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사랑?
prologue
다른 여자 말고 너!
여주야 맛있게 먹어. "......" ...시발 또, 시작이구만. 화장실 갔다 온 그 짧은 사이에 이런 일이 생기다니. 답지 않게 정성스레 하트까지 그려져 있는 멘트에 이번엔 누굴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책상 위에 올려진 쇼핑백을 들었다. [김민규.] 눈을 비볐다. [김민규.] 인중을 긁적였다. 우리 학교에 김민규가 둘이던가. 에이, 아니겠지. 머리 속을 휘젓고 다니는 얼굴을 애써 지운체 쇼핑백을 벌려 내용물을 확인했다. 오, 허쉬 초콜렛- "......" ...이거 보면 볼 수록 제 취향을 저격하는 주전부리들만 담겨있는 기분에 여주는 혹시. 하는 의문을 품었지만, 고개를 들자 보이는 인영에 역시. 하며 쇼핑백을 허공에 건넸다. "어이, 표여주씨. 배달이요." "뭐야, 또야?" 말은 저렇게 해도 미안함 가득한 얼굴에 더 밝은 미소를 지은 여주가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말했다. 김민규래. "...누구?" "김민규." 이름 한마디에 소란스러워지는 주위에 멋쩍은듯 여주가 눈을 연신 깜빡였다. ...어째 당사자보다 주변 사람들이 더 난리인 것 같네. 당황스러워 하면서도 은근히 설렘이 걸쳐진 얼굴을 바라보다 괜히 인중을 긁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뭐? 누구한테 받았다고?" "김민규." 제 돈으로 사먹는 허쉬 초콜릿이 염병. 이렇게 달달할 수가. 상황파악 못하는 제 미각에 여주가 오히려 크게 한입 더 깨물어 먹었다. "...남자들이란." 열등감 치덕치덕 묻어진 시진의 말에 헛웃음을 터뜨린 여주가 입가에 묻은 초콜릿을 엄지와 검지로 닦아내었다. 야, 내가 남자여도 표여주 좋아하겠다. "너는 맨날 걔 때문에 고생하면서 그런 말이 나오냐?" "어떡해. 둘 중 하나가 이름을 바꾸던가 뭘 하던가 해야지." 물론 그게 내가 될 것 같긴 하지만. 별 영양가 없는 대화를 주고 받고 있었을까, 때마침 본관에서 나와 매점을 향해 걸어가는 김민규 무리에 시진과 혜나가 눈을 밝힌 체 그들을 바라보았다. "......" "......" 근데 저 새끼는 왜 안 들어가고 저러고 있냐. 툭, 툭. 제 속을 닮아 씨꺼먼 초콜릿을 사정없이 부서 뜨려 먹던 여주가 작게 중얼거렸다. "......" "......" ...가만 보니까, 쟤 지금 나 보는거 아니냐. "...김민규 왜 너 보고 있냐." "...몰라." 아 시발 설마, 그제서야 제 손에 들고 있던 무언가가 허쉬 초콜릿임을 알아 챈 여주가 여전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얼굴에 경악하였다. 아니야, 이건 순수한 내 용돈으로 지불한 그런 초콜릿이라고. 시발! 애초에 니가 이름을 잘 알아두던가! 라고 제게 다가오면 얘기해 줄 배짱이였지만, 어쩐지 예상밖에 그 얼굴은 저를 슬쩍 한 번 보더니 제 친구들을 따라 매점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잘 못 봤나." "...아 귀여워 어떡해, 먹고 있어." 매점 안으로 들어 온 민규가 과자 코너 앞에서 심각하게 고민 중인 석민을 두어번 가격했다. 아 아파 김민규! "먹고 있냐." "어, 입 막 오물오물 거리는데."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입술을 앙, 깨무는 민규의 행동에 더럽다는 듯 승관이 뒷통수를 때렸다. 개새끼야. "그러게 진작 줬으면 좀 좋았냐." "야 근데 걔네 반에 걔랑 이름 똑같은 애 있지 않냐?" "몰라, 내가 아는 건 김여주 뿐이야." 심드렁 한 표정으로 손톱 정리를 하던 민규가 손을 탁탁 털었다. "그리구 확실히 여주 자리 맞아." "......" "......" "......" 응, 확실해. 끄덕여 오는 민규의 고개가 확신에 차 있었다. "......" 숨통을 조여 오는게 분명했다. 너가 아니라 표여주라고. 오늘도 올려져 있는 쇼핑백이 그렇게 말해주는듯 싶었다. 게다가 자신을 알리기까지 하는듯 어제와 똑같은 디자인의 쇼핑백. 그리고 우측 하단에 써져있는 세글자. 김 민 규 복잡한듯 여주가 머리를 털었다. ...아, 얘는 그러게 왜 관계정리를 확실히 안해가지구. 괜히 악한 감정도 없는 표여주를 질책하는 여주였다. "보자아. 오늘은 뭘 줬을 려ㄴ," 손에 잡히는, 소세지. ...아. 안타까움에 여주가 탄식을 내뱉었다. 김민규 얘를 몰라도 한참 모른다. 표여주 소세지 알러지 있는데. 이따 팁이라 퉁 치고 뜯어야 겠다. 2000원 짜리 고급(?) 소세지에 기분이 좋아진 여주였다. "야, 여주야." "어?" 이거. 오늘도 쭉 뻗은 손 끝에 걸려져 있는 쇼핑백에 표여주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미안해 하지말라니까 쟤도 참. "야 안에 소세지 들었길래. 그건 내가 먹는다." "...어, 진짜 미안해." "그러지 말고 한 번 얘기해보는게 어때." "...어?" "내 이름을 계기로 얘기해서 둘이 한 번 잘해봐." 맞아, 맞아. 동조해오는 그녀의 친구들에 소세지를 씹던 여주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주잡들 떨고 있네, 니들 다 김민규 좋아하면서. "...어떻게 그래." 붉어져 오는 얼굴을 바라보며 웃음을 흘렸다. 쟤도 좋아하는 구나. 선남선녀네. 오늘따라 맛도 떨어지도 왠지 모르게 질겨오는 소세지에 여주는 의미없는 되새김질만 반복했다. ...야 근데 진짜 얘기해봐, ...시발 내가 힘들어. "야, 김민규 너 표여주 좋아한다며?" 잠을 달아나게 하는 소리였다. 깨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 비몽사몽하던 민규가 두 눈을 번쩍 뜬체 물었다. 무슨 개소리야 그건. "아니냐? 걔가 받은 쇼핑백에 니 이름 써져 있었다는데." ...설마. '야 근데 걔네 반에 걔랑 이름 똑같은 애 있지 않냐?' 순간 어제 했던 승관의 말이 귓가에 웅-웅- 맴돌았다. ...말도 안돼. 그럼 어제 먹던 초콜렛은? 민규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 났다. 왜저래 저거. 깜짝 놀란 원우가 괜시리 머리를 긁적였다. 성큼성큼, 뒷문을 향해 걸어나간 발걸음이 브레이크 밟듯 끼긱. 어색하게 멈춰졌다. "...안녕." "......" 제 앞에 나타난 인영은, 얼굴을 붉게 붉힌 김여주가 아닌 이름이.... 아, 그래. 표여주였다. "......" 아, 얘 지금 해보자는 건가. 오늘로 3일 연속. 게다가 어제보다 더 커진 사이즈의 쇼핑백에 여주가 입안에서 혀를 굴렸다. "그래, 어? 3일 내내 모양 똑같고." "......." "어, 그래 여기 또 우측 하단에 김.민.규 써져 있고. 어?" "......." "그래 이렇게 또 펼쳐보면 안쪽에 써져있는." "......" "김여주. 어 그래, 김," ...김여주? 내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