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자들의 거리
부제: 숨겨진 진실, 비밀 그리고 위험 (1)
물놀이를 다녀오고 한달정도를 꼬박 사무실로만 출퇴근을 하였다. 초반에는 일거리가 없어도 사무실에서 혼자서 서류를 정리하는 지성오빠의 모습에 옆으로 다가가서 일손을 거들며 도왔었는데, 이제는 여기에 완벽하게 적응을 해서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인사를 하고는 소파에가서 누워있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여주 너 완전 변했어, 어째 동갑이라고 닮아간다..흠 그럼 안돼는데, 당분간은 좀 떨어져 지내."
"그러게요..여기만 오면 이제 저도모르게 몸이 자꾸 쇼파로 간다니까요....뭐 도와드릴까요?"
"됐네요. 그냥 쉬어, 잠도 잘 못잤을거 아니야."
지성오빠는 서류뭉치들을 책상위로 가볍게 탁탁치며 삐져나와있는 종이들을 반듯하게 정리하며 말을 하였다. 오빠의 말을 듣고보니 요즘에는 사무실에 와서 먹고쉬기만 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민망해져서 오빠에게 도와줄까요라고 물으니, 오빠는 애초에 내게 도움을 요청할 생각이 없었다는듯이 웃음을 흘리더니 일어나 담요를 건네주었다. 아직 더위가 완연히 가시지않은 날씨에 사무실의 에어컨은 열심히 가동중이었다. 추위를 많이 타는 나를 배려한 오빠의 작은 배려였다.
환하게 불이 켜져있어도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서 나를 매서운 눈으로 쳐다보는 귀신과 눈을 감으면 더 선명하게 들리는 소음에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은 일상이 되어있었다. 이제는 내게 가까이 접근을 하지는 못하지만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서 해가 뜰때동안 나를 쳐다보거나 여주야 눈떠봐 엄마왔어 엄마의 목소리를 흉내내며 낄낄거리는 소리들에는 아직도 익숙해지지못했다.
하지만 사무실에서는 항상 나를 매섭게 보는 귀신도 없고, 언제나 자리를 지키는 지성오빠의 모습에 가만히 앉아있으면 스르르 잠에 빠지곤했다. 평온하고 따뜻한 공기에 마음이 편안해져서 몸에 긴장이 풀리며 못잤던 잠들이 사무실에만 오면 몰려왔다.
일정하게 들리는 타이핑소리는 백색소음이 되고 담요를 덮은채 눈을 감는데, 쨍그랑하는 소리에 빠져나가던 정신이 돌아왔다.
"오빠, 괜찮아요?"
"어, 실수로 컵을 쳐서. 나때문에 깼지? 미안. 다시 자."
"다 깼어요, 어디 다친데는 없죠?"
쓰고 있던 안경을 벗으며 컵을 깨뜨렸다고 말을 하던 오빠는 내게 손을 들어 괜찮다는 제스처를 보이며 빗자루를 가지러 들어갔다. 가지고온 빗자루를 받아들며 내가 치운다고 말을 하였으나, 오빠는 다시 빗자루를 가져가며 '다치니까 거기서 움직이지말고 있어.'라고 말을 한 후 능숙하게 깨진 유리조각을 쓰레받기에 담았다.
'오빠, 이게 다 의뢰받은 거에요?' 한눈에 봐도 두꺼운 파일들이 책상위에 높이 쌓아올려져 있었다. '일단 보류중인 것도 있는데, 거의 그렇다고 보면돼.' 마지막으로 빛나던 작은 조각을 마저 쓸어담은 오빠가 말을 하였다. '이거, 오빠들이랑 애들이 다 하는거죠?' 내 질문의 의도를 알아차린 지성오빠가 하던 일을 멈추고 내게 다가왔다.
'원래 애들이 하던일이야.', '그래도...저도 도울 수 있어요.' 한숨을 섞으며 오빠에게 말을 하였다. '알지, 여주 너 다 할 수 있는거, 그래서 안시키는거야. 위험하게 다 하고 다닐까봐.' 내 마음을 다 이해한다는 듯 말을 한 오빠는 웃으며 손이 더러워서 안아줄수가 없네라고 하였다. '며칠뒤에 여주 너도 일줄테니까 그때까지만 쉬어.' 오빠의 마지막 한마디에 고개를 끄덕이며 쇼파에 다시 돌아가 앉았다. 힐끗본 파일에 지성오빠의 글씨체로 적힌 위험이라는 빨간 글자가 계속 떠나지않았다.
계곡에서 돌아온지 며칠이 흐르지않던 어느날, 오늘은 집에 와서 같이 놀자는 진영이의 칭얼거림에 내가 집에 가면 편하게 쉬지못할게 걱정이되어서 다음에 놀자고 달랬으나, 진영이는 꼭 오늘 놀아야된다고 물러서지않았다. 내 팔을 붙잡고 흔들며 '같이 놀자'라고 하는 말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지성오빠에게 조용히 도와달라는 눈빛을 보내는데 '마침 다른 애들도 오늘 집에 일찍 온다고 했으니까 같이 놀면되겠네.'라고 말을 하는 지성오빠였고, 어느덧 정신을 차리고 보니 우리집이 아닌 이들의 집 거실에 앉아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 이렇게 둥글게 앉아있으니까, 꼭 엠티온거 같다.' 지훈이가 새우깡을 하나 집어 먹으면서 말을 하니, 관린이가 '그러게요'라고 맞장구는 쳤다. 성우오빠가 그런 관린이의 모습에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며 '엠티도 안가본게 그러게요는 무슨 그러게요'라고 말을 하였다. '안가봤어도 형들한테 얘기는 많이 들었거든요, 엠티가면 이렇게 둥글게 앉아가지고 날 밝을때까지 술을 깐다고.' 관린이는 성우오빠에게 웃으며 말을 하더니 갑자기 손뼉을 치더니 '아, 그럼 우리도 술마셔야겠다 그쵸?'라고 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방으로 향했다. '미자가 술은 무슨 술이야'라고 지성오빠가 관린이의 뒷통수에 대고 얘기를 했으나 관린이는 '괜찮아요, 괜찮아요.'라고 말을 하며 품에 술을 한아름 안으며 돌아왔다. 그런 관린이의 모습에서 우진이와 지훈이의 모습이 보이는듯했다. 요즘 붙어서 다니더니 조금 떨어져서 지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린이가 들고 온 술은 바닥에 깔렸고, 결국 술을 얻어내지 못한 관린이와 대휘는 '그래도 기분이라도 내라라고 사이다줄게, 챙겨주는 건 이 형밖에 없지?'라고 말을 하며 컵에 사이다를 가득 담아주는 지훈이를 째려봤다. '진짜, 저형들만 없었으면 먹을 수 있었는데, 형들은 학생때 마셔놓고 우리만 못마시게 한다니까'라며 둘은 사이다를 마시며 투덜거렸으나, 우진이는 그런 둘을 달래줄 생각이 없다는듯 보란듯이 소주가 든 잔을 흔들어 보이다가 입으로 가져갔다. 진짜 약올리는건 우진이 니가 최고인거 같다.
술이 조금씩 들어가고 진지한 얘기가 하나둘씩 오고가는 지금이 내가 말을 꺼내야할 타이밍이라는 신호를 주고 있었다. 오늘은 꼭 털어놓자고 다짐을 했음에도 막상 입을 떼려고하니 무거 입에 자물쇠라고 채워놓은듯 쉽게 떨어지지않았다. '여주 너 아직도 잔 그대로야, 빨리 마셔.' 재환오빠가 줄지않은 내 잔을 보며 빨리 마시라는듯 소주를 든채 말을 하였다. '조금 이따가 집에 갈거라서, 안마시려고요.'라고 대답을 하자, 재환오빠는 저번에도 안마시더니 그런게 어디있냐며 빨리 마시라고 나를 재촉하였다. 어쩔 수 없이 잔을 비우자 재환오빠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잘먹는다, 한잔 더.'라고 말을 하며 잔이 넘치도록 가득 부어주었다. 아, 오빠..라고 말을 하며 투덜거렸으나 재환오빠는 '오늘은 여주 너 취할때까지 안보내줘.'라고 말을 하였고 그 옆에 있던 성우오빠마저 '방도 많은데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가면되니까, 그런 표정지어도 소용없어.'라며 재환오빠의 말을 거들었다.
결국 재환오빠와 성우오빠가 번갈아서 따라주는 술을 주는대로 받아먹다보니, 정신이 알딸딸해져왔다. 취한것도 같았고. 그때 재환오빠가 잔을 젓가락으로 툭툭치더니 주위를 집중시더니니 한마디 하였다. '여주가 중요하게 할 말이 있대.' 그제서야 오늘 왜 오빠가 내게 이렇게까지 술을 먹였는지 이해가갔다. '중요한 말? 뭔데 그래 여주야?' 라며 하던 것을 멈추고 내게 집중하는 시선이 부담스러웠으나, 술을 마셔서 그런가 아까전까지만해도 떨어지지 않던 입이 떼어지고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성우오빠와 재환오빠에게 고마워요라고 작게 말을 하고는 숨을 크게 몰아내쉰뒤 숨겨두었던 말을 조심스럽게 꺼내었다.
다 이해해줄거니까 걱정할 필요없다는 재환오빠의 말을 들었음에도 말을 끝내고 이어지는 침묵에 긴장이 되었다. 혹시라고 한 사람이라도 거짓말을 한 나를 앞으로 보고싶지않다고 말을 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하며 입술을 꾹 깨무는데, 들여오는 대답은 '와, 그걸 이제야 말해주고 완전 서운해, 그래도 지금이라도 말해줬으니까 봐준다.', '역시 누나 범상치않은 사람이었어요, 누나 짱 멋져요.', '위험할수도 있으니까 앞으로 여주 더 챙겨야겠는데.'라는 말에 힘이 탁 풀리면서 눈물이 차올랐다.
혹시나하는 마음에 계속 거짓말을 한 내가 부끄러워질만큼 그 누구도 내게 화를 낸다거나 내치지않았다. 오히려 그동안 말못하고 혼자 앓는다고 많이 힘들었겠다며 위로를 해줄뿐이었다.
서울에서 얼마 벗어나지도 않았는데, 시골과 같은 풍경이 이어졌다. 곡식이 한창 자라고 있어야 할 논, 밭이 휑하게 비어있져 있는게 천천히 달리는 차창밖으로 보였다. 그리고 척박한 그 땅위에서 무서운 기세를 내뿜는 귀신까지도 눈에 들어왔다. 제법 거리가 떨어져 있었으나,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귀신이 나와 눈이 마주친 순간 눈을 번뜩이며 검은 기운을 피워대는 모습에 헙하고 숨을 들이켰다. 분명 악귀가 아니였음에도 그에 몫지않은 기운을 뿜어대는 모습에 정말 만만치않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몸 조심해야 돼, 항상 몸조심해야됐지만 이번에는 특히 더 조심해. 의뢰가 들어온 내용은 항상 풍년이던 마을이 4년전부터 갑자기 흉년이 들기 시작했고, 이유없이 아프고 다치는 일이 생겼대. 한밤중에 귀신을 봤다는 사람들도 더러있었고. 뭐 여기까지 들으면 뭐 별거없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3년전에 뉴스에 크게 났던 기사 기억해? 그 농약을 마시고 6명이 숨을 거두었던거. 그리고 2년전에 폭우가 내리면서 산이 무너져서 그 근처에 있던 3가구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던거, 그리고 1년전에 실종되었던 10명이 논위에 싸늘이 시체가 되어서 돌아왔던거. 3가지 사건이 다 경찰에서도 제대로된 결론을 못 내렸잖아. 3년전 사건은 유가족들이 절대 자살을 할 사람들이 아니었다고 하나같이 진술을 하였고, 2년전에는 폭우가 쏟아지기는 했지만 산이 무너져내릴정도는 아니었고, 1년전에는 죽은 사람들에게 특별한 외상이 발견되지않았을뿐더러 하나같이 쓰레기취급당하듯 논 위에 버려져 있었고. 그런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건 이 세가지 사건이 다 비슷한 시기에 일어났다는 거야 그리고 일어난 장소도 한 곳이었고. 바로 우리가 의뢰를 받은 이곳. 사건이 일어난 시기도 지금쯤. 이상한게 한두개가 아닌만큼 위험할거야. 다들 몸 조심하고 특히, 여주 너는 더 조심하고."
차에서 내리면서 지성오빠가 했던 말을 한번 더 떠올리며 주먹을 말아쥐었다. 끔찍한 사건이 많이 일어난 곳이라 그런지 안개가 마을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고, 마을 곳곳에 사람의 손길이 잘 닫지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듯 농기계들은 길 위에 아무렇게나 놓여져 녹이 쓸어있었고 곡식대신에 밭에는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있었다.
아까 차에서 보았던 귀신같은 것이 밭에서 우리를 정확히는 나를 계속 노려보며 끊임없이 입을 움직이고 있었다. 억울해 다 죽여버릴거야 너도 여기왔으니 너희들도 다 죽일거야 계속 쳐다본 입에서 읽혀지는 말에 소름이 돋아나 옆에 있던 다니엘오빠의 팔을 꼭 잡았다.
"으, 여기 분위기부터 진짜 음침하다.'
"인정, 여기 사람이 살고 있기는 할까? 다시 돌아가고 싶다."
"형 겁먹었어요? 무서우면 내 옆에 딱 붙어있어요, 난 하나도 안무서운데."
투닥거리는 대휘와 지훈이의 말소리에 조금 긴장이 풀렸다. 대휘의 놀리는 소리에 지훈이는 굳어있던 몸을 펴며 '무슨, 너나 무서워하지마, 지금 너 다리 떨고 있거든.'이라고 말을 하였고 대휘는 자신의 다리를 한번 내려다보더니 '무서운게 아니라 추워서 그런거거든요.'라고 소리를 쳤다. '아직 여름인데 춥기는 무슨.'이라는 지훈이의 말에 대휘는 '아, 형 진짜 싫어.'라고 외치며 내게와서 누나, 지훈이형이 저 놀려요라며 입을 삐죽이며 일렀다.
'어서들 오세요, 멀리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적혀있는 주소를 보고 찾아간 집에서 안색이 좋지않은 한 아주머니가 나와 반겨주었다. 믹스커피를 종이컵에 타서 나누어주며 '죄송합니다. 손님을 맞은지 오래되어서 대접할게 없네요.'라고 말을 하는 아주머니에게 '아니에요,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말을 하며 커피를 받아들었다.
'4년전부터 마을에 안좋은 일이 일어났다고요?' 커피를 한모금 마신뒤 말을 하는 다니엘오빠에게 아주머니가 고개를 끄덕이며 네,라고 짧게 대답을 하였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건 아니고, 갑자기 생겼다고요?' 성우오빠의 목소리에 아주머니는 컵을 잡다가 놓쳤으나 다시 바르게 고쳐잡으며 '네, 정말 살기 좋은 곳이었는데 갑자기 그런 일이 생기면서 순식간에 엉망이 되어갔죠...저희 남편도..'라고 말을 하였다. '혹시 남편분께서는 왜..?' 다니엘오빠의 말에 아주머니는 울먹이며 '4년전에 농약을 먹고 자살을 하였어요. 진짜 그 사람이 자살을 할 사람이 아니었는데, 다음날이 내 생일이니까 외출이나하자고 했는데 갑자기 그렇게..' 라고 말을 하였고 다니엘오빠의 '죄송해요..'라는 말을 끝으로 침묵이 맴돌았다.
조금뒤 감정을 추스린 아주머니가 '벌써 4년이나 지난일인데 주책맞게....오시느라 힘드셨을텐데 편하게 쉬시고 필요하신게 있으면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라고 말을 하며 방을 나가셨다.
'그래도 여기 방은 괜찮네.'라고 말을 하며 우진이는 바닥에 벌러덩하고 누워버렸다. '넌 무슨 오자마자 바로 눕냐.'라고 지훈이가 우진이의 엉덩이를 발로 툭툭 차면서 자신도 피곤했던건지 이내 베개를 챙겨 바닥에 누웠다. '참나, 자기도 누울거면서 뭐라그런데.'라는 우진이의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오늘따라 막내들은 왜 이렇게 조용해? 진영이도 여주한테 안붙어있고. 어디 아파?' 다니엘오빠의 말처럼 관린이와 진영이는 마을에 도착한 순간부터 말수가 적어졌다. 대휘도 밝은척을 하고 있었지만 표정이 좋지못하였다. '그냥, 여기 도착하고부터 기운도 없고 기분도 별로에요.' 관린이의 말에 옆에서 대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여긴 사람이 많이 죽어나간 곳이고, 악귀도 아닌 것들과 거센 기운을 내뿜고 돌아다니고 있으니, 오빠들만큼 기가 세지않은 애들에게는 힘이 조금 부치긴 할것이었다.
'진영아 너 괜찮아?' 벽에 기대어 앉아있는 진영이에게 다가가 물으니 고개를 들어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아까 논에 있던 귀신본거지?' 내 말에 진영이는 손톱을 깨물었다. 빙의가 잘 되는 진영이었으니까 다른 사람들보다 이곳이 더 무섭고 힘들게 분명했다. 기운이없는 진영이의 어깨를 토닥여주는 것말고는 내가 해줄 수 있는게 없었다. '괜찮을거야, 내가 지켜줄게.'
내가 이번 사건에 합류하는 것에 대해서 다니엘오빠와 성우오빠가 가장 크게 반대를 하였다. 혹시라도 다치면 더 위험해질 수도 있고, 또 손목에 문양이 발현하지않을 수도 있으니 능력에 대해 확실이 알때까지는 쉬라고 하였다. 그러나 다니엘오빠가 처음 내게 같이 일을 하자고 한 가장 큰 이유가 귀신에 가장 잘 빙의가 되고 붙던 진영이의 휴식으로 인해 빈 그 역할을 대신하기 위해서인데, 내가 빠진다면 다시 진영이가 내 몫까지 2배로 힘들어질것이었다. 일을 끝내고 사무실로 돌아온 진영이의 표정이 항상 어두웠던게 떠올라서 같이 가겠다고 고집을 부릴 수 밖에 없었다. 내 고집에도 절대로 안된다고 말을 하던 오빠들은 '오빠들 옆에서 안떨어지고 위험하다싶으면 뒤로 빠져있을게.'라는 내 말에 결국 '그 말 지켜야돼.'라고 말을 하며 백기를 들었다.
마을을 한번 둘러보고 먼저 들어온 재환오빠와 성우오빠에게 물을 한잔씩 건네주었다. '어땠어요?' 내 질문에 성우오빠는 어떻긴 아주 개판이더라. 간간히 보이는 사람들도 다들 죽은 사람같은 얼굴을 하고 돌아다니고, 악귀도 아닌것들이 요상한 기운이나 피우고있고. 이번에도 일찍 돌아가긴 글러먹은것같다. 라고 말을 하며 잠시 담배를 피우고 온다며 밖으로 나갔다. '이번에도 그때랑 마찬가지야, 뭐 보이는게 없어. 보면 끔찍할거같아서 무서웠는데 막상 안보이니까 답답하네.' 말이 없던 재환오빠는 손을 뒤로 짚으며 말을 하였다. 재환오빠가 보이지않는다고 할때 위험한 일이 생긴적이있어서 긴장이 되어 침을 꿀꺽삼켰다. 정적 속에서 침 넘기는 소리가 제법 크게 들렸고 그 소리를 들은 오빠는 웃으며 '뭐 이번에도 위험에 쳐하면 여주 너가 살려주겠지.'라고 말을 하였다. 손을 들어 문양을 보며 이번에도 위험할때 우리를 살려줄까하고 고민에 빠지자 오빠는 '농담이야, 다 잘될거야, 여주 넌 다치지만마.'라고 말을 하며 남아있던 물을 원샷하였다.
[여주야 너 이번에 사건해결하러 갔다며ㅠㅜㅠ 쉬라니까ㅠㅠ 위험한일은 하지말고 위험하거나 이상한 일 있으면 우진이한테 다 시켜! 알았지? 다치지말고 돌아와 ♥-민현오빠]
[여주, 지성이한테 들었는데 제법 위험한 일인거 같은데...위험하면 애들버리고 혼자 차타고 돌아와. 거기서도 우진랑 애들이 괴롭히면 그냥 귀신한테 애들 주고오고!! ㅠㅜㅜ내가 민현이보다 더 걱정하는거 알지?ㅠㅜ 다치지말고 애들옆에 잘 붙어다녀ㅠㅜ 그리고 문자보면 민현이보다 나한테 먼저 답장해줘야 된다 ♥ -성운오빠]
착잡한 마음으로 마당으로 나와 있는데 주머니에서 느껴지는 진동에 폰을 꺼내서 확인을 하니, 오빠들의 문자가 도착해있었다. 귀여운 문자내용에 착잡하던것도 입꼬리를 올리며 민현오빠에게 먼저 답장을 해주었다. 전화가 와서 왜 민현오빠한테 먼저 답장을 했냐며 투덜거릴 오빠의 모습이 상상이되자 웃음이 나왔다.
'어, 다녀왔어요? 갔다왔어?' 대문을 열고 들어오는 다니엘오빠 우진이, 지훈이의 모습에 폰을 집어넣으며 인사를 했다. '응, 한것도 없는데 피곤하네, 여주 넌 왜 나와있어? 들어가서 쉬지.' 제법 멀리까지 돌아보고 온것인지 지쳐보이는 다니엘오빠의 말에 잠깐 바람 좀 쐬러나왔다고 답을 하며 얼른 들어가서 쉬라고 하니까 정말 피곤했는지 '해지면 위험하니까 여주 너도 빨리들어와.'라고 말을 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우진이도 '나도 피곤해서 먼저 들어간다.'라고 손을 흔들더니 다니엘오빠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지훈이는 들어가지않고 내 옆으로와 자리를 잡고 앉았다. '너는 안피곤해? 밥먹기전까지 들어가서 쉬지.' 지훈이를 보며 말을 했지만 지훈이는 '난 귀신은 못보니까, 덜 피곤해서 괜찮아.'라고 대답했다.
'이번에는 여기 오기전에 꿈 안꿨어?' 지훈이에게 먼저 말을 거니, '응.'이라고 짧게 대답하였다. 다행이네 이번에는 큰 일 없으려나 보다라고 하는 내 말에 표정을 굳히며 그 반대일지도 모르지. 라고 말을 하였다. 여기 도착한 후로 몸에서 계속 빨리 돌아가라고 신호를 보내고 있거든, 느낌도 별로 좋지않고. 이어지는 지훈이의 말에 무섭게 왜 그래라고 말을 하자, 지훈이가 조금 표정을 풀며 겁주는 거야, 너 혹시 또 혼자 여기저기 돌아다닐까봐, 이번에 넌 나서지말고 뒤로 빠져있어 알았지? 빨빨거리며 돌아다니던 애들도 지쳐서있는거 보면 이번일이 쉽게 끝날거 같지는 않으니까. 라고 말을 하였다.
지금이라도 돌아가면 살려줄게 너희는 죄가 없으니까 계속 더 있으면 그땐 너희도 다 죽여버릴거야 지훈이의 뒤로 보이는 허름한 차림을 한 귀신이 말을 하고 있었다. 입은 움직이지않았지만 눈을 굴리다가 내게 시선을 똑바로 고정하는 모습에 지금 저 귀신이 내게 말을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다 떨어지고 엉망이된 옷이 하나로 연결되어있다는 것만이 저 귀신이 입은 옷이 원피스라는 것을 짐작케해주었고, 원피스 아래로 보이는 다리를 타고 흐르는 피, 그리고 부패가 된것인지 썩어서 반쯤 떨어져 나간 볼에서 꿈틀거리는 벌레가 저 귀신이 험하게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었다. 아니 너희도 다 죽여버릴거야 저년이랑 여기있는것들을 도와주러 온거니까 너도 죽일거야
......알았지? 정면에서 보이는 귀신과 한이 서린 목소리와 함께 옅은 악취를 남기고 간 귀신의 모습에 지훈이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하였다. '알았냐고, 김여주.' 내 팔을 치면서 다시 말을 하는 지훈이의 모습에 지훈이가 무슨말을 했는지 듣지 못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죽일거야 라는 그 말에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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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폭우가 내렸는데 다들 괜찮으신가요? 비오고 날도 쌀쌀해졌는데 감기걸리지않게 건강 잘 챙기세요.
오랜만에 다시 사건 쓰려니 어렵네요..하하 지성이는 사건시작하면 분량이 없어서..앞쪽에 좀 챙겼어요 ㅎㅎ
♥사랑스런 암호닉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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