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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4.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

 

 

 

 

[워너원/강다니엘/옹성우] 영업2팀 강과장은 양아치니? 014 | 인스티즈

 

"지지난주 말하는 거죠?"

"....네."

"...몰랐구나. 니엘이 부모님 기일이었어요."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를 찾아야 했다.

그러나 옹과장님을 내팽개치고 가버릴 수는 없는 일. 일단 오늘 하루 만큼은 잘 마무리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꼼짝 않고 앉아있었다.

옹과장님은 손에 들고 있던 맥주를 한 모금 들이키시더니 내게 말씀하셨다.

 

 

 

"피곤하죠? 집에 데려다 줄게요."

 

 

 

누가 봐도 집에 갈 타이밍은 아니었다. 그다지 늦은 시간도 아니었고, 아직 봐야 할 공연도 남아있었다.

나를 집에 데려다 준다는 것은 이 분위기를 읽은 옹과장님의 배려임에 분명했다.

애꿎은 그에게 강과장의 이야기를 꺼낸 걸로도 모자라 이렇게 신세를 지다니, 미안한 마음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차 안에서 그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물론 나도 초조함과 미안함이 뒤섞여 어떤 말도 꺼내지 못했다.

죄송합니다, 라는 말은 지금 이 모든 상황을 다 인정해버리는 것 같았고,

감사합니다, 라고 하기에도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였다. 말을 고르고 고르다가 결국 단 한 번도 입을 열지 못했다.

 

[워너원/강다니엘/옹성우] 영업2팀 강과장은 양아치니? 014 | 인스티즈

 

"....."

"........"

 

 

 

어느새 집 앞에 도착한 옹과장님의 차. 밤이라 덜 막히는 것도 있었지만 일부러 속도를 내주신 덕에 일찍 도착했다는 걸 알았다.

옹과장님은 오늘 재밌었다고, 피곤할 텐데 잘 쉬라고 말씀해주셨다. 내가 강과장에게 갈 거라는 걸 짐작하셨으면서도 그렇게 말해주신 걸 거다.

나는 미안한 마음을 담아 더 깍듯하게 인사했다. 저도 재밌었다고, 그래도 과장님과 함께 1등한 덕에 이렇게 좋은 구경도 했다고.

과장님은 옅은 미소를 남긴 채 차를 몰아 우리 집 주차장 바깥으로 벗어나셨다.

나는 멀어지는 옹과장님의 차를 보다가 차가 주차장을 떠난지 좀 됐다 싶어졌을 때 바로 강과장의 집으로 향했다.

내색하지 않으려 최대한 눌러온 급한 마음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요동쳤다. 어서 그의 얼굴을 봐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우리 집에서 걸어서 15분 정도였다. 뛰어서 가면 버스를 잡아 타는 것보다 빨리 도착하는 거리였다.

예전에 그의 차를 타고 그의 동네를 지나오다가 701동에 산다는 걸 듣긴 했는데, 몇 호인지는 모르겠어서 전화를 걸었다.

 

 

 

"어디에요."

"집."

"그때 701동이었죠? 몇 호에요?"

"302호. 근데 왜.."

"...집 앞이에요. 문 열어줘요."

 

 

 

바쁜 걸음으로 계단을 타고 올라가 그의 집 초인종을 눌렀다. 내가 이렇게 맹목적이었던 순간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놀랐던 순간.

그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초조함에 발을 동동 굴렀다. 빨리, 빨리, 빨리 나와줘라. 진짜.

 

 

 

"문 열어요. 과장님."

"......."

"안에 있는 거 다 알아요. 빨리 열어요."

 

 

 

내가 강과장에게 이런 말투로 이야기한 적이 있었나. 당연히 없었을 거다. 그 만큼 마음이 급했다.

그런 급한 마음에 쿵쿵, 열리지 않는 문을 다급하게 두드렸고 이내 그의 얼굴을 마주쳤다.

다시금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수척해진 얼굴은 어느새 반쪽이 되어 있었다. 세상에...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왜 이야기 안 했어요."

"....뭐를."

"뭐를? 지금 뭐를이라는 말이 나와요?

왜 나한테 말 안 했냐구요."

 

 

 

마음이 워낙 급하니 앞뒤 다 잘라먹고 주어까지 빼먹은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강과장은 내가 도통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다가, 이내 깨달았다는 듯 미묘하게 눈빛이 바뀌었다.

그러더니 대뜸 내게 들어오지 말라고 말한다. 본인이 나올테니 내가 들어오지는 말라고 그런다.

나는 내가 몸을 먼저 들이밀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판단이 앞선다. 그러던 찰나에 문이 닫힌다.

 

 

 

"와, 진짜. 너무하네.

어떻게 얼굴 보러 온 애인을 이렇게 밖에다 세워둬요?

내가 무슨 거지도 아니고. 아 빨리 문 열어줘요!"

 

 

 

묵묵부답이다. 닫힌 문 뒤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럴 때는 고민할 겨를을 주면 안 된다. 이건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이다.

그래서 일부러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리게 하려고 강수를 두었다.

 

 

 

"지금 아니면 완전 쫑이에요.

셋 셀 때까지 안 열면 나 다시 가요, 진짜.

하나, 두울,"

 

[워너원/강다니엘/옹성우] 영업2팀 강과장은 양아치니? 014 | 인스티즈

 

문이 열렸다. 애써 나를 집으로 들이지 않으려는 그가 미워 어떻게든 고집을 부렸다.

그래. 결국 내가 이겼다. 이어진 건 화해의 키스, 강력한 몸의 대화... 그런 거였다.

평소였으면 충분히 부끄럽고도 남을 일이었지만 어쩐지 나는 그렇게 부끄럽지는 않았다. 부끄러움보다 간절함이 더 컸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의 집은 시간과 공간의 방 같았다. 그 안에서 얼마 만큼의 시간이 흘러갔는지 통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만큼 서로가 서로를 애타게 찾고, 마시고, 찾고, 느끼는 과정의 반복이었다.

 

 

 

-

 

 

 

"....으으."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햇볕 때문에 눈이 따가워 잠에서 깼다. 손을 올려 따가운 눈을 비벼냈다.

눈을 비비는 손길에 흔들리는 몸이 그의 몸과 함께 흔들렸다. 그제서야 상황 파악이 되기 시작했다.

얇은 하나의 이불 아래 두 몸이 꼭 붙어 있었다. 나는 정면을 바라보고 누워있고 그는 모로 누워 나를 제 품에 꼭 안고 있는 모습이었다.

내 움직임에 그도 잠에서 깬 건지 으, 하며 짧게 앓는 소리를 낸다. 그러더니 곧 더 힘주어 나를 안아온다.

 

 

 

"....숨막혀."

 

 

 

숨이 막혀서 그를 밀어내려고 했더니 꿈쩍 않고 밀리지도 않는다. 밀어내는 걸 포기한 나는 멀뚱멀뚱 천장을 바라보며 눈만 꿈벅인다.

대체 언제 잠든 건지도 모르겠고 얼마나 잔 지도 모르겠다. 그저 캄캄해서 아무것도 안 보였던 이 공간에 빛이 들어와 깬 것 뿐이다.

그제서야 그의 방이 눈에 좀 들어왔다. 벽지와 가구는 검은색과 하얀색의 향연. 그를 닮아 심플하기 그지없다.

이리저리 고개를 더 돌려보고 싶었으나 그에게 꼭 붙잡힌 터라 몸을 움직일 수가 없어서 포기했다.

 

 

 

"...아, 과장님. 진짜.. 숨막혀요."

 

 

 

그 덩치로 이렇게 나를 눌러오다니. 이러다가는 숨이 막혀서 못 살겠다 싶어 안간힘을 다해 팔을 밀어냈다.

밀리지는 않았는데 귓가에 그의 목소리가 닿아왔다.

....오빠라고 해봐, 어제처럼.

아... 어젯밤에 정신을 반쯤 잃은 상태에서 내뱉은 말들이 생각났다. 갑자기 부끄러워져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다.

발끝까지 오므라드는 느낌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끙끙대자 그가 슬며시 눈을 뜬다.

 

[워너원/강다니엘/옹성우] 영업2팀 강과장은 양아치니? 014 | 인스티즈

 

"빨리."

"아니.. 과장님.. 어제는 어제고..."

 

 

 

그의 눈이 다시 감기면서 제 팔로 내 몸통을 더 깊게 감아온다. 윽, 진짜 숨통 끊기겠네!!!

급한 마음에 아 알겠어요!! 오빠!! 오빠!!! 하면서 소리를 쳤다. 이제야 만족스럽다는 듯 웃으며 팔을 떼어내는 그다.

나는 얄미운 마음에 그를 흘겨 보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고, 그는 모로 누운 자세를 바꿔 엎드리며 나와 눈을 마주쳤다.

 

 

 

"더 안 자도 돼?"

"으응. 얼마나 잤는지 모르겠지만."

"....예쁘다."

 

[워너원/강다니엘/옹성우] 영업2팀 강과장은 양아치니? 014 | 인스티즈

 

그가 한쪽 손으로 내 볼을 쓸더니 그 위에 쪽, 하고 입을 맞춘다.

느껴지는 체온이 따뜻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안간힘을 써서 겨우 벗어났더니 이젠 내가 그를 안고 싶어진다.

손을 뻗어 그의 목에 팔을 걸었다. 훅 다가오는 그의 얼굴이 좋다. 살짝 부었는데 그게 귀여워서 웃었다.

부었지? 하고 그가 묻는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근데 귀여워요. 하는 말과 함께.

 

 

 

"누가 누구보고 귀엽대."

"내가 다니엘 보고요."

"어쭈, 다니엘?"

"....이제 연락 안 하기만 해봐요, 진짜."

"......"

"아니 그 전에, 그렇게 중요한 일들 얘기 안 하기만 해봐요."

"...미안해."

"....아니에요. 잘못은 내가 먼저 했어요.

내가 먼저 미안해요."

 

 

 

화를 내야 할 건 내가 아니라 과장님이었다. 애초에 원인 제공은 내가 한 거였으니까 내가 잘못한 게 먼저였다.

어젯밤에는 제대로 미안하다는 말을 할 겨를이 없어서 말하지 못했는데, 오늘이라도 이야기를 해야겠다 싶어서 용기를 냈다.

더 이상 부끄러울 것도, 무서울 것도 없었다. 서로의 마음을 알았으니 이젠 그걸로 충분했다.

내 미안하다는 말을 들은 그가 내 머리를 감싸 안아주었다. 사랑받는 느낌. 따뜻하게 닿아오는 그의 품이 좋았다.

 

 

 

먹을 게 좀 있나 찾아보려고 먼저 몸을 일으켰다. 그는 가지 말라는 듯 나를 붙잡았지만 어차피 둘 중 한 명은 움직여야 했다.

부엌에 가서 냉장고를 여니 맥주만 한가득이고 뭐 하나 먹을 만한 음식이 없다. 아니, 주식이 맥주야? 맥주만 먹고 사는 거야, 과장님?

내가 냉장고를 채운 맥주를 보며 벙 찌는 동안 과장님이 방에서 나왔나 보다. 그는 집에 먹을 게 없다고 이실직고 했다.

 

 

 

"아니 과장님, 집에서 뭐 먹고 살았어요?"

"...안 먹고."

"아니 어쩌면 집에 이렇게 먹을 게 없어요."

"나 살 빠졌잖아, 그래서."

 

 

 

얼굴이 반쪽이 되어 있더라니. 이유가 다른 데 있었던 게 아니구나 싶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 남자를 어찌할까. 그래도 일단 뭐라도 먹이는 게 급선무겠다 싶었다. 장보러 나가야겠다는 생각에 나부터 씻겠다 하고 화장실에 들어왔다.

거울을 봤는데 얼굴이고 뭐고 죄다 개판이었다. 잠들기 전에 뭐라고 입고 자야 하니까 입은 그의 큼직한 옷까지 얹어져 아주 웃기기 그지없었다.

이런 몰골 보고 예쁘다고 한 거야...? 그의 눈은 믿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씻고 나오니 몸이 좀 가뿐해진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따뜻한 물 때문에 긴장이 풀려서인지 허리춤에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순간 낯뜨거웠던 그 시간이 생각났다. 아이고야... 어제는 몰랐는데 오늘이 되니까 뒤늦게 부끄럽구만.

꼬로록, 배를 찌르르하게 울리는 느낌에 행동을 서둘렀다. 그가 씻고 나오는 틈을 타 방을 좀 정리했다.

주방에 혹시라도, 아주 혹시라도 쓸 만한 게 있나 싶어 한 번 더 스캔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

 

[워너원/강다니엘/옹성우] 영업2팀 강과장은 양아치니? 014 | 인스티즈

 

"뭐 할 건데?"

 

 

 

그의 덩치로 카트를 밀고 있으니 카트가 작아보인다. 이렇게 캐주얼한 옷을 입은 걸 본 게 또 오래간만인 지라 새삼스레 설렜다.

설레는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하며 그의 뒤를 찬찬히 따라갔다. 그나마 적은 재료로 후다닥 만들 수 있는 게 카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카레요. 라고 답했더니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채소 몇 가지와 카레 분말만 사면 되었다. 아까 쌀은 씻어서 불려두고 왔으니 돌아가서 취사 버튼만 누르면 오케이다.

 

 

 

"호박이랑.. 당근이랑.. 감자랑.

고기는 뭘로 넣을까요?"

"소."

 

 

 

소. 라고 1초만에 답하는 모습이 귀엽다. 취향 확고하시네, 과장님. 이라 속으로 생각하며 웃었더니 그도 멋쩍게 웃어보인다.

나는 알았어요, 그럼 소고기 사러 가자. 하며 꼬물꼬물 그의 허리춤에 팔을 둘렀다.

 

 

 

"......"

"........"

 

 

 

허리춤을 감싸는 내 팔이 좋았는지 그가 웃으며 내 어깨에 제 팔을 올렸다. 뭔가 '하나로 합체!' 하는 자세인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졌다.

떨어져 있던 시간이 무색할 만치 즐겁고 행복했다. 떨어져 있을 땐 정말 힘들었는데, 사람 감정이라는 게 이렇게 간사한가 보다.

같이 장을 보는 것도 모자라 장 본 걸 가지고 집에 가서 밥을 해먹는다니.

이 시나리오 자체가 너무 설레고 두근거리는 내용인 거다. 그를 보지 못한 두 번의 주말 뒤에 맞는 최고의 주말이다.

이런 내 마음이 조금이라도 전해지면 좋겠어서 더 팔에 힘을 주어 그의 허리를 안았다.

낮게 깔리는 그의 웃음소리가 듣기 좋았다.

 

 

 

-

 

 

 

"내가 할게요. 과장님은 TV 보세요."

"같이 하고 싶은데."

"얼마 안 걸려요. 한 20분?"

"칼 쓰는 건 내가 할래."

"칼 쓰는 게 전부인데요..."

 

[워너원/강다니엘/옹성우] 영업2팀 강과장은 양아치니? 014 | 인스티즈

 

엄마가 하는 일이 신기해 보여서 어린아이가 엄마의 일을 하고 싶다고 보채는 것마냥 고집을 부린다.

아니 이 아저씨가 왜 자꾸 이래, 싶어서 거실 가서 TV나 보라고 나무랐더니 금세 어깨를 축 늘어뜨린다.

....이런 면도 있었나... 처음 보는 모습 같은데 그게 또 귀여워서 살풋 웃음이 났다.

밍기적밍기적, 아주 가기 싫은 걸음으로 거실에 가더니 TV를 켜긴 켠 모양이다. 나는 이때다 싶어 얼른 채소를 씻어내고 물을 끓였다.

 

 

 

착착착착, 카레는 많이 만들어봤어서 정말 금방이었다. 띠리릭, 하는 소리에 밥솥을 열어보니 꼬들꼬들하게 밥도 잘 익었다.

맛있게 한 끼 대접해줄 수 있겠다 싶었다. 강과장 얼굴이 수척해진 게 나 내 탓인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보글보글 끓는 소리가 나니까 집안 가득 카레향이 솔솔 퍼졌다.

그 냄새를 맡고 부엌으로 온 과장님이다. 이번에는 강아지가 밥 앞에서 꼬리를 흔드는 것 같다.

아니, 오늘 왜 이렇게 세상 귀여움 다 가지고 온 거야..? 내 눈이 이상한 건가...

 

 

 

"여기 그릇에 밥 떠가지구 저한테 주세요."

"네-"

 

 

 

그가 푼 밥 위에 카레를 얹었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은 법. 최대한 예쁘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다행히 냉장고 안에 김치는 있어서 김치를 꺼냈다. 차린 건 없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대강 한 끼 식사 정도는 해결 가능했다.

 

 

 

"잘 먹겠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과장님."

 

[워너원/강다니엘/옹성우] 영업2팀 강과장은 양아치니? 014 | 인스티즈

 

그는 카레 두 그릇과 김치가 올라간 식탁을 보며 조금 감동받은 듯했다.

카레와 내 얼굴을 번갈아 보다가 잘 먹을게, 라는 말을 하는데 뭔가 마음이 먹먹했다. 빠진 살을 다 채우려면 며칠 간 실하게 먹여야겠다 싶다.

카레를 비빈 밥을 크게 한 술 떠서 입으로 가져가는 모습에 뿌듯함이 밀려왔다.

오구오구, 잘 먹는다. 내 새끼. 이런 기분... 이라고 해야 하나.

 

 

 

"그러면은.. 부산에는 잘 다녀왔어요?"

"응. 부모님 다 잘 뵙고 왔어."

"..다음에는 같이 가요. 혼자 가지 말고."

 

 

 

내 말을 들은 그가 한 3초 정도 아무런 반응이 없더니 이내 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내가 혹시 말실수 했나 싶어서 잠시 쭈구리가 되어 있었는데, 다행히도 그건 아니었나 보다.

 

 

 

"이번에 같이 가자고 말하려 했는데,"

"......"

"내가 말 못했어.

먼저 말해줘서 고마워."

 

 

 

아..... 왠지 눈물이 울컥 날 것 같아서 입에 밥을 넣었다.

카레까지 맛있게 잘 되어서 다행이다. 메뉴를 카레로 선택한 건 정말 잘한 일이었다.

 

그는 한 그릇을 가뿐하게 비워내고 두 그릇까지 먹었다. 물론 나도 그와 비슷하게 먹었다는 건 안 비밀이다.

아, 배불러.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행복한 포만감에 배를 통통 치며 의자에 눕듯이 몸을 기댔다.

설거지는 내가, 를 외치며 일어선 그를 그냥 두었다. 나는 김치를 다시 냉장고에 넣어놓고 거실로 향했다.

 

 

 

"과장님 집에 빔프로젝터랑 스크린 있네요?"

"응. 그걸로 영화 봐."

"우와! 멋있다.. 지금 영화 봐도 돼요?"

"그럼."

"오- 재밌는 거 있나 볼게요-"

 

 

 

빔프로젝터와 연결된 노트북을 켰다. 보자, 보자... 재밌는 게 뭐가 있을까.

평소에 영화를 많이 보시는 모양이다. 연도별, 장르별로 영화가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다.

그러던 중 몇 개월 전 개봉했는데 정신없이 바빠서 영화관에서 못 본 영화가 있길래 반가웠다.

일단 먼저 켜두고 일시정지를 눌렀다. 강과장님이 설거지를 끝낼 때까지 기다려야겠다는 마음에서였다.

 

 

 

"과장님 얼른 오세요- 기다리고 있어요-"

 

 

 

아, 배부르다. 보다가 졸리면 잠이 솔솔 올 것 같긴 하지만 일단 보고 싶었던 거니 보기는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과장님을 기다렸다.

한 5분 정도 기다렸을까, 과장님이 식탁까지 깔끔하게 다 닦은 뒤 맥주 두 캔을 들고 거실로 오셨다.

헤에, 맥주라니. 또 내가 환장하지... 하면서 기쁜 마음으로 맥주캔을 받아 들었다. 스페이스바를 누르니 영화가 시작되었다.

 

 

 

바닥에 앉은 내게 대리석이라 차갑다며 얇은 이불을 갖다주신 과장님. 살짝 접어놓고 그 위에 앉으니 폭신하고 따뜻한 게 훨씬 편했다.

과장님도 이 위로 올라오세요. 했는데 이불을 좁게 접어놓은 터라 꼭 붙어서 앉게 됐다. 그런데도 두 명이서 나란히 앉기에는 좀 불편했다.

이내 과장님이 내 뒤에 앉아 나를 감싸안은 자세가 되었다. 나는 내 등을 과장님 가슴팍에 기댈 수 있고, 과장님은 내 등에 기댈 수 있어 서로 편했다.

과장님은 한 팔로는 내 허리를 안고, 다른 팔로는 맥주캔을 들었다 놓았다 하시면서 영화를 보았다.

배가 하도 불러서 뱃살이 만져질까봐 좀 신경쓰이긴 했지만, 미우나 고우나 내 뱃살인데 뭐 어떻게 하리 하는 생각으로 포기했다.

 

 

 

영화는 재미있었다. 주된 장르는 범죄와 액션이었는데 중간중간 남녀의 로맨스가 섞여 있었다.

좋아하던 배우가 주인공이어서 보고 싶었던 영화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작품 참 잘 고른다 싶어 뿌듯해졌다.

 

그렇게 한참을 몰입해서 보고 있는데 갑자기 목 언저리에 뜨끈한 게 닿아왔다.

 

[워너원/강다니엘/옹성우] 영업2팀 강과장은 양아치니? 014 | 인스티즈

 

".......?"

 

 

 

강과장의 입술이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깜짝 놀라 힉, 하는 소리를 내면서 뒤를 돌아봤다.

강과장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내 입술에 입을 맞춰왔다.

아니 영화 보다가 이게 뭔 일이래 싶어서 슬쩍 팔로 강과장을 밀어내보려 했으나 그 팔을 잡아버리는 과장님.

어... 키스하는 타이밍인가, 싶어서 일단 가만히 있었는데.

 

 

 

"......"

 

 

 

이번에는 턱, 볼, 이마, 코에 차근차근 입을 맞추는 거다. 간질거리는 게 느낌이 좀 야릇해서 갑자기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심장도 갑자기 빨리 뛰는 게 놀라서인지 좋아서인지 모르겠다. 왠지 조금 긴장이 되어 손을 들어서 강과장의 옷을 힘주어 잡았다.

한참을 내 얼굴 이곳저곳에 입술 도장을 찍어내던 강과장이 다시 내 입술에 입맞췄다. 가볍게 떨어지는 베이비 키스다.

 

[워너원/강다니엘/옹성우] 영업2팀 강과장은 양아치니? 014 | 인스티즈

 

"...미안. 예뻐서 그랬어.

다시 영화 보자."

 

 

 

내 허리를 꼬옥 안아주는 따뜻한 손길에 긴장한 마음이 사그라들었다.

그의 너른 품 안에서 보내는 주말이 행복했다.

우리가 함께하는 그 시간과 공간이 다 행복했다.

주말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을 정도로, 그 만큼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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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달달해서 혈당이 높아져버린 것만 같은 글이네요..

다들 주말 잘 보내고 계신지요?

지난 편에 주신 아주 뜨거운 반응과 사랑, 그리고 댓글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암호닉 신청해주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놀랬어여...

과분한 사랑 주시는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암호닉 공지 글에는 BGM 목록 따로 들고 온다고 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아서,

그냥 이 글에 올립니다. BGM 궁금하셨던 분들은 확인해주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001~013 BGM 목록>

001: <영업2팀 강과장에 대하여>

로꼬 & 유주(여자친구)-우연히 봄

002: <내 차 타요>

정기고(Junggigo)-너를 원해(Feat. Beenzino)

003:

WINNER-REALLY REALLY

004:

로꼬-지나쳐(Feat. DEAN)

005: <맞잡은 두(명의) 손>

슬레이트-Oh Little Girl

006: <엇갈리다 (도쿄출장 上)>

DAY6-장난 아닌데

007: <어쩐지 처연한 (도쿄출장 中)>

DEAN-넘어와(Feat. 백예린)

008: <You Make My Life Colorful (도쿄출장 下)>

샤이니(SHINee)-Colorful

009: <사모예드를 집에 들인다면>

CRUSH(크러쉬)-Hug Me(Feat. Gaeko)

010: <철벽남 강다니엘>

백아연-질투가 나(Feat. 박지민)

011: <체육대회는 위기를 싣고 上>

블락비(Block B)-나만 이런거야?

012: <체육대회는 위기를 싣고 下>

방탄소년단-좋아요

013: <혼자라는 것에 대하여>

정키(Jung Key)-잊혀지다(Feat. 양다일)

 

이번 편은 레드벨벳-Oh Boy 입니다.

뭔가 가사나 분위기가 여주의 시점에서 다니엘이 이렇게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언젠가 한 번 넣고 싶었어가지고 벼르고 벼르다가 이번 편에 넣어보았습니다.

 

향후 세 편 정도 줄거리를 미리 짜놓았는데요, 기대하셔도 좋을 만큼 흥미진진하게 꾸며볼게요!

오래간만에 달달하고 다정하기 그지 없는 이번 편이니 행복하게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이번 편에는 답댓글 좀 많이 달 수 있을 것 같아요~

늘 독자님들과 소통하고 싶어하지...만 못했던 저를 위해 이런저런 따뜻하고 관심어린 댓글들 기다리고 있을게요!

오늘도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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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23
행복해 보여서 다행이에요... 여주가 요리도 해주고 집에 맥주만 있다니ㅠㅠ
6년 전
독자324
아 진짜 이번화는 역대급이에요ㅠㅠ 이런 야릇한거 넘나 좋다능><
6년 전
독자325
행복한 주말 부럽다ㅠㅠ
6년 전
독자326
와 진짜 매번 역대급이었지만 오늘 뭔가 제일 대박이에요 ㅎㅎㅎ 진짜 이런 거 하시면 좋아하실 거라 생각하시는데 너무 좋습니다 좋아요!!!! 강과장님 진짜 진짜 진짜 리얼 헐 스윗 가이,,,,, 여주는 여주대로 귀엽고 과장님은 과장님대로 귀엽고 ㅠㅠ 엉엉 작가님 팬은 이렇게 또 웁니다... 이번화 아무 말 하지 말고 내 마음 속에 저장
6년 전
독자327
화해하고 알콩달콩 사랑이야기ㅠㅠㅠㅠㅠ 다녤 진짜 마성의 남자에요ㅜㅜㅜㅜ 사랑스러워ㅠㅠㅠ
6년 전
독자328
진짜 너무 달달해요ㅠㅠㅠㅠㅠㅠ설레서 미칠 것 같습니다..
6년 전
독자329
...그래서 둘이.결혼은 언제.. 한데요??
.. 축의금 낼 자신.있어요...

6년 전
독자330
아..설레서 죽을거같아요..(*⁰▿⁰*)
6년 전
독자331
어우... 아주 활활 타오르는구먼요
역시 젊은 피..ㅋㅋㅋㅋ
보면서 계속 입꼬리가 올라가요..ㅋㅋㅋㅋ

6년 전
독자332
글을 보는 저는 온몸이 간지러운데요 강과댱님..... 영화나 보지 뭐하는 짓이야ㅠㅠㅠㅠ 독자들 설레게.... 힝 분위기 너무 좋아요
6년 전
독자333
하이고 하나님 설렘사로 죽겟어요ㅠㅠㅠ내생한번만 저런 남자조 주세요 ㅍㅍㅍ
6년 전
독자334
우헤헤헤헿 와 진짜 강다니 대ㄷ박 스윗하면서 섹시하기까지하다니 다갖췃네 갖췄어...
6년 전
독자335
ㅜㅜㅜㅜ완전 꿀떨어질 정도로 달달해요.ㅋㅋㅋ 같이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장도 보고 애정표현도 하고요♡
6년 전
독자336
와 진짜 대박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넘 스윗하면서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6년 전
독자337
오늘새벽다샜네요그렇네요...네.......강과장님...쵝오.....
6년 전
독자338
호잉 ㅠㅠㅠㅠ넘설레여
6년 전
독자339
강과장.....쏘스윗ㅠㅠㅠㅠㅠ그런거 어디서 배웠어.....
6년 전
독자340
으어어 달달달달달해ㅠㅠㅠ강과장 너무 스윗한거 아니에요? 진짜 평온한 주말이네요
6년 전
독자341
저번 편이 레전드인줄알았는데 이거네요^^ 잘읽고가욥
6년 전
독자342
와... 진짜 이거 보는데 죽어있던 연애세포가 뿅뿅뿅하고 다시 태어나는 기분이네요ㅠㅠㅠㅠㅠ 너무 설레서 진짜 자동으로 저도 모르게 발가락이 꼼지락 거리게 되는 씬들 ....ㅠㅠ 다니엘 ㅠㅠㅠ 진짜 키도크고 덩치도커서 상상만해도 넘나 설레는 ㅠㅠ
6년 전
독자343
달달구리ㅜㅜㅜㅜㅜ이 세상에 초콜릿 다 필요없네요...으아아아아앍
6년 전
독자344
크앙아앙 달달해....너무너무 스윗해ㅠㅠ강과장님 최고다진짜로....이대로 둘이.행쇼.....♡
6년 전
독자345
냉랭했던 분위기 뒤에 이어지는 이런 달달함 매우 환영합니다
6년 전
독자346
너무너무 달달하고 좋아요ㅠㅠㅠㅠㅠㅠ 진짜 두근두근.. 앞으로 둘이 꽃길만걷길...
6년 전
독자347
아...둘이 진짜 넘나 스윗하다ㅠㅠㅠㅠㅠ보기 너무 좋아야!! 주말을 같이보내는 모습이 진짜 너무 평온해 보여요
6년 전
독자348
오늘도 설레서 죽어갑니다...진짜 사랑합니다 ㅜㅜ 진짜 너무 설레여
6년 전
독자349
네?? 밤도 풀어주셔야지 ㅎㅎㅎ ㅋㅋㅋㅋㅋㅋㅋㅋ
6년 전
독자350
우와웅ㅠㅠㅠㅠ 진짜 너므 몽글몽ㅂ글 설레요ㅠㅠㅠㅠㅠ 진짜 강과장님한테서 벗어날수가 없다,,ㅠㅠㅜ
6년 전
독자351
세상에,,, 진짜 강다니엘,,,,, 행복해보인다,, 부럽다
6년 전
독자352
니엘이 너무섹시해요......미쳐버려따...니엘아
6년 전
독자353
너무 브금이랑 찰떡이라서 좋아요... 이번 편은 진짜 너무 달달해서 혈당이 올라갈 것만 같은 화네요 이런 모습만 보고 싶을 정도로! 으악 너무 좋아요 감사합니다 ㅠㅠ
6년 전
독자354
친구가 추천해서 읽는데 진짜 너무 재밌어요....
6년 전
독자355
이 주말 대찬성입니다
이뻐서 그랬다네요 ㅠㅠㅠ
강과장님 ㅠㅠ 진짜 말 세상에서 제일 예쁘게해
이와중에 우리 옹과장님 ㅠㅠ 마음아프다아

6년 전
독자356
아 정주행하는데 자까님 ... 대박이에오 ... 누가 제 입꼬리 좀 내려주세요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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