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치피스님)
다시 한 번기회가 주어진다면06
부제: 진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놀란 마음에 그 광경을 바라보기만 했다.
누구의 편도 들 수가 없어 가만히 서있는데 석민이가 내 손을 잡고 밖으로 이끄는 바람에 민규를 지나쳐 나와 버렸다.
"와 내 주먹 쓸모 있나 봐."
이제 어떡해야할지 생각하느라 석민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리지 않았다.
눈 감았다 뜨면 미래의 울고 있던 나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속으로 비는 것밖엔 방법이 없었다.
"반했어? 반해서 그렇게 멍한 거야?"
계속해서 대답이 없자 내 눈앞에 손을 흔들어가며 정신이 돌아오도록 했다.
계속해서 생각해봤을 때 방법은 딱 한가지였다. 지금은 내가 나빴을지라도 미래를 생각하면 이 방법이 최선이다.
"김민규한테 사과할래?"
"뭐?"
"김민규가 잘못하긴 했어도 때린 건 심했잖아. 응?"
"절대 못 해. 저 새끼는 사과해도 정신 못 차린다니까?"
"말 좀 예쁘게 할 수 없을까? 미래를 생각해서 말이야."
"아 미안.. 욕은 안하려고 했는데."
"욕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눈 한번만 딱 감고 사과하면 안 될까?"
"죽어도 사과 안 해. 쟤가 먼저 너한테 사과하기 전까지는 절대 안할 거야."
절대 둘이 화해할 일은 없겠네.
그래 이렇게 된 거 그냥 망치자. 김민규 성격 진짜 개 같아서 이 짓도 못해먹겠네.
"매점갈래?"
"갑자기?"
"종치려나? 다음 시간에 가자. 반에 데려다줘?"
"그건 내가 할 말 아니야?ㅋㅋㅋㅋㅋ 다 컸네."
누가 보면 이석민이 나 키운 것 같네.
들어갈 때까지 보고 자기도 들어간다는 말에 집 앞에서 배웅이라도 헤어지는 줄 알았다.
"여주야."
손을 흔들어주고 반으로 들어가려던 내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 석민이의 목소리에 뒤를 돌았다.
석민이는 답지 않게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김민규랑 말 섞지 마."
"응?"
"그러면 나 너랑 안 봐."
중3다운 발상이네 시바.
요즘 중3들도 이런 말 안하는데.
"무슨 말도 안 되는ㅋㅋㅋㅋㅋ"
"진심이야."
"알았으니까 들어가."
"먼저 들어가면 간다니까?"
"알았어. 수업 열심히 들어."
반으로 들어와 자리에 앉아 바로 엎드렸다.
과거로 오면 호강할 줄 알았더니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
다음시간, 그 다음시간까지도 김민규는 나한테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석민이가 말도 섞지말라고 했는데 섞을 일도 없네.
모든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기 위해 가방을 챙기고 일어서는데 갑자기 내 팔을 잡는 김민규였다.
"이거 안 보이냐?"
보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자 헛웃음을 짓더니 상처를 가리키며 다시 한 번 말한다.
여전히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바라만 보자 내 팔을 신경질적으로 놓더니 가방을 들고 먼저 나가버린다.
저 새끼 저거!! 사춘기가 지금 쳐와가지고 나한테 지랄이네!!!!
그냥 죽어 버릴까봐ㅠㅠㅠㅠㅠ 진짜 내 인생 왜 이렇게 구슬프냐ㅠㅠㅠㅠ
**
"이거 답 뭐냐? 야 내 말이 말 같지도 않아? 답 뭐냐니까?"
너의 말이 말같지는 않지 않니..? 넝담~ㅎ
예전처럼 장난 치고 싶지만 꾹 참고 묵묵히 정면만 보았다.
민규에게 아무 말도 못해서인지 입에서 단내가 날 것 같다.
정면만 보다가 내 교과서로 시선을 옮기자 김민규의 샤프가 내 책상으로 굴러왔다.
"샤프가 넘어갔네. 좀 주라."
주긴 뭘 줘. 주는 건 나의 욕 밖에 없을 거다.
주워주는 대신 엎드리고 초조한 마음으로 김민규의 반응을 기다리는데 한숨소리가 내 귓가에 울리듯 퍼졌다. 왠지 모르게 과거의 민규가 떠올랐다.
항상 내가 삐졌을 때마다 쉬던 한숨인데.
"너 저번에 그 일 때문에 이러는 거야?"
"여주야 자지 마."
갑작스런 최승철의 목소리에 일어나 그쪽을 쳐다보자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다.
그 모습에 웃자 옆에서 대환장파티가 열렸다.
"내 말엔 대답 안하고 왜 얘 말엔 대답 하냐? 존나 답답하게."
이 말엔 뭐다? 가볍게 무시다.
수업 끝나는 종이 울렸고 벌떡 일어나 무작정 밖으로 나왔다.
물 마실 겸 급수대 쪽으로 걸어가 물을 마셨고 옆에 보이는 김민규의 모습에 입에 있던 물을 뿜어버렸다.
"야 씨! 더럽게!"
갑자기 왜 물을.. 아니, 왜 얼굴을 보여 가지고.. 겁나 잘생겼네.
미래나 과거나 잘생긴 건 마찬가지네..
"언제까지 이럴 건데?"
입 주변에 묻은 물들을 닦으며 다시 반으로 돌아왔다.
반으로 돌아와 봤자 짝이네? 짝 좀 바꿔주세요 제발.
**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무시하다보니 민규는 혼잣말이 늘었다.
예를 들면 오늘 급식 카레네. 국민카레 나온다. 대박이네. 따위의 영혼 없는 말들.
나 들으라고 하는 말인 건지 계속 반복하는데 노이로제 걸릴 것 같아 죽겠다.
의미 없이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가려는데 아빠가 오늘은 외식하자며 자주 가던 식당으로 오라는 말에 집으로 가던 길을 돌려 식당으로 향했다.
밥을 먹고 카페 가서 우아함을 즐기다 집으로 가려는데 이웃집 아주머니를 만나 기나긴 수다가 시작됐다.
앉아서 아주머니의 입담에 감탄을 하다가 어제 늦게 자서 그런지 슬슬 잠이 왔고 양해를 구해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집에 가고 있는데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주변에 있는 버스정류장 밑으로 빠르게 달려가 비를 피했다. 세차게도 내리는 구나.
집에서 샤워하자 생각하며 집으로 무작정 뛰었다. 집 앞에 도착해 안심하던 것도 잠시 쭈그려 앉아있는 민규가 보였다.
"왜 이제 오냐."
"여기서 뭐 해..?"
"뭐하긴. 기다렸잖아."
이게 무슨 소리지? 왜 날 기다리지? 그것도 비오는 날에?
"왜..?"
"이렇게라도 안하면 끝까지 대답 안할 것 같아서."
"너가 이런 정성이 가득한 남자였어?"
"그때 일은 미안."
"나보단 석민이한테 해줬으면 하는데."
"야 내가 걔한테 미안할 일이 뭐가 있어. 내가 피해자인데?"
"헐 너 나한테 사과한 거지?"
"응."
"석민이한테 말해야겠다. 휴대폰 어디 있지?"
주머니를 뒤적이며 휴대폰을 찾는데 갑자기 내 팔을 잡는다.
놀라 위를 올려다보자 아무 말 없이 날 내려다본다.
"오, 왜..?"
"이제 말 안 씹을 거지?"
"아마도..?"
"확실하게 대답해."
"응.."
"이제야 마음 편하네. 나 간다."
"비 오는데?"
"그러면 뭐? 집에서 재워주기라도 할 거야?"
"그럴래?"
"뭐래. 뭔데 이렇게 자연스러워."
"왜 이렇게 좋아해..?"
"좋아하긴 뭘 좋아해."
미쳤다. 예전 버릇 나오는 거 봐.. 재워달라고 하면 부모님도 민규 좋아해서 당연히 된다고 했는데 진짜 집에 들여서 재웠으면 기절초풍을 했겠지?
어색하게 웃다가 우리 사이의 딱 어울릴만한 말을 했다.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사이.
"우산 갖다 줄게."
빠르게 집으로 들어와 손에 잡히는 우산을 가지고 나와 쥐어주는데 하필이면 캐릭터 우산이다.
아주 잘 어울리네..(먼산
"조심히 가."
"우산 때문에 조심히 갈 순 없겠지만 노력은 해볼게."
"민규야 우리 이제 친해진 거야?"
"아니."
"뭐야.. 그럼 대답 안하지."
"조금 친해졌어."
"바로 말 바꾸는 거 봨ㅋㅋㅋㅋㅋ 내가 갑. 너가 을."
"그냥 남 하자."
"아니야.. 미안. 앞으로 대답 꼬박꼬박 잘할게."
간다는 말없이 치명적이게 웃으며 뒤를 도는데 심장아.. 제발..
우리의 관계가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오늘은 슬프지도 않고 신나지도 않은 애매한 글이라서 음악을 찾지 못하였습니다..
보신 후 어울리는 노래가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넣어보겠습니다!
진짜 이 글로는 오랜만에 왔네유ㅠㅠ
많이 기다렸죠?ㅠㅠ 진자 느려터졌어.. 제가 거북이라서 그래여ㅠㅠㅠㅠ
시간 되면 눈떠보니 세븐틴도 올릴게요! 하숙집은 당연히 올리구용ㅎㅎ
다음편에서 봬용!!!!
다음편은 과연 짠내날지★ 훈내가 날지~♥
<암호닉>
암호닉 신청은 []안에 넣어서 신청해주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