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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성] Amnesia #4
w. ham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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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문이 닫기기가 무섭게 거실에 빙 둘러앉은 아이들을 보며 동우와 우현의 눈빛이 얽혔다. 어떻게,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까 고민하는 것인지, 동우가 자리에 털썩 주저앉더니 숨을 길게 내쉬고 눈을 감았다. 손장난도 한참을 하다가, 우현과 몇번을 더 눈이 마주치고 나서야 동우가 어, 하며 말을 텄다. 그때까지 누군가 먼저 소리를 내는 것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명수가 대뜸 물었다. 우현이 형이랑 성규 형이 싸웠어? 명수가 놀랐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이미 말했다시피, 두 명은 방송에서 뿐만이 아니라 평소에도 친하고 사이가 좋기로 유명했던 데다가, 숙소에 언제나 상주하는 다섯명의 눈을 피해 몰래 싸운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동우가 한참 명수의 얼굴을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응, 싸웠어. 모두가 동시에 우현을 돌아보자, 우현 역시 싸운 것이 맞다며 인정을 했다. 다시 조용해진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비밀을 만들어서는 안 되었고, 분명히 언젠가 밝혀야 할 이야기이기는 했다 - 그 '언젠가' 가 지금일 뿐이었다. 동우가 생각을 정리하고, 확실하지 않은 것은 보충해 설명을 하라며 우현에게 말을 해 두고 옛날 이야기를 시작했다. 2009년 말, 그때도 지금과 꼭 같은 겨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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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19일, 장동우, 남우현 :: 옛날 이야기



김성규와 남우현, 하고 말하면 지금은 둘도 없는 형 동생 사이지만, 그 옛날 연습생 시절, 처음 우현이 스카웃되어 들어왔을 때에는 성규는 우현을 끔찍하게도 싫어했었다. 이유는 충분히 짐작이 가는 것이, 누구는 전주에서부터 알바부터 시작해 온갖 고생을 다 하며 상경해 인생을 걸고 했던 오디션에 간신히 붙어 들어왔는데 누구는 팔자좋게 학원에서 직행으로 회사에 꽂히고, 어떻게 생각해도 억울할 상황이기는 했다. 물론 우현의 사정이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성규는 그렇게 생각했다. 저를 싫어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리 없고, 그래서 우현도 성규를 아니꼽게 본 것이 사실이었다. 크지도 않은 회사 연습생끼리 무슨 짓거리냐, 이제 생각하면 유치하지만 그 당시 둘 사이는 꽤나 진지했다. 정말 전쟁이라도 날 듯 냉기가 흐르는데, 오죽했으면 온 회사를 통틀어 분위기메이커 역이던 동우도 그 둘 사이에 끼는 것은 꺼렸더랬다. 그러다가 찾아온 2009년 말이었다. 그때는 성열과 성종까지 전부 연습생으로 들어와 있던 상황이었고 인피니트라는 팀의 윤곽이 완전히 잡혀있었던 때이기도 했다. 호원이 그때 한 말로는 성규가 같은 팀이 안 된다면 우현과 얼굴도 안 보고 살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했는데, 동우는 그래서 걱정이 많았다. 이제 같은 팀이 되는데도 그런 사이라면 곤란했다. 크리스마스라는 명목으로, 그날도 성열의 주도 하에 연습을 땡땡이 쳤었다. 당시 미성년자 딱지를 떼지 못한 명수와 성종을 제외하고 - 물론 91년생 3총사 역시 성인은 아니었지만 - 다들 동네 포장마차에 모여서 한잔씩 걸치던 도중이었다. 



장동우의 이야기



시간이 조금 지나고 술병이 하나씩 비워지자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않으며 성열이 태생적으로 술이 약한 호원을 데리고 들어갔다. 그때부터는 조금 더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오갔다. 그러다 내가 걸려온 전화를 받으러 잠시 밖으로 나갔다 온 사이 조금 화기애애하다 싶었던 분위기는 다시 싸늘하게 바뀌어 있었다. 도대체 자신이 없어진 5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며 장난스럽게 물어도 둘은 아무 대답도 없이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잠시 후 숙소로 돌아갔고, 우현은 그때 무언가 살 것이 있다며 옆길로 새었다. 집 앞 골목으로 접어들때까지 어색하게 헛기침만 연달아 해대자 형이, 처음으로 말을 했다. 나중에 들은 것이지만, 내가 형이 처음으로 고백으로써가 아닌 커밍아웃을 한 대상이었다고 했었다. 나, 남자 좋아한다. 말을 잘못 들었나 싶어 걸어가다 그대로 멈추어 서서 홱 고개를 돌려 형을 바라봤다. 그 얼굴에는 아무 표정도 없었다, 아니, 조금 홀가분해 보이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예상을 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다. 학교도 남녀공학을 나왔으면서 왜 그 흔한 여자친구 한 번 안 사귀었는지 물으려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그만두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알고 있었어요. 망설이다 결국 한 대답에, 내가 본 것 중에는 처음으로 성규는 무너져내렸다. 미안해, 끝없이 의미모를 사과를 하며 담벼락에 기대어 울음을 터뜨리는 성규는 그 때가 마지막이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새해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12월 27일, 그만 일어나라는 우현의 끝날 줄 모르는 잔소리에 비몽사몽간에도 간신히 눈을 비비며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휴대폰에 나타나는 시간은 7시 1분, 이른 아침부터 깨우는 이유가 무어냐고 짜증을 한껏 부리는데도 우현은 살살 웃어가며 저와 방을 바꾸자 말을 했다. 내가 그 말뜻을 이해하기까지는 한참이 걸렸다. 그때 우현은 명수와 한 방을 썼고 나는 성규와 같은 방에서 지냈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사람끼리 짝을 지어 쓰기로 해서 앞으로 절대 바뀔 일이 없겠다 생각을 했는데, 꼭두새벽부터 우현은 저를 깨워 잘 쓰던 방을 바꾸자고 보채고 있었다. 왜? 내 물음에 우현은 간단명료하게 대답했다. 성규 형이랑 방 쓰고 싶어. 의아함은 가시지 않았다만 어디선가 성규가 다가와 바꾸어 주라는 은근한 압력을 넣었기 때문에 동우는 더 이상 묻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주었다. 그때부터 2년간 성규와 우현은 계속해서 방을 함께 썼다. 아침에 일어나 제 옆에 내가 누워있는 것을 알아챈 명수가 내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남우현이, 진짜? 믿기지 않는다며 고개를 양 옆으로 젓자 나도 따라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정확히 그 날부터 남우현과 김성규, 장동우까지 셋만 아는 2년간의 '비밀연애'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걱정도 함께 시작되었다 - 저 둘이 이제 헤어지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 진짜 사귀어요? ]
[ 응. 진짜. ]
[ 아니, 근데 - 남우현 싫다면서요! ]
[ 그런게 있어, 인마. ]



걱정이 현실이 된 것은, 무사히 데뷔하고 1년 조금 넘게 지났을 때였다. 10월이었는지 11월인지 기억이 잘 나지는 않았지만 숙소에 성규와 둘만 남았던 날인 것은 확실했다. 얼마 전부터 부쩍 말이 없던 성규가 살짝 걱정이 되었던 것이 맞다. 아침을 먹고 뿔뿔이 흩어진 멤버들 뒤에 남겨진 설거지를 오롯이 우리가 도맡아 하던 중, 컵을 물에 헹궈내며 성규가 말을 했다. 헤어졌어. 무덤덤한 목소리는 마치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말하고 있어서 나도 아무렇지 않은 체 컵을 건네받아 마른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내었다. 싸웠어요? 또 한참이나 있다가 혹시나 싶어 질문을 했다. 이번에는 그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성규를 보고 나는 더 이상 그 주제를 들추어내지 않았다 - 까지가, 지난 이야기였다.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듣는 것은 동우 역시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하며, 우현에게 바통을 넘겼다. 



남우현의 이야기



무슨 일이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크게 싸웠다는 것은 확실했다. 기억도 나지 않는 이유 때문에 나도 형도 민감해진 상황에서 틱틱대는 내 태도는 도움이 되지 않았고, 결국 모두 떠나고 남은 연습실에서 빽빽 소리를 질러가며 대판 싸워버렸다. 2년간 눌러담았던 짜증과 서운함이 한번에 튀어나가는데 말이 곱게 될 리가 없었는데, 형도 마찬가지인 듯 보였다. 서로 기분만 상해서 멀찌감치 떨어져 걸으며 숙소에 도착했고, 그 이후의 일도 기억이 나지를 않았다. 데뷔 이래 처음으로 형과 말을 단 한 마디도 섞지 않았고, 방을 바꾸어 썼다. 더 이상 견디지 못하겠다 싶은 생각이 들고, 내가 잘못했구나 하는 후회도 들어 사과를 해 볼까 고민하던 와중에 보컬 연습이 잡힌 것이 기회였다. 연습이 끝나고 또 나보다 먼저 출발하려는 형을 붙잡아 말을 했다. 잘못했다고, 미안하다고, 그래도 그 점은 우리는 정말 안 맞는 것 같다고 - 형은 생각보다 쉽게 헤어지자 말했다. 오해는 풀렸고 화도 풀렸으니 헤어지고 나서도 서먹하지 않게 지낼 수 있겠다 웃으며 말하는 모습을 보는데 어딘지 모르게 위화감이 들었다. 방은, 계속 같이 쓸거지? 떨떠름한 기분으로 알았다 대답했다, 방을 같이 쓰자는 말에도, 헤어지자는 말에도. 10월의 어느날 밤 형은 나에게, 영화처럼 웃으며 이별을 고했다. 



-



" 좋게 헤어졌다는 거지? "



우현의 마지막 마디가 허공으로 흩어지자 약속이라도 한 듯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성규와 우현이 아무리 가까워도 친하구나 생각을 했지, 사귄다고는 절대 상상조차 하지 못한 것이 맞았다. 명수가 입을 여는데 성열이 말을 가로채며 우현에게 물었다. 명수는 자연스럽게 입을 꾹 닫았고 우현이 성열을 가만히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난 됐어. 성열이 팔을 뒤로 쭉 뻗으며 자세를 편하게 풀었다. 시선이 저에게 모이자 성열이 명수와 눈을 맞추었다가 호원에게로 눈을 돌리고, 마지막으로 성종까지 시선을 마주하다 아, 왜. 하며 다시 일어나 앉았다. 성열이 설명한 바로는 그랬다 - 나는 팀 안에서 누구던 서로 싸우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한 명 기분이 나쁘면 맞추어 주면 된다지만, 둘이 싸우면 서로 상반된 상황에서 어느 하나의 말만 들어줄 수가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평생을 함께 갈 일곱명끼리 싸우면 어떻게 되겠냐 - 어디 하나 틀린 것 없는 말이었다. 그때 호원이 물었다. 형은 그럼, 뭘 기억을 못 하는 거에요? 동우가 아직은 모르겠다며, 하지만 기억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며 대답을 했다. 그래도 일상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회복이 된 것 같으니 성규가 퇴원을 해도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데에는 여섯 명 모두 동의를 했다. 그리고 다들 한번에 일어나 성규를 맞을 준비를 바삐 시작했다. 이렇다 저렇다 해도, 결국에는 이겨내고 지나가야 할 엣날 이야기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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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014년이 코앞에 다가왔네요
다음편 올라올때에는 이미 지나있을테니까
미리메리크리스마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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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성규랑 우현이랑 저런일들이있었군요!!!! 도대체 왜싸운거죠..., ? ㅜㅜㅜㅜ 화해했으면서 왜 헤어진거지ㅜㅠ? 담편이ㅇ더욱 기다려지네요 잘봤습니다ㅜ!!
10년 전
hamish
싸운 이유는 곧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 오늘도 댓글 감사합니다ㅠㅠ 곧 다음편 들고 찾아올게요ㅎㅎ
10년 전
독자3
아ㅠㅠㅠㅠㅠ그런일이 있었군요 싸운 이유가 뭐져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ㄹ엉엉엉엉ㅇ엉엉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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