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위험한 반인반수들과 동거 중
우리나라 대표적 명절 중 하나인 추석이 왔습니다. 12년 만에 최장 연휴라고 뉴스에서 말하긴 하는데... 딱히 저희완 상관이 없는 내용이네요.
"우와! 그럼 맛있는 거 많이 먹는 날이야?!"
"아니야 이 애송이들아... 아.. 이걸 어떻게 설명한담... 아무튼 아니야."
"예쓰."
그간 연구소에 있느라 제대로 추석을 챙긴 적이 없어 이번만큼은 아이들에게 추석이란 것을 제대로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보시다시피 추석은 맛있는 거 먹는 날 인줄로만 알고 있거든요.
"추석은, 그동안 농사를 잘 하게 해준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날이면서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는 날이야."
"또 머리 댕댕 비었다고 하지?! 형아 진짜 나랑 아웅다웅 해봐?!"
"....그래, 아무튼 맛있는 거 많이 먹는 날이란다. 내년에도 농부 아저씨 농사 잘되라고 하늘에 빌면서 먹으렴..."
그래요... 이런들 어쩌고 저런들 어쩝니다... 나중에 더 크면 알게 되겠죠 뭐... 사실 저희도 추석이 어떤 날인지 생각하고 막 그러진 않잖아요. 그저 열흘연휴라 몇 년 전부터 기대하고 또 기대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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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은 진짜 순수 덩어리인 것 같습니다. 해탈하고 막 내뱉은 말인데....
"농부아저씨 밥 백만 개 열리세요~"
아흑.... 너무 귀엽잖아....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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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잖아요? 원래는 친척들이 다 같이 모이는 명절이지만 저에게 친척은 없죠. 대신...
"지짜 예쁘다....! 알록깔록해..."
연구소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니 근데 성우야 잠깐 이리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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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것을 먹다보니 또 술이 빠질 수 없죠.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놀게 두고 저희는 술잔을 기울였습니다. 저희들끼리 술 마실 때에는 조심해야 할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윤지성 선배 페이스 조절해줄 것. 두 번째는 내 페이스 조절할 것. 둘 다 마시다보면 흥에 겨워 더 들이키는 스타일이라 옆에서 안 말리면 폭주기관차가 되어 버립니다. 뭐, 다니엘도 있고 배진영도 있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겠죠.
"누나, 이제 조금 쉬자."
근데 사람이요... 기분이 좋으면 평소보다 더 빨리 취하곤 하잖아요... 그쵸...? 나만 그런 거 아닌 거 알아요. 옆에 윤지성 선배도 눈 풀렸거든요....
"연구소장이 와서 무릎 꿇고 싹싹 빌어도 안 가요. 근데 그건 갑자기 왜요?"
"그냥.... 너 없으니까 빈자리가 진짜 크게 느껴져서 그래.... 내 자리가 벅차기도 하고..."
"힘들면 기대요, 좀. 혼자서 하려고 하지 말고. 다니엘도 있고 배진영도 있잖아요."
배진영도 안 그런 척 눈이 반짝이는 게 자신 있다는 것 같네요. 그런 다니엘과 진영이의 모습에 웃어넘기고 마는 선배입니다. 힘들긴 힘든가 보네요...
".....정 힘들어 미치겠으면 술 깨고 정식으로 와서 말해요. 긍정적으로 고려해볼게요."
"됐네요~ 그냥 취한 김에 넋두리 해 본거야. 아무래도 일이 너무 많은 게 연구소장이 나 죽이려는 것 같거든."
아닌 거 아니까요. 넋두리할 만큼 힘든 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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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및 연구원들이 진지할 때 아이들은요...
"추석이 모야???"
"음.... 재환이 형아가 알려줄 거야."
"뭐? 이렇게 갑자기? 민현이 형...!"
"그러니까 추석은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면서 다음해 농사가 잘 되게 해달라고 기리기도 하는 날이야."
"모르게써어어...."
"다 됐고, 맛있는 거 많이 먹는 날이래. 너도 이거 먹어. 알록달록. 맛있어."
"마시쪄..! 달콤해...!"
결국 '추석=맛있는 거 많이 먹는 날'인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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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대명절 추석! 황금연휴 동안 가족들과 풍요로운 한가위 보내세요~
전 이미 맛있는 거 잔뜩 먹었음요....! 감동쟁이들도 잔뜩 머거~~~ 내 사랑도 같이 머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