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202 음악, 파불 뜨는 사진 다 재업했습니다! 원래 있던 사진과 다른 짤들도 있을 거예요. ^vT
오랜만에 고3 때 적은 '수능 이후 버킷 리스트'를 꺼냈다.
1. 수능 금지송 메들리
2. 2014 히트곡 듣기
3. 자취하기
4. 괜찮아 사랑이야 정주행
...
드디어,
3번을 지울 차례가 왔다.
5년째 연애 중
-...갑자기 왜?
"뭐가 왜야. 나 원래 스무 살 되면 자취하려고 했어. 조금 늦었을 뿐이지."
-야, 위험하잖아.
"걱정해? 나 얼굴이 무기라서 괜찮아."
-...
이어지는 김재환의 말에 나는 인상을 쓴 채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아니, 저게 남자친구가 할 말인가.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아무튼, 평소 친하게 지내던 선배가 소개해준 원룸은 생각보다 괜찮아 보였다. 학교도 가깝고, 조용한 골목. 딱 내가 원하던 집이었다.
짐 정리도 해야 하는데, 일단 한숨 자고 싶은 마음에 아까 이삿짐센터에서 옮겨준 침대에 누웠다. 조금만 자다가 시작해야지.
울리는 휴대폰을 보고도 귀찮은 마음에 눈을 감았다.
"...몇 시지."
얼마나 잔 건지. 분명히 눈을 감기 전까지는 낮이었는데, 눈을 떠보니 해가 저물었다. 시간을 확인하려 핸드폰을 찾을 때였다.
"여기."
"어... 고마,"
...?
내 기억이 맞는다면, 분명히 내 자취방에서 자고 있었는데. 혼자 있어야 할 집에 왜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는지 모르겠다. 섬뜩한 기분에 인기척이 느껴지는 곳을 쳐다보았다.
침대에 기댄 채 누워있는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김재환이 보였다. 나는 작게 안도의 한숨을 쉰 뒤 침대에서 부스스한 머리를 정리하며 일어난다.
"주소 어떻게 알고 왔어?"
"어머님."
"...비밀번호는?"
"네 생일."
"언제 왔는데?"
"너 침 흘리면서 자고 있을 때."
미친, 저절로 욕이 나왔다. 얼굴이 빨개진 채로 입 주변을 옷소매로 벅벅 닦아내자 김재환은 장난스레 웃으며 내 손목을 잡아내리고는 내 입술을 톡톡 친다.
"농담인데."
"진심이 느껴졌는데."
"...괜찮아. 나만 봤어."
저게 진짜... 나는 김재환의 어깨를 툭 쳤다. 아프다며 엄살을 부리는 김재환을 한심하게 쳐다보고는 침대에서 일어난다.
김재환은 그런 내 팔목을 잡고는 잊은 것이 없냐고 묻는다. 나는 김재환을 째려보며 주머니를 뒤적거린다.
"내놔."
"뭘 내놔."
"잊은 거 없냐며. 뭐 가져갔어?"
"허..."
그런 거 말고. 김재환은 자신의 앞머리를 정리하더니 자신의 볼을 톡톡 친다. 아, 난 또. 김재환의 볼에 짧게 입을 맞추자 옅게 웃으며 이번에는 제 입술을 톡톡 치는 김재환이다.
"나 양치 안 했는데."
"...아 진짜."
김재환은 분위기 깬다며 내게 화장실이나 가라고 한다. 나는 그런 김재환의 볼에 두어 번 입을 맞춘 뒤 웃으며 화장실로 향한다.
5년째 연애 중
"아, 나가. 나 체육복 갈아입을 거야."
"강당 가서는 화 풀어."
"꺼져."
김재환은 내 대답에 웃으며 다니엘과 교실을 나선다. 친구는 남자친구와 유쾌하게 지낸다며 부럽다고 한다. 부러울 것도 많다고 하니 그저 옅게 웃는 친구다.
보통 체육 시간에 자유시간을 주는 선생님인데, 오늘은 짝피구를 한다고 하신다. 초등학교 때 마지막으로 해본 거 같은데. 아무튼, 번호를 홀짝 순으로 나눈 뒤 자리에 앉았다.
김재환은 짝수 번호, 나와 다니엘은 홀수 번호였다. 그때부터 김재환의 표정은 안 좋아지기 시작했는데, 나와 다니엘이 짝이 되자 대놓고 싫다는 표정을 짓는 김재환이다.
"나 오늘 공 못 보겠다."
"왜?"
"네 어깨가 내 시야 가리개야."
다니엘은 내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웃는다. 나도 다니엘을 따라 웃었다. 나와 다니엘뿐만 아니라, 오랜만에 하는 짝피구 탓인지 반 전체도 들뜬 분위기였다.
아, 한 사람만 빼고.
김재환의 짝은 평소 김재환에게 장난을 많이 치는 친구였다. 그 친구는 김재환과 짝이 되자마자 '야, 나 보호 잘 해. 알았지?'라며 김재환의 머리를 장난스럽게 쓰다듬는다.
김재환은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다니엘과 내가 있는 쪽으로 다가온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내 쪽으로 다가왔다. 김재환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는다.
"화 내지 마."
"나 화 안 났는데..."
"표정에서 다 티 나."
곧 게임이 시작된다는 말에 김재환은 내 머리에서 제 손을 떼어내고는 다니엘에게 게임 끝나고 보자는 말을 남긴 뒤 자신의 팀으로 간다.
이제 막 게임이 시작했는데,
"야, 선. 다니엘 아웃!"
한 방에 아웃이 될 줄이야. 내가 공을 피하려다 선을 밟아버린 탓에, 다니엘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남겼다. 다니엘은 애써 괜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내게 어깨동무를 한다.
"야, 괜찮다. 수비 잘하면 되지."
"...내가 하리보 한 봉지 사줄,"
"무르기 없기다."
젤리를 좋아하는 다니엘은 내 말에 기분이 좋아진 듯하다. 다시 경기가 시작되고, 나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김재환을 향했다. 그런데.
"야, 옷 잡아."
"이 상태로도 무서운데 어떻게 옷만 잡아. 나 무섭다고! 나 여왕이니까 김재환 네가 지켜."
"아... 알았어. 화내지 말아."
왜 이렇게 속이 부글부글 끓지.
5년째 연애 중
"이제 끝."
"와..."
많아서 치울 엄두도 안 났던 짐들을 김재환이 도와준 덕분에 다 치울 수 있었다. 내가 끝이라고 외침과 동시에 김재환은 침대 위로 쓰러졌다.
나는 침대 옆 바닥에 앉아 김재환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수고했다. 김재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너도...'라고 중얼거린다. 시계를 보니 벌써 밤 11시를 넘긴 시간이었다.
"이제 가자. 내가 데려다줄게."
"어디를?"
"너희 집."
"나 안 가는데."
"...?"
"나 여기서 자고 가."
"누구 마음대로?"
김재환은 내 물음에 그저 웃으며 침대에 누운 채로 자신의 가방을 끌고 와 세면도구를 꺼내기 시작한다. 나는 그런 김재환을 어이가 없다는 듯 쳐다본다.
"누가 너 재워준대?"
"그럼 쫓아내게?"
"..."
"나 오늘 이거 다 도왔는데?"
"..."
"아... 힘든데. 집까지 못 갈 거 같은데..."
"...오늘만이야."
내 말에 김재환은 웃으며 침대에서 일어난다. 나는 그런 김재환을 보며 옅게 웃음 짓는다.
내가 씻고 나오자 김재환이 씻으러 들어갔다. 수건으로 감싼 젖은 머리를 말리며 노래를 듣고 있었다. 곧이어 간단하게 샤워를 마친 김재환이 자신의 머리를 털며 내 쪽으로 다가온다.
순한 강아지가 꼬리를 살랑대며 걷는 것처럼 내 쪽으로 다가오던 김재환은 내 뒤에 앉아 수건으로 조심스럽게 내 머리를 말려준다.
"우리 신혼부부 같다."
"..."
김재환은 내 말을 무시한 채 계속해서 내 머리를 말린다. 장난을 치려고 그런 건데. 민망해진 탓에 고개를 돌려 김재환을 쳐다보니, 귀 끝이 붉어진 김재환이 보인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혼자 웃음을 터뜨렸다. 김재환은 대뜸 자신을 보고 웃음을 터뜨리는 내 모습이 이상했나 보다.
"...왜 웃어?"
"그냥. 재환아, 나 머리 다 마른 거 같아."
"잘까?"
"응."
김재환이 침대에 눕는 것을 확인하고는, 나는 여분으로 챙겨온 이불을 바닥에 깔고 그 위에 눕는다. 그런 내 행동에 김재환은 침대에서 고개를 내밀어 나를 쳐다본다. 저 행동 내가 많이 했던 건데.
"...뭐 해?"
"하긴 뭘 해, 자는 거지. 불 네가 꺼."
"아니..."
김재환은 자신의 옆을 툭툭 친다. 뭐 어쩌라는 거지.
"올라와."
"...같이 자자고?"
"따로 잘 거면 내가 바닥으로 내려갔지."
김재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불을 끈 뒤 김재환의 옆자리에 누웠다. 김재환은 그런 나를 꼭 끌어안더니 내 이마에 짧게 입을 맞춘다.
"잘 자."
"응, 너도. 오늘 고생했어."
"알면 뽀뽀."
나는 웃으며 김재환의 입술에 짧게 입을 맞추었다. 어둠에 가려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김재환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짓고 있는 듯했다.
게임이 거의 마무리가 되어갈 무렵, 김재환이 속한 짝수 팀이 조금 더 앞선 상황이었다. 김재환은 운동 신경이 좋은 탓인지, 아직까지 살아있었다.
그래, 거기까지는 좋은데. 문제는 김재환의 짝이다. 처음에 허리를 껴안으려고 하는 행동부터 -물론 김재환이 옷을 잡으라고 해서 허리를 껴안지는 않았다.- 김재환이 공을 막을 때마다 멋있다며 하이파이브를 요청하는 모습까지.
내가 성격이 꼬인 탓인지, 저러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표정 좀 풀어라."
"...어?"
"공 오면 짝수 팀 다 죽일 기세인데."
내 표정이 많이 굳어있긴 했나 보다. 다니엘의 장난에 옅게 웃고 있는데, 그때 거짓말처럼 내 쪽으로 공이 굴러왔다.
"야, 공 돌려!"
내 반대편에서 공을 돌리라며 공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는 친구가 보였다. 나도 공을 잘 던지는 편은 아니기에 공을 돌릴 목적으로 던지려고 했는데.
"아, 김재환! 빨리! 나 죽을지도 모른다고."
"안 죽어."
"나 지켜줘. 알았지?"
"아, 알았다니까."
아, 거기서 폭발해버렸다. 나도 모르게 이성을 잃은 채로 정확하게 김재환 쪽으로 공을 던졌다. 곧이어 엄청난 소리와 함께, 애들이 그쪽으로 우르르 몰려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그쪽으로 뛰어갔다. 사실 목적은 그 여자애를 맞춰 아웃을 시킬 생각이었는데.
...김재환 네가 대신 맞아서 쓰러질 게 뭐야.
내 공을 얼굴에 정통으로 맞고 코피가 터져버린 김재환은 양호실 침대에 앉아 가만히 나를 쳐다보기만 한다. 나는 죄인처럼 손가락만 꼼지락거린다.
숨 막히는 침묵에 용기를 내 김재환에게 말을 걸었다.
"약, 발라줄까."
"..."
"..."
"...마데카솔."
김재환의 말에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양호실 주변을 뒤적거려 마데카솔과 반창고를 가져왔다. 코가 부은 것도 있지만, 공에 잘못 맞은 것인지 입술 옆이 작게 찢어져있었다.
나는 면봉에 마데카솔을 짠 뒤 김재환의 상처 부위에 조심히 톡톡 두드리기 시작했다. 김재환은 고통을 참는 듯 중간중간에 인상을 쓰곤 했다.
반창고까지 꼼꼼히 붙이고 뒷정리를 한 뒤 다시 양호실 침대에 걸터 앉았다. 김재환은 내가 정리할 때부터 침대에 누운 상태였다.
"미안... 조심해서 던졌어야 했는데."
"질투한 거 귀여우니까 봐줄게."
"나 질투한 적 없거든?"
"알아, 알아."
김재환은 옅게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러더니 양호실 주변을 둘러보고는 장난스럽게 제 입술을 톡톡 친다. 나는 인상을 작게 찌푸린다.
"선생님 들어오시면 어떡해."
"누가 길게 하재? 뽀뽀해달라고."
"...아."
주위 눈치를 한 번 보고는 김재환의 입술에 짧게 입을 맞추었다. 김재환은 옅게 웃으며 한 번 더 입을 맞추려는지 고개를 옆으로 기운 채로 내게 다가온다. 그래, 뭐.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아!"
"...?"
"아, 웃다가 찢어졌어. 아..."
나는 한심하다는 듯 김재환을 쳐다본다. 서로 눈이 마주치고,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5년째 연애 중
-epilogue-
다니엘은 방금 전까지 행복한 표정으로 바닐라 라떼를 마셔놓고, 전화를 받자마자 표정이 굳어지는 재환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들리는 통화로는 아마, 이사를 한 것 같은데.
"...갑자기 왜?"
-뭐가 왜야. 나 원래 스무 살 되면 자취하려고 했어. 조금 늦었을 뿐이지.
아, 그게 자취일 줄은 몰랐다.
"야, 위험하잖아."
-걱정해? 나 얼굴이 무기라서 괜찮아.
"누가 네 걱정해? 얼굴 무기인 네 옆집 사람 걱정하지."
뚝, 전화가 끊겨도 재환은 그저 즐겁다는 듯 낄낄 웃는다.
다니엘은 그런 재환을 웃으며 쳐다본다.
"삐치겠는데."
"풀어줘야지."
"애 놀리는 맛에 살지?"
"응."
귀엽잖아. 재환은 습관처럼 한쪽 눈을 접은 채로 웃으며 제 짐을 챙기기 시작한다. 어디 가냐고 굳이 묻지 않아도 목적지가 어딘지 다 알고 있다.
다니엘은 아빠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핸드폰을 챙긴다. 그러고는 '집에나 가야지.'라며 중얼거린다.
암호닉 ❤ㅎv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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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10화 기념으로 짤을 바꾸려고 했는데ㅋㅋㅋㅋㅋㅋ 뒤늦게 생각나서 지금부터라도 ^v^...
부족한 글에도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ㅠvㅠ
아마 다음 글은 추석 연휴 때 올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vㅠ 그 전에 올 수도 있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열심히 현생 살다가 오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행복한 주말 보내시구요! ^v^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