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철부지 공주와 소나무 선비
(작가의 말 =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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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와 혼인할 남자를 찾고 있네.”
삼 개월 전, 경복궁에서 잠이 들었다 깨니 이곳의 공주가 되어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처음에는 다 상황극 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 물론 그 생각은 죄인들의 목을 치는 장면을 실제로 보게 되면서 고스란히 접혔다.
그리고 삼 개월이 지났다. 공주와 혼인할 남자. 막 옛날 사극에서 보면 진짜 이상한 아저씨들한테 시집 보내던데. 혹여나 그럴까 두려웠다. 그래서 내가 먼저 찾아다녔다.
내 신랑감.
어영이와 저자거리를 누비며 여러 음식들을 먹고 있을 때였다.
"죄송합니다. 괜찮습니까?"
삼 일간 저자거리를 다니며 내게 부딪힌 사람은 많았다. 근데, 이렇게 괜찮냐고 물어봐 준 사람은 처음이었다. 다들 "뭐야.""이걸로 새로 하나 사세요." 하며 돈을 주고 지나칠 뿐이었고 그걸 본 어영이가 한 소리 하려고 했지만 괜찮아. 원래 저런 사람인가 보지. 하며 내가 말렸다. 그리고 받은 돈마저 길에 버렸다.
근데 이 사람은 달랐다. 괜찮냐며 내게 물었고, 내 말이 끝나기 전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
이 사람이구나 싶었다.
"저랑 혼인해 주세요!!"
그래서 무턱대고 얘기했다. 뭔가 놓치면 안 될 것 같았다. 옆에서 어영이가 놀란 듯 입을 틀어막았고, 그 사내는 내게 웃으며 말했다.
"전 아직 낭자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
"낭자의 소중한 혼인을 그리 쉽게 제게 주지 마세요."
"공주 마마께 인사 올리옵니다."
그렇게 오늘이 왔다. 사실 좀 스토커 같을 지는 몰라도 매일 저자거리에 나가 그를 기다렸다. 다행히도 그는 정인이 없는 듯 보였다. 그래서, 하나뿐인 오라비인 국왕의 힘을 좀 빌려 그를 궐 안으로 오게 했다. 목적은 다름 아닌 공주와의 혼인식.
국왕과 함꼐 있는 날 보자 그는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내게 인사했다. 다시 보니까 또 존나게 잘 생겼다. 어떻게 생겼냐면 사람이 참 하얗다. 그냥 피부가 하얀 게 아니라 사람이 희다. 아직 궁에도 적응이 안 됐는데, 공주들은 남편 집에 가서 산다고 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닐 거라며 국왕이 내게 건넨 말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아뇨, 나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하나뿐인 오라비 국왕은
"잘 살아보거라!"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나와 안 맞는 것 같다. 3개월 전부터
"우리 공주가 요즘 밥을 잘 먹는지 얼굴에 살이 오른 것 같구나! 허허."
하며 사람 속을 긁지 않나
"공주가 시집을 가면 이 넓은 궁에 나 혼자 쓸쓸하게 어찌하겠나.."
등 말을 하며 사람을 약올린다. 여름 아침에는 내가 자던 방에 매미를 풀어놓는 등 저게 왕이야 초딩이야 싶을 정도로 거지같은 장난도 많이 친다. 그래, 차라리 여름 아침이면 매미를 풀어놓는 저 미친 인간이 있는 이 궁 보다야 저 사람 집이 나을 것 같았다.
그렇게 오라비와 나, 그 사람과의 만남 후 식이 이틀 뒤로 잡혔다. 이곳 사람들은 뭐가 그렇게 빨리빨리인지 난 아직 이 사람에 대해 이름밖에 아는 게 없는데. 심지어 그 이름도 국왕의 입에서 오르내리기에 안 이름이지 그에게 직접 물어본 적은 없었다. 그는 아무런 싫다는 표현 없이 나와의 혼인식을 거행했다.
*
혼인식을 마친 후 그래도 나와 그가 같은 집에 사는 '부부'기 된 것인데 어색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던 적이 있었다. 물론 그 생각은 지금 머릿속에서 깨끗하게 지워졌다.
"서방님!"
"네?"
그는 거의 책방에서 책을 읽고 있었고 그를 만나러 가는 건 나였다. 오늘도 저잣거리를 돌아 다니다 예쁜 꽃이 있기에 누가 채갈까 얼른 사 왔다.
"이게 뭠니까?"
"꽃이요!"
"이걸 왜…"
"선물입니다!"
첫 날부터 한 삼일 가량은 당황하는가 싶더니 그도 이젠 적응한 듯 몸종에게 꽃병에 물을 담아 가져오라 명한다.
"뭐 하고 계셨습니까?"
그가 읽고 쓰고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그러자 그는 밤하늘에 떠 있는 별들을 나열해 놓은 것이라 말했다. 글씨가 정갈하게 잘 써져 있기에, 하 또 내가 글씨 보여 줘야지 하고는 붓을 들고 물었다.
"써도 돼요?"
흔쾌히 그러라는 듯 손짓을 하는 그를 본 후 그의 이름을 쓰겠다며 부들부들거리며 한지에 먹물을 묻혔다. 근데, 내 생각보다
존나 어렵다. 밖에 있는 지렁이를 가져다 내 앞에 놓아도 이것보다는 자태가 고울 것 같았다. 현.을 쓰자마자 그는 고개를 돌리고 웃었고, 나는 그런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웃지 마세요."
"안 웃습니다."
웃음을 참는 그가 정색을 하려는 듯 보였지만 그게 안 되는 것 같았다. 아니 그렇게 망했나? 시무룩해 있던 것도 잠시였다.
저녁이 다 되어가는 시간이었기에 그는 내게 밥은 먹었냐 물었고, 사실 아까 군것질을 엄청 했지만 고개를 저었다.
*
"드시지요."
그가 숟가락을 쥐자, 나도 숟가락을 들었고 배가 더부룩한 덕에 많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자 그가 내게 물었다.
"몸이 어디 안 좋으십니까?"
"네? 아뇨…."
"그럼 밥이 입에 안 맞으십니까?"
너무 많이 먹어서 그래요 너무 많이 먹어서. 차마 이 말을 밖으로 꺼내지 못 했다. 그래서 그냥 고개를 저었고 몇 번 깨작거리다가 수저를 놓으니, 다시 한 번 나를 쳐다보고는 그도 함꼐 수저를 놓는다.
"더 안 드세요?"
"부인이 안 드시는데 제가 어찌 혼자 먹습니까."
"아…?드세요!"
"농입니다. 배 불러요. 괜찮습니다."
배려가 깊은 사람이라 생각했다. 나 혼자만 밥을 다 먹은 게 되면 나는 계속해서 그가 일어날 때까지 그가 밥 먹는 것을 지켜보고 있어야 하는데, 그는 그런 날 위해 수저를 놓은 것 같았다.
"들어가 보셔도 됩니다."
그의 말에 고개를 숙이고 방으로 들어왔고, 가만히 앉아 생각했다.
이게 정말 무슨 감정일까. 자꾸만 그 앞에만 서면 부끄러워 지는 것이, 전부터 현주가 말해 왔던 '첫사랑'의 감정인 것 같았다. 만약 정말 그런 감정이라면
세상에, 어떡해.
너무 좋잖아.
*
"공주마마!"
그냥 가만히 방에 앉아 오늘은 뭘 할까 하며 있는 날 보던 어영이가 잠시 밖에 갔다 오더니 날 불렀다.
"응?"
"밖에서 탈춤놀이를 하나 봐요! 가실래요?"
어영이의 그 말에 신나 "응!"하고 대답했고, 그 뒤 이어지는 그녀의 말에 멈칫, 하고 멈췄다.
"공주마마 가신다고 하셨어요!"
설마 저 말은
"서방님이 가자고 하셨어…?!"
"네? 네!"
그 말을 들었을 때부터 였다. 발등에 불 떨어진 것처럼 부리나케 준비를 했다. 그런데,
"주상 전하 납시오~"
?
이게 뭐람. 준비 다 했는데 말도 없이 매미 사냥꾼 오라비가 왔다. 덕분에 예쁘게 차려입고 집에서 그를 맞이했다.
"어때, 공주랑은 잘 지내고 있나?"
"예. 잘 지내고 있습니다."
존나 잘 지내고 있어요.. 사랑방에 그와 나란히 국왕을 보고 앉았다. 그래 하나뿐이 여동생이 걱정이 돼 이곳까지 당도했나 싶었지만 그는 또 시비를 걸기 시작한다.
"우리 공주는 어째 점점 살이 쪄 간다. 이곳 밥이 맛있나?"
또. 또 지랄이다. 흑흑. 정말 이곳에 온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분명 내 친 오라비가 맞을 것이라 자부했다. 쒸익.
그러나, 그런 오라비의 질문이
처음으로 고마웠다.
*
"죄송해요.
오라비 때문에…"
세상에서 국왕을 이렇게도 하찮게 대하는 인간은 나밖에 없을 것이다. 국왕? 그러면 뭐하나, 친남매인데. 편해지는 게 당연한 거였다.
"지금 밖에서 불꽃놀이 할 것 같은데."
"……"
"가실래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서 웃음이 나오는 걸 자꾸만 참느라 힘들었다. 저잣거리에 나오니, 다행히도 아직 불꽃놀이가 시작되지 않은 듯 보였고, 사람들이 너도 나도 모여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터집니다!"
한 남성이 그렇게 소리를 쳤고 3초 후 형형 색색의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하늘이 해가 뜬 것처럼 밝았다.
"서방님."
"네?"
"묻고 싶은 게 하나 있습니다."
사실 아까 방에 들어갔을 때, 본 것이 하나 있다.
'정 재 현' 그건 누가 봐도 내 글씨였다. 내가 쓴 본인의 이름이 적힌 한지를 창문에 붙여놓은 것이었다. 그걸 보고 표정 관리를 못 할 뻔 했지만, 오라비의 질문 덕에 표정 관리를 잘 할 수 있었다.
"무엇입니까?"
"아까 방에 들어갔을 때, 창문을 보았습니다."
내 말이 끝나자 그는 "아…" 하는 짧은 소리와 함께 자신의 창문에 붙어 있는 한지가 떠오른 듯 했다.
"그거 왜 붙여 놓으셨어요?"
"ㄱ…그거."
"네?"
"웃고 싶을 때 보려고 붙여놓은 겁니다."
귀가 빨개지져 고개를 숙이는 그를 보며 웃음을 참았다. 그리고, 큰 맘 먹고 농을 쳐 본다.
"웃고 싶으시면 저를 보세요!!"
"……"
하고 웃어보이자, 그는 조용하게 한 번 픽 웃고는 만다. 작게 "네." 할 뿐 아무 대답이 없기에 괜히 뻘쭘해 하늘에서 터져나오는 불꽃을 바라보았다.
"킁."
자꾸 콧물이 나올 것 같아서 한 번 킁. 했더니 나를 쳐다보기에, 손으로 애꿎은 눈만 비비니, 그가 내 손을 잡아 챈다.
"손이 차네요. 빨개요."
그의 손은 예상 외로 따뜻했다. 부끄러운 마음에 얼굴에 자꾸 열이 올라 그의 얼굴을 볼 수 없어 하늘만 계속해서 쳐다보고 있으니, 그도 하늘을 본 채 계속 말을 이어 나간다.
"처음엔 다짜고짜 혼인을 하자고 하기에 뭐 하는 여인인가 당황스러웠고"
"……"
"전하의 부름으로 궐에 갔을 때 공주라는 자리에 계셔 또 한 번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를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이 난다. 그러고 보면, 그랬던 게 첫눈에 반한 건지. 고갤 돌려 그를 쳐다보니, 그는 여전히 하늘을 본 채 말한다.
"혼인을 했을 땐, 내가 정말 혼인을 한 건가 싶어 얼떨떨해 말을 잘 못 꺼냈습니다."
그리고 그는 고갤 돌려 나와 눈을 맞추며 말을 이어나간다.
"헌데 이제는"
"……"
하늘은 불꽃으로 물들어 밝았고
"누구보다 부인에게 궁금한 게 많습니다."
바람은 선선하게 불어왔다.
"앞으로도 제 곁에, 그 자리에 늘 계셔주세요."
"……"
"제가 가겠습니다."
모든 게 완벽한 밤이었다.
! 작가의 말 ! |
ㅋㅋㅋㅋㅋ죄송해요 급하게 쓴 티가 나죠..? ㅠㅠㅠㅠ 사실 세 번이나 갈아 엎은 스핀오프 주제입니다 헝헝.. 좋아해 주신다면 당신은 1004 T^T 애몽 보내기 싫네요 헝헝. 그리고 사실 어떤 분께서 표절 관련해서 물어 보신 댓글을 봤는데 제가 그 때 답글을 못 달아드려서 다시 달려고 하니 지우신 것 같더라구요 ㅠㅠㅠ 표절 아니고 제 홈입니다..!(부끄) 이런 거 말해도 되나 해서 인티 규칙도 다시 읽고 왔어요T^T! 오해 방지를 위한 차원으로 된다고 하신 댓글이 있어서 남깁니다! 곧 투표?같은거 올라 올 겁니다! 봐주세욧 후기는 일요일에 봬요! ♥ 늘 부족한 제 글 좋아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