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친구는 없고 좋아하는 사람은 있어요. ”
갑작스러운 우진이의 발표에 수저를 내려놓고 빤히 쳐다봤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너무 빤히 쳐다보니 쑥쓰러운지 계속 시선을 아래로 둔다.
아. 너무 빤히 쳐다봤나. 사람의 심리라는 게 괜히 이런 거 궁금하잖아. 누가 누구를 좋아한다. 뭐 이런 거.
“ 도와줄게. ”
“ 네? ”
“ 우리 후배님이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야. 이어지도록 도와줄게. 이 누나만 믿어. ”
“ 치아라. 니 연애도 몬하면서 누구 연애를 도와준다카노. ”
언제 온 건지 내 머리를 툭 치며 잔소리를 하는 다니엘. 남자 소개라도 해줄 거 아니면 사라져. 그런 쓰레기들 언급할 필요 없어.
“ 형, 선호 주고 밥 먹어요. 제가 돌보고 있을게요. ”
“ 어, 알았다. 고맙다. ”
갑자기 전 남친들 생각하니까 빡치잖아... 굳은 표정으로 말없이 밥만 먹고 있으니 옆에 앉은 다니엘이 슬금슬금 내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왜 밥 잘 먹고 있는데 그 이야기를 꺼내고 난리야.
“ ...마, 워너밤. ”
“ ...... ”
“ 너밤아. ”
“ ...... ”
“ 화났나... 어? 그 새끼들 이야기 꺼내서... ”
“ ...밥 먹어라. ”
“ 아, 미안타. 내가 잘몬했다. 금마들 이야기 꺼내가꼬. ”
“ ...... ”
“ ...오늘 마트 가까. ”
“ ...니 카드. ”
“ 알긋다. 가자. 오빠가 다 사주께. ”
“ 지랄. 한 번만 걔네 이야기 꺼내기만 해라. ”
원래 돈과 인생은 막 써야 제맛이라고 누가 그랬다. 누나가 말을 함부로 하면 안된다는 걸 알려줄게.
아기와 너
W. 22개월
“ 잘 먹었어요 오늘.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 아니야. 선호 봐줘서 진짜 고마워. ”
“ 들가라. 다음에 성우 행님이랑 셋이서 보자. ”
“ 나는? ”
“ 니는 좀 보고. ”
“ 아, 왜! ”
“ 시끄럽다. 동네 사람들 다 듣는다. ”
마지막까지 투닥거리는 우리 모습을 보고 씩 웃던 우진이가 한 번 더 인사를 하고 나갔다.
1층까지 같이 나가려고 하니 선호 데리고 힘들다며 만류하는 바람에 얌전히 집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 슬슬 장 보러 가볼까.
“ 선호야, 마트 구경 갈까? ”
“ 꼭 사야 되는 거 뭐 있노. ”
“ 일단 선호 물건은 기저귀? 그리고 애 이유식 할 거. ”
“ 이유식... 기저귀... 또 니는. ”
“ 나는... 과일 좀 있었으면 좋겠다. ”
“ 과일... ”
꼭 필요한 걸 잊을까 싶어 휴대폰에 메모하는 모습을 보니 결혼하면 아내한테 예쁨 받을 것 같다.
저렇게 가정적인 남자가 얼마 없습니다 세상 사람들. 얼른 아무나 데려가세요. 근데 왜 쟤는 여자친구가 없냐.
부산에서 있었다고 했던 것 같은데 서울 올라와서는 한 번도 생긴 걸 본 적이 없다. 나만 남자친구가 있었던 것 같은데.
“ 가자. 선호 주라. ”
“ 아, 어. 선호야 가자. ”
“ 우리 아들 이리 온나. 맛있는 거 사주께. ”
쟤가 또. 저 아들 소리는 언제 그만할련지. 아랫입술을 꼭 다무며 인상을 쓰자 눈치챈 건지. 이마를 톡 치고 먼저 앞서간다. 아오. 도망가는 거 봐. 얄미워 죽겠네.
뒤따라가니 밖에 나와서 즐거운 건지 다니엘 볼을 만지며 장난치는 선호가 보인다. 그래, 선호야 너만 좋으면 돼. 우리 선호 하고 싶은 거 다 해.
옹알이를 하며 무슨 말을 하는데 그걸 다 받아주는 다니엘을 보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 알아듣고 대답하는 거냐.
나중에 힘들까 싶어 아기 띠를 채워주니 너무 딱 달라붙는다고 난리다. 내 몸에 맞췄던 거라 늘린다고 늘렸는데 무슨 어깨가 이렇게 넓은 건지.
좀 더 느슨하게 풀어주니 됐다며 앞장선다.
“ 뭐부터 고를 끼고. ”
“ 음... 일단 선호 거부터. ”
“ 알긋다. 저 있네. 가자. 카트 주라. ”
“ 선호 안고 불편하다. 그냥 내가 끌게. ”
바로 앞이 마트라 금방 도착해서 카트를 뽑으니 자기가 끌겠다며 가져가려 한다. 얘가 진짜 왜 이러냐.
선호가 오고 난 이후로부터 뭐든지 다 들고 하려는 다니엘에 고맙기도 하지만 미안하기도 했다. 카트까지 뺏기지는 않겠어.
단호한 표정으로 카트를 꼭 잡으니 알겠다며 웃는다. 그래. 이건 내가 하게 해줘라.
“ 알긋다. 안 가져가께. 가입시다. 우리 선호는 뭐 묵고 싶노. 형아가 다 해주께. ”
“ 일단은 기저귀. 선호가... 10개월이니까 이거 사면 되겠다. ”
“ 뭐 이리 비싸노. 와, 나중에 행님한테 용돈 제대로 달라 해야긋다. ”
“ 원래 아기 용품이 더 비싸. 기저귀든, 옷이든. ”
이쪽으로는 처음 와본다며 신기하다를 반복하며 방실방실 웃는다. 누가 애고, 누가 어른인지. 바로 옆 아기 용품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 이것저것 다 카트에 담으려고 한다.
진정해 이 사람아. 그거 다 있는 거야... 제발... 왜 한 번 꽂히면 정신을 못 차리세요...
“ 쪽쪽이. ”
“ 있다. ”
“ 오리. ”
“ 있다. ”
“ 숟가락. ”
“ 있다. ”
“ 밥그릇. ”
“ 의건아. ”
“ 알긋다... 넘어가자... ”
한 번 꽂히면 사려는 성격에 항상 내가 말리곤 했는데 오늘도 역시나다. 그리고 말리면 항상 저렇게 눈꼬리가 축 처진다.
그래도 안되는 건 안 돼. 넌 나 없었으면 통장 잔고가 반으로 줄어들었을 거다. 고마워해라.
야채 코너 쪽으로 가고 있는데 옆이 허전한 느낌에 뒤로 도니 어피치 물건들에 꽂혀 빤히 쳐다보는 다니엘이 보인다. 아, 인간아. 좀. 제발.
“ 와, 아기 귀엽다. 오빠 애에요? ”
“ 네? 아, 아인데. 동생인데요... ”
“ 다행이네요! 그럼 저 번호 주시면 안 될까요? ”
“ 죄송합니다. 제 번호가 좀 비싸가꼬. ”
“ 아, 그러지 말고요. 오빠 완전 제 스타일인데. 저 아기도 좋아해요. ”
“ 여자친구 있습니다. ”
예? 여자친구요? 지금 내가 잘못 들은 건가. 다니엘에게 가려는 순간 새내기 이미지가 뿜뿜나는 여자애들 세 명이 우르르 모여 다니엘을 막는다.
어쩔 수 없이 그대로 멈춰 어떻게 하나 보자 싶어 카트에 몸을 기댄 채 쳐다보다가 여자친구라는 말에 몸을 일으켰다. 뭐지, 이 배신감. 여자친구라니. 말도 안 해주고.
배신감 오졌다 강의건.
“ 여보야. ”
“ 어? ”
“ 뭐하노. 빨리 안 오고. 2층 가자. 선호 장난감 봐야지. ”
“ 아, 뭐야... 진짜네... ”
저게 지금 뭐라고 입을 놀리는 거죠. 저보고 여보라는 건가요. 드럽다 진짜. 와. 저 상황 피하려고 나를 파네.
순간 놀래서 대답은 했는데 이 장단에 맞춰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찰나 나를 째려보며 위아래로 훑는 여자들이 눈빛이 보인다. 저런 싸가지를 보았나.
그렇게 째려보면 어쩔 건데. 순간 욱한 마음에 카트를 끌고 다니엘 옆으로 서서 손을 잡아 이끌었다. “
“ 그럼 진짜죠. 거짓말이겠어요? 다른 남자 찾아보세요. 이미 임자 있는 남자 건들지 말고. ”
“ ...... ”
“ 가자, 여보야. ”
그러니까 너네가 왜 째려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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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지에 장단에 맞춰주게 됐다. 쪽팔려 죽겠네. 이불킥 할 게 하나 더 늘어버렸다. 그 여자들이 안 째려봤으면 재밌는 구경하는 건데. 자기들 잘못이지 뭐.
누가 째려보렸니. 어쩌다 보니 야채 코너보다 2층에 와버렸다. 장난감... 선호 장난감 많았던 것 같은데 뭘 사줘야 하나. 그럼 여자친구도 거짓말인 건가. 야, 다니엘.
“ 어, 여보야. ”
“ 아, 미쳤냐. 누가 니 여보야. 여보는. ”
“ 장단 맞춰준 기 어디 사는 누구였더라. 내 진짜 놀랬다. 최후의 방법으로 한긴데. ”
“ 니가 먼저 그래놓고 왜 저한테 그러세요. ”
“ 여자친구 없다. ”
“ 어? ”
“ 다 구라인 거 알제. 여자친구 없다. 있었으면 니한테 먼저 말했긋지. 안 그렇나. 니 섭섭할까 싶어가꼬 말하는 기다. ”
언제 캐치한 건지 바로 여자친구가 없다는 다니엘의 말에 괜히 뻘줌해져 목덜미를 긁으니 웃으며 어깨로 툭 친다. 아, 니가 어깨로 치면 아프다니까.
알 수 없는 안도감에 어깨를 미니 자기 혼자 터져서 장난감을 고른다.
“ 아, 진짜 귀여워가꼬 진짜. ”
“ 시끄럽다. 순간 나 진짜 배신감 장난 아니었다니까. ”
“ 그럴 것 같아가꼬 바로 말해준 다이가. 이런 남자가 어딨노. ”
“ 여기 있네. ”
“ 재미 없그로. 내 밖에 없을끼다. 너밤아, 이거 어떻노. 이거 누르면 막 타요 나오는 것 같은데. ”
이것저것 고르며 나와 선호에게 보여준다. 음... 아기 장난감이지만 내가 고민되네. 둘 다 괜찮을 것 같은데. 옆에 있는 인형을 보니 괜히 내가 사고 싶다.
한참 고민하고 있는데 내 결정 장애를 해결해주듯 선호가 갖고 싶어 한다며 아까 보여줬던 타요를 들고 온다. 약간 다니엘의 사심도 있는 것 같지만 넘어가자.
“ 그리고 과일 사면 되나. ”
“ 어, 어. 그리고 또 뭐 사지. ”
“ 고기. 뭘 고민하노. ”
“ 좋아. ”
다시 1층으로 내려가 과일을 고르고 있는데 갑자기 선호를 데리고 벗어난다. 어디 가는데 또... 그래도 아까와 다르게 내 눈은 과일에 꽂혀있다.
다니엘도 한 번 꽂히면 헤어 나오지 못하지만 사실 그건 나도 만만치 않은 터라 마음에 드는 과일은 이것저것 집어넣고 정신을 차려보니 카트의 반이 과일이다.
아... 이 정도면 좀 눈치 보이는데. 뭘 빼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 찰나 싱글벙글 웃으며 다니엘이 다가온다. 아, 또 잔소리 들으려나.
“ 다 골랐나. 고기 들고 왔다. 계산만 하면 된다. ”
“ 어... 근데 좀 과일이 많아서 뭐 뺄지 고민 중이야. 뭐 뺄까. ”
“ 고마 다 사라. 어차피 다 먹는데. ”
와, 씨. 강의건 개 멋있어. 사랑합니다 고객님. 제가 열심히 일할게요.
22개월입니다! |
사랑합니다 독자님. 제가 열심히 글쓸게요. 현생을 마무리하고 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재미없는 글을 들고와서 죄송합니다. 그냥 소소한 일상 생활 이야기를 들고 오려니 뭔가 되게 그냥 흘러가는 느낌이네요ㅠㅠㅠㅠㅠㅠ 막막 엄청 전개 빠르게 하고 싶은데 그럼 너무 빠를까봐 걱정이고 처음 써보는 게 여기서 티가 나버리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 죄송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우진이랑은 그렇게 대놓고 막 삼각관계 뿜뿜은 아닙니다! 다른 작가님들 그렇게 잘 쓸 필력도 아니고요... 하핳... 저는 그저 제 상상의 나래를 끄적이는 사람이라... 쥬륵...... 이제 현생도 마무리 되었으니 많이 써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8ㅅ8 마지막으로 이렇게 못난 글 사랑해주시는 모든 독자분들 감사합니다!!!!!!! (제가 소재 생각 해놓은 건 적당히 있는데여... 이거 어떻게 이어서 풀어나갈 지 고민중이에여... 살려주세여...) |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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