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202 음악, 파불 뜨는 사진 다 재업했습니다! 원래 있던 사진과 다른 짤들도 있을 거예요. ^vT
5년째 연애 중
문득 궁금해진 것이 있었다.
"야, 재환아."
"왜."
"넌 나 왜 좋아하게 됐어?"
내 물음에 TV를 보고 있던 김재환은 내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러길 몇 분 째, 김재환은 아무 말없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참다못한 내가 무언가 말을 하려 입을 여는 순간, 김재환은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처음 보는 웃음이다.
"반했지."
"...도대체 어느 부분에서?"
"네 조폭마누라 같은 면에서."
"야. 그 별명 우려먹지 말라고."
"왜, 만인의 별명인데."
"아, 시끄러워. 됐어, 내가 뭘 바라..."
진짜라니까?
아, 꺼져.
야, 욕 쓰지 마.
입 닫아.
어, 어...
재환은 저와 투닥거리다 지쳐 잠든 제 여자친구를 내려다본다.
잘 때가 제일 못생겼다고, 볼 생각하지도 말고 쳐다보지도 말라더니. 제 눈엔 그냥 예쁘기만 하다.
재환은 제 여자친구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넘긴 뒤, 볼에 짧게 입을 맞추고 떨어진다. 아, 나는 아직도.
너만 보면 떨린다.
5년째 연애 중
-번외-
넌 항상 씩씩한 아이였다.
"미친, 누가 너 괴롭혔어?"
"...그게,"
"애들이 또 너 초록 띠라고 놀려?!"
지금 네가 놀리는 거 같은데... 차마 이 말을 뱉어내지 못한 채 네 눈을 피해 땅을 응시했다. 물론, 내가 그런 행동을 할 때마다.
"왜 또 울어!"
"안 울어..."
"뚝. 나도 안 울잖아."
막무가내인 네 행동 덕분에 어이가 없어 조금이라도 웃을 수 있었다. 너는 나에게, 소중한 친구였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너와 같은 중학교에 입학했다. 같은 반이 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같은 학교라는 것에 기분이 좋았다.
등하교를 하며 네 얘기를 듣는 것도 좋았다. 아, 물론.
"아, 중학교 싫어. 빨리 졸업하고 싶다."
"왜?"
"방귀 참는 거 힘들어..."
...이런 얘기뿐이었지만.
나는 축구를 좋아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방과 후에 따로 약속을 잡아 아이스크림을 걸고 축구를 하기도 했다. 그 덕분에 여럿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다.
축구 약속이 잡혀 너와 하교를 같이 못 하는 상황이 올 때, 사실 걱정을 많이 했다. 네가 섭섭함을 느끼면 어떡하지.
"아, 오늘?"
"응, 미리 말 못해서 미안."
"미안할 것도 많다. 그럼 다 끝나고 문자 해, 오늘 우리 집에서 저녁 다 같이 먹을 거래."
"어? 어, 알겠어. 조심히 가."
"이기고 와."
간다. 씩씩한 모습으로 집으로 걸어가는 네 모습을 볼 때면 안심이 되었다. 나는 친구로서, 너의 그런 모습이 좋았다.
5년째 연애 중
발목을 다쳤다.
축구를 하다가 발목을 접질린 탓에, 급하게 친구들의 부축을 받으며 학교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병원으로 갔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인대가 조금 늘어났다고 하셨다. 곧이어 엄마가 오셨고, 나는 깁스를 한 채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했을 때, 엄마는 잠깐 볼일을 보고 오신다고 하셨다. 집에 혼자 있기 심심한데. 깁스를 해서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도 없는 상태였다.
그때 네 생각이 났다. 저번에 나 부려먹었으니까, 이번엔 내가 그래도 되겠지. 입가에 미소를 띤 채로 너에게 사진을 전송했다. 나 깁스했다.
휴대폰을 보고 있었던 것인지, 곧바로 전화가 왔다.
"어."
-...너 다쳤어?
"어, 와서 밥 좀."
-아, 그. 기, 기다려.
나는 그저 너를 -드디어- 부려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은 들떴던 것 같다. 물론, 나중에 복수랍시고 나를 더 부려먹을 네 모습이 보여 웃음이 나왔다. 다 해줘야지, 그땐.
몇 분이 지났을까,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엄마인가, 아. 급하게 누르는 걸 보니 너인가 보다. 뭐부터 시킬까, 물? 나는 옅게 웃으며 현관을 바라봤다.
"이제 왔,"
너는, 울고 있었다.
자신이 다쳤을 때도 울지 않고 내게 다가와 마데카솔을 외치는 등, 항상 씩씩한 모습만 보였던 네가 우는 모습은 많이 당황스러웠다.
오면서 무슨 일이 생겼던 걸까, 나는 지금 깁스 때문에 너한테 다가가지도 못하는데. 버릇처럼 입술을 문 채로 너를 쳐다보자 너는 눈물을 닦으며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내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내 목을 끌어안았다.
"...미안."
미안하다고? 나는 의문을 품은 채 네 대답을 기다렸다.
"내가, 흐, 지켜준다고 했는데..."
그 말을 끝으로, 서럽게 울기 시작한다.
유치원을 다닐 때, 나보다 씩씩했던 너는 내가 괴롭힘을 당할 때마다 항상 나를 지켜주었다. 자신만 믿으라며, 지켜주겠다고 했던 너였는데.
아마 그때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내가 일어나 보라고 했을 때, 너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몇 분 뒤에, 진정이 된 것인지 눈물을 벅벅 닦으며 안고 있던 팔을 풀고는 나를 쳐다보았다.
"이번엔, 약속 안 어길게."
"..."
"아프지 마, 이제."
그 말을 하며 살짝 웃는 네 모습을 보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왜 이러지. 항상 보았던 네 웃음인데, 지금은 왜 이렇게.
예뻐 보이지.
"...아."
"응?"
"너 엉덩이에 털 나겠다."
"..."
"방금 울다가 웃,"
"와, 진짜 개새..."
너는 욕을 뱉으며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 문이 닫김과 동시에 나는 고개를 숙인 채, 붉어진 귀를 만지작댔다.
드라마에서 첫사랑은 갑자기 시작된다고 했는데, 그게 내 얘기가 될 줄은 몰랐다.
5년째 연애 중
내가 너를 마음에 품은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네게 남자친구가 생겼다. 질투가 나거나, 화가 나진 않았다. 내가 무슨 자격으로. 나는 그저, 너에게 친구일 뿐인데.
그런데 100일 이벤트 도와달라고 했을 때는, 네가 조금 미웠다. 그래도 금방 괜찮은 척하며 널 도왔다. 너는 모르겠지.
"야, 이렇게 준비했는데 좋아하겠지?"
"...좋아해."
"아,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내가 너, 좋아해.
며칠 뒤, 잠깐 공원으로 와달라는 네 연락에 친구와 축구 약속을 잡던 것도 멈추고 밖으로 나갔다. 도착했을 때, 나는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네가 우는 모습을 본 건, 두 번째였다.
"왜 울어."
"짜증 나..."
그 새끼가 다른 여자애랑 손잡고 가는 거 봤어. 아, 나는 욕이 절로 나올 뻔했다. 이벤트를 도왔던 게 후회가 되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도와주지 말걸.
너는 버릇처럼 손으로 눈물을 벅벅 닦는다. 아플 텐데, 내가 대신해서 눈물을 닦아주고 싶었다. 고민 끝에 손을 들었지만, 결국 타이밍을 놓쳐 손을 내렸다. 너는 눈가를 비비며 내게 말했다.
"됐어, 똥차 가고 벤츠 온다고 했으니까."
"..."
"기다릴 거야."
얼마나 잘 사나 보자, 개새끼. 나는 네 말을 들으며 옅게 웃었던 것 같다. 나를 올려다보며 자신이 벤츠 만나길 기도하라는 네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벤츠, 내가 됐으면 좋겠다.
5년째 연애 중
고등학교를 들어와 처음 맞이하는 생일날이었다. 저와 친한 친구들이 축하한다며 눈인사를 할 때, 너는 내게 머리 안 감은 게 티가 나냐고 물었다.
냄새를 맡은 뒤 작게 박수를 치자 너는 네 머리카락을 만지작댄다. 네 냄새나서 좋다는 말은 속으로 삼켜두었다.
야자를 뺀 뒤 네가 먹고 싶어 하던 떡볶이 가게에 가서 내가 계산을 하자, 너는 의문을 품은 채 나를 쳐다보았다. 그렇게 쳐다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진짜, 심장 아파.
"왜 네가 사?"
"오늘 내가 많이 먹을 것 같아서."
"그래도 내가 사려고 했는데."
"다음에 사. 그땐 아웃백 가지, 뭐."
내가 이런 농담을 날릴 때마다, 너는 나를 무시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진짜 귀여운데, 너는 모르겠지. 나는 옅게 웃으며 자리에 앉는다.
갖고 싶은 게 있냐는 네 물음에 소원 하나라고 대답했다. 잘한 걸까, 잘한 거겠지. 집에 가는 동안 계속 생각했던 것 같다. 말할까, 말까.
그러는 동안 어느새 집 앞에 도착했고, 집에 들어가려는 너를 붙잡았다. 아,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소원."
"나중에라며."
"생각이 났어."
"뭔데?"
한참을 망설이다 대답을 했던 것 같다. 연애, 내 대답에 너는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럴 만도 하지, 전혀 몰랐을 테니까.
하지만, 돌아오는 네 대답에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연 끊을 친구가 없어? 진짜, 바보다. 주어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눈치도 없고, 고백을 해도 못 알아먹고."
잘 알아먹었다며 연애를 하자는 네 대답에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먼저 연애하자고 고백한 건 나인데, 네 입으로 직접 들으니까 떨려서 미치겠다.
아무렇지 않은 척한다고 애를 먹었다. 나는 홧김이 아니고, 확신이 필요했다. 나와 계속해서 친구로 지내고 싶냐는 물음을 던졌다.
네 대답으로, 우리 사이가 정의되는 거야.
계속해서 내 눈을 마주치지 않고 고민을 하는 듯한 네 모습에, 체념을 했다. 아, 너무 성급했나. 조금씩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티를 좀 낼걸, 더 잘해줄걸. 그러면 네가, 이렇게 고민을 하지 않을 텐데. 사실 차인다고 해도 친구로라도 남고 싶었다. 나는, 너를 잃기 싫었으니까.
그런데.
"...아니."
한참 뒤에 들린 네 대답에, 나는 잠시 머릿속으로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친구로 지내고 싶어? 아니.
생각을 끝낸 나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살면서, 최고의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그리고는 속으로 생각했다. 네가 기다리던 그 벤츠, 내가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
5년째 연애 중
눈을 떠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침대에 누워있었다. 아까 분명히 김재환과 있었던 것 같은데, 꿈인가.
부스스한 머리를 정리하며 밖으로 나가니, 티비 앞에 멍하니 앉아있는 김재환이 보였다. 집중을 하고 있는 건지, 내가 나와도 쳐다보지도 않는다.
"야."
"..."
"재환아."
가까이 다가가니 그제야 대답이 없는 이유를 알았다. 멍 때리던 게 아니라, 자고 있었네. 나는 침대에 있던 목베개를 가지고 와 김재환의 목에 조심스럽게 끼워주었다.
곤히 잠든 김재환을 내려다보고는 옅게 웃었다. 많이 피곤했나 보다. 김재환 쪽으로 조금 더 다가가 볼에 짧게 입을 맞추었다. 잠결에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가는 네 모습에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아직도, 이런 네 모습에 떨린다.
암호닉 ❤ㅎv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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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신청은 항상 받고 있습니다! ㅎvㅎ
+) 혹시나 제가 암호닉 추가 안 한 것 같다면 꼭 말씀해주세요!!!!!!!! 죄송합니다 ㅠ_ㅜ |
이번 편 구분 잘 되시나요?
분홍이 재환이 시점, 파란색이 현재 시점입니당! ㅎvㅎ
재환이가 언제부터 좋아하고, 어떻게 좋아하게 됐는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v^
+) 그리고 번외 마지막 부분은 1~2화 보면 무슨 장면인지 이해가실 거예요! ㅎvㅎ
글구 마지막에 떨리는 거,,, 둘 다 그만큼 좋아한다고 보여주고 싶었,,,
사랑하면 닮는다자나요! ㅋㅋ (???)
아무말 대잔치.txt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여! 이번 연휴 때도 시간이 된다면... 꼭 오도록... 약속할게여... ㅎvㅎ
부족한 글인데도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ㅠvㅠ!!
댓글 항상 다 보고 있어요,,, 사랑합니다 TvT...♥
주말 잘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