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인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었다.
하지만 변한 것은 없었다. 소년의 나이 앞자리가 1에서 2로 바뀌었다는 것 말고는.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서울로 올라왔다.
주변에 다닐만한 고등학교가 없기도 했지만 소년의 본심은 그것이 아니었다.
학교를 갔다올 때마다 지나치는 그 언덕. 그 아이와 함께 오르내렸던 그 언덕을 보는 것이 힘겨웠다.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아이는 점점 잊혀졌기 때문이었다.
오늘도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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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갈색머리 아가씨
"안녕하십니까. 유아교육과 17학번 김종현입니다."
"어어. 유교과 남자 귀하기로 유명한데 잘생긴 애가 들어왔네."
"한 잔 받아."
"감사합니다."
아이가 좋다는 이유로 지원한 유아교육과였다.
그냥 평범하게 공부를 하다 차근차근 자리를 잡으려 했던 소년의 계획은 빠르게 사라지고 말았다.
뭔 놈의 이렇게 파티가 많은 건지. 그리고 파티를 할 때마다 왜 술은 필수적으로 있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소년이 지내고 있는 하숙집에서는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았다.
그도 그런 게 술을 마시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민현과 동호는 애초에 술이 약했고 민기는 가끔 맥주를 마시는 게 전부였다.
민기를 따라 한 모금 마셔본 적은 있었지만 결론은 '맛없다.' 였다. 그냥 쓰고 시원한 액체일 뿐이었다.
"얼굴도 잘생겼겠다 인기 많았겠네?"
"아니에요. 남중 남고 나와서..."
"여기 여초과니까 잘 둘러보다 적당히 사귀고 그래. 대학의 묘미는 CC잖아."
"하하..."
일부러 남고를 갔던 것도 사실이었다.
아마 유교과에 이렇게 남자가 많지 않고 여자들만 가득하다는 걸 알았다면 지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너무 안이하게 생각했던 소년의 탓이었다. 이렇게 성비가 안맞을 줄 알았겠어.
술이 한 잔씩 들어가자 적당히 취한 여자들이 소년에게 다가왔다.
동글동글한 눈망울에 머리통을 가진 소년은 여자들의 눈에 마냥 귀여워보일 것이다.
뭐라도 하나 더 챙겨주고 싶은 그런 마음이 들게 하는 사람이었다. 소년은.
그런 사람들 중에서도 소년에게 마음을 품고 있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게 누구던 호감형으로 생긴 사람은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다.
"저..."
한 여자가 소년의 옆으로 다가왔다.
소년은 두 눈을 느릿하게 깜박이며 고개를 돌렸다. 술을 너무 많이 받아먹어서일까.
앞에 흐릿하게 보였다.
정확히 여자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흐릿한 실루엣을 바라보며 소년은 생각했다.
말랐다. 그 애처럼.
"아까부터 봤는데..."
"..."
"번호 좀..."
"미안."
"..."
"나 마른 사람 별로 안좋아해서."
툭 하고 나온 소년의 목소리는 건조했다.
여자는 잠시 당황한 듯 했지만 이내 미안하다며 자리를 떴다.
주위에서 남자들이 오오~ 하는 괴상한 추임새를 내뱉었다.
소년은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술잔을 내려놓았다.
거짓말이 아니었다. 마른 사람들을 볼 때마다 그 아이가 떠올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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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1편이 올라올지 몰라요...
우선 프롤로그부터...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