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빠, 다녀올게. "
" 늦게 들어오지만 마라. "
" 아, 알겠어...! 오빠도 참. "
널 학교에 보내고 나도 출근 준비를 해야했다. 집이랑 회사는 차로 30분정도 걸렸기 때문에 서둘러 나가야 했다.
***
" ...미안. "
" 미안하면 다야? "
" ..... "
" 아....진짜 사람 미치게 하지 또, 야 얘 뒤져. "
오늘도 역시 하루일과의 시작은 학교 옥상이었다. 이제 2년이 됬던터라 별로 무섭지도 않았다. 다만, 지치기만 할 뿐.
언제나 그렇듯 교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친구들의 시선이 다 나를 향했다.
좋은 눈빛의 시선들은 아니었다.
날 걱정해주는 사람은 내 옆 짝꿍 부승관 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난 외로웠다.
왜일까.
***
" 팀장님 회의 들어가셔야 합니다. "
" 아...알겠습니다. 먼저 가 있으세요.
잠깐 용무가 있어서. "
....칠봉이....이 시간에... 너에게 전화가 왔다. 받으려는 순간 전화가 끊어졌다.
다시 걸려고 했지만, 회의시간에 너무 늦은 탓에 회의실로 향했다.
회의하는 내내 네가 걱정되서 제대로 진행하질 못 했고, 직원들의 의견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찝찝하게 회의를 마쳐야 했다.
무음으로 해놓았던 핸드폰에 문자가 와 있었다.
오빠. 나 칠봉이야. 지금이면 회사겠다.늦게볼 거 아니까 미리 길게 보내 놓을게...! 난 살면서 오빠랑 지내는게 참 좋았어.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도 슬펐지만 그걸 오빠가 잘 달래주고 몇 배로 더 잘해줘서. 그래서 엄마아빠 빈자리를 잘 메꿔준 거 같아 항상 고마웠어. 근데 생각을 해보니 날 먹여 살리는 건 오빠잖아. 그치..? 싸우고 그래도 먼저 손 내밀어주고, 배려해주고, 예뻐해주고. 그저 학생신분이기만한 날 과분할 만큼 아껴주니까 내가 많이 미안해. 나도 성인 되면 오빠 사줄 거 사주고, 결혼준비 할 때도 도와주고 하려면 돈을 벌어야 하는데.
대학교도 가야 되는데.... 공부도 못 하고, 성적은 바닥에 학교는 억지로 가야하고...
미안해.....진짜 매일 .... 내가 다음에 다시 태어나면 그땐 공부도 잘하고, 돈도 많이 벌어서 오빠가 자랑스럽게 다닐 수 있게 해줄게. 사랑해! 안녕.
[우리 칠봉이] PM 4:06
너의 문자를 보니 마음 한 켠이 아려온다...
이때까진 너에게 맛있는 걸 사들고 집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
오빠에게 문자를 보내고, 난 몇 장 챙겨온 A4 용지에 편지로 위장한 유서를 쓰기 시작했다.
단 두 명.
오빠, 승관이 뿐이지만 써내려갔다.
한 글자, 한 글자..... 어느새 종이엔 내 눈물로 인해 글씨가 조금씩 번져갔다.
다 쓰고 나니 어느새 눈물이 내 앞을 가린다. 이젠 가야 할 시간인가 싶었다.
더 이상 견디기 힘들었기에,
이 거지같은 학교에서 벗어나고 싶었기에,
학교 옥상 한가운데 꼭대기에 섰다.
찬 바람이 불어왔다.
얼른 부모님 곁으로 가라는 반가운 인사였다.
그리곤 아래를 쳐다보니,
아찔했다. 한 걸음 물러섰다.
그래도 난 갈꺼야, 내 아픔이 없어지니까.
바람에 몸을 맡겨 허공으로 발을 디뎠다.
눈을 감으니 무서웠다.
그리고 바닥과 내 몸은 마주했고,
영영 눈을 뜨지 못했다.
***
회사를 나오고 너에게 치킨을 사들고 집으로 오는 차 안. 너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 아...저기... 칠봉이가...죽,죽었어요... "
" 뭐..? "
" 자살...했어요... "
난 그 즉시 차를 돌려 병원으로 향했다.
응급실에 들어오니 보이는 현장은 이미 아수라장에, 너의 친구가 보였다.
" 칠봉이...!!!! 어딨어...어딨냐고!!!! "
" 이쪽에.. "
가르켜준 방향으로 가보니, 핏덩이가 되어버린 네가 보인다....... 꿈일거라고, 다 짠 거라고 믿었는데. 아무리 봐도 너였다.
" 칠봉아...흐...오빠가 미안해.... "
너의 전화를 받았으면 어땠을까, 지금 난 이 자리에 있었을까? 단 10초라도 일찍 받았더라면.
***
너를 보내고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와중에,
너의 친구인 승관이가 찾아왔다.
" 어... 니가 무슨일로... "
" 이거. 받으세요. 칠봉이가 남기고 간 유서에요. "
" ...고맙다. "
봉투에 넣어 밀봉된 편지는 충분히 너의 온기가 느껴졌다. 얼마나 아팠을까...
조심스럽게 편지봉투를 뜯었다.
펼처보니 예쁜 글씨로 빼곡했고, 군데군데는 글씨가 번져있었다.
To. 사랑하는 오빠에게
오빠! 난 오빠 동생 김칠봉이야. 말 안해도 알겠지만...! 이렇게 편지를 쓰는 이유는 그동안 말 못했던 거 다 하려고..
내가 학교 다니면서 티를 전혀 안 냈지만, 왕따를 당했었어.... 맞고 다니고, 돈 뺏기고 그랬는데. 무슨 일이냐고 물었을때도 오빠한테 별 일 아니라고 했지. 행여나 실제로 얘기하게 되면 걱정할까봐, 일에 영향 끼칠까봐..... 그래서 말을 안 했는데, 오늘에서야 말을 해. 속이 후련하다. 항상 챙겨주고 사랑해주는 오빠. 내가 사랑한단 표현을 잘 못 하는데... 오늘은 해야겠네, 사랑해! 오빠, 영원히 행복하길 바라고. 혹여나 내가 없어지더라도. 어딜 가더라도. 울지 않았으면 좋겠어. 울고 싶으면 하루만 울고! 가끔은 내 생각하면서 웃는 오빠가 되었으면 좋겠다. 난 잘 있을테니 걱정 말고. 고맙고 사랑해.
From. 오빠의 자랑스런 동생
P.S I'm Fine Thank You
너의 편지를 읽고 나니 두 눈엔 어느새 눈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아가...많이 힘들었지...아팠지.... 몰라줘서 미안해, 이 오빠가. 못난 오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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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별이 되어 버린 너에게
칠봉아, 그곳은 어때? 아프지는 않고?
오빠는 여전히 회사 다니고 있어. 오늘도 회의하고...야근하고. 그래도 네 생각하니 힘이 난다. 엄마아빠랑 잘 있는거지? 진짜 보고싶어 칠봉아. 이러다가 내가 널 잊어버릴까봐 두려운데, 항상 네 사진 지갑에 넣고 다니면서 하루에도 몇 번 씩 본다. 너도 거기선 내가 많이 보고싶겠지만, 부모님이랑 잘 지내고 있어. 오빠도 얼른 갈테니까.....알겠지? 항상 고맙고 사랑해. 잘 지내.... I'm Fine Thank You
From. 오빠가
오늘 하루만 I cry
영원히 행복하길 Good bye
가끔은 내 생각에 웃어도 좋아
I'm fine thank you
Thank you.
*
요즘 슬픈 노래를 듣다보니 감성이 아주 그냥..
폭발해서 끄적여 본 글이에요.....ㅠㅠㅠㅜㅠㅠ
제가 쓰면서도 먹먹했어요 ...ㅠㅠㅠㅠㅠ
저도 저런 오빠 어디 없나요,,,,,
아 그리고 낭만적 신호는 좀만 더 기다려주세요!
그렇게 작가의 머리가 터졌다고 한다......
읽어주신 독자분들
Thank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