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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이번에 위에서 내려온거 봤어 다들? "
" 왜요? "
" 해외지사파견 공지 나왔더라고. "
탕비실에서 타온 커피를 저으면서 나오다가 '해외지사' 얘기에 먼저 네 눈치를 살폈다.
역시나, 나 관심있어요ㅡ, 하는 표정으로 윤팀장님의 말을 듣고있었지.
" 몇개월짜리에요? "
" 에이, 몇개월이 아니던데?
4년이었나, 아예 거기서 장기프로젝트 하나 맡는 것 같더라. "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 앉았다.
4개월도 아니고 4년이 뭐야, 하면서 네 눈치를 보는데 너도 그 말에 멈칫한채로 내 눈치를 보고있었는지 나와 눈이 정면으로 마주쳐버렸다.
둘다 헛기침을 하면서 다시 고개를 돌렸지만.
▼
너는 하루종일 생각이 많았다.
분명 해외지사를 갈까말까 그 생각이었겠지,
한 팀에서 2명이가는건 당연히 안될테니 나랑 같이 가는 것도 안되는거고.
" 점심 먹으러 안가요? "
" 아, 네. 가요! "
석민씨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 급히 겉옷을 챙겨 일어나는데 잠깐만, 하며 네가 나를 불러세웠다.
" 왜? "
" 점심 둘이 먹자고. "
너는 안경을 벗어 제 자리에 내려놓고서는 내 쪽으로 와 내 손에 들린 코트를 손수 입혀주고서는 가볍게 손을 잡았다.
손을,
손을?
" 야, 왜이래. "
" 너 겨울되면 손 차가워지니까. "
하더니 너는 내 다른 쪽 손도 끌어당겨 제 손 안에 담았다.
그덕에 나는 수갑을 찬 사람마냥 네가 가는대로 끌려가야했고.
너와 나는 그 상태로 말 없이 회사 앞 횡단보도까지 나왔다.
" 뭐 먹을래. "
" 따뜻한거. "
" 따뜻한거? "
" 응. "
그래.
너는 초록불이 켜지자 붙잡고있던 양쪽 손을 놓고서는 한쪽 손을 잡아 제 주머니에 넣고 걸었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그 짧은 시간에 너는 이미 내 손에 깍지를 끼고있었고,
그 손가락이 자꾸만 내 손등을 간질이기에 깍지를 풀려고 손을 꿈틀거리자 너는 손을 더 세게잡으며 나한테만 들리게 작은 목소리로 왜ㅡ, 란다.
그것도 말꼬리 늘려서.
눈물줄줄.
▼
불금을 지나 오지않을 것 같던 휴일이 찾아왔다.
출근 걱정 없는 아침은 늘 새로워, 짜릿해.
기분좋게 기지개를 펴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어기적어기적 쇼파로 나와 다시 누웠다.
나른하게 창문 새로 들어오는 햇살이 거실 전체를 감싸고, 그 따스함에 취해있을 때 핸드폰이 한 번 짧게 울렸다.
[ 오늘 계획있어? ] 오전 11:43
백수한테 계획은 무슨, 그런거 없습니다요.
반가운 마음에 너에게 바로 전화를 걸려고 네 번호까지 눌렀다가 그러면 내가 더 좋아하는 것 같아서 메세지로 그냥 없지. 라고 보냈다.
어차피 그래봤자 칼답이었지만.
보내고서는 채팅방을 나가지도 않은 채 쇼파에서 기립한 상태로 네 답을 기다리며 오! 사! 삼! 이! 일! 만 다섯번 외쳤나,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3을 외치자 둥실 네 문자가 떠올랐다.
[ 1시에 집 앞에 나와있어 ] ㅓㅓㅓ ㄹ ㅓㅓ
[ 너 좋아하는거 먹으러 가자 ] 오전 11 : 45
나도 모르게 허헝, 웃으며 너에게 알겠다는 답을 보내고 천천히 방으로 들어가 옷장의 문을 열었다.
아니 매일 제사 지냈냐, 옷들이 뭐가 이렇게 다 까매.
저승사자야?
무채색의 향연에 이마를 짚으며 그 중에서라도 가장 예쁜 옷을 찾으려 한참을 뒤적거리는데 왜 다 디자인도 똑같냐고.
아무 바지나 찾아서 침대위에 던져놓고서는 침대에 주저앉았다.
진짜 뭐입냐고.
▼
종종걸음으로 집 밖까지 나와 네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
날이 지날수록 차가워지는 바람이 옷깃 사이를 지나고 춥다고 소리를 지르려다가 말았다.
그 순간에 클락센 소리가 들리고 네 차가 내 앞에 멈춰섰다.
네가 켜놓은 라디오에서는 이름모를 팝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가사도 모르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바깥을 보고있는데 생각해보니 워크샵 다녀온지도 거의 1달이지.
너와 이런저런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다가 어느새 도착한 곳에 내렸다.
" 뭔데? "
" 디저트,
너 저번에 치즈케이크 먹고싶다고 그랬었잖아. "
" 뭐야, 내가 기억 못하는걸 니가 기억해?
감동. "
" 니가 계속 말했잖아. "
너는 손가락으로 내 볼을 톡, 치고서는 먼저 카페로 들어갔다.
쇼케이스에 진열된 수많은 종류에 케이크들, 초콜릿들이 서로 먼저 먹어달라며 아우성쳤다.
기다려,
언니가 차례로 다 먹어줄게.
마음만 같아서는 여기부터 저기까지 다 주세요! 하고싶었지만,
사람이 최소한의 내숭이라는게 있지.
" 별로 배 안고프네, 세개만 먹어야겠다. "
" 진짜야?
너 그러면 추가로 먹고싶다고 할 때 안시켜준다. "
" 아니요.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다 주세요. "
케이크를 받아들고 자리에 앉아 포크를 든 채로 뭐부터 먹을지 고민했다.
미리 순서를 정해놓고 먹어야지 먹는 도중에 순서 고르면 그거 흐름 끊겨서 안된다구.
한참을 고민하다가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면서 먹기로 결심했다.
시작은 당연히 초콜릿 아닙니까?
" 잘 먹겠습니다ㅡ. "
하면서 포크질을 하는데 나는 별로 먹지도 않은 것 같은데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거 팩트냐. 양이 개미 간만큼도 안되네. (남탓)
하면서 이번에는 티라미수에 손을 뻗는데 네가 갑자기 앞으로 천천히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이거 뭐야, 공개적인 장소에서의 뽀뽀야? 이거 뭐야.
그 짧은 순간 동안 뭘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도 안 들고 정말 진짜 당황해서 가만히 있다가 결국 눈을 꾹 감아버렸는데,
너는 내 표정을 보고서 한 번 웃고서는 손을 뻗어 입가에 묻은 흔적을 지워냈다.
" 됐다. "
진짜 그 순간 내가 한마리의 짐승이 된 것 같고 그래서 계속 내 얼굴을 들여다보는 너를 무시하고 고개만 박고 케이크를 입 안에 밀어넣었다.
숨막히는 정적 속에서 저 좀 구해주세요.
▼
카페에서 나와 허허, 웃기만 하면서 네 차문에 머리를 박고 빨리 열어달라는 무언의 시위를 하다가 삑, 하며 열리는 소리에 빛의 속도로 들어가서 자리에 앉았다.
쟤가 아무렇지도 않은데 나만 왜이러냐고?
나는 솔직히 해줬으면, 하고 있었는데 실패해서 그런거임^^
어쨌든 자리에 앉아 라디오나 틀려고 버튼들을 요리조리 살펴보는데 네가 뻗은 내 손가락을 붙잡더니 슬쩍 웃었다.
왜, 하고 묻기도 전에, 그러니까 그 말이 목구멍에 걸려있는데 너는 시트에 한 쪽 손을 지탱하고서는 쪽, 하는 민망한 소리가 나게 내게 입을 맞췄다.
" ..야. 너는 이렇게 갑자기. "
" 갑자기는 아니지,
너 아까 눈 감았을 때부터 할까말까 생각했거든.
귀여워. "
네, 급전개에 급 마무리 파티네요. 희희. 이런데도 여러분들이 늘 보러와주시니 미천한 저는 정말 감사드릴 뿐입니다. 오늘도 보러와주신 분들 감사드리고 사랑해요♥ 하투사담
ㄱ [[ 곰세마리 ]] [[[ 권쑤녕 ]]] [[ 규글 ]] [ 김민규 여자친구 ] [[ 김후군 ]] [[[[[[ 급식체 ]]]]]] ㄴ [[ 남양주 ]] [[[ 내일 ]]] [ 냐냥 ] [[[ 느림의 미학 ]]] [[[ 늘보워누 ]]] [[[ 늘부 ]]] ㄷ [[[[ 다라미 ]]]] [ 당이 ] [[ 대깨홍 ]] [ 더쿠 ] [[ 도리 ]] [[[[ 도리도리 ]]]] [[[[[ 독짜 ]]]]] ㄹ [[ 라온 ]] [[[ 라온하제 ]]] ㅁ [[ 마그마 ]] [[[[ 맴매때찌 ]]]] [ 멜팅 ] [[ 모라고 ]] [[[[[ 몬 ]]]]] [[[ 몽마르뜨 ]]] [ 밀테는비냉 ] ㅂ [[ 방울방울해 ]] [ 벌렝 ] [[[[[ 벌스 ]]]]] [ 벚꽃 ] [[[[[[[[ 보나 ]]]]]]]] [[ 보름 ]] [[ 봄꽃 ]] [[ 부니야 ]] [[[ 빙구밍구 ]]] [ 빵싯 ] [ 뿌 ] ㅅ [ 사랑둥이 ] [ 사이다 ] [[ 세븐틴틴틴 ]] [ 순영사랑해 ] [[ 스타터스 ]] [[ 신아 ]] [[[[[ 쑤하진 ]]]]] [[ 쒜이더 ]] ㅇ [[ 아날로그 ]] [ 아니아니 ] [[ 아몬드 ]] << NEW ! [[[[ 양융 ]]]] [ 연전복 ] [[ 에디 ]] [[ 우리토토야 ]] << NEW ! [ 우아나다 ] [[ 우지소리 ]] [[ 원우야나랑살자 ]] [[ 원우의겨울 ]] [[ 유우놓차나대 ]] [[ 유자청 ]] [[ 윤기의융털 ]] [[[ 윤전사 ]]] [[[[[[[ 은블리 ]]]]]]] [[[[[[[ 이지훈오빠 ]]]]]]] ㅈ [[ 자몽몽몽 ]] [ 자몽쨈 ] [[ 젤리망고 ]] ㅊ [[ 찬둥이 ]] << NEW ! [[ 찬아찬거먹지마 ]] [ 찬이엄마 ] [[ 참깨 ]] [ 찹쌀떡 ] [[[ 천사영 ]]] ㅋ [[[[[[[[[ 쿠조 ]]]]]]]]] [ 쿱스팝 ] [[[[ 크롱크앙 ]]]] [[ 킨다 ]] ㅍ [[[ 파스텔블루 ]]] ㅎ [ 하금 ] [[ 핫초코 ]] [[ 햄찌 ]] [ 햄찌수녕 ] [[[[[ 햄찌의시선 ]]]]] [ 허니하니 ] [[[[ 호루 ]]]] [ 호시기두마리치느님 ] [ 호시탐탐 ] [ 호지 ] [[[[[[[[ 호찡 ]]]]]]]] Y [Yib] 숫자 [[[[[[ 8월의겨울 ]]]]]] [ 9575 ] [ 96 ]암호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