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의예과 민윤기
Part 02 : 많이 큰 우리 둘 w. 이 숙 달
03
의예과 앞에서 계속해서 기다렸지. 내 친구가 물어보는 거야. 어제 뭐했냐고. 그래서 ‘ 영화를 보고나서, 밥을 먹으러 갔다가 … (생략) ’ 말을 구구절절 다 해줬지. 그런데 걔가 하는 말이. “ 자기 옷을 벗어서 너한테 둘러줬다고 ? … 대박 멋있어. 얼굴만보고 엄청 차가울 것 같았는 데, 뭐야. 완전 반하겠네. ” 라는 것. 근데 나도 의외였어. 말투가 차갑긴해도, 하는 것 보니까 매너좋은 것 같기도하고. 전공수업이 일찍끝나서 의예과가 있는 층앞에 계속 기다리고 있었어. 이름도 모르고 전화번호도 몰라서 무작정 들어가기는 그렇더라고. 물론 같은 건물이기는 하지만.
“ 뭐야. 언제부터 기다리고 있었어요 ? ”
“ 한 … ( 핸드폰을 만지작 ) 두 시간정도 됐나 ? ”
“ 연락을 하시ㅈ, 아. 번호가 없구나. ”
“ 그러니까요. 서로 이름도 모르네요. ”
“ 민윤기, 저녁은 ? ”
“ 어… 너네끼리 먹어. ”
“ 민윤기인가봐요. 이름이. ”
“ 네. 그 쪽은. ”
“ 이탄소예요. ”
그제서야 통성명을 한 후 나랑 그 쪽은 뻘줌해졌지. 그런데 그 사람이 식사안하겠냐는 거야. 원래 친구들이랑 식사가 약속이 잡혔는 데, 자기가 좋아하지 않은 음식이라 불편했다면서. 나도 마침 저녁을 먹지않은 채라 고개를 끄덕였어.
“ 또 저번처럼 덤벙거리지말구요. ”
식사를 하면서 나랑 상대는 특별한 대화보다는 서로의 학과에 대해서 묻거나 그 학과를 가게된 계기. 이런 기본적인 대화를 나누었지. 민윤기씨는 어렸을 때 큰 수술이 있었는 데, 그 수술을 잘 도와주신 의사선생님이 멋져보였대. 그래서 의사라는 꿈을 가지게 된거고. 그에 반해 나는 그저 간호사라는 직업을 아무런 대책없이 들어온 것 같았어. 덤벙거리는 성격으로 누굴 치료하겠다는 건지 …
식사를 다하고는 같은 버스에 올라탔어. 알고보니 집을 가는 방향도 같은 거야. 우리집에서 걸어서 10분정도의 거리. 그렇게 멀지않더라고. 내가 내릴 정류장에 도착을 해서 고개를 꾸벅- 하며 인사를 하곤 내렸는 데, 나를 따라 내려오더라.
“ 늦었어요. 여자 혼자 위험하게. ”
나는 피곤하실텐데 괜찮다고 말을 했지만, 자기도 어짜피 여기서 내려서 걸어가야한다며 집앞까지 데려다주시더라. 그 전에 핸드폰 번호를 교환했어. 집에 와가지고는 씻고 페이스북을 켰는 데, 내 친구들 사이에 익숙한 얼굴이 보이는 거야. 어디서 많이봤다 했는 데, 아까 그 민윤기씨. 난 친구한테 전화를 걸었지.
“ 남준아. 너 민윤기라고 알아 ? 너 페이스북에 보니까 있던데 ”
[ 야. 우리 초등학교 동창 걔 잖아. 민윤기. 예전에 너 좋아한다고 쫒아다닌 애. ]
“ … ? 그 멸치 민윤기 ? ”
[ 아. 윤기 너네학교 의과대학이라던데, 같은 건물사용하잖아.
혹시 지금까지 몰랐던건아니지? 난 서로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
이게 무슨 일이죠 ? 사실 초등학교때의 민윤기는 왜소했어. 그래서 많이 아팠고, 학교도 자주나오지않더라고. 그에 비해 나는 초등학교 4학년때 키가 150으로 아주아주 큰 키였지. 물론 그 키가 중학교때부터 크지않더라고. 민윤기는 항상 나를 졸졸 쫒아다녔어. 박찬성격인 나를 보고 멋있다고 느꼈다라나 ? , 그때의 민윤기가 어느새 커서 의대에 왔는 지 참.
[ 오늘은 무사히 집에 도착해서 다행이네요.
- 민윤기 - ]
04
다음 날 학교를 가려고 버스정류장에 서 있는 데, 익숙한 뒷모습이 보이더라고. 살금살금 다가가서 옆에 섰는 데, 어제도 느끼고 오늘도 느꼈지만 참 많이변했어. 몸에 근육도 조금 붙은 것 같고, 눈빛도 이제 제법 남성스러워졌고. 내가 계속 쳐다보고 있는 데, 그 시선을 느꼈는 지 고개를 돌려보더라고. 흠칫- 하면서말이야.
“ 이탄소 ? ”
“ 짜식 많이컸다. 못 알아봤잖아. ”
“ 남준이 전화받고 알았어. 이름같아서 혹시 … ? 했는 데 진짜였네. 그때 키 나보다 이만큼이나 더 크더니, 그때 그대로인 것 같다 ? ”
“ 그러니까 … 그 뒤로 안컸어.
넌 말라깽이였는 데, 키도 크고 어깨도 벌어진게. 남자 다 됐다 ? ”
“ 나 그때 민윤기 아니거든요 ? ”
버스를 타고 학교를 가는 내내 예전 이야기에대해 나누었어. 그때 기억도 새록새록 나는 게 즐겁더라고. 초등학교 친구들은 남준이 빼곤 연락을 안하고, 중학교친구들은 다 같은 고등학교를 올라왔지만, 대학교가 다 뿔뿔이 흩어져서 자주는 못만나니까. 이야기를 하다보니 벌써 각자의 과 앞에 도착을 했고, 인사를 한 후 헤어졌어. 그리고 다시 만난건 좋지 않은 일로 부터 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