에
난 폭발함을 결국 참지 못하고
정재현이 앉아있는 테이블로 다가가
그 여자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제 남자친구한테 볼 일 있으세요?"
한대라도 칠 기세로 싸늘한 내 표정에
한껏 움츠려든 그 여자는
괜히 자신의 머리를 만지며
그 자리에서 엉거주춤 일어났다.
"다음부터 임자있는 남자 건들지 마세요.
보니까 저희보다 나이 많아보이시는데
얘 17살이거든요? 고1!"
쉬지않고 따발총처럼 쏘아대니
그 여자는 울그락불그락한 얼굴로
친구로 보이는 다른 한 여자와 얼른 자리를 떴다.
도망치듯 문 열고 나가는
그 여자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계속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면서 자리에 앉자마자
정재현은 머리를 긁적이며
시키지도 않은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계속 여자친구 있다고 했는데..."
"..."
"화내려고 했는데
그 때 딱 선배가 와서 구해줬네."
"..."
"배고프다, 저녁 먹으러 갈까요?"
꿀꿀한 내 기분을 풀어주려
부단히도 애쓰는
정재현의 노력이 애석하게도
그렇게 저녁도 먹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집 근처의 옷가게에 들렸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저기압인 나를
정재현은 계속해서 눈치를 보면서
계속해서 어쩔 줄 몰라했다.
괜찮다고 얼른 집에 들어가라고
등을 떠미는 내 손을 말린 정재현은
끝까지 우겨서 결국
우리 아파트 단지 사이를
조용히 걸어가던 중이었다.
정재현은 조심스럽게 내 손을 잡아와
내 손가락 사이로 깍지를 꼈고
행여 내가 놓을세라
자신이 먼저 꽉 쥐었다.
"속상해."
"저도 속상해요, 지금 상황이."
정말 속상한듯 한껏 풀이 죽은 목소리를 한
정재현의 말을 듣자마자
나는 걸음을 멈추고
정재현을 바라보았다.
"넌 왜 이렇게 잘생겼어?"
뜬금없는 나의 투정 어린 질문에
눈을 동그랗게 뜬 정재현은
다시 보조개가 보이는 미소를 짓고선
잡고 있던 손에 힘을 주어 나를 당겼다.
"잘생긴 제가 선배의 남자친구예요."
"그럼 뭐해,
주위에선 널 채가려는 사람이 득실득실한데."
"그건 나도 하는 걱정인데..."
나는 정재현의 말에 도끼 눈을 하며 째려보자
정재현은 씨익, 하고 보조개를 보이며 웃었다.
나는 입을 쭉 하고 내밀어 계속해서 투정을 부렸다.
"너는 몰라, 내가 얼마나 불안한지."
그제서야 내가 말하는 말에
진심이 담긴 뜻을 알아챈 정재현은
걷던 발검음을 멈추고 우뚝 서서 나를 세웠다.
"어디 좀 가요, 선배."
*
다시 버스에 올라타서
몇 정거장 얼마 안가 다시 내렸다.
[공굴옆]
이 정류장을 매번 지나쳤지만
내리는 사람도 특별히 보지도 못했을뿐더러
나도 이 정류장에 관심도 없어
이 곳에서 내린 정재현의 행동에 의아했다.
그도 그럴 것이
별 볼일도 없어 보이는 이 곳에
괜히 으스스함도 느껴
정재현의 옆에 딱 붙어서서
마주잡은 손에만 의지하며
한발자국, 한발자국 내딛었다.
한 5분 쯤 걸었을까,
꽤나 오래되어보이는
한 콘크리트 다리가 하나 보였다.
희미해진 가로등 불빛에 의지하는 다리를 보자마자
왠지모르게 편안해짐을 느꼈고
난 조용히 정재현을 쳐다보았다.
갑작스런 나의 시선을 정재현도 느꼈는지
고개를 돌려 날 쳐다보고
여전히 내 손을 잡은 채
뒤로 걸으며 입을 열었다.
"나 여기 누구 데려오는 거 처음인데."
자신만의 공간에 처음 초대한 사람이
나라는 얘기를 듣자마자
난 괜시리 뿌듯함과 쑥스러움으로
미소를 참지 못하고 그저 정재현을 계속 따라갔다.
콘크리트 다리를 건너자마자
풀숲 위 한 벤치가 덩그러니 놓여있었고
우리는 말 없이 그 벤치 앞으로 다가갔다.
정재현은 벤치 위의 나뭇잎 몇 개를 치웠고
자신의 마이를 벗어 깔아주려는 걸
나는 얼른 벤치에 앉아
정재현을 향해 웃어보였다.
정재현도 나 따라 웃다가
깔아주려했던 마이를
내 다리 위에 덮고서는
내 옆에 털썩 앉았다.
"추워, 너 입어 얼른."
"차라리 제가 추운게 나아요."
내가 100% 질 것이라는 결과가
빤히 보이는 실랑이에
나는 말없이 내 무릎위의 정재현의 마이를
만지작, 만지작 거렸고
아까부터 궁금했던 질문을 하려
정재현의 손을 덥석 잡았다.
"여기 맨날 혼자 와?"
내가 잡은 손을 빤히 쳐다보던 정재현은
시선을 떼지 않고서
나의 질문에 조용히 대답을 했다.
"아주 옛날부터 속상한 일 있으면
여기 혼자 와서 삭히곤 그랬어요.
그때마다 뭐가 그렇게 속상했는지
소리도 못 지르고 숨만 가쁘게 쉬다가
집까지 또 터덜 터덜 걸어오고.."
조곤조곤 말하는 정재현의 말과
처음보는 정재현의 표정에
나는 어떻게 말할 수도,
반응해야할지도 몰라
그저 잡고 있던 손의 엄지손가락으로
정재현의 손등을 쓰다듬어주었다.
"여기는 안 좋은 기분이 들 때만
오던 곳이었는데,
지금 선배가 내 옆에 있으니까
그 기억조차 행복해지는 것 같아요."
고개를 들며 미소짓는 정재현이 예뻐서
넋놓고 정재현을 바라보다가
나도 정재현 따라 씩 웃고는 입을 열었다.
"속상했던 정재현 얘기를 들으니깐
맘 아프기도 한데
여기에 너 혼자만 있던 곳에 내가 있으니까
특별한 사람이 되는 것 같기도 해."
내 말을 끝으로 우리 둘 사이에
잠시 침묵이 찾아왔고
다시 조용해진 정재현은
잡은 내 손에 약간의 힘을 주고 말을 이었다.
"이미 저한테 특별한 사람이에요.
선배는 그렇게 생각 안 하는 것 같아서
선배가 그런 말할 때마다 속상해요."
"아니, 나는..."
"선배가 날 좋아하는 것 보다
내가 더 좋아해요, 선배를."
나를 좋아해주고 표현해주는 정재현을 보면서도
늘 불안해하고 초조했던 내가 떠올랐다.
내가 먼저 호감을 표하고
먼저 좋아했다는 얕은 자격지심이었는지,
정재현의 마음에 들려고 애쓰던 내 모습이
나를 작아지게 하는 열등감의 첫 시작이었는지.
무의식적으로 당연하게 여기던
나를 향한 정재현의 마음을 작게 생각한
내가 원망스러웠고
난 그저 아무 말없이 정재현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런 정재현도 조용히 내 눈을 응시하다가
살짝 미소를 지어주며
천천히 다가와
바로 내 입술 앞까지 와서야 멈췄다.
사람의 발걸음이 끊긴 공굴옆에서
간간이 작게 들리는 자동차의 경적소리와
할말이 뭐가 그렇게 많은지 우는 풀벌레의 소리보다
빨리뛰는 내 심장소리가 들릴까봐
숨죽인 나는 그저 정재현이 할 다음 행동을
조용히 기다렸다.
잔뜩 긴장한 나를 눈치 챈 정재현은
닿을 듯, 안닿을 듯
여전히 머무는 내 입술 앞에서
살짝 미소를 짓고는 입을 열었다.
"매일 매일 깨닫는건데,"
오늘따라 아주 조용하고 낮은 정재현의 목소리가,
"언제나, 어디서나,"
달콤하고 또 달콤했다.
"예뻐요, 선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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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문득 여러분들 암호닉을 정리하다가
새삼 행복한거 있죠.
다시보고 또 봐도 별 볼일 없는 제 글을 사랑해주시고
댓글까지 달아주시고 암호닉까지 신청해주시는데
어떻게 보답해드릴수가 없으니까 괜히 죄송해지네요.
지금까지 가벼운 맘으로 메모장을 켜진 않았지만
이번 편은 왠지모르게 더 신경을 쓰게 되었던 것 같아요.
늘 불안해하는 여주에게
자신의 마음을 활짝 보여주는 재현이가
사랑스러워보이지 않으셨나요?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표현해주시는
여러분들 댓글이 이렇게 남아있는데
저는 뭔가 불안했나봐요.
정말 이번 편을 쓰면서
여러분들 생각 많이하게되었어요.
암호닉 한 분, 한 분 정리하는게
이렇게 행복한 일이었는지 다시한번 깨닫네요 ㅎㅎ
항상 감사하고 사랑해요.
이번 편으로 진심이 닿은 재현이의 맘처럼
제 맘도 여러분들께 닿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점점 더 추워지는 날씨에 보란듯이
따뜻하고 편안한 밤 되세요 :)
+) 비슷한 암호닉이 많이 있으니
헷갈리지 않도록 본인의 암호닉을 기억해주세요 :)
+) [ ] 가로 안에 암호닉을 넣어주시고
제일 최신글에 신청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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