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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크리스마스] 평화가 잦아드는 밤, 크리스마스 | 인스티즈

 

 

 

평화가 잦아드는 밤, 크리스마스

w.녹음

 

 

 

 

 

 

 

 

 

 

 

 

 

 

 

 

 

 

 

[방탄소년단/크리스마스] 평화가 잦아드는 밤, 크리스마스 | 인스티즈

 

 

 

 

 

길거리는 온통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노래들이 가득하다. 포동포동한 손에 장갑을 끼고 짧은 목에는 분홍색 목도리를 둘렀는데도 아직도 춥다. 작은 입을 열자 입김이 흩날렸다. 입김을 따라 고개를 돌리자 노란 불빛, 전구에 감겨있는 초록색 트리들, 붉고 파란 불빛이 가득한 밝은 길거리에 혼자 서있는 건 나 뿐인 것 같다. 길거리에 아이가 혼자 서있는 것이 신기했는지 전봇대만한 사람들은 한번씩 아이를 힐끗- 보고 떠났다.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받던 아이는 작은 손을 장갑에 묻고, 목도리에 얼굴을 파묻었다.

 

 

 

"우리 공주님. 엄마는 오늘 언니,오빠들 연습을 봐주러 가야해서 우리 공주님 혼자 있어야 하는데 잘 있을 수 있죠?"

 

".."

 

"공주님? 엄마가 물었으면 대답을 해주어야죠. 사람들에게 배려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그랬죠?"

 

"..네."

 

"배려할 수 있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죠?"

 

 ".."

 

 "얼른."

 

 "걱정하지 말고 다녀오세요. 탄이는 씩씩해서 울지 않고 있을 수 있어요."

 

 

 

절대 행복하게 있을 거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여자는 아이의 대답에 만족한다는 듯 싱긋 웃으며 돌아보지 않고 집을 떠났다. 띠리릭, 도어락이 잠기는 소리를 듣던  아이는 종종걸음으로 소파에 가서 앉아 리모컨으로 TV를 켰다. 온통 크리스마스 얘기 뿐이다.

 

젊은 여자는 아이가 반듯하고, 누구보다 타인을 배려할 수 있었으면 해서 매일같이 얘기했다. 배려, 사랑, 용서, 이해를 갖춘 사람으로 크라고. 그것은 여자와 아이를 떠난 남자에 반대되는 단어들이다. 아마도 남자에 대한 아픈 기억들을 나에게서 보상받으려고 하는 것이겠지. 그게 아니라면 남자를 많이 닮은 나에게서 그 남자의 모습을 찾지 않으려는 것일지도.

 

아이답지 않은 생각이다. 손을 펴봤다. 짧고 통통한 손이 눈에 들어왔다. 다리도 별반 다를 게 없다. 분명 어린아이이다. 그런데 왜 나는 어려운 말을 알고, 어려운 생각을 할 수 있는 거지? 산타의 선물일까? 어른스러워지길 바라는 엄마를 위한 선물같은 거…. 산타가 다녀왔나? 휘휘 거실을 둘러보다 커다란 유리로 된 창문을 봤다. 베란다 창문이다. 베란다를 보자 낮은 층수 탓인지 트리가 보였다. 돈을 잘 버는 여자 덕분에 시내 한복판에 지어진 빌딩에 살 수 있었다. 조금씩 모아뒀던 용돈을 담아놨던 가방을 찾았다. 흰색 패딩도 입었다. 손과 목이 허전해서 장갑도 끼고 목도리도 꼈다. 불을 꼼꼼하게 끄고 환해진 현관 조명으로 다가가 손잡이를 열었다. 띠리릭, 현관 문이 닫히고 집에는 온기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나왔지만 아는 사람도, 갈 곳도 없는 어린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은 벤치에 앉아 있는 일 뿐이다. 한참을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던 아이의 앞에 누군가 다가왔다.

 


 

"이탄! 왜 혼자 있어?! 네 동생은 어쩌고? 맨날 붙어다니더니?"

 

 

"나 동생 없는데. 오빠는 누구야?"

 


 

"얘가 뭐라는 거야? 혼자 있으면 혼자 있다 말을 하지! 난 너네끼리 크리스마스 파티하는 줄 알고 일부러 정호석이랑 만나는데!"

 

 


" 잘됐다. 할 일 없으면 좀 껴주실까?"

 

 


남자의 비열한 표정과는 다르게 커다란 손은 다정하게 아이의 조그만 장갑까지도 감싸 쥐었다. 따뜻하다.

 

 

 

"정호석! 야!"

 

 

"어? 이탄. 왜 김태형이랑 같이 와? 동생은?"

 

 

 

나 동생 없는데. 또 말하기 뭐해서 그냥 가만히 있었다. 그것보다 이 오빠 이름이 태영이구나. 태영조그만 고개를 끄덕거렸다. 태영이 큰 손으로 호석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몰라~ 이탄 혼자서 벤치에 앉아 있길래 데려왔지. 남자 둘이서 적적했는데. 남자 셋이서 보내자. 덜 쓸쓸하겠지."

 

 

"태영이 오빠, 남자는 둘인데 왜 셋이야?"

 


  

내 물음에 태영과 호석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또 내 이름 태영이라고 하는 것 봐! 그리고 네가 뭐 여자야? 넌 남자야. 그리고 그 오빠, 그거 크리스마스 컨셉인가요? 소름끼치는데."

 "아니, 한마디 했는데 태클 걸 게 왜이렇게 많아?!"

 

 

"조용히 해. 김태형."

 "이탄. 어디 아파?"

 

 

자상한 표정과 이마에 닿아오는 호석의 손이 따스하다. 온기에 눈을 감았다.

 

 


"어? 열난다."

 

 

"엑? 뭐야! 아프면 말하지! 어쩌지?! 무슨 약 먹어야 하지?! 어?!"

 

 

"일단 여기 있어. 우리가 약 사올테니까."

 


  

나를 두고 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고 있으니 또 혼자가 됐다. 발로 땅만 차고 있었더니  머리에 손이 닿아온다.

 


 

"탄이, 여기서 뭐해? 친구들은?"

 

 

"누구세요?"

 

 

"응? 삼촌 가슴에 못 박는 거야? 솔로로 크리스마스를 보낸다고?"

 

 


흰 가운을 입은 남자였다. 부드럽게 내 머리를 헤집는 손이 싫지 않다. 그 손길을 느끼고 있었는데 남자는 많이 바쁜 듯 보였다. 김쌤, 교수님이 호출하셨어요. 얼른 오세요! 무전기에서 들리는 소리에 남자는 낭패라는 얼굴을 했다. 그리고 손에 쥔 비닐봉지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찾는다. 음, 이건 차가운 거고. 이건 따뜻한 거고. 탄이는 따뜻한 초코우유를 좋아하지?

 



"자, 탄이가 좋아하는 따~뜻한 초코 우유. 삼촌이 바빠서 가봐야겠다! 그냥 병원에 있는 편의점 갈 걸! 왜 나왔지!!"

 

 

 

머리를 쓰다듬던 손길이 사라지고 흰 가운을 입은 남자는 나를 지나쳐 어디론가 사라졌다. 손에 쥐어진 초코 우유는 데워왔는지 따뜻했다. 내가 초코 우유 데워 먹는 줄 어떻게 알았지? 오늘은 정말 이상한 일 투성이다. 모르는 사람들이 나를 알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나는 외톨인데. 괜스레 울적해지는 마음에 가운을 입은 남자가 향했던 길로 발을 옮겨본다. 이번엔 또 누가 나올까?

 

 

 

놀이터가 나왔다. 놀이터에 켜진 가로등 밑에는 아무도 없는 그네만 덩그러니 서있었다. 그네에 앉아 줄을 잡고 몸을 흔들었다. 짧은 다리가 뜨고 차가운 바람이 볼을 할퀸다. 그래도 재미있어서 계속 타고 있지만 힘이 딸려서 그런지 더 이상 올라가지 않는다.

 

 

 

"어?"

 

 

 

살포시 그네를 밀어오는 힘에 고개를 돌리자, 뒤에 서있던 사람이 어어? 하면서 파닥거린다. 누구지? 하는 순간 균형을 잃은 몸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프다.

 


 

"아프겠다. 떨어질까봐 내가 뒤 돌지 말라고 했는데. 너다워."

 


 "…"

 

 

 "오늘 왜 혼자 있어? 전정국은?"

 

 

 "뭐라구? 누구?"

 

 

 "전정국"

 

 

 "안 들려."

 

 

 "응? 뭐, 아무렴 어때! 둘만 있으니까 너무 좋은데?"


 

  

넘어진 내 손을 잡고 일으키곤 옷을 털어주는 남자를 빤히 보고 있자 남자가 민망한 듯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많이 추운가보다. 귀까지 빨개져서는. 고개를 숙여보라는 듯 손짓하자 의아해하면서도 얼굴을 가까이 내린다.

 

 

 

 "어?"

 

 

손으로 귀를 막아주려고 했는데 장갑 낀 손이 보여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입으로 따뜻한 바람을 불어주었다. 그러자 얼굴까지 빨개진 남자가 고개를 뒤로 빼더니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아이탄, 진짜…."

 

 

"추워? 귀도, 얼굴도 빨간데?"

 

 

"하,그래…."

 



허탈한 표정이다.

 

 

 

"아까는 좀 추웠는데 이제는 안 추워졌어. 고마워."

 


 

무슨 소린지는 모르겠지만 응, 하고 대답해주자 남자는 정색하면서 말한다.

 

 

 

"그런데 이런 건 아무한테나 하는 거 아니야. 알았지?"

 

 

 

정색하던 표정을 풀고 아쉽다는 표정을 지은 남자는 내 손을 잡더니 이내 나중에 봐, 하고 불빛이 없는 곳으로 걸어갔다.

 

 

 

 

또 혼자 남은 내가 그네에 앉아있다가 남자가 사라진 쪽으로 걸어갔다. 그 곳에는 커다란 학교가 있었다. 낡은 학교 담벼락을 따라 걷던 내 눈에 가로등 밑에 있는 남자가 보였다. 눈을 맞으며 서있는 남자였다.

 

남자는 굉장히 하얬다. 얼음으로 만든 요정인가 싶을 정도로. 머리카락은 꼭 동화 속에 나오는 왕자님 같은 색이었다. 그렇지만 차가운 표정과 검은 옷차림이 굉장히 무서웠다. 옆모습을 보이던 남자의 고개가 나에게로 향했다. 남자는 나를 쳐다보았다.

 

그 뿐이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내게 다가오거나, 웃음짓지 않았다. 그저 보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너무 외로워보였다. 나도 모르게 뻗은 손을 주먹쥐고 남자를 향해 걸었다. 나를 보던 남자는 내가 걸어가자 뒤를 돌아 가로등이 없는 곳으로 저벅저벅- 눈을 밟으며 걸어갔다. 남자의 넓은 보폭 때문인지, 나의 작은 보폭 때문인지 거리가 점점 멀어졌다. 아득해지는 기분이다. 마음이 급해졌다. 어둠이 남자의 발부터 다리, 허리까지 숨겨 버렸다. 어느새 남아있는 건 흰 목덜미와 살랑이는 머리카락 뿐이다. 애가 탔다.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힘으로 뛰는데도 잡을 수가 없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빠르게 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아직 어리고 작아서 남자의 긴 다리에, 큰 몸짓에 따라갈 수 없는 게 분명하다. 나는 왜 어려서! 왜 작아서! 하고 싶은 일도, 해야 하는 일도 이렇게 어려울까. 어른이 되고 싶어, 누군가를 감싸 안아 줄 수 있을만큼 커지고 싶어. 

 

그렇게 생각한 순간 나는 어느 날의 나처럼 성장해 있었다. 길어진 다리와, 높아진 시선으로 남자를 보니 성장한 내가 놀라운지 나를 보고 있었다. 쉬고 있을 틈이 없었다. 사라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성장한 내 몸을 놀라워할 틈 없이 남자에게로 뛰어들어갔다. 남자의 넓은 품과 온기가 나를 감싸 안았다. 꽉 끌어 안았다. 가슴팍에 닿아있는 내 얼굴에는 남자의 숨의 조각이 느껴졌고, 숨소리가 닿아왔다. 아, 내가 먼저 잡았어. 놓치지 않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들어 남자를 보자 남자는 아까의 무표정한 얼굴이 아니라 편해 보이는 얼굴로 끄덕였다.

 

 

 

 

 

 

[방탄소년단/크리스마스] 평화가 잦아드는 밤, 크리스마스 | 인스티즈

 

 

"알아. 이젠 도망 안 가."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과 , 내 손에 닿아있는 손이 나를 어루만진다.

그리곤 조그만 목소리로 속삭였다.

 

[방탄소년단/크리스마스] 평화가 잦아드는 밤, 크리스마스 | 인스티즈

 

 

 

 

앞으로 맞이할 그 날에도 꼭 나를 잡아줘. 사랑해.

 

 

 

 

 

 

 

 

 

 

 

 

 

 

 

 

 

 

 

 

 

 

 

 

 

 

 

 

 

 

 

 

[방탄소년단/크리스마스] 평화가 잦아드는 밤, 크리스마스 | 인스티즈

 

 

 

"헐. 깼다. 야! 괜찮아? 식은땀 봐."

 

  

"김태영."

 

 

"뭐하냐고! 내 이름은 김태형이지! 너 왜 젤 처음 만났을 때 같이 그러냐! 소름돋게!"

 

 

"오늘 크리스마스야?"

 

 

"뭔 소리야. 오늘 17일이거덩."

 

 

 "17일? 몇 월?"

 

 

 "아니. 왜이래? 당연히 2016년 4월 17일이지! 얼른 일어나라? 완전 잠탱이야."

 "근데 뭔 꿈 꿨길래 그렇게 웃으면서 자?"

 

 

 "내가 웃었어?"

 

 

"어. 완전. 마지막엔 대답하면서 울기까지 하더라. 뭔 꿈 꿨길래 그랬냐고!"

 

 

 "아, 기억 안 난단 말이야!! 물어봐도 몰라!근데 뭐라고 그랬는데?"

 

 

"뭐가?"

 

 

"대답했다메, 내가 뭐라고 그러더냐고."

 

 

"나도."

 

 

"나도?"

 

 

"야! 왜 울어? 아파? 아픈 거야?"

 

 

 

 

 

 

 

[방탄소년단/크리스마스] 평화가 잦아드는 밤, 크리스마스 | 인스티즈

 

 

앞으로 맞이할 그 날에도 꼭 나를 잡아줘. 사랑해.

 

 

나도, 나도 사랑해.

도망쳐도 내가 있는 힘껏 뛰어서 붙잡을게.  도망가도 도망가도 계속 내가 거기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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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처럼 만든 편인데, 본편이랑도 연관이 있어요.

인물들과의 거리? 관계? 그리고 내가 다가가는지, 남이 다가왔는지.. 뭐, 그런 것들?

그리고 성장한는 시기같은 그런 거........

헷 종강하니까 너무 좋아요!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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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작가님!!!와 보고싶었어요ㅠㅠㅠ흡 다음편 언제 나오나여 계속 기다리고있어요ㅠㅠㅠ작가님도 메리 크리스마스에요!!
7년 전
독자2
뭔가 많은이야기들이 숨겨져있는거같은데...추리못하는 독자는 나오는편만 열심히 읽겟습니다!!!!
7년 전
독자3
새싹입니다 설마 윤기..윤기랑...헐......생각도 못했는데......맨처음에는 정국인가 했는데 걍 오빠로 나온거보고 음 정국이는 아니군 그럼 나머지 멤버인데 석진이도 아닌거같고 설마 섦 ㅏ섦 ㅏ... ㅇ섦 ㅏ..ㅎㅆ는데 ㅠ외전 그냥 이어지는거 아닌줄알고 지나칠뻔헀는데 읽었는데 완전 심장 두근댇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짱잼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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