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on ice 上
w.피자피자
"야, 일어나."
"..."
"아, 나재민 일어나라고. 훈련 안 가?"
"5분만.."
"잠 좀 깨라, 잠 좀. 일어나라고!"
난 정확히 30분 째 그를 깨우고 있는 중이었다. 훈련 마친 시간은 똑같은데 왜 잠은 두 배로 자는 건지, 혀를 끌끌 차며 꽤 강력한 수단인 푹신한 이불 걷어버리기를 시전했다. 춥다고 노래를 부르면서 하얀 반팔티를 입고 자는 그가 도저히 이해가 안 가긴 했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 패스. 웅얼거리며 이불을 도로 끌어오는 그에 이불을 잡아 바닥으로 던져버리곤 그의 배에 올라타 앉았다.
"일어나라고!"
"어윽- 야, 아, 너 내가 남자 숙소 막 들어오지 말랬지!"
"그럼 좀 제 때 제 때 일어나든가. 내가 싱글 선수도 아니고 페어 선순데 혼자 훈련 받으리? 코치님이 너 꼭 깨워서 데리고 오랬어."
"아, 좀, 여자애가 겁도 없이 진짜. 내려와라. 무거워."
"뭐래, 너 잠 깰 때까지 이러고 있을 거야."
"좋은 말 할 때 내려오지."
잠에서 막 깨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가 오늘따라 유독 더욱 낮게 들렸다. 하지만 난 그런 그의 목소리를 깡그리 무시한 채 배 위에 앉아 통통 반동을 주며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았다. 내 아래에 깔려있는 그의 표정 변화는 눈치 채지도 못 한 채 말이다. 이 쯤 했으면 슬슬 짜증을 내며 일어나야 할 그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에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내려 그를 바라본 순간, 큼지막한 손이 내 허리 부근을 감싸 제 몸 위에서 방방 뛰던 나를 들어 침대로 눕혀버리곤 양 옆으로 손을 짚어 내게 올라탄 자세로 빤히 내려다보았다. 순식간에 전세가 역전 되어버림과 동시에 표정 없이 나를 응시하는 그에 정적이 흘렀다. 목구멍으로 침이 꿀떡 넘어가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의 정적이었다.
"내가 좋은 말로 할 때 내려오라 그랬지."
그의 손가락이 내 볼을 톡톡 쳐냈다. 그의 온기가 닿은 곳에서 열꽃이 피어오르는 듯 했다. 아, 가까이서 보니 더 잘생겼다.
"어?"
"하여튼 말 더럽게 안 들어, ㅇㅇㅇ."
그는 벙 찐 내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씩 미소를 띠우며 자리에서 일어나 행거에 걸려있던 남색 아디다스 져지에 팔을 끼워 넣었다.
"뭐해, 안 가?"
"어, 어. 가야지. 가자."
조금 붕 뜬 머리를 털며 정리하는 그를 뒤로한 채 빠르게 남자 숙소를 빠져나왔다. 그의 손길이 닿은 볼을 괜히 한 번 쓱 건드려 보았지만 아까의 일을 더욱 생생하게 재현시켜 줄 뿐, 별 효과는 없었다.
빙상장에 도착해 'ㅇㅇㅇ' 이름 석 자가 새겨진 캐비닛을 열어 하얀 스케이트 한 쌍을 꺼내 들었다. 바꾼 지 얼마 안 됐는데 금세 또 곳곳이 헤진 것이 많은 연습량을 나타내주었다. 괜히 뿌듯한 마음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스케이트에 발을 끼워 넣었다. 내 발에 딱 들어맞는 느낌이 좋았다. 기분 좋게 양쪽을 다 신은 후, 끈을 묶으려하자 조금 짧은 탓인지 제대로 매듭이 지어지지 않았다. 둔한 손으로 꼬물꼬물 매듭을 지으려 고군분투를 하던 행동이 내 앞에서 무릎을 꿇은 채 꼼꼼하게 리본으로 묶어주는 그에 의해 멈추었다. 금방 두 쪽을 다 묶어버린 그가 고개를 들어 내 눈을 마주했다. 그는 입꼬리를 예쁘게 말아 올려 미소 짓다 이내 내 정수리를 툭툭 치며 능글맞게 말했다.
"우리 ㅇㅇ가 신경 참 많이 쓰이는 타입이야- 알아?"
"..리본, 그거 좀 못 묶을 수 도 있지 왜 생색이야."
그의 말을 인정하기 싫었던 것인지, 예전부터 그의 손만 닿으면 자꾸만 빨라지는 심박수를 인정하기 싫었던 것인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아마 전자, 후자가 고루 섞인 듯 했다. 그런 마음을 인정하기 싫어 내 입에선 그저 퉁명스러운 대답만이 튀어나왔다.
"가자. 코치님 기다리시겠다."
그에게서 돌아온 답은 그저 다정한 말투와 미소였다. 그를 좋아하는 마음이 자꾸만 커져가게 만드는 원동력이었다. 그와 동시에 이런 감정을 들키기 싫은 마음도 짚더미에 불이 붙은 듯 확 커져갔다.
"노래 틀어 줄 테니까 바로 해보자."
"네."
"네."
스케이트 날을 보호해주던 마개를 빼내곤 부드럽게 빙판 위로 올랐다. 얼음이 사각사각 갈리는 소리가 한 가운데서 멈추었고 그 위에 마주한 우린 준비 자세를 취했다. 그의 한쪽 손이 내 허리를 감싸 안은 채 이마를 맞대었다. 오늘따라 가까이 느껴지는 숨결이 신경 쓰였지만 웃음기를 싹 지운 그에 나 또한 다른 생각은 떨쳐버린 채 음악이 나오길 기다렸다.
"ㅇㅇ야, 재민이한테 좀 만 더 붙어!"
"네?"
"어제까진 잘 붙어있더니 왜 그렇게 떨어져있어. 싸웠어?"
멀리서 소리치는 코치님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곤 그와 나 사이의 거리를 확인하자 한 뼘 보다 훨씬 떨어져있었다. 떨어진 나에 그의 또한 어정쩡하게 날 안고 있었고 멀리서 보기에 둘의 모습은 웃기기 그지없었을 법한 그림을 그려냈을 것이 틀림없었다. 좀 더 붙으라며 화성이신 코치님에게서 시선을 돌리자 가만히 날 바라보고 있던 그와 눈이 마주쳤다. 쌍커풀이 예쁘게 진 그 눈과 마주한 순간,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숨이 턱 막힌 듯, 그와 나만이 이곳에 존재하는 듯. 그런 느낌이었다.
"미안."
그는 사과의 말만 건넨 채 씩 웃으며 내 허리를 확 끌어 당겼고 이제 우리의 간격은 주먹 하나도 못 낄 법한 거리였다. 그의 숨소리가 귓가에서 들려왔고 난 빠르게 뛰는 내 심장 소리가 그에게 들릴까 조마조마한 마음뿐이었다.
"노래 틀게-"
둘의 몸이 가까워지자 코치님은 만족스럽단 미소를 지으며 곡을 재생시켰다. 넓은 빙상장 안에 이번 시즌 곡인 탱고가 울려 퍼졌고 우린 현악기들의 선율에 맞추어 빙판 위에 아름다운 곡선을 그려나갔다. 음악이 고조 될수록 고난도 기술은 늘어갔고 이에 따라 그와 나의 스킨십 강도도 높아져갔다. 아 진짜, 하필 탱고를 골라서 컨셉도 불같은 사랑에 빠진 연인이다. 많고 많은 사랑 중에 하필 불같은 사랑이라니. 말만 들어도 스킨십이 엄청날 것 같은 컨셉 아닌가.
이런저런 다른 생각들을 하는 동안 곡은 클라이맥스로 달아오르고 있었다. 나와 같은 스핀으로 예쁜 선을 그리던 그가 내게로 다가와 조심스레 뒷목을 잡아 저를 보게 만들고 입을 맞출 듯 더욱 다가왔다. 날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너무나도 달았다. 결국 난 그 눈을 감당하지 못한 채 눈을 질끈 감아버리고 말았다. 그와 동시에 빰- 하는 소리를 끝으로 곡은 끝이 났다. 피식 하며 바람 빠진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눈은 왜 감아. 갑자기 부끄럽냐?"
"..뭐라는거,"
치부를 들켜버린 것 만 같아 괜히 아닌 척 날 포장하며 눈을 떴다. 여전히 아까 그 가까운 거리에서 날 바라보고 있는 그였다.
"ㅇㅇ야, 재민아. 이리로 와 봐!"
"ㄴ,네!"
코치님 최소 천사. 어쩔 줄 몰라 하는 날 딱 좋은 타이밍에 불러주셨다. 그에게 안겨있던 난 허리에 둘러진 팔을 떼어내곤 급히 대기실 쪽으로 향했다. 뒤에서 '같이 가!'하며 웃는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난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코치님께로 다가갔다.
"ㅇㅇ가 오늘 왜 이렇게 집중을 못 하지? 컨디션 안 좋아?"
"아니요."
"너 지금 표정 연기 하나도 안 돼. 너희 예술 점수만 잘 나오면 금메달인 거 알잖아."
"..네, 죄송합니다."
"재민이는 잘했어. 표정도 좋았고 ㅇㅇ가 리드해주는 것도 좋았고."
"감사합니다-"
"제연이 경기 들어가기 전에 곡 한 번 만 맞춰본다니까 잠깐만 나와서 쉬고있어. ㅇㅇ가 다음 번엔 표정 연기 잘 해야 된다."
"네."
꾸중 아닌 꾸중을 듣고 입술이 살짝 튀어나온 채 빙판을 빠져나와 벤치에 털썩 앉아버렸다. 나보다 뒤늦게 나온 그는 여자 싱글 선수인 제연 언니와 하이파이브까지 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어제도 봤으면서 뭐가 저렇게 반갑대. 차마 밖으로 꺼내진 못하고 속으로 궁시렁 거리며 둘에게서 시선을 돌려냈다. 애꿎은 져지 지퍼를 올렸다 내렸다하며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아, 나 진짜 갑자기 왜 이러지. 쟤가 어디가 멋있다고. 지금까지 잘 숨겨왔잖아. 하지만 그는 내 급격한 심경 변화의 이유를 찾아낼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 그는 인사를 언제 끝냈는지 어느새 내 옆자리를 차지한 채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난 그런 그에게 시선을 주지 않으려 빙판 위를 날아다니는 제연 언니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예쁘다.."
"어?"
"언니. 예쁘다고."
"제연 누나?"
"어. 여자가 봐도 저렇게 예쁜데 남자들은 오죽할까-"
그저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었다. 그러나 그는 내 말 한마디마다 반응 해주는 것이 습관이 된 지라 휴대폰 스크린을 두드리던 손길을 멈춘 채 대화를 이어나갔다.
"하긴, 누나 예쁘긴 해."
그 습관이 문제다. 가슴이 쿵 내려앉는 듯 한 기분이었다. 그냥 혼잣말로 치부하면 될 것을 대답 안 해줘도 되는 것까지도 대답해주는 그가 오늘따라 참 얄미웠다. 충분히 다 아는 사실을 그에게서 들으니 이토록 짜증나는 일이 없었다. 내가 이렇게 질투가 많았던가. 어느덧 내 입술은 전보다 훨씬 마중을 나와 있었고 나를 잘 모르는 사람이 보아도 '아 쟤 삐졌구나.' 혹은 '화났나.'를 가늠할 수 있을 정도의 표정이었다.
"그럼 언니랑 페어 하지 나랑 뭐하러 하냐."
"나도 맘 같아선 예쁜 누나랑 하고 싶거든? 싱글 잘 하던 누나한테 페어 하라고 찡찡 댈 순 없잖아."
"아, 그럼 언니가 페어였으면 당연히 언니랑 하겠다?"
나도 모르게 말이 툭 튀어나왔다. 그는 도로 휴대폰에 시선을 고정한 탓에 잔뜩 뿔난 내 표정을 보지 못해 그저 평소 그의 모습인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띤 채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제연 누나랑 하는 거 싫어할 남자가 어딨냐."
짜증났다. 물론 그는 내가 제게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르겠지만 왜인지 아무렇지 않게 저런 이야기를 하는 그가 짜증났다.
"꼴에 남자라고."
무슨 자신감으로 그랬는진 모르겠지만 난 저 말만 남긴 채 신발을 갈아 신곤 빙상장을 빠져나왔다. 애꿎은 철문을 쾅 닫아보았지만 몇 년을 묵힌 답답한 마음은 쉽게 해소되지 않았다.
***
"ㅇㅇ야, 그만 마셔라.. 너 경기 이틀 뒤잖아. 응? 컨디션 조절해야지."
"아, 어차피 세계 선수권에서 메달 따서 괜찮습니다아."
마음을 풀기 위해 내가 선택한 방법은 시합이 끝난 도영 오빠를 붙잡고 술을 들이 붓는 거였다. 술이 센 타입도 아니고 평생을 준비했던 올림픽 경기가 이틀 밖에 남지 않았지만 지금으로서 최선의 방법은 그 뿐이었다.
"그래도 올림픽이랑은 다르지, 어? 너 혼자 소주 4병 깠어."
"술이 땡기는 걸 어떡해요! 그 새끼가 제연 언니가 그렇-게 예쁘다고 언니 페어였으면 당연히 언니랑 했을 거라는데! 선배면 짜증 안 나요? 예?"
"그래그래, 너 그 이야기도 지금 열 번 넘게 했어. 이러고 있는 거 코치님 아시면 뒤질 걸. 피겨 코치님 우리 코치님보다 훨씬 무섭던데."
"오빠만 말 안 하면 돼요- 오빠, 짠!"
오빤 이미 술에 잔뜩 취해 막무가내를 시전하고 있는 나를 한숨을 내쉬며 바라보다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어, 재민아. ㅇㅇ가 좀 데리고 가라. 얘 혼자 소주 4병 깠어. 응, 얼른 와. 주소 카톡으로 보내줄게."
아, 걔 부르면 안되는데. 내가 누구 때문에 이러고 있는데. 하지만 이미 술독에 빠진 몸뚱아리는 내 맘대로 제어가 되지 않았다. 선배의 휴대폰으로 손을 뻗기도 전에 내 이마는 테이블과 쿵 소리를 내며 맞닿고 말았다.
***
막 잠에 들어 비몽사몽 하던 내게 겨울의 찬바람이 확 닿아왔다. 피부로 느껴지는 한기에 눈을 슬며시 뜨자 익숙한 뒷통수가 내 시야를 가로막고 있었다. 막 씻고 나온건지 그가 자주 쓰는 바디워시 냄새도 함께 흘러 들어왔다. 그의 향기까지 다가오자 그렇게 들이 부었던 술이 확 깨버렸다.
"..야."
"깼어?"
"어, 혼자 걸을 수 있으니까 내려줘."
"됐어. 너 걷다가 넘어지면 경기도 못 나가."
"그 정돈 나도 알아서 관리하니까 내려달라고."
꽤 단호한 톤으로 내뱉자 그는 한숨을 내쉬며 날 내려놓았다. 상황 상 고맙다는 말을 하는 게 맞지만 지금 내겐 그런 말을 꺼낼 용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의 얼굴은 마주하는 것 조차 힘든데 말은 무슨. 난 그저 그를 앞질러 터덜터덜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조차 내 어깨를 잡아 돌려세운 그에 몇 걸음 가지 못하곤 멈추어버렸다.
"ㅇㅇㅇ."
"왜."
"나한테 화난 거 있어?"
"..아니. 내가 왜."
"그럼 아까 링크장은 왜 나갔어. 술은 왜 그렇게 마셨고."
"알아서 뭐하게. 너 때문도 아니고 경기엔 지장 없게 할 거니까 신경 꺼."
꼴에 자존심은 세서 속마음은 꼭꼭 감춘 채 날카로운 말들로만 쏘아 붙였다. 평소와 다른 내 말투에 그는 빤히 날 바라보았고 난 그런 그를 등지곤 차가운 바람들 사이로 스며들어갔다. 하지만 이내 다시 날 돌려 세운 그였다. 이번에 마주한 그의 눈빛은 꽤나 화가 난 듯 한 눈빛이었다. 그만 좀 잡으면 안 될까. 더 이상은 나도 못 숨길 것 같아서 그래.
"화난 게 있으면 말을 해. 당장 경기 이틀 뒨데 이러고 경기 뛸 거야?"
"너한테 화난 거 없다니까? 그냥 나 혼자 컨디션 안 좋아서 그러는 거라고. 나랑 몇 년을 같이 뛰었으면서 그거 하나 모르냐?"
"몇 년을 같이 뛰었으니까 더 잘 아는 거잖아. 너 아까 링크장에서 나한테 화나서 나간 거고 술도 진탕 마신거야. 아니야? 내가 틀렸어?"
짜증나게도 그의 말은 틀린 구석을 찾아볼 수 없었다. 더불어 마치 내가 잘못했다는 듯 표정을 굳힌 채 내게 쏘아붙이는 그에 결국 담담히 참아왔던 모든 것이 터져버리고 말았다.
"그래, 너 말 다 맞아. 너 때문에 짜증나서 훈련 때려 친 것도 맞고 술 마신 것도 맞아. 됐냐?"
"왜."
"뭐?"
"내가 뭘 했길래 너가 그렇게 화가 났는데."
"..."
"..."
정적이 흘렀다.
"좋아하니까."
그리고 난 결국 질러버리고 말았다.
"..어?"
"좋아한다고. 너 같으면 좋아하는 사람이 너보다 훨씬 잘생기고 인기 많은 남자보고 저 사람이 훨씬 좋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면 기분 좋겠냐?"
"..."
나도 모르게 눈물이 삐죽 새어나왔다. 울먹이며 속마음을 털어놓는 나를 그는 묵묵히 바라보았다.
"평소엔 그냥 장난으로 넘겼어. 근데 오늘은 그게 안 되는데 어떡하라고. 그냥 다 짜증나는데 난 뭐 그냥 맨날 참고 넘겨야 돼?"
"..."
"이유 들으니까 속 시원하지."
"..."
"간다."
벙 찐 그를 뒤로 한 채 자꾸만 새어나오는 눈물을 소매로 훔치며 여자 숙소로 향했다. 이번엔 붙잡는 손길도, 부르는 소리도 없었다. 그저 세찬 바람만이 날 감싸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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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휴 쓰고 싶은 글이 너무 많아서 탈이네요핳 예전에 잠깐 피겨 했던 경험에 재민이가 보고싶은 마음까지 더해 쓴 글입니당!!!! 재민이랑 여주는 피겨 국가대표고 상황은 올림픽 이틀전!!여주는 계속 재민이 좋아해왔고 오늘 그게 터져버린거죠헤헿 곧 마지막 첫사랑도 들고올게요!! 다들 굿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