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반인반수들과 동거 중 Jep.10 과거를 살짝 엿봅시다.
우진이가 W-19일 때의 일입니다. 제 부서 연구원 중 한 명이 유독 W-19를 싫어했었습니다. 반인반수 주제에 너무 사람같아서라는 같잖은 이유였지요. 그 연구원이 실수인지 고의인지 실험을 하다 우진이의 옆구리를 메스로 그었습니다. 알다시피 우진이는 피가 잘 멈추지 않는 아이죠. 그래서 그 아이 우리에 들어갈 때면 칼 및 날카로운 물건 반입을 금지했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그걸 아는 그 연구원이 굳이 메스를 들고 들어가서 굳이 그 사단을 낸 겁니다. 당황한 티를 내면서도 웃는 그 모습에 환장하겠더라고요. 어찌저찌 급한 척 빠르게 수습하는 그 모습을 보며 그래도 수습은 했으니까 괜찮겠지하고 넘어갔었습니다. 미쳤었죠. 그딴 거에 속고.
"김여주 본부장님. 큰일입니다. W-19 옆구리에 세균이 감염됐는지 괴사하고 있다는...."
그 말에 정신없이 W-19의 병실로 갔습니다. 분명히 확인을 했습니다. 분명히 소독을 하고 치료를 하는 것을 확인했는데... 어째서.... 병실로 들어서니 하얀 침대 위에 죽은 듯이 누워 땀만 삐질삐질 흘리고 있는 W-19가 보였습니다. 순간 짜증이 확 치미는 겁니다.
"당장, 그 새끼 내 눈앞에 데려와주세요."
"네."
배진영이 가는 것을 확인하고 W-19의 옷을 걷어보았습니다. 처참했죠. 어떻게 참고 있는지 신음소리 하나 안 흘리는 그 모습에 또 울컥하며 화가 치미는 겁니다. 내가 연구원이지 의사가 아닌데도 그런 거 공부 안 하고 뭐한 거냐며 나를 자책하고. 그 새끼는 뭘 어떻게 한 거냐며 그 새끼를 욕하고. 얘는 왜 또 이렇게 죽은 듯 가만히 있냐며 괜히 W-19를 탓했죠. 그래봤자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데 말입니다. 화가 절정에 다다른 그때 그 새끼가 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내 속도 모르고 실실 웃으며 하는 말이 가관이더라고요.
"폐기처분 할까요?"
"아, 그것 참 좋은 생각이네요."
"그쵸? 당장 보고서 쓰러,"
"아니. 난 지금 널 폐기처분 할 생각이거든."
내 손에 잡히는 그게 무엇이든 다 던져버렸습니다. 더이상 잡히는 것이 없을 때쯤 깨달았습니다. 이래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요. 기절한 그 새끼를 지나쳐 밖으로 나와 제 연구실로 향했습니다. 그로부터 3일동안 최소한의 물과 음식만 섭취하며 미친 듯이 연구했습니다. 반인반수에게 맞는 치료약 및 치료법을 찾기 위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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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동안 날밤 새서 만든 약을 W-19에게 주입하고 나서부터는 기억이 없습니다. 그러다 눈을 뜨니 처음으로 보인 것이 같은 부서 후배인 배진영이었지요.
"김여주 본부장님? 정신이 좀 드십니까? 과로랍니다... 과로.... 좀 쉬엄쉬엄 하세요..."
"...W... W-19 결과는요? 어떻게 되었죠?!"
"아, 살아있습니다. 다행히 그 약에 양성반응을 보였답니다. 역시, 또 성공하셨네요."
"아, 다행... 다행이다...."
"아, 아니.. 그렇다고 눈물까지... 여, 여기 손수건이라도..."
아무튼 그날 이후부터 민현이 뿐만 아니라 제 아이들 모두에게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고심하고 고심해서 민현이와 함께 고른 우진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W-19가 격리되어 있던 병실로 갔습니다. 말짱해진 모습으로 나를 보며 뛰어 온 W-19가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평소엔 무관심하게 힐끗 보곤 말았는데 지금은 달려오는 건 물론이고 심지어는없는 꼬리가 흔들리는 듯한 표정으로 말하는 겁니다.
"왜 이제 왔어! 보고 싶었자나!"
분명 이름 알려주려 온 건데 이 황당한 모습에 입에 풀칠을 한 것 처럼 막혔습니다. 그때 뒤에서 배진영이 지나가며 말해주더라고요. 아무것도 기억을 못한다고. 다행이라고 느꼈습니다. 차라리 아무 것도 모르는 게 낫겠죠.
"미안해, 우진아. 내가 너무 늦게왔지?"
"아니야, 지금이라도 와줘쓰니까 돼써!"
나의 말에 환하게 웃는 것으로 답한 우진이는 원래 이름이 있었다는 듯 우진이라는 이름에 거부반응 없이 스며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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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현이가 새로 온 날 밤은 거의 잠을 못 잤습니다. 그동안 서로 쌓였던 이야기 많았거든요. 개중 가장 웃겼던 건, 역시 성우였습니다.
"아, 맞다. 형아 있잖아, 성우 형아 귀가 막 접힌다. 진짜 신기해."
"사막여우는 보아라. 이게 6년 된 흑표범의 멋이라는 것이다."
"우와오와우와우와우와...!!! 말이 돼?!"
"허잇! 이렇게 하면 펴진다! 진짜 멋지지?"
"우왘ㅋㅋㅋㅋㅋㅋㅋㅋ이젠 막 손도 안 대고 폌ㅋㅋㅋㅋㅋ대단해 진짴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진짜 성우형 진짜 대단햌ㅋㅋㅋㅋㅋㅋ"
민현이 오니까 분위기가 한층 더 밝아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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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늦게 잤더니 아침이 아닌 낮에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따사로운 햇볕이 내리쬐고 있는 거실조차 고요한 게 아이들도 다 늦잠을 자고 있나봅니다. 우선 좀 씻기 위해 화장실로 들어왔습니다. 거울을 빤히 보다보니까 민현이가 있다는 게 꿈인가 싶더라고요. 불을 세게 잡았다가 너무 아파 놨습니다. 얼얼한 볼 느낌에 아, 진짜구나 싶어 신나게 씻고 다시 거실로 나왔습니다. 때마침 아이들 방에서 민현이가 나오고 있네요. 잔뜩 성난 듯 엉망진창인 민현이의 머리에 웃음이 터졌습니다. 터진 웃음을 참지 않은 채로 민현이게 걸어가 머리를 정리해주었습니다. 가만히 그런 나를 내려다보던 민현이가 그대로 끌어안았습니다.
"어제는, 아이들이 너무 많아서 인사도 제대로 못 나눴네요. 진짜 그리웠어요."
"미안해. 사과 먼저 해야 될 것 같아."
"....솔직히 원망도 많이 했어요. 오기 전까지는 어떻게 하면 연구원님이 상처를 받을까, 나만큼 아플까, 고민을 했는데... 어느 순간 보니까 좋아할 만한 꽃을 고르고 있더라고요."
"...고마워."
말 없이 등을 토닥여준 민현이는 손을 풀러 날 놔주더니 허리를 숙이며 내 눈을 맞췄습니다. 곧 해사하게 웃으며 말하더라고요.
"앞으론 주인이라고 부르는 게 편하겠죠?"
"어...? 아, 마음대로 불러도 돼. 괜찮아."
"딱히 오랜만에 만나서 싫어할 만한 거 하기 싫어서요."
기어코 확인을 받아낸 민현이가 씨익 웃으며 아이들을 깨우러 들어가고 남겨진 전 오랜만에 느끼는 그 민현이 특유의 따뜻한 느낌에 또 훈훈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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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큰일이 생겼습니다. 그 큰일은 바로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있는 채소타임인데요. 반인반수잖아요. 반은 짐승이나 반은 사람인 관계로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채소를 먹어야 되거든요. 물론 아이들은 죽자고 싫어합니다.
"얘들아, 채소먹자."
"....아직 안 되지 않았어요? 이틀은 더 남은 거 같은데요...?"
"쓰읍, 진짜 싫어...."
"아 솔직히 주인 나 안 먹어도 될 것 같아. 지금 좀 건강한 느낌이야."
"난 살짝 빠져도 돼?"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니, 우진아? 날짜 계산하니까 딱 맞네요... 먹자..."
재환이의 말에 다들 하나씩 억지로 집어들며 똥씹은 표정으로 먹습니다. 어구 잘먹는다. 옆에서 아이들에게 힘을 넣어주던 민현이에게 성우가 웃으며 하나 건네주었습니다. 결국 5명이서 도란도란 채소를 먹고 있네요. 뿌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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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호랑이 박지훈 군은 진짜 오랜만에 만나는 사막여우 황민현 군과 같이 있는 모습을 보기 힘든데 왜죠?
A. "형한테서 연구실 냄새가 계속 나서 뭔가... 내가 알던 형이 아닌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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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추천 수 무슨 일 아니 도대체 이게 무슨 일 아니 정말 이게 무슨일입니까?!!!!!!!!!!!!!!!!!!!!! 감동쟁이들 다 이리와봐요 내가 확마 다 뽀뽀를 해버릴라니까. 아니 진짜 말이 돼요? 난 안된다고 생각해요. 이건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거든요... 아니 89개요??????? 89???????? 여든아홉이여?!!!!!!!!!팔십구?!!!!!!!!!!!!!! 와... 이게 무슨... 우와... 저 진짜 이거 보고 입틀막함요... 감동쟁이들... 매번 초록글도 올려주고ㅠㅠㅠㅠㅠㅠ이렇게 추천도 왕창 주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 고마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 사랑머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두번먹고 세번머거ㅠㅠㅠㅠㅠㅠㅠ걍 다머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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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농이들 생겼다요~ ㅎ흐헤히허ㅏ흐힣 귀여워러어러어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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