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자들의 거리
BEHIND; 첫 사건, 그 이후 (평화로운 일상)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쫓겨나듯이 병원으로 왔다. 일이 일찍 마무리 되어서 오전중으로 돌아간다는 연락을 받은 지성오빠가 '오, 생각보다 이번일이 수월했나봐.'라고 한톤 올라간 목소리로 말을 하며 사무실에 보고를 하러가겠다는 우리를 기다렸다. 사무실문이 열리는 순간 얼굴가득 기쁜 표정을 담고 있던 지성오빠의 표정이 경악으로 바뀌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피곤을 잔뜩 달고 있는 우리들을 보고 한번, 손에 붕대를 칭칭 감은 것도 모자라 자잘한 상처를 달고 있는 다니엘오빠에 두번, 손이 다친 다니엘오빠와 운전면허가 없는 우진이, 면허는 있지만 귀신이 득실거리는 고속도로에서 겁이 많은 나와 재환오빠에게 운전을 맡길 수없어 직접 운전을 한 성우오빠의 시체와같은 모습에 지성오빠는 세번 놀라며, 당황해서 말도 못하고 눈과 입이 잔뜩 커진채로 차키를 들고 우리를 다시 사무실밖으로 내쫓았다.
응급처치를 해놓은 손을 또 사용했던 다니엘오빠의 손은 처음다쳤을때보다 더 심해져있어서 20바늘을 넘게 꿰매야했으며, 성우오빠는 의사선생님께 뭘 했길래 몸이 이렇게 엉망이냐며 핀잔을 들은후에 며칠동안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비교적 양호한 상태였던 나와 재환오빠, 우진이는 비타민을 한대씩 맞고 입원은 하지않아도 되었지만, 바로 집으로 가겠다던 다니엘오빠는 지성오빠에게 뒷덜미를 잡히며 성우오빠와 같은 병실에 입원하게 되었다.
입원을 한건 다니엘오빠와 성우오빠 둘뿐이었지만, 나를 포함해 사무실사람들은 제 병실인양 병실을 떠나지않았다. '와, 형 이거 누가사온거에요? 형은 이런거 안먹죠?' 병실에 놓여진 많은 먹을거리들을 보고 감탄한 우진이는 하나씩 골라서 집어먹더니, 제 입맛에 맞는 것을 찾았는지, 작은초록색의 봉지를 뜯어 제 입속으로 젤리를 넣더니 눈을 크게 뜨며 '대박'이라고 외치며 곧 바로 하나 더 까서 입속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다니엘오빠의 의사는 묻지도 않고 젤리가 든 봉지를 제 가방속으로 집어넣으며, 또 뭐 챙겨갈거 없나하는 눈빛으로 간식들을 살폈다. 대휘는 병실에 있는 티비를 보며 '우와, 여기 우리집에 있는 tv보다 훨씬 더 좋은 것 같은데요. 어?저건' 하고 외치더니, 평소에 제가 보는 드라마라도 나오는지 티비볼륨을 높이며 집중해서 보기시작했다. 잠시 자리를 비운 성우오빠의 침대가 원래 제자리인양 아주 편하게 누워서 말이다. 관린이는 '형, 이거 못잡는다니까요, 그러다가 형도 옆에 같이 입원해요.'라며 굴러다니던 종이쪼가리를 높이 들면서 지훈이에게 약올리듯 말을 하였고, 그말에 넘어가서 바짝 약이 오른 지훈이는 '내가 꼭 잡고 만다.'라고 비장하게 말을 하며, 열심히 폴짝 뛰어대고 있었다. 관린이는 지훈이가 폴짝대는 모습이 귀여웠는지 일부로 잡을 수 있도록 낮게 들었다가도 지훈이의 손이 닿이려고하면 금세 하늘 높이 손을 치켜들며 '에, 형 안닿는데 그만하죠, 너무 무리하다 더 작아지면 어떡해요.'라고 열심히 지훈이를 약올렸다. 그럼 농락당하던 지훈이가 관린이를 보고 아주 해사하게 웃으며 '너무 고마워라.'라고 말을 하며 관린이의 정강이를 세게 걷어찼다.
한쪽에서는 아주 냉장고문까지 열면서 먹을것을 고르고 있고, 다른쪽에서는 제집 안방인양 티비시청을 하고있고, 다른쪽에서는 목소리 데시벨을 높이며 싸우고 있고..하, 여기가 환자가 입원한 병실이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들정도였다. 아주개판인 병실속에서 애써 입꼬리를 올리고 있는 다니엘오빠를 한번 쳐다봐주며 사과를 열심히 깎고 있는데, 병실문이 벌컥 열리며, '이게 무슨..'이라는 말소리가 들렸다. 난리가 난 병실을 둘러본 재환오빠는 표정을 굳히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재환오빠라면 이 어수선한 상황을 해결해 줄거야. 손을 이마에 짚고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던 재환오빠가 고개를 들며 입을 떼는 모습을 기대감에 차서 바라보는데 '여주야, 사과는 토끼모양으로 깎는거 몰라?'라고 말을 하였다. 네? 전혀 생각지도못한 재환오빠의 말에 어벙하게 되물어보자, 내게 가까이 다가오며 '사과는 이렇게 껍질을 다 깎는게 아니고, 귀를 남겨놔야지, 실망이다 여주야'라며 진지하게 말을 하는 재환오빠였다. 그러게요, 저도 실망했어요 재환오빠.
다니엘오빠는 그래도 병문안을 와주었다고 진상을 피우고 있는 이들에게 아무말도 하지않고 웃음을 띄고 있었다. 입꼬리가 부들부들 떨리는게 이 웃음도 오래갈것같아 보이지는 않았지만. 계속 옆에서 토끼모양으로 깎아달라는 재환오빠의 성화에 못이겨 귀를 살려서 잘라주자, 토끼처럼 웃으며 한입에 사과를 넣는 재환오빠였다. 아니 그렇게 한입에 먹을거면 굳이 토끼모양으로 잘라야했나요.
어서빨리 여기 상황을 정리해줄 지성오빠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병실문이 열리며 지성오빠보다 더 무서운 사람이 들어왔다. 열린 문 사이로 바람을 타고 담배향이 코끝을 간지렸다. 병실 문쪽에 가장 가까이 있던 대휘는 '아, 담배냄새, 성우형 또 담배피우고 왔어요? 아 진짜, 담배 냄새 맡으면 제 건강 나빠진단 말이에요.' 라며 환자인 성우오빠가 담배를 폈다는 사실보다 간접흡연을 하는 자신의 건강을 더 걱정하며 짜증을 냈다. 그리고 '야 라이관린, 지훈형 싸우려면 나가서 싸워, 소리가 안들리잖아.'라며 tv 볼륨을 더 높였다. 우진이는 어느새 성우오빠의 간식까지 점령했는지, 성우오빠가 자주먹던 음료를 마시며 '형, 이거 진짜 맛있다, 나 이거 두개, 아니 세개만 가져갈게'라며 어느새 불룩해진 가방안으로 음료수까지 챙겨넣었다. 잠시 자리를 비운사이 난리가 난 병실에 안으로 들어오지도 않고 헛웃음을 내뱉던 성우오빠는 자신의 침대에서 이불까지 잘 덮고 누워있는 대휘를 어이없다는 눈길로 바라보았다.
어느새 서로 손에 물 한병씩을 들고 있는 관린이와 지훈이는 서로 '뿌려봐, 뿌려봐.', '진짜 뿌려요.'라며 뚜껑을 연 물병을 들고 위협적으로 말을 하였다. 그러다가 침대에 발이 걸린 지훈이가 물병을 손에서 놓쳐버리고 말았고, 그 순간 '이새끼들이 병신에서 뭐하는 짓이야'라고 화를 참는듯 낮게 울려퍼지는 성우오빠의 목소리와 함께 병실에 정적이 찾아왔다.
병실문이 열리길래 지성오빠가 온건가하고 생각을 했는데, 처음보는 두 사람이 들어왔다. 그런데 나만 처음보는 사람인건지 나머지 사람들은 반갑게 그들을 반겼다. '너희들 또 사고쳤어?'라고 묻는 키가 큰 남자의 말에 단체로 손을 들고 서 있던 이들 중 재환오빠가 억울한 목소리로 '형, 진짜 난 얌전히 앉아서 사과만 먹었는데 얘들때문에.'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래서 재환이 넌 억울하다고?' 지훈이가 놓친 물병에 머리가 젖은 성우오빠가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재환오빠를 보며 말을 하자, '아닙니다. 애들을 못말리고 사과만 먹고 있던 제 죄가 큽니다.'라고 말을 하며 손을 더 높이드는 재환오빠였다.
'이번에는 입원까지하고 꽤 큰일이었나보다.' 키가 큰 남자가 다니엘오빠와 성우오빠를 보며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을 하자, 키가 조금 작은 남자가 키큰 남자의 어깨의 손을 올리며 '이제 얘들도 늙어서 그런거지 뭐.'라고 말을 하는데 누군가가 떠올랐다. 오빠들도 안부를 주고 받던 두 남자는 조금뒤에 나를 발견해서 우리는 조금 늦은 인사를 나누었다. 내 소개를 하자 '오, 니가 그 애들이 입이 닳도록 말하던 김여주?'라며 신기한듯나를 부담스러울정도 살피는 키가 작은 남자의 어깨를 잡고 조금 뒤로 떨어뜨려놓으며, '그렇게 보는거 실례야'라고 말을 하더니 '오, 근데 진짜 귀엽게 생겼다. 너 내 동생해라.'라고 말을 하는 키가 큰 남자였다. 하하..누가 더 부담스러운지 모르겠네.
나랑 친해져야한다며 나를 밖으로 끌고나온 두 남자에 이끌려 병원주변을 걷게 되었다. 알고보니 이 두분이 퇴마일을 돕는다는 경찰이라던 황민현과 하성운이었다. 나와 친해져야한다며 끌고나온것과는 다르게 두 사람은 말도 없이 그저 부담스럽게 쳐다만 봤다. 이대로 산책을 하다가는 얼굴이 뚫려버릴것같은 느낌에 가까이 보이는 벤치를 손으로 가리키며 앉아서 쉴까요하고 물었다. 제일 끝쪽에 앉을 생각이었는데 내가 중간에 앉아야한다고 우기는 두분때문에 결국 중간에 앉게 되었다. 아까 걸을때보다 더 가까워진 거리에 차라리 계속 걸을걸 그랬나하는 생각을 했다.
'여주야 너 볼 진짜 말랑말랑하다.','너 진짜 20살 맞아 완전 애기같은데.', ' 애들이 귀찮게 하는거 없지 특히 그 사고뭉치들이 뭐라고하면 바로 오빠한테 일러.', '황민현말고 나한테 얘기해 여주야.' 앉으니 말문이 트였는지 연신 내게 칭찬과 당부와 하고싶은 말을 쏟아내는 두 오빠의 모습에 어색하게 웃음만 흘렸다. 생각보다 말이 되게 많으시네요, 여기 사무실사람들이 다 말이 많은가봐요. 처음에는 오빠들을 어떻게 불러야 될지 몰라서 황민현씨, 하성운씨라고 부르니 둘다 팔을 격렬하게 쓸어대며 '여주야 씨라니 씨라니, 너무 정없어보이잖아.'라면서 잔뜩 눈썹을 내리며 내게 말을 하였다. '하하....그럼 오빠? 라고 부를까요?'라고 물으니 누가먼저랄것도없이 나를 끌어안았다. '아 진짜 여주 너 너무 귀엽다.', '여주야 너 진짜 내 동생해라.' 처음받는 격렬한 반응에 뭐라고 반응을 하며 좋을지 몰라서 볼만 긁적이니, '나도 그냥 앞으로 사무실에서 같이 일할까?', '어휴, 걔들이랑 같이 일하면 십년은 늙을걸, 여주야 너 경찰시험봐라.' 라며 나를 더 꼭 끌어안으며 말을 하는 오빠들이었다. 오늘 처음보는 사이었는데, 나를 진짜 친동생을 대하듯 귀여워해주는 오빠들의 모습에 없던 친오빠가 둘이나 생긴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성우 걔 까칠하다고들 하는데, 알고보면 수줍음이 많아서 그래.', '맞아, 여주 너가 먼저 다가가주면 엄청 좋아할걸, 그래도 오빠보다 더 친해지면 안된다.' 성우오빠가 수줍음이 많다니, 전혀 성우오빠와 매치되지않는 단어에 민현오빠가 나를 놀리려고 그런말을 한건가라는 생각을 하다가 성운오빠가 먼저 다가가라고 하던 말이 떠올라서 고민이 되었다. 정말 수줍어하시는 건가, 하지만 이내 떠오르는 성우오빠의 모습들에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민현오빠와 성운오빠의 말을 꼭 믿어서는 아니었지만, 성우오빠에게 저번부터 신세를 값는다고 말을 하고는 아직도 갚지못한 것이 생각나서 슈퍼로 달려가서 장을 봐왔다. 부족해보이는 것 없어보이는 성우오빠에게 무엇이 필요할까하고 곰곰히 생각한끝에 나온 결론은 음식이었다. 입원은 했지만 병원밥이 입맛에 맞지않는지 잘 먹지않던 성우오빠의 모습이 생각났었다.
도시락가방을 들고 병실에 들어가지 못한채 앞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막상 도시락을 싸긴했는데, 좋아해줄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전해줘야하나하는 생각으로 머리를 싸매다가 이대로 있다가는 하루가 다 지나가버릴것같아서 용기를 내서 병실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건 누구병실인지 모를 정도로 늘 병실에 놀러오는 인물들이 보였다. 성우오빠만 병실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완전 다모여있네.
쇼핑백을 들고 들어가자 제일 먼저 '와, 누나 그거 먹을거에요?'라고 내게 달려들던 관린이의 모습에 급하게 뒤로 쇼핑백을 감추며 '그렇긴한데, 니껀 아니야, 미안.'이라고 말을 하자 시무룩해져 '그럼 누구껀데요? 다니엘형꺼에요?'라고 묻는 관린이에게 우물쭈물 성우오빠꺼야라고 말을 하며 침대에 붙어있는 책상을 세웠다. 성우오빠는 내게 자신에게 줄것을 가지고 올거라고 생각을 하지도 못했는지 이마를 긁적이며 내가 하는 행동만 보고 있었다. 내가 성우오빠꺼라고 하는 순간부터 집중된 시선들이 부담스러웠지만, 애써 무시하며 책상위로 가지고 온 도시락 통을 하나씩 펼쳤다. 많이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펼치고보니 초라한 도시락에 기분이 다운되는것같았다. '헐, 대박 누나가 직접 싼거에요?' 티비를 보고 있다가 냄새를 맡고 달려온 대휘가 도시락을 보며 내게 물었다. '왜 성우형만 주는데, 나도 먹을래.' 자기도 먹겠다며 달려드는 우진이로부터 도시락을 사수하며 '안돼, 이건 성우오빠꺼란 말이야.'라고 말을 하자 우진이는 얼굴해 대놓고 나 섭섭해요라는 글자를 나타냈다. 아직 쇼핑백에 넣어두었던 김밥이 든 통을 꺼내며, '너랑 오빠들은 이거 먹으라고 쌌어, 맛은 어떨지모르겠지만....' 이라고 말을하자 우진이는 재빠르게 도시락통을 받아들며 웃으며 뚜껑을 열었다.
맛있다며 쉴새없이 젓가락질을 하는 이들을 보며 안도를 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도시락에 손을 하나도 대지않는 성우오빠가 눈에 들어왔다. '모양은 별로지만, 맛은 그래도 먹을만 한데...먹어보세요.' 젓가락을 손에 쥐어주며 말을 하자, 성우오빠가 '이건 왜 나한테 주는건데.'라며 내 눈을 마주치며 물었다. '어..그게 제가 계속 신세갚는다는 말은 해놓고 갚은적도 없는것 같아서,,,아! 그래도 절대 이 도시락으로 퉁치고 그럴 의도는 없어요, 그냥 제가 잊지않았다는 마음을 표현한거랄까요..'마주친 시선에 당황해서 말도 제대로 못하는 내모습을 보던 성우오빠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젓가락을 들어서 계란말이를 입속에 넣었다. '어때요? 맛있어요? 그래도 저 계란말이는 자신있는데' 계란말이를 먹고도 아무런 말이 없는 성우오빠에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자 성우오빠의 표정이 점점 안좋아져갔다. '왜 그래요? 맛없어요? 먹지말고 뱉어요' 성우오빠의 입 앞에 두손을 가져다대며 뱉으라고 말을 하자, 웃으며 입안에 있던 계란말이를 마저 삼키고 말을 했다.
'맛있네.' 맛있다는 성우오빠의 말에 안심이 되어서 손을 치우며 '아, 오빠 진짜 긴장했잖아요, 맛없는줄 알고.'라며 투덜거리자 '이제 좀 편해졌나보네.'라고 말을 하는 성우오빠였다. 네?하고 되물으니 '너 계속 나 피해다니고, 어려워했잖아.'라고 말을 하는 오빠였다. 정곡을 콕 찌르는 말에 당황해서 '아, 아닌데! 아니에요! 진짜로 피한거 아닌데.'라고 큰소리를 내자, '아니면 좋고.'라고 말을 하며 계란말이를 하나 더 집어먹는 성우오빠였다.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다시 병실로 들어가려는데, 밖에 나와있던 다니엘오빠에게 손목이 잡혀버렸다. '어, 오빠 왜 밖에 나와있어요? 빨리 들어가요.'라고 팔을 당겨도 그 자리에 서서 요지부동이었다. 어쩐지 표정이 좋아보이지않는 다니엘오빠의 안색을 보다가 손을 뻗어서 이마에 살짝 손을 올렸다. '아까 김밥도 안먹는거 같던데, 오빠 어디 아파요?'라고 묻자 이마에 닿아있는 내 손을 내리며 오빠가 말을 했다. '..왜 성우만 도시락 싸줘?' 뜬금없이 도시락얘기를 꺼내는 다니엘오빠에게 '성우오빠한테 고마운게 있어서..'라고 대답을 하자, 삐쳐있는듯한 말투로 '나도 여주 너 도와준적 많은데....'라고 말을 하는 오빠였다. 그 말에 당연히 오빠도 저 엄청 많이 도와줬죠, 엄청 고마워하고 있어요라고 말을 했다. '그럼 나는 왜 도시락 안싸줘?' 그제서야 오빠가 성우오빠에게만 도시락을 싸준것에 대해서 서운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그것때문에 기분이 안좋아보였던건가, 늘 어른으로만 보였는데 시샘을 하는 다니엘오빠의 모습은 새로워보였다.
'이럴줄알았으면, 계속 미안해하라고 할걸 그랬어.'라고 말을 하며 병신안으로 들어가는 오빠의 모습을 보며, 다니엘오빠에게는 어떤 도시락을 싸줘야하나하는 생각에 잠겼다.
주말에 같이 빙수를 먹으러 가기로 대휘와 약속을 했던게 생각이 나서, 오늘은 쉬는날이었음에도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하였다. 딱히 준비랄 것도 없이 씻고 반팔티에 청바지만 입었을뿐인데 어느새 약속시간이 다 되가고 있었다. 저번에 한번 왔던 숙소를 떠올리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바로 빙수가게 앞에서 만나도 됬었지만, 나랑 같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을 했던 대휘의 말이 생각나서 집 앞까지 오게 되었다. 발로 작은 돌멩이를 툭툭치며 대휘를 기다리는데, 대문이 열리고 지훈이가 밖으로 나왔다. '어, 지훈아, 너 어디가?' 지훈이의 모습에 반가워서 손을 흔들려 얘기를 하자 지훈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문을 닫았다. 잘갔다와라고 손을 다시 흔들어주니 '나 너랑 가는건데.'라고 말을 하며 내 손을 잡았다. '어? 나 대휘랑 약속있는데.' 내 말에도 지훈이는 태연히 '알아, 근데 아직도 자고 있어서 깨려면 멀었어.'라며 내 손을 잡은채로 발걸음을 옮겼다.
결국 지훈이와 빙수가게에 들어오게 되었다. 대휘는 어쩌지하는 생각들도 달콤한 빙수가 입안을 헤집고 돌아다니자 기억저편으로 잊혀져갔다. '근데, 지훈아 너 나랑 대휘 약속있는거 어떻게 알고 나온거야?' 계속해서 빙수로 숟가락질을 하다가 떠오른 질문에 지훈이에게 질문을 하니 '너랑 약속잡은 날부터 계속 너랑 빙수먹으러간다고 자랑을 하고 다녔어, 아마 우리집에서 너랑 대휘가 빙수먹으러간다는 거 모르는 사람없을걸.'정말 지겹도록 들은모양인지 진절머리가 난다는듯 말을 하였다. 듣지는 못했지만 음성지원이 되는것같은 대휘의 목소리에 웃음이 나왔다.
'지훈아, 그때 너가 예지몽꾸고 나 구해준거라며 고마워, 인사가 너무 늦었다.' 끔찍한 악귀의 얼굴이 다시한번 떠오르며 몸이 부르르 떨렸다. 진짜 그때 지훈이가 전화로 재환오빠를 안깨워줬으면 어쩔뻔했어. '뭘, 내가 직접 도와준것도 아닌데.' 지훈이는 별거아니라는듯 숟가락질을 하며 무심하게 말을 하였다. '그 새벽에 전화도 안받는데도 계속 전화해줬잖아. 너 아니었으면 진짜 나 큰일날뻔했어.'
지훈이는 들고있던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너가 위험에 처했는데 어떻게 아무것도 안하고 있냐, 내가 도와줘야지.' 제법 진지한 눈빛으로 나를 보며 말을 하더니, 끝에는 눈꼬리를 접으며 장난스럽게 말을 하였다.
'아, 형!! 나 좀 깨워주지.', '형, 나도 데려갔어야지 의리없게 혼자가고.' 지훈이와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카페문이 요란하게 들리더니 대휘의 깨랑깨랑한 목소리가 카페안에 울려퍼였다. 그리고 뒤따라온 관린이의 목소리까지도. 대휘는 씩씩거리며 지훈이를 노려봤고, 관린이도 옆에서 '형, 진짜 치사.'하고 중얼거렸지만 지훈이는 덤덤하게 '그럼 일찍 일어나던가.'라고 한마디만 할뿐이었다. '오 이거 엄청 맛있다. 여주야 나 망고빙수도 하나 먹어도 돼?' 언제 왔는지 내 옆에 앉아서 숟가락으로 빙수를 먹는 우진이도 있었다. '어? 어...먹어도 되는데,,그거 내가 쓰던 숟가락인데...' 내 말에 우진이는 '오예 망고망고도 먹어야지'라고 흥얼거리며 아무렇지않은듯 계속 내가 쓰던 숟가락으로 빙수를 먹을 뿐이었다. 지훈이를 한참을 노려보다가 뒤늦게 내 옆자리를 사수한 우진이를 보며 대휘는 '아 형, 비켜요'라고 말을 하며 우진이의 팔을 흔들었다. 빙수만 먹는 우진이, 우진이보고 다른 자리에 가서 앉으라는 대휘, 지훈이옆에 앉아서 계속 투덜거리는 관린이와 그리고 그런 관린이를 무시하는 지훈이까지, 서로를 무시하며 제 할일만 했지만 분위기만큼은 어느날보다 좋았던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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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예쁜 독자님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비한인드를 쓰게 되었는데 어떠실지 모르겠네요. 쓰다보니 그냥 제가 쓰고 싶은대로 써버린것같은 생각이 큽니다...ㅎ
비하인드는 독자님들의 (누구 분량 챙겨주세요, 어떤 에피소드가 보고싶어요 등) 의견을 많이 반영해서 이루어질거에요, 본편에서는 보여드리지못하는 평범한 일상생활을 위주로 보여줄 생각이에요. 그러니 언제든 보고싶은장면이나 내용이 있다면 언제든 댓글로 남겨주세요!!
드디어 민현이랑 성운이도 등장을 시켰네요..분량은 적었지만, 이제 진영이만 남았네요!
본편을 기다리셨을 독자님들은 실망하셨겠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여러분의 예쁜댓글에 늘 행복하게 살고 있어요 감사하신분들! 항상 고맙고 사랑합니다 ♥)
♥사랑스런 암호닉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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