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lyLove
; 사랑에 빠진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
11
: 사랑에 빠졌을 때
우주가 기울어지는 순간. 남자배우 김태형 확정.
몇 번이고 타이핑을 고치다, 결국은 필요한 단어만 남기고 모든 걸 지워버렸다. 그의 아픈 날을 나눈 그날 밤, 그는 내게 자신의 작품 출연기사를 부탁했다. 나 때문에 용기를 낼 수 있었으니, 내가 세상에 알려달라는 뜻에서. 물론, 그의 출연사실 단독보도는 실적에 큰 도움이 되는 건수였다. 그래서 다른 팀에게 뺏기기 전에 먼저 선수를 쳐야 했고. 하지만 그에게 부탁을 받은 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나는 제자리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기사를 쓰기는 커녕, 어떻게 하면 그의 출연을 말릴 수 있을까. 고민하기 바빴다. 그의 이야기는 아팠다. 너무 아파서, 그가 더 이상 그 아픔에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겨내지 말고, 그냥 멀리 벗어나기를. 그렇게 나아가기 보다는 잊어가기를 바랐는데. 그는 그런 날은 지금까지로 충분하다며, 그날의 순간을 평생으로 살아갈 수는 없다고 나를 설득했다.
더 이상 출연기사를 미루면, 제작사와 배우 측에도 문제가 갈 것이 뻔했다. 나는 한참동안 모니터를 바라보다가, 두 눈을 질끈 감고 마우스를 클릭했다.
[우주가 기울어지는 순간. 남자배우 김태형 확정.]
기사를 업데이트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제작사 측과 다른 언론사들에서 확인 기사 및 추가 기사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기사의 조회수는 급수적으로 늘어갔고, 그의 신작을 응원하는 사람들의 댓글이 끊임 없었다. 두 손에 얼굴을 파묻고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댓글들을 하나하나 읽고 있을 무렵, 휴대폰이 울렸다.
열심히 할게. 내 하늘이 되어줘서 고마워. 호빵.
기다리던 사람에게 온 연락이었다. 이놈의 호빵은 어딜가도 빠지지를 않네. 나는 휴대폰 화면을 손가락으로 툭 치고는 듣지 못 할 그에게 답했다.
오빠의 우주가 더욱 단단해지게, 내가 도와줄게.
**
"보고 싶었어."
기사가 나가고, 이주일 만에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식당이 있다며 매니저 님을 우리 회사 주차장으로 보냈고, 나는 그 차를 타고 그가 미리 도착해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저녁을 먹기에는 지나치게 늦고, 아침을 먹기에는 과하게 이른 새벽 세 시에. 이 시간에 여는 식당은 대체 어떤 식당인가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평범한 식당과는 달랐다. 보안이 철저한 고급 레스토랑이었다. 공항에서나 할 법한 몸 수색 기계까지 등장해, 카메라나 녹음기 등을 걸러냈으니까. 오늘은 기자가 아닌 그의 애인으로 왔기에 카메라는 물론이고 녹음기도 없었다. 하지만 정장을 입은 남자는 내게 휴대폰을 맡겨두고 들어가라는 말을 건넸다. ...나 기자처럼 생겼나? 아무래도 초면인 얼굴에 날을 세우는 듯 했다. 나는 대뜸 휴대폰을 내놓라는 남자의 말에 경계하며, 휴대폰을 건네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했다. 그러나 그 고민은 나를 기다리다 마중나온 그에 의해 자연스레 사라졌다. 주변 시선은 신경도 쓰지 않고, 나를 안아 내 목덜미에 제 얼굴을 묻고는 보고 싶었다 말하는 그였다. 덕분에 휴대폰을 건네라던 남자는 어느새 애꿎은 천장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괜히 뿌듯해지는, 그런 순간이었다.
*
그는 그동안 본인의 개인 주치의 선생님과 함께 트라우마 극복 치료를 하며, 대본 리딩과 캐릭터 분석을 해나갔다고 한다. 또 다음 주부터는 본격적인 촬영과 공군 훈련을 받을 예정이었고, 때문에 더욱 바빠질 거라는 말도 꺼냈다. 나는 그의 하루하루를 귀기울여 들으며, 그에게 음식을 덜어주었다. 속상하게 살이 왜 이렇게 빠졌어.
"왜 나만 줘. 너도 먹어야지."
"살 빠졌어. 오빠."
"...피곤해서 그래."
"치. 뭐 언제는 안 피곤했나."
"너 많이 먹어. 너 먹으라고 데리고 온 건데."
"...그래서 치료는 잘 받고 있어?"
"나 이거 솔직하게 말하고 위로 받을까 아니면 거짓말 하고 너 안심 시켜줄까."
"전자. 무조건 전자."
그는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젓가락을 내려두고는 내 손을 가져가 제 코언저리에 묻었다. 그리고는 오늘도 '충전' 하고 말을 건넨다. 나는 그에게 잡히지 않은 다른 손을 테이블 너머로 뻗어,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힘들었구나.
"나 진짜 처음에는 맨날 토하고, 잠도 못자고 그랬어."
"...왜 말 안 했어."
"걱정할까봐 그랬지."
"걱정하는 게 애인이 할 일이라며."
"..."
"나 애인 아니야?"
"아니긴. 맞지."
"그러니까, 꼭 말해. 앞으로는."
"알았어. 미안해요."
"그러면 밤마다 전화할 때, 가짜로 막 하루 짜서 말했어?"
"그건 아니고... 그냥 힘들었던 건 빼고."
그는 자신을 향해 표정을 굳히는 나를 바라보며, 애교 섞인 말투로 화도 내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번 일은 그냥 이렇게 넘어가야지. 뭐.
"그래서 아직도 많이 힘들어?"
"지금은 좀 괜찮아졌어. 나 지금 여기 십 층인데 아무렇지도 않잖아."
"...어. 진짜다."
"사실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닌데. 이미지 메이킹 그게 도움 진짜 많이 됐어."
"그게 뭔데?"
"높은 곳이 아니라고 상상하는 거야. 이렇게 발이 닿는 건물들에서는."
"그게 그렇게 쉬워?"
"안 쉽지. 그래서 그 VR기계로 막 연습하고 그랬어."
"대단한데?"
"그치. 그리고 선생님이 안전하다고 믿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좀 믿으라고 하시더라."
"건물을?"
"뭐든. 건물이든. 사람이든."
내 애인이기 전에 배우인 그였다. 그랬기에, 마지막 대답이 더욱 마음 쓰였고. 나는 더욱 힘주어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그는 내 행동에 느릿하게 눈을 감고는 말했다. '이제 좀 믿어지네.' 하고. 나는 그의 말에 뭐가? 라고 물으며, 다 식어버린 그의 밥을 국에 덜어 넣었다. 이렇게 먹으면 따뜻하니까. 밥을 국에 말고 나서 고개를 들었을 때는, 어느새 눈을 뜬 채로 나를 가만히 바라보는 그와 눈이 마주쳤다.
"왜 그렇게 봐?"
"믿어져서."
"그니까 뭐가요 - "
"높은 곳이랑 사람?"
"오. 좋은 자세야."
"또 사랑?"
"...그것도 좋은 자세야."
그는 내 말에 개구지게 웃으며, 말아둔 밥을 떠먹었다. 잘 토하고 그랬다면서, 억지로 안 먹어도 되는데.
"속 별로면 안 먹어도 괜찮아."
"누가 해준건데. 별로일 리가."
나는 그가 먹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나 역시 그를 따라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래도 잘 먹는 거 보니까, 나도 밥이 잘 넘어가네. 나는 밥을 먹으면서도, 내가 그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싶어 정신을 다른 곳에 두고 있었다. 그러자 내 앞에 앉아 있던 그가 큰 손으로 박수를 치고는, 내게 묻는다.
"무슨 생각해?"
"비밀."
내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건지, 제 손 위에 턱을 괴고는 나를 바라보는 그였다. 그의 눈은 언제 어디서 봐도 참 크고 예뻤다. 얼굴은 작은데, 눈은 또 되게 크고. 한 마디로 그냥 딱. 연예인 얼굴이었다. 그 연예인 얼굴을 괴고 있는 손은 또 어찌나 예쁜지. 나는 앞으로 손을 쭉 뻗어, 그와는 상극인 내 손을 살폈다. 짧고, 작다. 이게 전부였다. 내 손은. 그는 손을 살피는 내 모습이 웃긴지, 여전히 턱을 괴고 웃다가 갑자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내 볼로 큰 손을 조심스레 뻗어왔다. 나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눈을 감아버렸고. 한참이 지나도 내가 바라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이야. 나는 천천히 실눈을 뜨며, 어느새 내 앞에 앉아 있는 그를 바라봤다. 그는 휴대폰을 든 채로, 내 모습을 담고 있었다. 휴대폰 뒤로 나를 놀리고 싶어 죽겠는 표정을 가득 짓고서는.
"...뭐야?"
"아. 진짜. 눈은 왜 감아?"
"...뭐, 뭔데!"
"볼에 밥풀 묻어서. 우리 호빵 특기잖아. 볼에 뭐 묻히는 거."
"..."
"한 살 더 먹어서, 어른 된 줄 알았는데. 똑같네. 똑같아."
"...놀리지마."
"눈은 왜 감았는데. 응?"
"...하지마."
"한 살 더 먹었다는 거, 이런 식으로 알리는 건가?"
"...하지 말라고 했어."
"귀여워. 진짜."
*
"다음에는 내가 사는거야. 알겠지?"
"알았어. 알았어."
"그리고 이제 나한테 선물도 금지야."
"그건 왜?"
"자꾸 돈 쓰잖아. 그때 옷이랑 봐봐 지금도 나 손에 쇼핑백이 몇 개야."
계산대에서 계산을 마친 그에게 하는 소리였다. 그는 룸 안에서 계속해서 나를 놀리다가, 갑자기 의자 밑에서 쇼핑백을 하나씩 꺼냈다.
이건 너랑 잘 어울릴 것 같은 색깔이라서 스타일리스트 누나한테 하나 부탁했어. 이건 목도리인데, 너 핑크색이랑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아. 이거는 향수. 내가 좋아하는 향이야. 너랑 잘 어울릴 것 같더라고. 그리고 이거는 해외 나갔을 때, 생각나서. 인형인데 되게 귀엽지? 너랑 잘 어울려. 아. 이것도 있다. 이건 젤리인데. 엄청 맛있어서, 너 생각 나가지고. 아. 한 개 아니야. 한 박스. 이거. 무겁나? 들고 갈 수 있겠어?
숨만 쉬어도 내 생각이 나는 건지, 하다 못해 젤리까지 한 박스로 산 그였다. 선물이 반갑지 않은 건 아니지만, 계속 이런 식이면 안 될 것 같아서. 오늘까지만이라고 못 박아 두는 참이었다. 이번 기회에. 저번에도 카메라랑 같이 옷 사준 거 한 번 입고 회사에 갔다가 옷의 가격을 선배에게 듣고, 그에게 메세지를 한 가득 남겼지만 그는 해명 대신 제 셀카를 찍어 보내고는 끝이었다. 물론 금액의 사용이 나와는 다른 사람이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었다.
이번에도 그는 내 말을 제대로 듣지 않으며, 엘레베이터 버튼을 누르고는 조금 전 찍은 내 사진을 보며 웃고 있었다.
"자꾸 이러면 나 진짜 화낼거야."
"...선물인데?"
"비싸잖아."
"나는 괜찮ㅇ,"
"아. 진짜!"
"...알았어. 안 그럴게."
"그 말 꼭 지켜."
"...그럼 물어보고 너가 좋다고 하면 사줘도 돼?"
"..."
"그렇게 하게 해줘."
"알았어. 대신 꼭 물어 봐야 된다?"
"응. 엘레베이터 왔다."
그에게 약속을 받아내고서야, 엘레베이터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가만 보면 오빠도 고집 은근 엄청 쎄다니까. 그는 내 말에 기가 죽은 것인지, 애꿎은 엘레베이터 바닥만 발끝으로 툭툭치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또 이러면 내가 마음이 불편하지. 나는 그의 눈치를 살피며, 쇼핑백을 내려두고는 그의 앞에 섰다.
"화났어?"
"...아니."
"아닌 게 아닌데?"
"...안아줘."
안아달라며 팔을 뻗는 그였다. 안기는 건, 그가 아닌 나였지만. 나는 이번에도 모르는 척 하며, 그의 품에 안겼다. 오빠 냄새.
"오빠 냄새 좋다."
"충전 돼?"
"응."
"그럼 나도 충전해줘."
"손 줘?"
"아니. 다른 거."
"다른 거? 뭐?"
"여기 씨씨티비 없는데."
"..."
씨씨티비가 없다며, 어느새 나와 위치를 바꾸고는 나를 내려다보는 그였다. 그리고는 내가 무어라 채 입을 떼기도 전에, 고개를 숙여 빠르게 입을 맞춰왔다. 나는 동시에 손을 내려, 그의 손을 찾아 잡고 깍지를 꼈다. 이런 거 할 때는 깍지 끼라고 했으니까. 그와의 입맞춤에 숨이 가빠, 마주 잡은 손에 힘을 주자 그제서야 가쁘게 내게서 멀어지는 그였다. 때마침 엘레베이터가 보기 좋게 지하 주차장에 도착했다. 그는 내 쇼핑백을 한 손으로 들고는, 내게 손을 뻗었다. ...엘레비이터에서 이런 거 처음 해봐.
**
-
Q. 현재 핸드폰 배경화면은 뭔가요?
A. 비밀이요.
-
새로운 하늘, 새로운 우주. |
"기사 대체 언제 낼 거야. 더 못 미뤄." "...조금만. 딱 오늘까지만 기다려줘." "지금 확정기사 하나 안 나가서, 투자자들도 스폰 못 잡고 있다니까?" "...어. 떴다." "뭐가. 너 내 말 듣고 있어?" "응. 기사 떴어. 걱정하지마. 형." "기사 떴다고?" "응." "전화 끊지 말아봐. 확인하게." "알았어." "...진짜 떴네. 됐다. 이제. 푹 쉬어." "응."
하루종일 포털 사이트에 제 이름이 뜨기를 기다렸던 태형이다. 매니저와 통화를 하면서도, 계속해서 포털사이트를 새로고침 하던 그는 드디어 올라온 기사에 마음을 놓았다. 허락했다는 뜻으로 받아드려도 되겠지.
[열심히 할게. 내 하늘이 되어줘서 고마워. 호빵.]
태형은 제 하늘에게 메세지를 보내고는, 침대에 누워 제 위의 열기구를 바라봤다.
"나 이제 색깔 있는 하늘에서 살아도 괜찮지?" "더 단단한 우주 속에서 너를 기억해도, 그래도 되겠지?" "대답 좀 해봐. 우주야." "내가 지금까지 몇 천 번은 물었겠다." "왜 대답이 없어. 너는."
|
연애의 피해자 (feat. 스타일리스트 누나) |
"누나가 바른 입술 무슨 색이야?" "코랄. 왜. 너도 이거 바르게?" "나 그거 하나 주라. 살게." "왜?" "그냥 잘 어울릴 것 같아서." "너는 이 색보다 레드계열이 잘 받는ㄷ," "부탁 좀 할게."
-
"누나가 먹는 그 젤리 뭐야?" "하나 줘?" "응." "...맛있다." "너도 구해줄까?" "응. 한 박스." "...한 박스?" "응." "너 공군이라며. 역할. 체중관리 해야지." "내가 안 먹을거야." "그럼?" "좋아할 것 같아서."
-
"누나." "...왜." "그 오늘 방송국에서 만난 그 걸그룹 있잖아." "누ㄱ, 아. 걔네? 인사하러 온?" "응." "어. 왜?" "거기서 머리 노란 여자 분이 뿌린 향수 뭐야?" "머리 노란 분이 누구야..." "그 머리 노란 분." "다 노란 색이었는데?" "아니. 그 노란 분." "...그게 누구야." "몰라. 머리 노란색이었던 것만 기억나." "쨌든 왜. 뭐." "그 분이 뿌린 향수 좀 알아봐줘." "내가?" "응. 그쪽 코디랑 친구라며." "알았어. 근데 왜?" "잘 어울릴 것 같아서."
-
"누ㄴ," "이번에는 뭐가 잘 어울릴 것 같은데?" "나이스 눈치. 누나가 한 목도리 어디꺼야?" "사둘게." "땡큐." |
가능성의 또 다른 이름. |
"이 이미지는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이거죠? 지금?" "네. 지금 드린 사진들만." "그럼 이거대로 한 번, VR을 만들어 보죠." "네. 고맙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이 사진이죠?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좋아하는 사람이 찍은 사진이라 그런가 봐요." "큰 도움이 되겠네요." "그럴 것 같아요. 저한테." "이거 설정 좀 하는 동안, 그 분 이야기 좀 들을 수 있을까요?" "별 거 없어요. 그냥. 운명, 필연 뭐 그런 게 있다면, 그 사람이겠다. 싶어요." "보이지 않는 것도 믿게 해주는 그런 사람이네요. 대단해요." "그럼요. 많은 것에 가능성을 열어준 사람이니까요."
**
"오늘도 잘 하고 올게."
태형은 주차된 차 안에서 핸들에 기댄 채로, 제 휴대전화 배경화면에게 말을 걸었다. 터치 하지 않아 화면이 꺼질 때면, 배경 속 여자의 볼을 툭툭 터치하면서.
"예쁜거 봐."
태형은 제 말을 끝으로 휴대전화를 점퍼 속에 집어 넣고는, 검은 모자를 푹 눌러 썼다.
주치의 선생님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약한 자신을 만나러 가는 길이기도 했고.
|
옷의 비밀 |
"막내 옷 뭐야?" "네?" "...어디서 났어?" "아. 이거요? 선물 받았어요!" "...그걸?" "네! 왜요?" "그거 이번 시즌 상품이잖아." "오. 신상이구나." "...아직 한국에 안 들어온 건데?" "오. 한국에 없구ㄴ... 네?" "그거 너랑 나랑 월급 합쳐도, 백 만원 모자라서 못 사." "..." "...대체 누가 선물해줬어?" "..." "구찌의 뮤즈라도 돼?" |
깍지, 그 위험함. (괜한 약속) |
"집 조심히 들어가고." "그 얘기 지금 열 번째다!" "오늘도 못 바래다 줘서 미안해." "됐거든. 그런 걸로 미안해 하지마. 이 대답도 지금 열 번째" "..." "응?" "...어?"
태형은 그녀의 집 앞에 차를 세워두고, 같은 말을 반복했다. 아마도 자신은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엘레베이터에서 입을 맞춘 뒤로, 좀처럼 정신을 못 차리는 태형이었다. 키스를 처음 한 남자처럼. 자꾸만 그녀의 작은 입술이 달싹이는 게 신기하다가도, 그 입술과 제 입술이 닿았다는 생각에 머리가 핑 돌기도 했다. 이를 알 리 없는 탄소는 태형의 몸상태를 걱정했다. 치료가 많이 힘든가 싶어. 하지만 당장 태형에게 필요한 것은, 치료가 아닌 약속 깨기였다.
- 9화 중 -
그는 할 수 있다는 말을 끝으로 더욱 진득하게 입을 맞대왔다. 당황한 내가 순간 몸을 웅크리자, 맞대고 있던 그의 입술이 호선을 그리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웃지 말라는 표시로 그의 가슴팍을 주먹을 쥐어 내리쳤지만, 가볍게 내 손을 잡아찬 그가 손 사이로 하나씩 깍지를 껴오며 코 앞에서 속삭였다. "이거 풀면 야해지니까. 꼭 잡고 있어." "...뭐래." "나중에 이거 풀어 달라고 졸라도, 절대 풀어주면 안 된다." "이 말 후회하기 없기." "응." 그는 이제야착하다는듯, 제 엄지 손가락으로 내 손등을 쓸어주며 다시금 입을 맞춰왔다. 깍지 낀 손을 더욱 단단히 잡으며.
- 9화 중-
이제는 좀,
야해지고 싶은 태형이었다.
|
클럽 계산 주인공 |
[오빠] [응?] [나 클럽에서 놀았을 때, 계산한 거 오빠야?] [나 계산 안 했는데?] [그래? 아. 그럼 진짜 누구지?] [그냥 행운이었다고 생각해.] [아니 ㅜ_ㅜ 신경 쓰이잖아.] [뭐 어때.] [그날 양주도 먹어서, 돈 장난 아니었을텐데.] [아. 맞다. 바카디 151 이거 시켰더라?] [?] [그거 도수 70도도 넘어. 너 먹었어? 그거?] [아니. 난 안 먹었지. 그걸 어떻게 먹어. 내가.] [먹었으면 진짜 혼났어. 너.] [근데 어떻게 알았어?] [영수증!] [전화 받아] [...촬영중.] [전화 받으세요...!] [...촬영중.]
|
안녕하세요. 겨울소녀입니다!
빠르게 찾아온 11화네요 :) 조금 더 씩씩해지고, 사랑스러워진 아이들로 왔습니다.
제가 있는 곳은 오늘도 눈이 내리네요. 어떤 시에서 '눈이 오는 소리를 듣는다.'랑 비슷한 구절을 읽었던 적이 있어요.
그 후로는 눈이 오는 소리를 듣는다면, 얼마나 고요할까. 이런 생각이 들어라구요.
'고요함'을 소리로 표현하라고 하면, '눈이 오는 소리'가 아닐까 싶어요 ㅎㅎ
물론, 전 아직도 고요함을 듣지 못했습니다.
산만해가지구.
저는 오늘 음악 전시회를 보고, 듣고 왔어요.
그곳에서 좋은 아이템을 얻어서, 나중에 단편 혹은 차기작의 아이디어로 사용할 생각입니다.
아. 그리고 여러분 '너의 이름은' 영화 보셨나요?
저는 어제 그 영화를 봤는데, 진짜 뻥이 아니구. 제가 남준이 단편을 하나 쓰고 있었어요.
남준이 노래가 올라온 날. 그때부터 쓰던 건데. 내용이
'무언가에 끌리듯 타로집으로 향한 남준이가, 그 안에서 만난 타로집 여자에게 붉은 실을 받아요. 그리고는 자기가 계획했던 대로, 미국으로 여행을 떠나요. 그런데 그곳에서 워킹 홀리데이로 일하던 여자 주인공을 만납니다! 그런데 여자 주인공이 알바 중 머리끈이 끊긴 거예요. 그래서 일을 하면서도 계속 불편해 하는데, 남준이가 마침 타로집에 간 날이랑 같은 옷을 입고 있어서, 주머니에 있던 붉은 실을 여자 주인공에게 건네주며 시작되는 로맨스 단편'
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내용이 비슷하더라구요! (물론 제 글이 더더더더더더 부족하지만...ㅎㅎ) 그래서 접었습니다! 그 글! 그렇기 때문에 내용도 그냥 말했습니다. ...아쉬워서... ㅜ_ㅜ 저는 새로운 단편을 짜러 가야겠어요...
오늘도 제 이야기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그리고 암호닉 지금 정리하려고 하는데, 인티 아픈가요...? 왜 창이 두 개가 동시에 안 열리지? ㅜ_ㅜ 글 업데이트 하고, 바로 확인한 다음 추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