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시골즈
윗집 남자들
곧 나와 눈이 마주친 남자는 나를 알아본 것인지, 멀리서부터 미소를 짓고 다가왔다.
아니 정확히는 또 웃음을 참는 듯이..
괜히 창피해서 고개만 숙이고 있었는데 어느새 내 앞까지 온 남자는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했다.
" 안녕하세요! 저 아시죠? "
" 아 안녕하세요... "
그 남자는 여전히 싱글벙글했다.
그러다 시선이 아래로 간 남자는,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은 내 무릎의 상처를 보고 혼자 또 웃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창피하기만 했는데 이제는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내 상처를 보고 계속 웃고 있는 모습이 조금은 무례해 보였다.
" 저기요, 안 그래도 창피한데 그렇게 대놓고 웃으시면 저도 그렇게 썩 기분이 좋진 않거든요 "
사실 화가 난 것보다는 창피함이 훨씬 더 커서 말투가 조금 날카롭게 나갔다.
그러자, 남자는 갑자기 웃는 걸 멈추더니 표정이 확 굳었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남자를 계속 쳐다보니
그 남자의 표정은 점점 울상으로 바뀌었다. 이건 더 예상하지 못했다. 정말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아니 울고 싶은 사람은 난데 그쪽이 왜..?
왜 그러냐고 말을 걸어보려던 찰나, 집 근처 편의점에서 어떤 남자가 달려왔다.
" 이광현! "
본인의 이름인 것인지, 울상이던 남자는 자신을 부른 남자를 쳐다봤다.
자세히 보니 이름을 외친 남자는 동그라미 씨 였다. 얼굴을 알아본 후, 인사의 의미로 고개를 살짝 숙였다.
동그라미 씨는 내가 있어서 놀란 것인지 살짝 놀란 표정으로 보다가 이내 인사를 받아주었다.
그것도 잠시, 울상인 남자를 보더니 당황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 광현이 왜 이래요..? "
" 네? 아.. "
내가 묻고 싶은 말이었다. 저 남자는 대체 왜 울려고 하는 걸까?
" 광현아 왜 그래 어? "
남자의 다정한 말 때문인지 울상이던 남자는 곧 눈물을 뚝뚝 흘렸다.
" 저도 정말 모르겠어요.. "
동그라미 씨에게 정말 모르겠다는 식으로 말을 하니, 한숨을 쉬었다.
" 광현아 일단 집에 가자 "
동그라미 씨는 내게 인사를 하곤 광현이라는 사람의 어깨를 붙잡고 집으로 들어갔다.
정말 이래저래 날 당황하게 하는 남자들이다. 시간이 지나고 깜깜한 저녁이 되었을 때에도, 광현이라는 남자의 태도는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았다.
혹시 날 놀리는 건가.. 이거 몰래카메라 같은 건가? 차라리 몰카였으면 좋겠다.
그 정도로 너무 당황스러운 경험이니까.
잠시 생각을 지우고 핸드폰을 꺼내는데 그 순간,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확인해보니 동그라미 씨 였다.
아니 이 시간에 이분이 여길 왜..?
" 누구세요? "
" 저.. 그 윗집 사는 남자인데요 "
" 아, 무슨 일로 오셨어요? "
" 아까 일 때문에 말씀드릴 게 있어서요.. "
아 아까 일 때문에 오셨구나.. 어리둥절한 기분으로 일단은 문을 열었다.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고, 밖에 세워두고 말을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서
들어오라고 했다. 남자는 '실례하겠습니다.' 라는 말을 하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괜히 머쓱한 기분에 남자를 거실에 있는 탁자 쪽에 앉으라고 한 후, 나는 그 반대쪽에 앉았다.
" 말씀하실 거 있으시다고.. "
" 아, 네 "
남자는 큼큼 목을 다듬고 얘기를 꺼냈다.
" 아까 있었던 일 광현이한테 다 들었어요 "
" 아.. 혹시 저 때문에 그런 거라면 정말 죄송합니다.. "
" 아 아니에요. 오히려 제가 더 죄송해요 정말. 광현이가 너무 무례하게 행동했죠? "
" 제가 말이 조금 날카롭게 나가서..전 괜찮은데 우시는 거 보고 조금 놀랐어요. "
" 아 그게.. "
남자는 잠시 말을 멈추고, 생각하는듯했다.
순간 정적이 흐르고 남자는 생각을 끝마친 듯 다시 얘기를 꺼냈다.
" 원래 착한 애예요.. 근데 그냥.. "
" 어 그럼요, 저는 절대 나쁜 사람이라고 판단 안 해요! "
"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고요 "
" 네.. "
" 아, 원래 그냥 간단하게 사과만 드리려고 온건데 "
" .... "
" 광현이는 얼굴을 아는 사람한테 항상 말을 걸고 다가가는 타입이라 말씀을 안 드리면 안될 것 같네요 "
" 어떤 말이요..? "
" 사실 광현이가 좀, 아파요."
" 네? "
" 또래 친구들보다 지능이 조금 낮다고 하면 이해가 가실까요? "
" 아.. "
할 말을 잃었다. 그럴 줄은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
" 근데 그렇게 심각한 수준은 아니에요. 또래보다 조금 어린 행동을 할 뿐이지. "
" .... "
" 일반 사람들하고 똑같아요. 말하는 것도, 행동하는 것도 모두다. "
" ..... "
" 다만 가끔, 감정을 잘 조절 못 하고 사람을 당황하게 하는 행동을 할 때가 있어요 "
" 아.. "
" 아까 상황도, 갑자기 날카롭게 들리는 말투 때문에 광현이가 많이 놀라서 그런 것 같아요 "
" 죄송해요. 그런줄도 모르고.. "
"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냥 조금 놀라서 그런 거에요. 지금은 괜찮아요 "
" 아... "
" 앞으로 마주치면 그냥 웃으면서 인사만 해주셔도 광현이가 좋아할 거에요. 아무래도 자주 마주칠 수 있으니까 말씀드리는 거예요. "
" 네 저도 그렇게 해보도록 노력할게요! "
" 너무 죄송해요. 이런 부탁 해서.. 저는 불편함을 계속 느끼실 것 같아서 말씀드린 건데.. "
" 아니에요, 오히려 말씀해주셔서 감사해요! "
" 정말 감사합니다. 아, 지금 시간이 너무 늦었네요. 죄송해요. 빨리 나가야 했는데. "
" 정말 괜찮아요 자꾸 사과하지 마세요! "
" 감사합니다. 피곤하실 텐데, 저 그럼 이만 가볼게요. 나중에 봬요 "
" 네 안녕히 가세요 "
남자와 인사를 하고 문을 닫으려 하는데, 나가던 남자가 잠시 멈칫하더니 닫히던 문을 잡고 내 얼굴을 보았다.
" 아 맞다 "
" 네? "
" 정세운이에요. "
" .... "
" 제 이름. "
그 말을 끝으로 문이 쾅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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