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손, 손 내밀어봐. 얼른.
응? 크응? 고개를 갸웃거리며 못 알아듣는 척을 한다.
손- 너 자꾸 못 알아듣는 척 할꺼야? 다리 밑으로 숨기고 있는 손을 확 빼내고 꼭 잡아쥐었다.
으휴 손톱봐,손톱. 손톱깎기로 톡톡 손톱을 깎자 움찔움찔하며 두눈을 꼭 감는다.
왜 이렇게 손톱깎는 걸 싫어하는지.
자,다됬어. 하며 등을 토닥이자 살며시 눈을 뜨고 짧아진 제 손톱을 신기하다는 듯 쳐다본다.
그러더니 형광등 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손톱깎이를 집어던진다. 싫어!
4
아..비온다, 우산도 없는데.
학원 수업하던 중 얼핏 쳐다본 창문에는 비가 내리고있었다.
야! 거기 창문 멍하게 보면서 뭐해? 열심히 수업하시던 선생님의 호통, 그렇게 티났나- 하며 책으로 시선을 옮겼다.
수업끝나면 비도 그치게 해주세요.
*
수업이 끝나도 비는 여전히 왔다.
다른 사람들은 우산을 펴서 가거나 누가 데릴러와주는데 나는 그럴 사람이 없어 멍하게 바라만 보고있었다.
많은 인파들이 다 빠져나가고 나 혼자 학원에서 발을 못떼고 있을때, 저 멀리서 노란트레이닝 복 입은 사람이 보였다.
혹시나 싶어 근처로 다가가자 자기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홀딱 젖은 채로 우산을 나한테 건내온다.
이 멍청아, 우산을 쓰면서 가지고 왔어야지, 너 다 젖었잖아.
감기 걸리면 어쩌려고- 까치발을 들고 팔을 최대한 높이해 성용에게도 우산을 씌워주었다.
주머니에 들은 손수건으로 뚝뚝 흘러내리는 빗물을 닦아주었다.
니가 들어,나 팔아파. 성용에게 우산을 들게하곤 팔짱을 꼈다.
여기가는지 어떻게 알았어?
저..저번에-
춥지? 집에 빨리가서 옷 갈아입자.
으응,안추워.
안 춥기는 무슨! 입술 파래져서 덜덜 떨리는거 다보이는데! 어깨를 퍽퍽 쳤다.
걱정 좀 그만하게해, 그래도 데릴러와줘서 고마워.
그러자 자기 고개를 숙여 머리를 들이민다.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기분좋은듯 히히 웃어온다.
집에 가서 우산 키는 법 가르쳐줄게, 다음에는 너도 쓰고와. 알겠지?
5
뚝뚝 물을 떨어트리는 채로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어딜 돌아다녀, 이리와, 얼른! 쇼파에 앉아 크게 소리치자 수건 한 장을 머리에 얹고 내 앞에 앉는다.
어이구, 아직 머리도 못 말리지?
머리를 털며 물기를 닦아주자 향긋한 샴푸냄새가 코 끝을 멤돈다.
드라이기를 싫어하는 성용이기에 수건으로 꼼꼼히 닦아주었다.
크응- 하는 기분 좋은 소리도 들린다.
두어번 더 말린 후에 다됬다며 어깨를 톡톡 쳤다.
그와 동시에 뒤 돌아서 꼭 안겨온다. 갓 샤워를 끝낸 너와 나이기 때문에 같은 바디워시 향이 주위를 멤돌았다.
달달한 내음새가 진동을 했다. 자동으로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부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