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권순영! 이젠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게 만드는 이름에 핸드폰에 두던 시선을 돌려 가게 입구를 바라보았다.
이윽고 마주친 두 시선속에서 너는 온 세상을 멈춘체 나를 보며 미소 지었다.
세상이 멈췄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
- 영화 '건축 학개론' 中
'양
아
치
의
순
정'
20宗
100%
"많이 마시지 마."
속삭여오는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 냅두고 왜 여기 앉냐며 옆구리를 사정없이 찔렀지만 입술을 삐죽 내밀어 오길래 그냥 포기해버렸다.
"묻었어."
살짝 고개를 돌리는 손길에 그저 얼굴을 맡기고 있었을까 자연스럽게 자신의 손가락에 묻은 소스를 핥아먹는 행동을 바라보던 김민규가 못 볼 걸 봤다는듯 휴지 뭉텅이를 던졌다.
"너네 드디어 만나는거야?"
"응."
"근데 김여주가 권순영 인생 말아먹을 뻔 하지 않았었냐?"
지나간 일인데, 이젠 웃음으로 남겨두어도 될 일인데. 이상하게 따라 웃을 수가 없었다. 어색하게 웃어오는 내 얼굴을 말 없이 바라보던 김민규가 눈을 돌려 권순영을 바라보았다. 표정 풀어, 임마. 작게 속삭인 김민규의 말에도 권순영은 얘기를 꺼낸 친구의 얼굴을 아무 말 없이 바라보았다.
"누가 그래."
"어?"
"여주 안만났으면."
"......"
"내가 고딩때 공부에 손이라도 대봤겠냐."
"......"
"내가 정신 못 차렸을때, 옆에서 한 마디 안해줬던 너보단 여주가 훨씬 낫지."
"......"
"여주 안만났으면."
"......"
"내가 지금 이러고 살았겠냐."
고개를 돌려 해맑게 웃어오는 얼굴이 듬직했다. 세상이 등져도 지켜주겠다는, 사랑하겠다는 말이 무섭지 않게 너는 나와 했던 약속을 평생의 약속으로 지켜나가고 있었다. 너는 여전히 내게 꿈이였다. 웃음 섞인 녀석의 마지막 말에 그제서야 풀어진 분위기에 불안함을 한시름 놓았다.
"내가 너 있는데 싸우겠냐."
속삭여오는 말을 끝으로 칭찬해 달라는듯 내민 얼굴에 손을 들어 볼을 작게 쓰다듬었다.
11시가 되러면 조금 모자란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권순영은 늦었다며 나의 손을 잡은체 2차를 가자는 친구들 사이에서 빠져나왔다. 투덜거리는 친구들을 달래느냐 오히려 내가 진땀을 뺐지만 정작 당사자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안돼, 늦었어.
"속은 괜찮아?"
"응? 나 별로 안마셨어."
"그랬어?"
턱을 간질거려오는 손길에 미간을 찌푸렸지만, 그도 좋다는듯 이젠 손을 옮겨 머리를 쓰다듬어온다.
"......"
"......"
"...있잖아."
응. 찬바람이 조금 불어오기 무섭게 깍지 낀 손을 주머니에 넣는 행동을 바라보다가 작게 입을 열었다. 조금은 어두워진 목소리를 눈치 챈 건지 너는 느리게 발걸음을 옮기는 도중에도 내 눈을 바라봐왔다.
한 발짝, 한 발짝. 쉽사리 입을 열지 못하는 나를 재촉하지 않는 너에게 용기내어 입을 열었다.
"...너가 나한테 울면서 고백했을때."
"응."
"부러웠어."
"......"
"눈물까지 흘릴 만큼 솔직한게 부러웠어."
"......"
"나는 내 마음을 아는데도, 시선이 두려워서."
"......"
"지금 생각해보면 뭐가 그리 두려웠나 싶었는데."
"......"
"근데 아까 그 말을 들으니까 왜 두려웠는지 알 것 같아."
"......"
"나는 내가 니 인생에서 폐가 되는게 두려웠던 것 같아."
멈춰진 발걸음에 따라 걸음을 멈췄다. 나를 뚫어버릴듯 바라봐오는 눈빛을 마주했다. ##김여주. 단조롭게 깔리는 음성에 짧게 대답했다. 응.
"세상이 100이라면, 나는 세상의 1도 모르는 사람이야."
"......"
"남을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미성년자나 되가지고 술이나 먹고 다니고, 담배나 피고 다니고. 쌈박질이나 하고 다니는 나였는데."
"......"
"고작 사람 한명 때문에."
"......"
"세상의 1이라도 알게 됐다면."
"......"
"그 사람."
"......"
"진짜 대단한 사람 아니냐."
피식 웃음이 터졌다. 생각을 해봐, 와. 진짜 대단하지 않아?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는 행동에 소리내어 웃었다. 실실, 따라 웃어오던 그 얼굴이 바짝 다가왔다.
"그게 너야."
짧게 떨어지는 입술이 마음 속 깊은 곳을 울컥, 건들였다.
"뭐 풀면서 모르는거 있었어?"
난감하다는듯 입을 꾹 문체 눈을 요리, 조리 굴리는 순영에 여주는 그저 말없이 순영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게, 내가 진짜 열심히 보긴 봤는…데. 뒷머리를 만지작 거리며 좀 처럼 제대로 된 답을 하질 못하는 순영이였다. 쪽팔리게 모른다고 사실대로 말하면 실망할 꺼라고 생각하는듯 싶다.
"다…모르겠어."
"뭐야, 그거 말하려고 뜸 들인거야?"
"……"
"어차피 예상은 했어, 너 주어랑 서술어 목적어. 그런건 알지?"
"…내가 원래 진짜 아는데 까먹ㅇ,"
"됐고, 잘 들어."
힘 없이 끄덕이는 순영의 고개에 여주는 결국 실실, 작게 웃음을 흘렸다. 애가 따로없네 애가. 하트 무늬가 남발하는 제 연습장 하나를 뜯은 여주가 필통에서 컴싸를 꺼내 간단한 문장 하나를 적기 시작했다. 나는, 너를, 좋아해. 순영의 두 눈이 미친듯이 커졌다. 놀라 저를 쳐다보는 순영에 정작 당황한 건 여주였다. …왜, 뭐. 비명이 나올까봐 제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순영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개지기 시작했다. 나,나 잠깐만 화장실 좀.
"......"
"너를."
"......"
"좋아해."
"......"
"덕분에 언어가 이렇게 아름다운건지, 처음알았다 여주야."
세상의 1이 이렇게 밝고 따뜻한지, 사랑스러운지.
처음 알았다, 여주야.
근데, 보니까 너는 내 세상의 100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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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습니다 아쉽습니다 아쉽습니다..8ㅅ8
사실 진짜 인티에서 첫 장편으로 써본 글인데 생각치도 못한 사랑을 받았던 것 같고 참...여러모로 그래요...말로 표현할 수 없네여...8ㅅ8
진짜 쓰면서 내내 즐거웠던 글 같아요ㅋㅋㅋ 제가 재밌어서 썼던 글이라고 하죠.
보는 분들은 어떻게 보셨을지 모르겠지만, 전 진짜 행복하게 썼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기도 하지만 전 진짜 제가 재밌게 썼다는 부분에서 만족하겠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호시한테 하고 싶었던 말을 좀 썼었던 걸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제가 바라는 사랑을 좀 하는 호시의 모습을ㅋㅋ욕심적으로 들어내 보았죠ㅋㅋ순정남
뭐 순영이는 여기서 나오는 글 보다 더 자신의 여자에게 사랑을 줄 거라고 믿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이제 진짜 끝낼 타이밍이네요 ㅠ슈ㅠ슈슈슈ㅠㅠㅠㅠ
번외로도 많이 찾아오고 텍파 메일링으로 찾아 뵐테니까 양아치의 순정 끝났다고
이 글 속에 있는 권순영을 보내시지는 말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ㅋㅋ 영원히 가슴속에 간직해 두세요.(진지)
아무튼 진짜 양아치의 순정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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