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lyLove
; 사랑에 빠진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
: 태형 번외.
술에 취한 태형이 전화를 걸었다. 태형은 술을 즐기지 않는 부류의 사람이었다. 작품 종방연에서 조차 분위기에 맞추는 정도에 그쳤으니, 술을 싫어한다고 봐도 무방했다. 태형이 술을 싫어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는 흐트러진 제 모습이 싫어서, 둘째는 혹여나 실수를 할까 두려워서. 두 가지 다 오랜 직업병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태형은 열여덟에 미니 드라마 남자 주인공의 아역으로 데뷔하며, 줄곧 큰 스캔들 하나 없이 작품에만 매진해오며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탄탄히 세워왔다. 그동안 갖은 루머와 손가락질이 태형을 푹푹 찔러왔지만, 그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만큼 단단한 사람이었고, 한편으로는 무딘 사람이었다.
사람을 좋아하지만 제 전부를 내어주는 법은 없었다. 모두에게 친절하지만 제 것을 빼앗기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런 태형에게 전부를 내어주고, 모든 것을 빼앗길 것 같은 사람이 나타나 버린 것이었다.
우연히 나타난 여자는 제 어린 동생의 죽음으로 악몽을 꾸는 태형을 안아주었다. 정확히는 태형이 안았다. 태형은 그날 밤 오랜만에, 아주 오랜만에 편히 잠들었다. 여자는 분명 이상했다. 작은 키에 작은 몸, 작은 머리통이 여간 간지러운 게 아니었다. 심지어 희고 말랑한 두 볼은 자꾸만 보고 싶었다. 여느 성인 남자처럼 태형도 나름의 사랑을 해봤다. 지나고 나니 그것들이 사랑이 맞나 싶었지만, 그래도 그 순간만큼은 사랑인 사랑들을 했다. 하지만 그 사랑들에 이렇게 무방비했던 적은 없었다. 이건 전부 그녀가 이상하리만큼 가까이 다가온 탓이었다.
자꾸만 눈을 마주치고 싶었다. 조금만 짓궂은 말을 건네도 화르륵 타오르는 두 뺨이 지나치게 사랑스러웠기에, 작은 손을 잔뜩 휘저으며 달싹이는 도톰한 입술이 제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에. 어쩌면 운명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했다. 태형은.
"여보세요?"
새벽에는 회의가 있다고 했는데. 용케 받았네. 태형은 수화기 너머의 다정한 목소리에 살풋 미소 지었다. 정신이나 차릴 겸해서 나온 바깥은 바람이 매서웠다. 화려한 네온사인 간판들이 눈을 따갑게 만들었다. 술집 뒷골목으로 느릿하게 걸음을 옮긴 태형이 그녀의 작은 숨소리라도 놓칠세라, 전화기를 귀에서 떼지 않았다. 고른 숨소리가 태형의 귓가에 흘러들어왔다. 도시의 소음 소리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왜 전화를 하구 말을 안 해?"
연예인 남자 친구를 둔 여자 친구들은 대게 참을성이 뛰어나다. 그녀도 마찬가지였고. 하지만 지금 만큼은 예외인 듯했다.
"보고 싶다."
"뭐야. 나도 보고 싶은데, 전화 안 하고 있었구만!"
"왜 안 했어."
"회식이라며. 그래서 방해될까 봐 안 했지."
"촬영 중에도 보고 싶으면, 그때그때 보고 싶다고 문자 남겨줘."
"그게 뭐야. 방해 되게!"
"... 방해 아니니까, 해줘. 좋아한다고."
"응?"
"보고 싶다고."
방해. 방해. 마음에 들지 않는 단어였다. 그녀와 우리에게 어울리지 않는 단어였고. 태형은 결국 장난스레 표현했지만 결코 장난인 적 없던 제 진심을 전했다. 꾹꾹 눌러 담아서, 한 글자 한 글자. 자신만 아는 대본으로,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대사로. 좋아한다고. 보고 싶다고. 해줘. 태형은 자신이 뱉은 말에 몇 번이고 코 끝이 시큰해져 왔다. 바람이 차서. 태형은 아마도 바람이 차가워서라고 생각했다. 겨울의 끝자락 속 바람은 언제나 차갑다. 겨울바람이 다 그렇다.
"무슨 일 있어?"
"일은 무슨."
그녀의 온도가 묻어나는 목소리였다. 따뜻한 사람이었다. 처음 만난 그날부터 지금까지 쭉. 태형은 애써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답했다. 일은 무슨. 사실 정말로 별다른 일이 없었다. 다만 술에 취했고, 겨울이 차고, 혼자서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다 보니.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을 뿐이다.
"에이. 무슨 일이 있다고 해야지. 이럴 때는."
"... 왜?"
"그래야 내가 아닌 척 애교도 부리고, 좋아한다고도 하고."
"..."
태형은 그녀가 답하는 순간, 문득 그녀가 전화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얼마나 사랑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을까. 궁금해졌기에. 태형은 그녀의 대답에 정적으로 답했다. 그러자 그녀가 금세 작은 입을 또 한 번 달싹였다.
"나도 정말 많이 사랑한다고. 하지."
태형은 두 번 다시 술에 취해, 그녀에게 전화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녀는 태형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람 같았다. 굳이 묻지 않아도 답 해주고, 굳이 울지 않아도 위로해 주었다. 이만큼이나 감정을 들켜도 되는 걸까. 걷잡을 수 없이 두려워진 태형이었다. 위험했다. 연기 이상으로 그녀가 자신을 쥐고 흔들지도 몰랐다. 정말 위험했다. 태형은 그녀의 말을 끝으로, 바람 빠진 웃음소리를 흘렸다. 그리고는 못 말린다는 듯 두 눈을 꾹 감았다. 동시에 볼 위로 무언가가 타고 흘러내렸다.
"우주가 널 위해 생겼다고 해도."
"..."
"나는 믿어."
태형은 작은 머리로 제 말을 해석하고 있을 그녀를 그려봤다. 여기서 우주는 그냥 우주인데. 그 넓고 넓은. 한참 동안 돌아오지 않는 대답에 태형은 작게 웃으며, 내일 다시 전화하겠다는 말을 끝으로 전화를 마쳤다.
어두운 밤이 태형을 감쌌다. 우주가 제법 다정했다. 태형은 실로 오랜만에 울었다. 바람이 차서 울었다고, 태형은 그렇게 생각했다. 눈이 시려서 울었다고.
**
안녕하세요. 겨울소녀입니다!
이번 화는 작품의 중반부 쯤에 꼭 넣고 싶었던, 태형이 이야기였어요.
연예인이라는 직업에 고민하는 태형이의 모습과 초반부터 장난스레 제 마음을 드러내던 태형이의 생각들? 에 대한 정리라고 보셔도 무방할 것 같아요. 마냥 가벼운 마음으로 여자 주인공에게 마음을 준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3인칭으로 쓰기는 또 오랜만이네요. ㅎㅎ 그럼 또 러블리한 13화로 우리는 만나요. 아. 혹시라도 이번 화를 한 번 더 읽으실 예정이라면, '그대의 우주' 라는 곡 추천할게요. (저도 들으면서 썼거든요...!) 아. 그리고 저 가운데 '우주가 널 위해서 - ' 이 대사는 곧 아시게 될 거예요. 히히. 혹시 러블리러브에서 더 보고 싶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이번 번외편에 남겨주세요! 참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전 여러분 덕분에 새해 복 많이 받았어요. 고마워요 :)
눈이 많이 오는데, 집으로 오시는 분들 조심히 오세요. 안전운전!
+
번외가 너무 길면, 본편에서 이야기 하기 힘들어질까봐...! 길이를 좀 줄였어요! 제가 댓글을 하나하나 다 읽는데, 고민의 순간들에 계신 독자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 뭔가 이야기 하고 싶었어요. 작품 속 마냥 밝은 태형이도 이렇다구. 괜찮다고! 부족하게나마 힘이 됐으면, 좋겠어요.
사랑스러운 사람들*
캔디 / 현이 / 베네딕션 / 빅닉태 / 빛날 빈 / 리여니 / 솔트말고슈가 / 뀨뀨 / 즌증구기 / 딸기바나나 / 호비 / 침치미 / 0894 / 신발박스 / 강여우 / 정꾹꾹이 / 쥰쥰 / 2월 / 정꾸기냥 / 뿡빵꾹 / 전정국세청압수수사 / 윤기윤기 / 화이트초코 / 피글 / 코예 / 또이 / 우유 / 븅딩 / 정연아 / 두둠칫 / 고구마 / 살사리 / ₩와우 / 호호할아버지 / 뾰로롱/ 뚜바뚜바 / 숩숩이 / 뀹쁍뀹쁍 / 슙기력 / 동상이몽 / 짐짐 / 인연 / 고짐 / 쮸쀼쮸쀼 / 진진/ 크림빵 / 참치미 / 요롱 코롱 / 꾸엥 / 춍춍 / 호비요정 / 썩은촉수 / 낮누 / 민트 / 샤샤샤 / 빠삐코 / 붕어 / 도리뚜 / 6번탄소 / 와조스키 / 밍기적 / 990419 / 감자감자펀치 / 0831 / 8월디디 / 김태형님 / 비데 / 바다코끼리 / 알빱 / 듀크 / 쿄이쿄이 / 밀키 / 하람 / 수수태태 / 꾸니 / 종구부인 / 10041230 / 뜌 / 미묘 / 됼됼 / 쿠우쿠우 / 태태치킨 / 태자저하 / 꾸기단 / 하늘 / 청보리청 / 워더 / 멜로나 / 전꾸꾸 / ♡자도♡ / 메롱시티 / 전정꾸기 / 0331 / 우주의먼지 / 처음 / 라일락 / 밍뿌 / 또또 / 전정국 / 토끼 / 정감 / 토끼정 / 윤기와 산체 / 초코찐빵 / 꾸꾹 / 헤융 / 저장소666 /진진쟈라 / 하트반지 / 가온 / 구가구가 / 정콩국 / 방소 / 슈가나라 / 침침럽 / 하늘보리 / 짝짝 / 다홍빛 / 유자청 / 자민 / 뷔티뷔티 / 991211 / 라임슈가 / 수능 / 초코나무숲 / 일일구1 / 몽마르뜨 / 구트 / 데이지 / 감자 / 얼그레이 / 뀨뀨 / 태태요정 / 호석아 / 나랑 / 커즈 / 망망 / 코코파미 / 세젤예세젤귀 / 에인젤 / 정국려 / 1102똑 / 박지민 / 옥동자 / 코코몽 / 1600 / 콧구멍 / 지민이배개 / 1240 / TonyMontana / 찌밍 / 순별 / 가오나시1호 / 밈니 / 젤라또 / 무네큥 / 찐빵 / 흥흥 / 자몽자몽 / 꽃소녀 / 태도야 / 러버덕 / 침구 / 광어회 / 해새 / 심슨/ 우꼬 / 여우별 / 안드로메다 / 미숮가루 / 이월십일일 / 안녕엔젤 / 민트향 / 보호 / 핑몬핑몬핑몬업 / 빛 / 늘봄 / 자라 / 온노잉 / 0126 / 입틀막 / 개빛살구 / 꾸꾸 / 616 / 보라도리 / 코튼캔디 / 브제 / 윈다 / 암소 / 가시고기야 / 올챙이 / 감자튀김 / 연꽃 / 꾸기야 / 초코아이스크림 / 이지지 / 방메리카노 / 도도도 / 쭈꾸미 / 삐리 / 고룡 / 기쁠희 / 우어아 / 경쨩 / 뿡뿡 / 채린 / 민그나 / 꺙 / 비싼논문 / 랑방루머2 / 보석 / 스프라잍 / 꿈틀 / 0228 / ㅈㅁ / 부니야 / 프리지아 / 호두마루 / 디즈니 / 벌스 / 쌈장 / 0613/ 슈퍼침침 / 붕붕이 / 홍홍 / 융기쁑 / 모찌 / 나의바다야 / 애정 / ~~~ / 항암제 / 윤기는슙슙 / 냐나낭 / 레인보우샤벳 / 극윤탱탱 / 똑띠 / 이히 / 에그타르트 / 신아 / 만두짱 / 설레임 / 복숭아꽃 / 쿠키앤크림/ 정꾸꾸 / 숭아복 / 핑크 두더지 / 둡둡둡 / 비요뜨 / 룰루랄리 / 초록비 / 젤리팁 / 미니꾸기 / 휘이니 / 계피 / 설탕 / 세젤예 / 2330 / 기지 / 도로시 / 쿠쿠 / 진리젤리 / 늦은봄 / 꾸기야/ 모모 / 어위에크마마 / 치키초코 / 별빛 / 하울 / 어깨 / 지안 / 덩율곰 / 지구봉 / 눈 / 추억 / 스트로베리베리 / 낭랑 / 뿌까/ 자몽꾸꾸 / 간장밥 / 엘런 / 빠밤 / 링링뿌 / 올옵 / 체셔리어 / 정꾸야 / 아델라 / 마느리 / 바세링 / 오나 / 낑깡 / 룬 / 호비호비 / 요를레히 / 방칠이방방 / 그레 / 브이쮸 / 침블리 / 닝냥뿡 / 달빛 / 부랑이 / 달다리 / 딘시 / 슈멬이 / 두유망개 / 라슈라네 / 0006125 / 푸른날/ 망개떡짐니 / 똑띠 / 모찌섹시 / 666666 / 쪼꼬 / 정전국 / 리자몽 / 0714 / 불타는고구마 / 은노잉 / 뀨기 / 코예 /마새 / 초딩입맛 / 이즈먼 / 민윤기최고존엄 / ~@계란말이~@ / 녹차맛콜라 / ㅇㅇㅈ / 망개떠억 / 연찌 / 청록 / 흰색 / 회색이 / 감귤탱탱 / 하핳 / 오늘로 / 달고나 / 지민윤기 / 물결잉 / 빛 / 몰래 / 또기빵 / 꾹이애기 / 디지몬정국 / 쿠키앤크림 / 새벽별 / 루이비 / 마이쮸포도맛 / 두유망개 / 윤기쟁이 / 도손 / 양념치킨먹닭 / 0000 / 짱좋음 / 꾸꾸낸내 / 현 / 환타 / 김다정오빠 / 근육탱탱 / 마왕 개 / 정끅꾹 / 키친타올 / 코코몽 / 동백 / 유자몽 / &전정국& / 겨울 / 공배기 / 망개꽃 / 꽁뇽 / 아망떼 / 뀰 / 오늘부터 윤기는 / 여누 / 코예 / 꾸깆꾸기 / 섬혜 / 요2 / 0807 / 코코몽 / 라임슈가 / 태태야 / 휴지 / 초코41 / 둥둥 / 0721 / 딸랑 / 태태 / 홍시 / 토마토 / 뿡빵이 / 130613 / 델리만쥬 / 규루룩 / 찌밍지민 / 0309 / 마앙개 / 테형이 / 윤기쟁이 /쮸뀨 / 피짜 / 감귤 / 소솜 / 얄루얄루 / 너라는별 / 꿀냄새설탕냄새 / 62951 / 원터 / 말랑 / 뿌이쁘이쁴 / 국산비누 / 핫초코 / 0806 / 미니 / 빵빵맨 / 일반여자 / 감나무밑입쩍상 / #LL / 석진이시네 / 좋아요 / 보노보노 / 0807 / 황망꾹 / 굥기 / 삐요 / 달봉이 / 네이버 / 초코퍼지 / 마리몬드 / 오십꾹/ 깨방정 / 윈다 / 라즈베리케이크 / 자몽망고 / 집요정 / 오리 / 1230 / 777 / 초록이 / 충전기 / 슈멬이 / 큄 / 3001 / 미인윤기왕님 / 애정 / 베게 / 0623 / 깨방정 / ihm / 요정 / 스치면인연 / 0997 / 04230613 / 꿀떡맛탕 / 윤꾸 / 삥삥삥 / 호호삼촌 / 빙메리카노 / 정꾹꾹 / 명탐정코코 / 도리도리 / 단호박쥭 / 부용 / 공유사랑해여 / 김짱구 / 뷔블리 / 리본 / 까꾹 / 1006509 / 푸른하늘 / 메론 / 예솜 / Lux / 혜짱 / 호어니 / 뷩귤 / 올라프 / 구르밍 / 융봄 / 스윗비 / 위티 / 다다눌 / 나의바다야 / 배운꾸꾸 / 데이지 / 공부해야지 / 달려라망개떡 / 진이진 / 정구르르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