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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파의 증거

W. 청설

 

 

 

 

 

 

10-1

 

 

 

나는 너를 위해 내내 떠 있을게.

어두운 밤이 무섭다면 외로운 너의 하늘에 별이 될게.

혼자 아픔을 느낄 때 침묵 속에 내버려 두지 않을게.

감정에 예민한 너를 위해 좋은 감정으로 가득할게.

앞서거나 뒤처지지 않고 평생 걸음 맞춰 줄게.

 

<네 옆에서>, 흔글

 

 

 

 

10-2

 

 

 

 

중고등학교 내내 조퇴를 한 적이 있던가. 결석은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에 잠시 했고 그 다음은 악착같이 학교에 나갔다. 이후로는 더 이상 조퇴도 결석도 하지 않았다. 지각이나 결과는 가끔, 어쩌다 한 번이었다. 버스의 풍경을 알아차리지 못하다가 이미 내려야 했을 정거장이 지났음을 알았을 때 허둥지둥 내려 다시 돌아갔다거나,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에 문을 잠궈버린 아이들을 보며 방황하다 이동 수업임을 알아차리고 교실을 찾아갔을 때 빼고는 출석부의 여주의 이름이 쓰인 가로줄만은 깨끗했다.

 

 

 

무엇을 바라고 나간 것은 아니였고, 홈스쿨링이라는 말도 안되는 것을 권유하는 엄마와 그런 엄마를 묵묵히 바라보며 나를 동정하는 것만 같은 아빠에게 보여주려는 식이 주된 이유였다. 홈스쿨링 따위를 하지 않아도 사회에 잘 스며들거라는 무언의 무언가. 난 내 외면까지 적막 속 고요에 사무치고 싶지 않았다. 그게 동정을 얻는 쉬운 길이라 생각했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늪에 빠지는 줄도 모르고 있다가 발이 안 보이고 배까지 진흙이 올라오고 나서야 각성하려 아우성을 치고 싶지 않았다. 그럼, 너무 허무하고 외롭지 않을까. 어딘가의 나사 하나가 툭 빠진, 삐거덕 거리는 로봇이 되긴 싫었다. 쓸데없는 자존심. 딱 그거다.

 

 

 

 

 

 

텁텁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하늘을 올려다 봤다. 거리는 허전했다. 공허하다는 것이 더 맞을 듯 싶다. 길게 늘어뜨린 머리칼 끝을 집었다. 분위기 전환에는 머리 자르는 것 만큼 희열 느껴지는게 없다던데. 인상을 찌푸리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각질이 올라온 입술을 뜯었다. 아침에 바른 틴트 때문인지 진분홍색의 껍질이 딸려나온다. 뜯긴 부분은 쓰라리다 이내 입술을 빠알갛게 물들이기 시작한다. 손등으로 슥슥 훔쳐낸다. 검붉다.

 

오전 9시. 수업이 시작되고도 남을 시각이었다. 집에 돌아와 옷을 허물 벗듯 끌어내렸다. 거실에서부터 내 방 앞까지 차례대로 와이셔츠와 치마 따위가 길게 늘어져 힘없이 툭 떨어진다. 옷장 문을 열어 입을 옷을 꺼냈다. 핸드폰은 이미 꺼진 채였다.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올려두고서 거실로 나왔다. 엄마와 아빠는 이미 나간지 오래인 듯, 집은 평안 그 자체다. 턱을 문지르며 소파에 앉았다. 손 끝의 단단한 살결을 만지다 입으로 가져갔다. 딱딱. 무언가 끊기는 느낌에 손을 뺐다. 볼품 없이 뜯긴 손톱이 징그러웠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이번엔 입술을 깨물었다. 아프다. 눈가도 쓰리다.

 

 

 

 

부엌으로 가 우유와 시리얼을 꺼내 그릇에 부었다. 숟가락으로 그것을 퍼 입으며 가져가 느리게 씹었다. 한 두번 먹고나니 눅눅하게 변해 질긴 종이맛을 낸다. 꾸역꾸역 먹고 그릇을 싱크대에 넣었다. 다시 소파에 앉았다. 거실이 유독 크다고 느꼈다. 무릎을 모으고 집을 집요하게 훑었다.

 

 

 

티비 옆 유선 전화기가 깜박인다. 외면하려 고개를 돌렸다. 눈의 여백 끝에서 전화기는 집요하게 울리다 끊기기를 반복했다. 귀를 막고 눈을 감았다. 엄마일까? 선생님일지도 모른다. 학교를 그렇게 무단이탈 했으니 당연한 수순일텐데. 눈 앞이 아득하다. 도망치듯 방으로 들어와 이불 안으로 파고들었다. 출처 모를 압박감이 옭아매는 것 같았다.

 

 

 

 

 

 

 

10. 열벙 [熱病]

열이 몹시 오르고 심하게 앓는 병

 

 

 

 

 

 

 

10-3

 

 

 

 

꼬박 이틀을 앓았다. 이불 속으로 숨은 그 날, 엄마는 여주의 상태를 살피곤 해열제만 쥐어주었다. 내일 학교는 아프다 하고 쉬자. 그 이상, 그 이하의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해열제를 쥔 두 손이 안쓰럽게 떨렸다. 이유 모를 열병이었다. 비를 맞지도 않았고 누군가가 미치도록 그리워서도 아니다. 열이 오름에도 여주는 이불 안에서 나오지 않았다.

 

 

 

입술은 아무리 축여도 바짝바짝 말랐고 눈은 숟가락으로 파내는 듯한 시큰거리는 아픔이었다. 그게 서럽고 아파 계속 울었다. 하루 쯤이면 털고 일어나겠지 했던 엄마는 걱정된다며 여주를 끌어안고 자기에 이르렀다. 옥탑방 민윤기는, 그 짧은 이틀이란 시간 동안 극진한 보살핌을 주었다. 그것이 부담스러워 피할 때면 죽이 담긴 그릇과 죽을 뜬 숟가락을 들고는 여주를 졸졸 따라다녔다. 그 모습에 태형이 생각나 몇 번 죽을 받아 삼켰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마저도 게워내며 진득하고 쓰라린 위액까지 억지로 뱉었다. 차가운 화장실 바닥에 앉아 멍하니 있는 여주를 본 엄마는 어쩌냐며 울었다.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는 여자를 타이르는 것은 온전히 아빠의 몫이었으며, 여주를 부축하는 것은 민윤기의 몫이었다.

 

믿기지 않겠지만, 이틀 간은 죽은 사람처럼 지냈다. 시큰거림은 눈을 타고 내려와 손 마디마디까지 시큰거리게 만들었다.

 

 

 

 

 

 

 

멍하니 침대에 누워 불 꺼진 방에 틀어박혀있었다. 벌써 삼일째였다. 오늘은 엄마와 아빠가 도저히 빠질 수 없는 회식과 출장이 잡혀 있었고, 민윤기는 외출했다. 꺼진 핸드폰은 일부러 충전하지 않았다. 남준의 전화와 태형의 문자를, 아니면 반 아이들의 동정을 그대로 받을까봐. 까만 액정에 여주의 얼굴이 비친다. 눈을 질끈 감았다. 손목과 목 끝의 핏줄들이 둥둥 머리를 크게 때릴듯이 울렸다. 긴 머리칼을 쓸어올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다 휘청거리는 다리를 어거지로 내딛었다. 벽을 짚은 손에서 오돌토돌한 벽지 무늬가 느껴진다.

 

 

 

차라리, 차라리 눈이 보이지 않았다면. 덜 비참하지 않았을까. 남준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위로가 아닌 비난이라도 남준이 뱉는 것이라면 달게 받을 수 있는데.

 

 

 

 

간신히 부엌으로 걸어와 생수를 찾았다. 물을 넘기고 입주변을 닦았다. 멀지 않은 현관등 센서가 깜박인다. 유선 전화기가 떠올라 고개를 저었다. 생수병 뚜껑을 꽉 여물고는 식탁에 손을 짚었다. 왔어? 대답이 없다. 확실히 말하면, 여주가 듣지 못하는 것이겠지. 부스스한 머리칼을 내려묶었다.

 

 

 

 

"어…"

-오다가 앞에서 만났어. 친구라며.

 

 

 

[방탄소년단/김남준] 음파의 증거 10. 열병 [熱病] | 인스티즈

[방탄소년단/김남준] 음파의 증거 10. 열병 [熱病] | 인스티즈

어질러진 신발을 정리하던 민윤기가 수화를 빠르게 하고는 집 안으로 들어선다. 그 모습을 빤히 쳐다보다 시선을 돌린다. 가만 앞에 서 있는 남준과, 그의 뒤에 서서 쭈뼛거리는 태형. 뻑뻑한 눈을 부볐다. 들어와.

 

 

 

 

10-4

 

 

 

 

거실에 앉아있는 남자 셋 앞에 앉아 들리지 않는 티비를 보고 있었다. 시간은 벌써 저녁이다. 유선 전화기가 깜박인다. 자리에서 일어나 전화기를 들었더니 여섯 개의 눈동자가 여주를 좇는다. 귀로 가져가다, 민윤기를 부르려 손짓했다. 민윤기는 뒷목을 쓸며 전화기를 건네 받았다. 무어라 중얼거리는 것을 지나쳐 남준과 태형의 손을 잡았다. 태형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여주를 올려다 보았고, 남준은 작은 손등을 어루만졌다. 방에 가자. 지금의 목소리는 가뭄난 것처럼 쩍 갈라졌으리라 감히 예상했다.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오른다. 침대와 맞닿은 벽에 등을 기대고 남준에게 손을 뻗었다. 힘 없이 끌려온 남준이 여주에게로 팔을 벌린다. 태형은 몸을 들썩거리더니 의자를 빼 앉으며 이미 꺼진 여주의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이내 충전기를 찾아 꽂으며 여주를 나무랐다. 그마저도 등을 돌린 상태라 그저 여주는 태형이 자기 성질에 못 이겨 씩씩거리는, 가끔씩 바닥을 향해 발을 구르는 뒷모습이 다였다. 태형의 배려일지, 아님 정말 의도하지 않은 것일지는 모르겠다.

 

 

 

"그렇게 갔으면 전화라도, 아니 문자라도 하던가. 나랑 남준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

"유언인지 유원인지 걔 공책 겨우 찾고 수습했더니 정작 사과 받을 애는 아프다고 학교도 빠지고."

 

 

 

 

남준의 품에 안긴 여주가 태형의 시선을 피해 남준의 옷깃을 잡았다. 삐져나온 잔머리들을 귀 뒤로 넘겨주며 눈을 맞춰오는 남준이었다. 진짜 걱정했어, 여주야. 그것을 본 태형은 더욱 크게 한숨 쉬며 의자에 도로 앉는다. 삐져나온 발끝을 꼼지락거리다 고개를 들었다. 등을 쓰다듬는 손에 몇 번 놀라다가도 금방 적응해 손길을 가만히 받아냈다.

 

 

 

 

"미안해. 말 안 해서."

"괜찮아."

 

 

남준은 조용히 볼을 쓸며 말한다. 반듯한 이마를 손가락으로 쓸다가, 시큰거리기만 하던 눈을 타고 내려와 볼을 감싸쥔 손은 여전하다. 힘이 빠지려는 여주를 고쳐 안고서 등을 더욱 느릿하게 토닥인다.

 

 

 

 

[방탄소년단/김남준] 음파의 증거 10. 열병 [熱病] | 인스티즈

"지금이라도 내가 알아서 괜찮아. 여주야."

 

 

 

 

 

 

--------

사담입니다.

네 삼일내내 알림이 가게 해 죄송합니다.

오늘 페스타 시작이네요.

더구나 모평ㅋ...참 행복합니다. 저는.

6월달에 자주 못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남은 5월달이라도 꾸준히 와야겠다 생각했어요.

이번 글은 음, 글쎄...

언제 달달해질지 모르겠습니다. 하하.

다음 글에선 꼭 남준이 사진을 많이 올려야겠어요.

 

좋은 밤 보내세요.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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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코로먹는코로로 예요!!
남준이랑 태형이가 집까지 찾아와줬네요ㅠㅠㅠ 괜히 감동...

6년 전
비회원171.160
진짜 볼수록 너무 재밌는 것 같아요ㅠㅠㅠㅠ 남준이가 나오는 작품중에서 이렇게 취저인 분위기에다가, 간간히 달달한 느낌이 들었어요 막 엄청 달달하고 그런느낌이 아니라 진짜 스며들듯이 달달한ㅠㅠㅠ 그냥 안기만 해도 눈을 마주치기만해도 달달하다니ㅠㅠㅠ 오열하고 갑니다 아 그리고 작가님 정말 열일하시는 것 같아요! 항상 좋은 작품 감사합니다♡
6년 전
비회원196.74
땅위입니다!! 글이 차분하고 엄청 감성적익 변하게되는거같아요! 그리고 여주의 주위사람들은 몇몇을 제외하고는 전부 착한거같아요ㅜㅠ
6년 전
독자2
새우버거입니다
남준이랑 태형이가 찾아올줄은 몰랏어요!!
여주가 많이 아픈거같은데 그 와중에 간호하는 윤기 너무 귀여워요 ㅠㅠ 남준이가 두 팔 벌리는거에 오늘도 설레이고 갑니다

6년 전
독자3
김말이야
아 진짜 너무 좋아요ㅠㅠㅠㅠ 중간에 남준이 피땀뮤비에서 초록물 마시는 짤 보고 욕했네요 너무 좋아서ㅠㅠㅠ 김남준 이렇게 스윗해도 되는 겁니까 잉잉,, 여주 안 왔다구 찾아온 귀여운 김형제들 플러스 츤데레 낭낭한 민윤기 크 여주는 전생에 뭘 했길래.. 부럽네욬ㅋㅋㅋㅋㅋ 오늘도 너무 셀렜어요 작가님

6년 전
독자4
[김남준]
아 진짜 김남준 겁나 스윗하내ㅠㅜㅜㅜㅜㅜ 태횽아 여주랑 남준이 옆에 잇어줘서 고맙다.,,, 물론 김남준도 여주 옆에 꼭 있어야할 존재⭐️

6년 전
독자5
하......쭌..........스윗해....ㅠㅠㅠㅠ 태태도 걱정하는모습 상상되서 설레네요ㅠㅠ 유원인가 뭔가 그 무리들 나빳어ㅠㅠㅠㅠㅠ
6년 전
독자6
숭아복이에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찾아오다니 이런 좋은친구들 엉엉 근데 사담은 저만안보이는걸까요 엉엉 ㅠㅠㅠㅠ
6년 전
청설
아 헐 죄송해요 이게 가끔 글씨 색이 안 입혀지는 경우가 있어요ㅠㅠㅠ다시 수정하겠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6년 전
독자7
헤헤 넵!
6년 전
청설
사담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셨군요...ㅎㅅㅎ부끄럽네여
6년 전
독자8
조는 사담읽는걸 좋아해서 항상 읽습니다 헤헤
6년 전
독자9
아...남주니 너무 스윗한거아닌가요ㅜㅜㅜㅜ아정말ㅠㅠㅠㅠㅠ냄쥰ㅠㅠㅠㅠㅠ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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