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시골즈
나의 너에게
*
우리는 애정표현을 잘 하지 않는다.
오래 만나서?
애정이 식어서?
아니, 우리는 처음부터 그랬다.
보고 싶어도 보고 싶다 말하지 않았고,
좋아해도 좋아한다 티 내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네가 나를 많이 좋아해 준다는걸.
남들처럼 달달하게, 귀여운 표현이 아니었지만
나는 너의 사랑을 느낄 수 있게,
조용히 담담하게 표현해주는 네가 좋았다.
오랜 시간 동안 나와 함께한 네가, 혹시라도 내가 질린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 때면
그때마다 너는 나를 꼭 안아주었다.
그럴 일 없다는 듯이.
* * *
이광현은 생활패턴이 똑같다.
꼭 점심 먹고 난 후 5교시만 되면 잠드는 것.
수학시간이 끝나면 항상 정세운에게 모르는 문제를 가져가 질문하는 것.
점심시간에는 농구를 하는 것.
매일 똑같지만 나에겐 늘 새롭다.
다양하게 바뀌는 이광현 표정도, 웃음소리도
모든 게.
그렇게 매일 똑같던 네가
무너졌다.
너는 입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꿈에 대한 열망이 컸기에.
언젠가 네가 얘기한 적이 있다.
" 나는 나중에 '하늘'이랑 관련된 일을 할 꺼야 "
그 꿈이 정확히 뭔지 모르지만 꼭 하늘과 관련된 일을 할 것이라고.
광현이는 하늘을 참 좋아했다.
바라만 보고 있어도 행복하다고.
꿈을 이루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네가 이토록 힘들어하는 걸까
고3.
듣기만 해도 먹먹한 그 이름을 우리가 시작하게 되었다.
수없이 많은 모의고사, 내신, 생기부
신경 쓸 것들이 너무 많았다.
서로 신경 쓰기에는 너무 많은 것들이
우리를 가로막았다.
우리는 압박감을 견디지 못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네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더욱 힘들었다.
그리고 그 이유가 나 때문이면 더.
이광현은 나랑 만나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에 대해 미안해했다.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는데.
* *
네가 울었다.
내 앞에서.
그렇게 무너져내리는 표정을 하고서.
꿈이 손에 닿지 않는다고.
아마 이광현이 원하는 학과에 맞는 성적이 안나온것같았다.
성적과 담임선생님, 그리고 부모님 사이에 놓인 너는 많이 지쳐 보였다.
내가 널 위로해주고 싶은데, 네가 지친 이유에 나도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광현아, 우리 잠시 헤어져 있을까 ?
잠시만 서로를 위해서
너를 위해서.
너를 놓는 일은 쉽지가 않다.
오랜 시간 항상 내 옆에 있던 너라서.
낯설다 너 없는 생활은.
근데 우리 헤어지는 거 아니고
곧 다시 만날 거니까.
* *
1년 동안 참 바쁘게도 살았다.
그리고 1년 동안 노력해온 것들을 드디어 쏟아부을 때다.
광현아 우리 정말 다시 볼 수 있겠지?
네가 꼭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
끝이 났다.
허무하다.
그동안 노력해온 것들이
단 한 번의 시험으로 끝이 났다.
그리고 네게 연락은 오지 않았다.
친구들과 신나게 놀고 있는 걸까
아니면, 혹시 결과가...
꼭 전자이길 바라며
너의 연락을 기다렸다.
-
소식을 들었다.
너에게서 가 아닌, 친구에게서.
" 이광현 재수한다던데 "
" 부모님한테 많이 혼났나 봐 "
결국, 그렇게 됐구나.
친구들이랑 연락도 잘 안된다고 한다.
그렇게 밝았던 네가.
주위 친구들을 보면서 너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입시가 밉다.
뭐길래 이렇게 우리를 힘들게 하는지.
그리고 그날 밤에 문자가 왔다.
「 미안해 」
너였다.
그동안 연락이 없다가 고작 '미안해' 라는 문자 하나만 남긴 네가 너무 밉다.
너무 미운데,
아무것도 못해주는 내가 너무 싫어서
그리고 네가 너무 보고 싶어서 자꾸 눈물이 났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미안해
「 미안하면, 내년 봄에 만나면 안아줘야 돼 」
우리가 늘 그래온 것처럼.
덤덤하게,
「 많이 좋아했어 광현아 」
너는 내 마음을 느낄 수 있게
「 지금도 」
응원할게.
너의 꿈이 꼭 하늘에 닿길 바라며.
잘가
조심히 가
그런데 몇번을 놓아도
진심으로 놓아지지를 않네
/ 새벽세시 -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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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현아 데뷔할 때까지 기다릴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