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의 매력
선생님, 머리 자르셨나봐요? 내 짧아진 머리를 살짝 잡았다 놓은 전정국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숨이 턱, 막혀 잘 쉬어지지 않았다.
분명 3개월 전까지만 해도 과외를 그만둔다고 지랄발광을 떨었던 나인데, 어느 새 3개월도 넘게 전정국의 과외를 하고 있었다.
3개월 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다른 이유는 딱 하나였다. 전정국만 보면 드럽게도 떨리는 이 몸이 과외를 계속하라고 명령하고 있었다.
고작 18살 주제에 색기는 질질 흘러넘치는게 보통인 놈이 아니었다. 전정국과 나와의 나이차이는 고작 4살. 궁합도 안 본다는 4살이라는
말에 나는 마음 어디선가 안도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쌤, 수업 안해요?"
"해."
그래도 성인과 미성년자의 차이는 꽤나 큰 법인데, 어째 나와 전정국은 그 관계가 뒤바뀌어버린 듯한 느낌이 든다. 본래 스승과 제자 사이라 함은
스승이 갑의 위치에 오르는 것이 당연지사일텐데, 전정국은 그 단순한 원리를 손바닥 뒤집듯이 엎어버렸다. 너는, 내 손바닥 안이라는 듯이.
전정국이 아무리 재간을 부려도 수업은 해야했다. 명색이 돈을 받는 사람인데 시간을 헛되이 보낼 수는 없었다. 비록 전정국이 자꾸 건드는 바람에
내가 정해놓은 진도를 다 나간 적은 거의 없긴 하지만 그래도 항상 착실히 준비해 가는 편이었다.
"근데요 쌤."
"어?"
"요즘 왜 내 연락 안 받아요?"
왜 안 보냐니. 당연히 바빠서지 임마. 하지만 아무리 바쁘다고 한들 증거가 없으면 믿지 않는 녀석이니 바쁘다고 말을 해봤자였다.
어떻게 말을 해야 조용히 넘어갈 수 있을까. 전정국의 뜨거운 시선을 잠시 피한 후 문제집에 시선을 두었다. 정신없이 나열되어 있는
문제풀이들을 보며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니가 지금 그런거 신경 쓸 때야? 기벡이나 빨리 끝내. 넌 너희 어머님이 과외 안 붙여주셨으면 평생 공부 안했겠다?"
"우리 엄마때문이 아니라, 쌤 때문에 하는거에요."
"어?"
"그리고 왜 대답 피해요. 왜 내 연락 씹어요."
"‥바빴어."
"거짓말."
"진짜야. 내가 너한테 그런 것까지 보고해야해? 빨리 문제나 풀어. 시험도 얼마 안 남았는데 진짜 정신 안 차릴래?"
"나 쌤이 미팅하는거 봤는데."
"뭐? 내가 언제 그런걸 했다ㄱ ‥!"
아. 맞아, 내가 그런걸 하긴 했었지. 친구가 머릿수가 안 맞는다며 겨우 나를 꼬셔서 데려가긴 했었다. 근데 그걸 얘가 봤다고? 어떻게?
전정국의 학교는 내가 미팅을 한 장소와는 거의 지하철을 타고도 1시간이 걸릴만큼 멀리 떨어져 있었다. 왜냐하면 우리 학교 근처에서 했거든.
더군다나 그 날은 주말이 아니었고, 전정국은 야자를 해야하기 때문에 날 볼 확률은 거의 없었다. 근데 얘가 직접 안 봤다면 누가 얘한테 말해줬단 말인가.
"이제 생각났어요?"
"어, 맞긴 맞는데 ‥ 야, 네가 내 남자친구야? 나도 22살인데 미팅 할 수도 있지."
"없는데."
"얘가 뭐라는 거야."
"쌤은 나 졸업할 때 까지 기다려야지."
미쳤다. 저런 식상한 멘트에 두근거리는 꼴이라니. 김여주도 남자한테 면역이 안되어있긴 마찬가지네. 동동 떠오른 심장을 들키지 않으려 나를 끈덕지게
따라오는 시선을 피하려 내가 쥔 펜에 눈을 돌리자 전정국이 책상을 톡톡 두들긴 다음 조용히 읊조렸다. 전정국 특유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퍼지자
자연스럽게 그에게 눈이 갈 수 밖에 없었고, 나는 전정국의 눈을 마주보게 되었다.
"쌤 나 좋아하잖아.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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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돌적인 연하 전정국이 보고 싶당 짧은 조각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