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반인반수들과 동거 중 M
ep.13 과거는 과거일 뿐, 이라 말해봤자....
지훈이가 T-19일 때입니다. T-19는 저와 유독 애착관계에 있었습니다. 처음 태어나던 순간부터 유별났었죠. 태어나자마자 저랑 눈이 마주친 이후에 다른 연구원이 안으려고 하면 발버둥 쳤었거든요. 그래서 4개월 동안은 거의 제가 업어 키웠습니다. 그 후부터는 다른 연구에게도 잘 안겨있었고 사람으로 변할 수 있게 된 후부터는 거의 민현이와 함께 있었죠. 아참, 민현이와 W-19(우진), T-19(지훈), P-22(재환)는 같은 베타우리였습니다. 물론 LB-23(성우)은 거의 같은 우리였다고 봐야겠죠. 허구한 날 베타우리에 놀러왔었으니까요.
"왜 연구원은 저 고양이랑만 붙어있어? 나는?"
민현이랑 잘 놀다가도 제가 들어가면 다 때려 치고 저에게 달려오던 T-19가 매우 불만인 W-19였습니다. 그에 따라 민현이가 연구원이 아니라 본부장님이라고 고쳐줬지만 W-19는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어요. 물론 들은 채도 안하고 제 등에 업히는 T-19였습니다. 하핫... 그러고 보면 둘은 이때부터 앙숙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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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19의 엄마와 아빠는 반인반수가 아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T-19는 제가 인공수정으로 만든 반인반수였기 때문이죠. 사실 T-19가 태어나자마자 T-19의 엄마와 아빠랑 어쩔 수 없이 떨어뜨려 놨어야했습니다. 왜냐면 T-19의 엄마와 아빠는 T-19를 제 자식으로 안 봤거든요. 그 사실을 모르는 T-19는 부모에게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잠시 동안 우울증도 앓았습니다. 근데 진짜 잠시였어요. 왜냐면 T-19에게는 같은 우리 친구들은 물론 연구원들이 있었거든요.
"나.. 버리지 마요..... 안 버릴 거지...?"
항상 확인을 받아야했습니다. 그런 그 아이를 안심시키기 위해 하루에 한 번씩은 꼭꼭 T-19의 우리에 들렀었죠. 그러다 그 사단이 난 겁니다. W-19의 옆구리가 괴사하게 된 그 미친 연구원사건. 덕분에 5일 동안을 베타우리에 못 들렸죠. 3일 동안은 연구하느라 이틀은 기절해있느라. 5일이 지나서야 베타우리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W-19는 아직 완치가 되지 않아 따로 격리시켜놨었죠. 그래서 W-19를 제외한 모두가 저를 보곤 반색하며 다가왔습니다. 물론 T-19가 일등으로 달려왔죠.
"아프다는 얘기 들었어요. 괜찮아? 어디가 아팠어?"
"어? 아, 좋은 일 하느라 몸이 거부반응 보였나봐. 지금은 괜찮아."
"...본부장님은 항상 좋은 일만 하잖아... 왜 그러케 말해..."
본부장으로 승진을 한 이후로는 항상 그 생각만 했습니다. 빨리 아이들을 데리고 도망을 쳐야겠다. 매일이 바빴죠. 상부가 눈치 채지 못하게 연구의 성과를 계속 내야했고 도망칠 수 있는 계획을 매일 세워야했으니까요. 이렇게 예쁜 아이들이 그런 실험을 당한다는 게.... 또 주책없게 눈물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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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미친 연구원이 또 사고를 쳤습니다. 원래 하루가 멀다 하고 치던 사고라 안 그래도 넌더리가 났었는데 이번 사건은 꽤 대단하게 치셨더라고요. 지훈이의 엄마와 아빠는 나이가 꽤 있어서 거의 약에 의존하여 억지로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 둘의 약을 바꿔서 주입했다죠. 그러니까 한 마디로 또라이라는 겁니다. 안 그래도 이 새끼 연구에 자질이 없어서 낙하산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데 이런 기본적인 것도 틀려먹으니까 그것이 거의 확실해지는 거였죠.
"....내가 너 언제까지 봐줘야 됩니까?"
"아니, 약이 너무 똑같이 생겨서..."
"글씨 못 읽어? 내가 네 헷갈릴까봐 이름 써줬잖아요."
처음으로 그 연구원에게 시키는 일이라서 제가 이름도 써줬었습니다. 수컷호랑이, 암컷호랑이. 아니 그렇다고 해서 지훈이 엄마, 아빠에게 표식이 없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엄마에게는 분홍 목걸이가 아빠에게는 파랑 목걸이가 걸려있었거든요. 그런데... 그걸, 하... 진짜 말이 안 나오네요. 아무튼 지훈이에게는 비밀로 붙이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제 부모인데 연구원의 실수로 죽었다는 말이 나오면 큰일 날 듯싶었으니까요. 근데요... 배진영이 입을 잘못 털었습니다. 우진이가 그렇게 된 것도 지훈이 부모님이 그렇게 된 것도 다 그 연구원 잘못이라고 민현이에게 이야기해주는 걸 지훈이가 들었다나 봐요. 하필 그날 당직이 그 연구원이었는데 말이죠.
".........."
차마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들것에 실려 나오는 그 연구원의 모습은 처참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자기가 그런 것인데도 지훈이는 손을 덜덜 떨고 있었습니다. 그 어린 아이가 얼마나 화가 났으면... 그 아이의 감정이 저에게 다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천천히 다가갔죠. 그런 저를 발견한 지훈이가 뒷걸음질 쳤습니다. 그런 아이에게 건넬 수 있는 말이라곤...
"괜찮아... 다 괜찮아..."
"......."
"설마, 내가 싫어진 거야...?"
그제야 제게 와서 안깁니다. 덜덜 떨 정도로 오열을 하는 아이를 보니 저도 눈물이 나더라고요. 재환이나 지훈이나 누군가를 죽인다는 것에 이렇게도 예민하고 두려워하는데 더이상은 저도 이런 환경에서 아이들을 돌볼 수 없다고 느꼈습니다. 아무래도 아이들이 더 상처받기 전에 빨리 도망쳐야겠습니다. 계획을 앞당겨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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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문을 쾅쾅 두드립니다. 연구소 냄새가 난다며 잔뜩 경계하는 지훈이 덕에 저도 잔뜩 긴장했죠. 설마, 들킨 건가하고요. 우선 아이들을 다 방으로 집어넣은 뒤 조심스럽게 문 앞으로 갔습니다. 현관문 구멍, 그러니까 현관외시경으로 밖을 내다보니 선배가 보였습니다. 아 진짜...! 말이라도 하고 오던가..! 짜증이 나지만 문은 열어줬습니다. 아직까지 제게 그는 민현이를 구해 온 영웅이었으니까요. 자본주의 미소를 장착하고 그를 맞이하려는데 그는 인사보다 먼저 무언가를 저에게 건넸습니다. 얼결에 받은 그것은 찻잔 세트였습니다. 아...?
"너네 그럴 거면 그냥 사겨!!!! 나 귀찮게 하지 말고!!!!!!! 그 놈의 새끼 진짜 오질라게도 괴롭혀!!!!!!"
아... 다니엘인가보네요. 웃음이 나옵니다. 제 웃음에 너나 걔나 별꼴이라는 명언만 남기곤 쿨하게 나가버리는 선배였습니다. 아참.. 이번 찻잔은 좀 숨겨야겠는데... 이미 성우가 봐버렸네요. 하하... 어색하게 마주친 눈동자에 성우가 활짝 웃어주었습니다. 하하핳....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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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터가 다 아물었다고 해서 과거에 있던 일을 모른척할 순 없는 노릇이죠. 샤워를 할 때마다 확인하게 되는 등의 흉터가 그것입니다. 등 전체에 대각선으로 나 있는 흉터... 솔직히 반인반수, 그것도 고위험 1등급에 해당하는 아이들은 모든 반인반수가 권리를 갖게 된다고 해도 같이 사는 것은 불법으로 해야 되는 게 맞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진짜 예쁘단 말이에요.... 말하는 거나 행동하는 거나... 진짜 예쁘단 말입니다.....
"빨리 봄이 왔으면 좋겠어요."
"왜?"
"주인님은 봄을 좋아 하시니까요."
민현이는 말할 것도 없고요.
"역시 주인님은 웃는 게 예뻐."
"참나."
"진짜라니까. 그러니까 이상한 생각일랑 말고 웃으라고. 웃으면 복이 온다잖아."
성우도 곧잘 예쁘게 말하곤 하고요.
"생각보다 흉터가 잘 아물었네요. 다행이다."
재환이도 예쁘단 말입니다ㅠㅠㅠㅠㅠ
"주인님 밖에 해 떴는데 축구하고 와도 돼요?"
별 거 아닌 것도 꼭 허락 받는 지훈이의 예쁨이란...
아참, 마지막으로 우진이는요... 항상 제가 뒤돌아 있으면 뒤로 와서 안아줍니다. 마치 등의 흉터를 덮어주려는 듯이 말이에요. 이렇게 예쁜 아이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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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가 나타났습니다. 우리 애들은 고위험 1등급에 속하는 무시무시한 아이들이지요. 그런데... 어째서 지훈이 제외하고 하나같이 제 뒤에 숨어서 벌벌 거리고 있는 겁니까...?
"와 엄청 커...! 대단히 크다고....!"
"솔직히 이건 방사능 때문이야!!!!!"
"으아아...!!! 다리가 6개야...!!! 그게 보여...!!!!!"
"나 방금 쟤랑 눈 마주친 거 같은데...?"
방사능은 또 어떻게 안 거야... 이 와중에 오로지 지훈이만이 휴지를 몇 장 뜯어 바퀴벌레를 처단합니다. 하... 바퀴벌레가 휴지 틈에서 빠져나오니 다들 도망 다니기 바쁩니다. 역시나 지훈이만이 바퀴벌레를 마저 처단하지요. 하.... 위험하긴 개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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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금 지훈군은 색종이로 무엇을 만들고 있는 거죠?
A.
"그래도 제 엄마, 아빠인데... 선물이라도 드리려고 목걸이 만들고 있었어여. 분홍색은 엄마꺼, 파란색은 아빠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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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여 서울사람입니다!!!!!!!!!!!!!!!!!!!!!!!!!!!1
비교적 오랜만이네요..? 하하핫 불토를 즐겼씁니다!!!!! 예헤!!!!!
아니 근데 오늘 편 Q&A 내 마음에 쏙 드는데 감동쟁이들은 어떠십니까?ㅎㅎㅎㅎ
초록글은 물론이거니와 추천수가 무려 60개인 것에 대해 감동에 감동을 했습니다ㅜㅜㅜㅜㅜㅜ
엉어ㅠㅠㅠㅠㅠ우리 감동쟁이들 어디 가지마요ㅠㅠㅠㅠㅠㅠㅠ나랑 쭉 함께해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가 아주 아무대도 못 가게 만들 거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더 열심히 할게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이프라미슈ㅠㅠㅠㅠㅠㅠㅠㅠ
암호닉 분들 내 마음속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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