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단편/조각 만화 고르기
이준혁 몬스타엑스 김남길 강동원 엑소 온앤오프 성찬
곤지 전체글ll조회 1947l 2
등장인물 이름 변경 적용


 


 


 


 


 


 


 


 


 


 

[워너원/강다니엘] 로맨스 2차전 F | 인스티즈
 


 


 


 


 


 


 


 


 


 


 

로맨스 2차전










Round 6.


















'점심이나 같이 먹어요, 셋이서. 메뉴는 누나가 정할래요? 아가도 같이 먹을 수 있는걸로'

'장소 정해지면 다시 연락해요. 차 필요하면 내가 가져갈게'





다음 날 눈을 뜨자마자 머리가 지끈지끈한 기분이었다. 오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왔던 순간인데 결국 이렇게 마주하게 될 줄이야. 피하고 싶던 삼자대면을 하게 된다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하고 어제 새벽이 되도록 고민하다가 겨우 눈을 붙였던 나였다. 그 시간들이 허무할 정도로 결국 머릿 속에, 입 속에 맴도는 말들은 정리가 되지 못 했고. 그래도 딱 한 마디는 반드시 전해 주어야만 했다. 내 욕심이 많았다 하고 얘기 하는 것. 내 앞에서 다니엘이 화를 내던, 나를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자리를 뜨던 난 꼭 그에게 사과 해야만 했다.

아이와 자주 가던 식당의 주소를 알려주니 곧 알겠다 하는 답장이 돌아왔다. 내내 복잡한 내 심정을 알기라도 하는지 평소라면 투정을 부린다거나 이리 저리 돌아다니며 사고를 쳤을 아이도 조그마한 손으로 내 볼을 감싼 채 빤히 내 눈을 바라보곤 했다. 아직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이 작은 것이 힘내라고 말 해 주는 것만 같아서 퍽 위로가 되었다.







-







"얼른 타요. 도담이 안녕~ 어제 만나고 또 보네"

"도담이 삼촌한테 안녕하세요 인사해야지"

"아이구~ 인사도 잘 하네, 도담이 배 많이 고파?"





폭풍전야가 이런 느낌일까. 아무렇지 않은 척, 평소와 다름 없이 주고 받는 말들이었고 심지어 도담이가 있음으로써 훨씬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고 할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다니엘과 나 사이에 오가는 대화는 별로 없었고 그마저도 도담이의 관한 얘기가 거의 주를 차지하고 있었다. 묘한 분위기에 이리저리 눈을 돌리다 문든 바라 본 백미러 속에 비친 둘을 보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저 둘의 사이는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억울하고 바보 같게도 울컥 눈물이 날 뻔 했던 것 같기도 하다





"맞다, 어제 김밥은 만들어 먹었어요?"

"아, 아니요. 어제 피곤했는지 둘 다 일찍 잠들어서 못 먹었어요"

"그랬구나. 먹었으면 내 단무지가 신의 한 수였단 걸 알았을텐데. 괜히 아쉽네요"

"아쉬울 거 없어요. 안 먹어도 단무지가 중요한 건 아니까,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도담이가 까무룩 잠들어 버린 뒤 더 커져버린 어색한 분위기에 정적만 가득할 즈음, 다니엘이 문득 저런 시덥잖은 이야기를 던져왔다. 원체 무겁고 답답한 분위기를 싫어하는 아이였으니 뭐라도 얘기해야겠다 싶어 꺼낸 말이겠지. 단무지 하나로 어찌나 뿌듯해 하는지 그제서야 내 입가에도 옅은 미소가 새어나왔지만 그것도 잠시 그 뒤로 이렇다할 대화 없이 식당에 도착했다
  




"아기 의자 가져다 드릴까요?"

"지금은 아가가 자고 있어서요, 나중에 부탁드릴게요"

"네, 필요한 거 있으시면 불러주세요"





누가 보면 더할 나위 없는 완벽한 가족의 모습이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도담이는 언제부턴가 다니엘의 품에 안겨서 새근새근 자고 있었고 마치 아이 아빠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직원과 대화도 하고 있었다. 그 맞은 편에 앉아 있던 나는 눈만 꿈뻑대며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고. 아무래도 그 상황이 조금은 불편해 내가 아이를 건네달라고 하자 괜히 움직이면 아이가 깬다는 걸 이유로 다니엘은 도담이를 제 품에 둔 채 대화를 이어갔다.





"누나는 뭐 먹을래요? 도담이 껀 뭐 시키지?"

"일단 도담이는 이거. 도담이가 이거 진짜 좋아하거든요"

"이거? 알았어요, 그럼 누나는요?"

"나는... 뭐 먹지. 음..."

"이 둘 중에 고민하는거죠? 안 봐도 뻔하네, 뭐."





처음 보는 메뉴와 한 번쯤 꼭 먹어보고 싶었던 메뉴 중에서 한참을 고민하고 있는데 그걸 가만 바라보던 다니엘이 메뉴판을 가져가더니 손을 들어 직원을 부르곤 내가 고민하던 메뉴들과 도담이 몫, 그리고 함께 먹을 메뉴까지 시킨 뒤 날 바라보며 '나 잘했죠? 칭찬해 줘요' 하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웃음이 새어 나오려는 걸 참고 고맙다고 얘기 했더니 '아니 나도 그게 먹고 싶어서 시킨거긴 한데 고마워해도 괜찮아요' 하고 새침하게 머리를 넘기기에 결국 참지 못 하고 빵 터져버렸다





"어, 도담이 일어났어요?"

"응..."

"아가 의자 주세요 할까? 아님 조금만 더 이러고 있을래?"

"아니야"





새초롬하게 제 의견을 표현하고는 아직은 잠이 덜 깨 멍한 얼굴로 품에 기대 있으면 다니엘은 그런 아이를 보며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함박웃음을 짓고는 통통한 아이의 볼을 손가락으로 콕콕 찌르고 있었다. 한 두번은 가만히 있던 아이도 계속 되는 행동에 귀찮았던건지 제 볼을 찔러오는 손가락을 한 손으로 꼭 잡아 내리고는 그 손의 주인을 빤히 바라보고 웃었다. 그럼 이미 기절 직전이던 그 사람은 이 감정을 주체할 수 없다는듯이 아이를 꼭 껴안고 양 쪽으로 몸을 마구마구 흔들며 '아 진짜 미쳤다' 하는 걸로 감동을 표현했다.





"도담이, 아~"

"아~"

"아이구, 잘 먹네. 맛있어요?"

"응. 엄마, 아"

"잠깐만, 지금 이거 너무 뜨거워. 식혀서 줄게"

"으으응~ 맘마 주, 맘마"





예상하지 못 했던 일은 아니었다. 항상 이렇게 외식을 할 때면 내 식사는 뒤로 하고 아이를 챙기기에 바빴으니까. 한 입을 덜어주면 오물오물 어찌나 열심히 먹는지 순식간에 넘긴 뒤 아기 새처럼 아 하고 입을 벌려 보채고 조금이나마 늦으면 또 금방 울상이 되어 버린다. 그래도 얼굴 가득 행복하다는 표정을 지은 채 냠냠 잘 받아 먹는 아이를 보고 있으면 네 행복이 내 행복이 이렇게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나름 만족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아이의 입이 쉬지 않도록 한 수저를 떠 먹인 뒤 다음 숟갈을 얼른 호호 불어 준비하는 걸 반복하다 보면 앞에 있는 내 몫의 음식을 먹을 시간 같은 건 당연히 없었다. 





"고생이다, 도담이 챙긴다고 지금 한 입도 못 먹었죠? 그릇이 그대로네, 그대로야"

"괜찮아요, 매번 하던 건데요. 아기 챙기고 먹는 건 당연하죠. 그리고 아까 조금 맛은 봤어요"

"거짓말. 하나도 손 안 댄 거 내가 봤는데. 도담이 내가 먹일테니까 그동안 누나 밥 좀 먹어요"






괜찮다는 내 말에도 이렇게 애기만 챙기다가 엄마가 먼저 쓰러지겠다며 기어이 내 손에 들린 수저를 가져가더니 '이제부터는 삼촌이 맘마 줄게. ' 하고는 아이를 먹이는데 아무래도 도담이 속도를 따라가기가 벅찼는지 '와, 니 엄청 빨리 먹네. 꼭꼭 씹어 먹고 있는거제? 배고프다고 그냥 삼켜버리면 니 나중에 또 배고프데이. 그럼 그거 니 손해야' 하며 잔소리 아닌 잔소리 -당연히 아이가 알아들을리 만무했고 쉽게 말해 손자만 입 아픈 설교- 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투닥투닥 각자 할 일 -잔소리와 식사- 에만 집중하고 있는 둘 덕분에 나는 내 식사도 편히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뜻밖의 시트콤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까지 얻게 된 식사 시간이었다.

밥도 다 먹었겠다 이젠 오늘 만남의 목적이었던 그 이야기를 꺼낼 때가 와 버렸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 배불리 먹고 빵빵해진 제 배를 작은 손으로 통통 때리며 행복함을 온 몸으로 표현하는 아이를 중간에 앉혀두고 아까까지만 해도 퍽 살가웠던 분위기가 조금씩 가라 앉기 시작했다. 이 상황에 제가 가장 중요한 원인이자 결과라는 걸 알 리 없는 아이는 그저 해맑게 제 손에 쥐어진 장난감을 가지고 놀 뿐이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얘기를 꺼내면 좋을까, 내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는 게 맞는걸까. 복잡한 머리에 그나마 겨우 정리했던 말들마저 공중으로 흩뿌려지는 기분이었다. 어색한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풀어주던 식당 내 소음들조차 음소거 된 것처럼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목으로 넘어가는 침소리만 귓가에 가득 담기는 이 기분 속 먼저 입을 연 건 그저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다니엘 쪽이었다.





"지금 머리 속 엄청 복잡하죠? 무슨 말을 해야 될까, 어떻게 해야 될까 뭐 이런 거"

"..."

"내가 뭐라고 할 것 같아요? 그래도 대충 예상한 그림은 있을 거잖아요"





다정한 눈빛으로 아이와 손장난을 치던 다니엘이 이전과 달리 한껏 가라 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어디 한 번 말 해 봐라, 하고 싶은 말이 뭐냐 하는것이 아니라 내가, 그러니까 본인이 무슨 얘기를 할 것 같냐고. 그에 내 머리는 또 한 번 전쟁이 일어났다. 지금 내가 생각하는 걸 하나도 빠짐없이, 거짓 없이 얘기해야 할까. 아니면 마지막 방어기지로 조금은 숨겨 두는 게 맞을까. 차마 입을 떼지 못 하고 도담이 한 번, 복잡한 심정을 표현하는 듯 테이블을 톡톡 두드리고 있는 다니엘의 손을 한 번 그렇게 바라 보고 있으면 내 입이 열리기 전까진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는 듯 다니엘은 그저 빤히 나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얘기했잖아..요. 도담이 내 딸 맞고, 나는 애인도 남편도 없이 그냥 도담이 혼자 키우고 있는 거라고..."

"내가 듣고 싶은 얘기 그거 아닌 거 알면서. 그건 누구라도 10분만 대화하면 알 수 있는 사실이잖아요"

"...애기 아빠랑은 얘 태어나기도 전에 헤어져서 애 아빠는 아무것도 몰라요. 아이로 발목 잡는 것도 싫고 애초에 결혼이 싫었으니까"

"하... 왜 계속 말을 빙빙 돌리는데. 할 말 쏟아내고 싶은 거 겨우 참고 있는 중인 거 뻔히 알면서."

"...그럼 너는 내가 뭐라고 대답 해 줬으면 좋겠는데?  결국 네가 묻고 싶은 건 그거잖아. 네 애인지 아닌지."

"알면 좀 얘기 해 주면 안 되나. 맞으면 맞다 아니면 아니다 대답하면 되지, 그게 그렇게 어렵나. 왜,  뭐가 무서운데?"





한참을 죄지은 사람 마냥 시선을 땅끝에 내린 채 차분한 말을 하다 결국 감정이 차오르는 바람에 예의를 차리겠다며 끝까지 고집하던 존댓말조차 내려 놓고  그렇게 피하던 다니엘의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결국 네가 궁금한 건 그거 아니냐고. 내내 답답하던 속이 풀린 것 같은 마음과 동시에 들려오는 다니엘의 질문에 결국 눈물이 맺혀버렸다. 뭐가 무섭냐고?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다. 네가 날 경멸할 것처럼 바라볼까봐 무섭고, 내가 너에게 그랬듯이 이번에 네가 나에게서 아이를 뺏어갈까 무섭고, 그렇게 돌이킬 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릴까봐 무섭고, 잃지 않기 위해 부렸던 내 욕심에 상처 받은 사람들이 다 떠나갈까봐. 말할 수 없을만큼 많은 것들을 말 할 수 없어서 무서워. 





"..."

"싸우기 싫다. 얼굴 붉히기도 싫고. 내 여기 이러려고 온 거 아니고 애한테 이런 모습 보여주자고 데리고 나온 거 아니다. 그냥 알고 싶은거다"

"안 돼.. 나 너한테 도담이 못 줘. 진짜 미안한데 그건 싫어. 나 엄청 욕해도 되고 미워해도 되고 싫어해도 되는데, 네 친구들한테 나 세상에서 제일 나쁜 사람이라고 얘기해도 좋으니까... 

"주긴 뭘 주는데, 아가 물건도 아니고. 울겠다, 울겠어. 도담이한테 나 엄마 울린 나쁜 사람으로 기억되긴 싫다. 그래도 잘못한 거 알긴 아네? 이건 스케일이 좀 많이 크다"

"화 안 내? 욕 안 할 거야? 내가 너한테 애 가졌다는 것도 숨기고 헤어지고 나서 잠수 타고 너 몰래 애 낳고 키우다가 이렇게 걸렸는데? 그 와중에도 난 엄청 뻔뻔했는데?"

"와... 자기가 잘못한 게 뭔지 엄청 정확하게 아네. 나는 집에서 그거 하나 하나 곱씹으면서 욕하고 화내면 되는거가. 솔직히 난 지금 머리도 띵하고 누나가 왜 그랬는지 하나도 이해 안 되거든?"

"그렇겠지. 이게 보통 사람들이 할 만한 생각과 행동은 아니니까. 그래서 항상 너한테 미안해 하면서 살았어. 네 얼굴 처음 마주했을 때에도 엄청 무서웠고, 원래 죄 지은 사람이 발 뻗고 못 자잖아"  

"누나가 미안해 했다고 해서 이게 쉽게 용서되고 그럴 일은 아니라는 거 알제? 나는 궁금했던 거 알았고 누나도 꼭꼭 숨기고 있던 거 어쨌든 털어놨으니까 오늘은 좀 편히 자라"





다니엘  말대로 오늘은 좀 편하게 잘 수 있을까. 들키기 싫었지만 언젠가는 들켰을지 모를 비밀을 내 입으로 털어 놓으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마음이 이상했다. 이게 이렇게 잔잔하게 끝날 수 있었던 일인가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게 미처 전하지 못 한 다니엘의 마음이 궁금하면서도 두려운 마음이  공존하는 탓에 아무래도 오늘 밤도 영 설칠 것만 같았다. 그렇게 전과는 조금 다르지만 여전히 묵직한 분위기를 유지한 채 우리는 식당을 벗어나 차로 향했다. 집으로 가는 길 내내 다니엘은 도담이의 모습을 지금부터라도 많이, 한 순간도 놓치기 싫다는 듯 백미러로 지켜보고, 또 말을 걸며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집 앞에서 우리를 내려주고 곧장 제 집으로 가려던 다니엘의 계획과 달리 도담이가 보채는 바람에 결국 우리집 현관까지 들어오고 말았다. 집에 도착하면 나아지겠지 하는 우리의 생각과는 다르게 다니엘의 품에 쏙 안겨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이 때문에 결국 집 안으로 들어와 도담이를 품에 안은 채 내 예상에 없던 집 구경까지 하게 되었다. 도담이의 앨범을 내 놓으라는 다니엘의 시위 아닌 시위에 결국 모든 걸 포기한 내가 쇼파에 누워 한숨을 쉬고 있으면 바로 앞에서 아주 다정하게도 나란히 배를 깔고 누워 저라며 꺅꺅 소리 지르는 아이와 '우와, 니 이거 기억나나. 진짜 귀엽네' 하며 앓이를 하는 덩치 큰 아이가 있었다 





"도담아, 오늘 내랑 잘 놀아줘서 진짜로 고마웠데이. 나중에 또 보자"

"이제  일이 있어서 진짜로 가셔아 된대, 도담아. 안녕히 가세요~ 빠빠이~ 해야지?"

"아니야, 가 아니야"

"내 가지마까? 니가 이렇게 좋아 해 주면 내 진짜로 못 가는데"






거의 30분쯤을 더 있었을까, 이젠 진짜 가 봐야 한다며 내게 SOS를 쳐 오는 다니엘에 혹여 또 보챌까 싶어 아예 내가 아이를 안아들고 다니엘을 배웅했다. 다행히도 떼를 쓴다거나 하는 거  없이 그저 품에 안기겠다고 투정 부리기에 인사라도 할 겸 안겨주었더니 한참을 빤히 다니엘의 얼굴을 바라보다 기습적으로 입술에 뽀뽀를 했다. 그것도 연달아 두 번. 사고 아닌 사고를 쳐 놓고서는 그저 태평스레 '빠빠이-'  하는데 본인을 제외한 두 명이 놀라 멍하니 있는 게 재미있는지 꺄르르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 소리에 먼저 정신을 차린 내가 다시 아이를 받아들고 고생 많았다 인사를 하는 걸 끝으로 다니엘은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마지막까지 멍한 표정으로 한 손은 제 입에 올려두고 가는 게 그가 적잖이 놀랐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여보세요? 어, 잘 들어갔어?"

"응. 내 입술 뺏어간 공주님은 뭐 하는데? 자나?"

"방금 전에 잠들었어. 오늘 진짜 고마웠어, 도담이랑 놀아준 것도.. 그냥 다"

"이제 확실히 말 놓기로 했는가보지? 내야 뭐 좋지. 아, 그리고"

"그러네. 회사에선 또 존댓말 써야지. 응? 왜? 뭐 놓고 간 거 있어?"

"아니, 도담이한테 내가 아빠란 거 말 하라고. 여태껏 못 들은 거 이제라도 원없이 들어야지"

"그건 좀. 잘못하다가 너 곤란해지는 상황 생길수도 있고. 그냥 지금처럼..."

"싫다. 내 새끼가 홍길동도 아니고 왜 있는 아버지를 아버지라못 부르는데. 내는 그렇게 알고 있을게" 





이른 외출부터 시작해 다니엘이 온 몸으로 놀아준 탓에 샤워를 마치자마자 골아떨어진 아이를 방에 눕히고 청소를 하는데 걸려온 전화를 받아보니 다니엘이었다. 일상적인 말들을 주고 받다가 문득 나온 주제에 나도 모르게 흠칫 하고 말았다. 생각 해 본 적이 없다면 거짓말이었지만 잠시 잊고 있었다. 어쩌면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마음일수도 있다. 평범한 청년이 하루 아침에 아이  아빠가 되어 버리면 주변에서 받을 시선과 질문이 좋지 않을테고 또 버거울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그냥 이 상태를 유지해야지 하고 생각했었는데 뜻밖의 대답과 선택이었다. 





"지금 당장은 그런 생각 들 수 있지만 다시 한 번만 생각해 봐, 응? 생각보다 하루 아침에 많은 게 바뀔거야. 너도 나름 피해자인데 욕 먹을수도 있고"

"또 이런다. 내가 뭘 한다 캤나, 그냥 애한테 아빠 소리 듣게 해 달라는 거 말고 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 진짜 왜 그러는데... 나도 지금 충분히 머리 터질 것 같다고"

"...알았어, 미안. 내가 지레 겁 먹고 걱정했나 봐. 그래, 네가 바란 건 그거 하나니까. 사소하지도 않은 일 상의 없이 진행할 너 아닌 거 알면서 내가 괜히 그랬어, 미안해"





아무래도 요 며칠은 예상과 달리 냉전이 이어지려나보다. 이런 결말은 생각치도 못 했던터라 내가 걱정했던 그 상황에서 하려던 대답들만 툭툭 튀어나오는 것 같다. 아직 주변에 밝히겠다고 한 적도, 당장 집을 합치자 한 적 없이 그저 아이가 놀라지 않도록, 제가 엄마와 친한 삼촌이 아닌 그보다 조금 더 깊고 진한 사이인 아빠임을 밝히고 알려달라 부탁했을뿐인데 나는 미리 겁을 먹고 방어기지를 취해 버렸고 안 그래도 충분히 복잡하고 상처 받았을 아이의 마음을 한 번 더 헤집었나보다. 내일 아닌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며 마주한다 해도 서로의 속이 편하리란 기대는 애초에 접는 게 좋을 것 같다.

낮잠을 좀 오래 잔다 했더니 결국 잘 시간이 되도록 생생하더니 한참을 보채다 평소보다 늦게 겨우 잠이 든 아이를 침대 위에 눕혔다. 그 뒤로도 한참을 뒤척이다 아이가 깊게 잠든 걸 확인하고나서야 방을 나와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좋은 기억으로 남지는 못 하더라도 내내 혼자만 간직하고 있던 무거운 비밀을 털어 놓았으니 괜찮은 시간 정도는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힘들고 무거운 하루가 되어버렸다. 

다니엘과의 마지막 통화도 곱씹을수록 무겁고 미안하며 아이까지 쉬이 잠들지 않았던 탓에 몸과 마음 모두 꽤 힘들었던 하루로 마무리 되어버렸다. 더군다나 이리 휘몰아친 다음날 출근을 해야 한다는 사실도 퍽 무겁게 다가왔고. 새벽이 다 되어가는 시간에 늦은 샤워를 하고 쇼파에 앉아 쉬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내가 먼저 전화할까 하다 혹여나 잠들었을까 그만 뒀던, 그 전화였다.





"여보세요? 안 자고 있었어?"

"...누나, 김여주"

"응, 듣고 있어. 내일 출근해야 되면서 이 시간에 웬 술이야, 내일 힘들게"

"아니다, 내는 괜찮다... 이 정도는 거뜬한 거 알잖아"

"그리고 아까 말한 거 있잖아. 내일부터 도담이한테도 얘기 해 줄게, 너 삼촌 아니라 아빠라고. 말 안 해도 끌리는지 너 엄청 좋아하더라. 금방 부를거야, 아마"





꽤나 긴 한숨 소리를 제외하고서는 돌아오는 대답이 없었다. 겨우 잊고 있던 기억을 내가 다시 꺼냈나 싶어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 나름의 사과이자 위로의 마음을 담은 한 마디였다. 그게 올곧이 전해졌을지는 의문이긴 하지만. 한참을 조용한 상대편에 생각 할 시간이 필요하겠거니 생각 해 그저 많이 마시지 말고 조심히 집에 들어가라는 안부 인사를 마지막으로 전화를 끊으려던 참이었다. 한층 낮아지고 심지어 뭔지 모를 물기도 섞인 것 같은, 나를 부르는 그 목소리가 아니었다면.




 
"내가... 내가 그렇게 누나한테 믿음을 못 준 거가? 그걸 다 혼자 떠안을만큼, 아무리 생각해도 내랑 결혼하는 게 싫었을만큼, 내는 아니었나?"













라뷰♥

[뿜뿜이][0618][빔빔][브룩][윤맞봄][오예스][0303][옹스더][미적분쉣][마다녤][샘봄][코뭉뭉][다녤쿠][영이][레드][0713][빵빰]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습니다

이런 글은 어떠세요?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1
뿜뿜이입니당 작가님ㅠㅠㅠㅠㅠ앙고있지만 드디어 밝혀졋고...행복하자 도담이가족ㅠㅠ
6년 전
비회원153.64
곤지님 옹스더 입니당 ♥
다니엘 마지막 말 되게 마음이 아프네요..
언제쯤 이 두 사람은 맴맴도는 걸 멈추고 직진할 수 있을런지.. 여주 입장도 이해는 되는데, 다니엘은 진짜 머릿속이 터질만큼 복잡할 거 같아요 ㅜㅜ 느리더라도 스며들듯.. 함께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당 ㅠㅠ 곤지님 필력 제가 좀 많이 사랑해요! 언제나 좋은 글 감사해여 >_<

6년 전
독자2
너무 재밌어요ㅠㅠㅠ!!! 얼른 다니엘과 여주가 잘 풀려서 행복하게 지내는걸 보고싶어요!!!!!
다음편도 기대할게요~

6년 전
독자3
결국 다넬이 다 알게 되었네요.이제 도담이도 아빠가 생기고 여주한테도 남편이 생기고 알콩달콩하게 행복해졌음 좋겠어요.암호닉[코알루]로 신청할께요~♥♥♥
6년 전
독자4
다니엘의 마지막 말이 너무 마음 아프고 또 괜히 속상하네요 ㅠㅠㅠ 여주가 다니엘을 못믿어서 그런 건 아니겠지만 다니엘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얼른 오해 풀고 다시 좋은 사이로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ㅠㅠ 좋은 글 감사해요 작가님!
6년 전
독자5
윤맞봄이에여
드디어 속시원하게 얘기했네요ㅜ
이제 둘이 더가까워지고 도담이가
아빠라고 부르는 그날까지...화이팅ㅜ

6년 전
독자6
쟈까님 ㅠㅜ [쩨아리]로 암호닉 신청해용 !! ❤️❤️ 마지막에 다니엘이 저렇게 말하는데 다니엘 입장에선 그렇게 오해할수더있을거같아서 맴찢 .. ㅠ ㅜㅜㅜㅜㅜ 빨리 도담아 아빠라구 불러죠ㅠㅠㅠ 이제 빨리 둘이 도담이랑 셋이서 알콩달콩 살았으면 조케써옹 ㅠㅠ잘보고갑니다 !!
6년 전
비회원208.75
작가님 영이입니다!
결국 도담이라는 존재에 대해 다니엘이 모두 알게 되었네요.
한편으로는 잘됐다고 생각되다가도 또 한편으로는 앞으로 어떤 일을이 벌어질지 걱정이 되기도 하답니다ㅜㅜ
술취한 다니엘의 마지막 멘트는 어찌나 아련한지..이제 둘 다 그만 힘들고 행복한 가정을 꾸렸으면 좋겠네요♡♡

6년 전
비회원245.77
여주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던것 같은데ㅠㅠㅠㅠㅠㅠ다니엘이 충격받은것도 이해되고 서로 이해하면서 좋은 가족되면 좋겠어요 암호닉 밍멩뮹으로 신청할게뇨♡-♡
6년 전
독자7
다니엘의 복잡하고 혼란스러웠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화였어요ㅠㅜ 마지막 대사 정말 짠해요ㅠ
6년 전
독자8
저 빵빰입니다! 암호닉에 빵빰인데 빵밤이라고 되어있네요 ㅠㅜㅜㅜ 드디오 다녤이 도담이가 자기 딸인 걸 알았어요 ㅠㅜㅜㅜㅜ 다녤의 혼란스러움이 저에게까지 전달되는 것 같습니다 다녤이 잘 생각해서 여주에게 든든한 남편이 도담이에게는 멋진 아빠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ㅜㅜㅜ
6년 전
비회원24.122
코뭉뭉이에용 ㅠㅠ 너무 재밌어여 마지막 녜리 ㄷ
ㅐ사 캐리 ,,,

6년 전
독자9
마다녤입니다 작가님ㅠㅠㅠ 여주의 마음이 너무 이해가 되네요ㅠ 다녤은 얼마나 복잡할까.. 그냥 여주랑 다녤 둘다 지금 엄청 복잡할거 같아요ㅠ 하루아침에 상황이 다 달라지는 거니깐.. 어떻게 풀릴지는 모르겠지만 좋게좋게 풀리기를 바래요..
6년 전
독자10
[다녤쿠]
드디어 다녤이 알았네요호오 ~~~~~~
얼른 여주랑 다녤이 잘 돼서 꽁냥거리는거 보고싶어요 ㅠㅠ
그리고 도담이가 다녤한테 아빠라고 부르는 모습 얼른 꼭 보고싶습니다 ٩(๑❛ᴗ❛๑)۶

6년 전
독자11
드디어 다녤이 알았네요ㅜㅜㅠ 다녤이 하는 저 말 너무 이해가서 마음아프지만.. 또 여주입장에서 생각해보면ㅠㅠㅠ 흡ㅠㅠㅠ
6년 전
독자12
다니엘ㅠㅠㅠㅠㅠ마음이 아플 것 같아요ㅠㅠㅠㅠㅠㅠ그래도 잘 됐으면 좋겠네요ㅠㅠㅠ
6년 전
독자13
그래 이렇게 된 거 그냥 얼른 재혼하고 알콩달콩합시다 우리!
6년 전
독자14
헐 마지막말이 너무 슬픈거아닌가여ㅠㅠㅠㅠㅠㅠ
6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715 1억05.01 21:30
온앤오프 [온앤오프/김효진] 푸르지 않은 청춘 012 퓨후05.05 00:01
      
      
      
온앤오프 [온앤오프/김효진] 푸르지 않은 청춘 012 퓨후 05.05 00:01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715 1억 05.01 21:30
나…18 1억 05.01 02:08
강동원 보보경심 려 02 1 02.27 01:26
강동원 보보경심 려 01 1 02.24 00:43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634 1억 02.12 03:01
[이진욱] 호랑이 부장남은 나의 타격_0917 1억 02.08 23:19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817 1억 01.28 23:06
[배우/이진욱] 연애 바이블 [02 예고]8 워커홀릭 01.23 23:54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713 1억 01.23 00:43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615 1억 01.20 23:23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513 1억 01.19 23:26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517 1억 01.14 23:37
이재욱 [이재욱] 1년 전 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_0010 1억 01.14 02:52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415 1억 01.12 02:00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420 1억 01.10 22:24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314 1억 01.07 23:00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218 1억 01.04 01:01
윤도운 [데이식스/윤도운] Happy New Year3 01.01 23:59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120 1억 01.01 22:17
준혁 씨 번외 있자나31 1억 12.31 22:07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나의 타격_0319 1억 12.29 23:13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213 1억 12.27 22:46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118 1억 12.27 00:53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_end22 1억 12.25 01:21
이진욱 마지막 투표쓰11 1억 12.24 23:02
[배우/이진욱] 연애 바이블 [01]11 워커홀릭 12.24 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