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소꿉친구 민윤기를 기록하는 일기장
- 1 -
어제 주려고 했던 윤기의 맨투맨이 들어있는 쇼핑백을 들고 늦지 않게 수업에 들어갔다. 다행히 전공 교수님께서 늦으신 탓에 다행히 출석에는 문제가 없었다. 윤기랑 예전에 약속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수업은 빠지지 말고 열심히 듣자고. 이건 사실 내가 윤기에게 먼저 꺼낸 약속이었다. 중학생 시절에는 항상 붙어 다니느라 그 흔한 중 2병도 우리는 겪지 않았다. 그러다 고등학교를 약간 먼 곳으로 간 탓인지 윤기는 방황의 늪으로 한 발 빠져버렸다. 수업이 끝나고 같이 걷던 도서관을 혼자 걸어 다녔다. 학교는 잘 갔지만 중간에 도망을 가는 윤기여서 연락도 종종 안 되곤 했다. 그때마다 여자친구도 아닌 그저 친구인 나는 할 수 있는 게 잔소리뿐이었다. 큰일이 생긴 그날도 윤기는 점심을 끝으로 학교에서 무단으로 외출했다는 윤기의 친구 말을 듣고, 윤기를 찾으러 다녔다. 자꾸 그렇게 무단 외출을 했던 탓에 학교에서 징계가 열리니깐 그건 꼭 막아내고 싶었다. 윤기의 친구에게 거짓 부탁을 했고, 핸드폰만 들고 교문 밖으로 나갔다. 윤기가 자주 가던 피시방과 윤기의 집에도 들렸는데 아무 곳에도 없었다. 전화는 받지도 않고, 속이 까맣게 타들어갔었다. 아마 내 속을 꺼내서 나열했다면 전부 새까맣게 타버린 고기와 같았을거다. 결국 저녁 시간까지 윤기를 찾지 못했고, 답답한 마음에 근처 벤치에 앉아서 눈을 감아버렸다. 늦은 가을이라 해는 금방 떨어졌고, 날도 상당히 추웠다. 다시 학교에 돌아가지는 못하니깐 집으로 갈 생각에 일어나는데 누군가 큰 손으로 내 입을 막았고, 힘없이 그의 손에 끌려서 어딘가로 가게 되었다. 반항을 할 힘조차 없었다. 아찔한 순간이 내 머리를 스쳐 지나갔고, 윤기만 떠올랐다. 내가 이렇게 사라지게 되면 모르겠지? 보고 싶은데. 그렇게 그 남자의 손에 내 교복 셔츠가 엉망이 되려던 찰나, 사이렌 소리가 들렸고 경찰관들이 달려왔다. 나를 어둠의 손길로 만지려던 남자는 급히 도망을 가려고 했으나 경찰들의 손에 잡혔다. 여경들의 도움으로 두꺼운 담요를 걸친 상태로 경찰서로 향했다. 내게 보호자는 없냐는 질문에 말문이 막혀버렸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은 민윤기였다. 그리고 부모님. 부모님은 해외에 계셔서 연락을 하더라도 올 수 없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윤기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는데 한참 뒤에 받았다. "전화 많이 했네. 왜?" "윤기야... 나 경찰서 가고 있어." 내 말이 끝나자마자 윤기는 쉴 새 없이 많은 질문을 쏟아냈다. 미안하다면서 어디냐고, 왜 가냐고, 어디 다쳤냐는 말. 결국 터져 나오는 눈물 때문에 여경 분께 핸드폰을 넘겼다. 알고 보니 아까 벤치에 있다가 끌려가는 걸 어떤 커플 분이 보시고 바로 연락을 취해주신 거였다.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은데 그때는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렇게 덜덜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기도 전에 경찰서에 도착했고,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윤기가 먼저 도착했는지 내게 달려와 안아주었다. 괜찮다고, 사람 많으니깐 이것 좀 놔달라는 내 말에 윤기는 눈물을 보였다. "미안해, 여주야. 내가 다 잘못했어. 내가 다 잘못했어. 안 다치고 이렇게 내 눈앞에 와준 것도 고맙고, 전화해줘서 고마워. 미안해." 윤기의 울음 섞인 말은 내 심장을 아프게 만들었다. 괜찮다고, 전화받아줘서 고맙다고 윤기의 등을 토닥여주자 그제야 부끄러움이 밀려왔는지 소매 끝으로 눈물을 닦아내고, 내 옆에서 같이 있어줬다. 미수에 그쳤고, 나도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 가벼운 처벌로 소동은 끝이 났었다. 이 일을 계기로 윤기는 수업을 빠지는 일도 없고, 지각도 하지 않았다. 자신을 찾으러 다니다가 이런 일이 생긴 게 많이 속상하고, 미안해서 그랬겠지. 덕분에 성실해진 윤기에 맞춰서 나도 대학에 다니면서 수업을 빼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지각도 안 하려고 노력하는데 이게 사실 마음처럼 쉽지가 않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수업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지루한 이론 수업이 언제 끝날까 하고 시계만 보던 내게 수업을 끝내겠다는 교수님의 기쁜 목소리가 들렸다. 시간표를 보니깐 윤기는 아직 한 시간 수업이 남아있었기에 전화 대신 편의점에서 윤기가 좋아하는 샌드위치 두 개를 사서 강의실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수업이 끝났는지 우르르 나오는 무리들 틈에서 윤기를 발견했고, 나를 못 보고 지나치는 윤기를 조심스럽게 따라가 손목을 잡았다. 놀랐는지 뒤를 돌아보는 윤기의 눈은 동그라미 같았다. "뭐야, 놀랬다." "진짜 놀랐나 봐, 윤기야." "와 씨. 나는 상상도 못했으니깐 진짜 놀랐지. 수업은 다 끝났어?" "아니, 이따 오후에 조리실에서 수업 두 시간 있지. 윤기야, 나 배고파. 밥, 밥." "가자. 나도 배고프다. 오늘 진짜 많이 먹을 수 있을 듯." "진짜? 그럼 가는 길에 이거 먹자." 윤기의 손에 쇼핑백을 쥐여주는데 이게 뭔가 하는 궁금한 눈빛으로 열고는 내게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맨투맨은 자기도 잊고 있었다면서 나중에 옷 잘 챙겨 입으라고 핀잔 아닌 핀잔을 주고는 샌드위치 포장지를 벗겨 내게 건네주었다. 그리고 내 손에 들린 샌드위치를 가져가서 포장지를 벗기고 입에 넣고는 우물우물 씹어먹었다. 간단히 배를 채우고, 근처 식당에 들러 밥을 먹었는데 윤기가 급히 선배들의 호출 연락을 받고 기숙사 근처로 들어갔다. 그렇게 급히 부르는 호출은 하루 종일 연락이 불가능할 만큼 바쁜 트레이닝을 받기에 윤기에게 미리 잘 자라는 말을 들었다. 자기 전까지 시간이 한참 남았지만 미리 듣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이렇게 일기를 쓰는 동안에도 연락이 없다. 하고 싶은 마음 꾹 참아야지. 일어나면 분명히 연락이 올 테니깐. 추신 - 오늘도 제복 윤기였겠다. [암호닉] 언제나 환영입니당!!! 땅위, 찡긋, 설탕물, 달밤, 윤기야메리미, 핑쿠릿, 다솜, 너만보여, 사랑, 쿠크바사삭, 보보, 바다코끼리, 둘리, 또로롱, 미뉸기짱, 쫑냥, 아아악, 울샴푸, 네이버, 가든천사, 빅닉태, 1472, 슈가맘, 슈링, 민슈가천재짱짱맨뿡뿡, 오빠아니자나여, 뿌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