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 Lost
008. 내가 가는 길이 험하고 멀 지라도
*글을 감상하신 후 맨밑 '더보기'에 있는 작가의 말을 꼭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참고: 구름이네 & 클라우디 에스프레소 구조 |
구름이네 쉐어하우스 클라우디 에스프레소 |
유독 좀 그런 날이 있다. 별 것 안 해도 금방 지쳐버리는 날. 누가 그랬는지도 모르겠는데 내 기가 쏘옥 빠져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시간.
그 날이 나에게는 그랬다. 한 거라고는 일어나서 엄마와 통화한 것밖에 없는데 온몸에 힘이 쭉 빠져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하기 싫었던 날이었다.
엄마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내 안부를 물었다. 나도 마찬가지로 여느 때와 같이 별 일 없고,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엄마에게 그런 말을 하는 데 있어 내가 정말 별일 없고, 잘 지내고 있는지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굳이 나 말고도 신경 쓸 게 많은 엄마를 위해 선의의 거짓말을 해야 할 때가 있었다. 그게 설령 거의 대부분이라고 해도 말이다.
엄마는 다행이라고 했다. 엄마가 말한 '다행'이라는 의미가 무엇인지 나는 잘 알 수 없었다. 다만 그 '다행'이라는 어감에서 풍겨져 오는 '다행스러움'이 나를 위안했던 건 맞다.
"엄마, 할매 많이 안 좋나?"
"....어야, 그러네. 네 할매 마이 아픈갑다."
"...어디가 어떻게 안 좋은데?"
"나이가 많아가. 회복이 더딘데 의지도 없댄다. 의사 말로는."
"......"
"....엄마 넘 속상타."
엄마에게서 걸려온 전화의 본론은 나의 안부가 아니라 할머니 병수발의 힘듦을 토로하려는 것이었다.
속상하다, 힘들다는 말과 평생 거리가 멀게 살아온 엄마가 나에게 속상하다고 했다. 그런 엄마의 말을 듣는 나는 얼마나 더 속상한지 모르고.
자주는 아니지만 이렇게 내 주변의 누군가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그게 내 잘못이 아닐까 하는 죄책감에 시달리곤 했다.
모든 게 다 내 욕심 때문이 아닐까. 내가 괜히 서울로 대학을 온다고 해서, 괜히 부모님과 떨어져 혼자 살아보겠다 해서, 그래서 이렇게 된 것 아닐까. 그런 죄책감.
물론 전적으로 그 때문이라는 게 아니란 걸 모르는 건 아니다. 세상 일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은 부딪히고 깨지며 배운 사실이다.
그러나 그냥, 그걸 내 잘못으로 치부해버리지 않으면 더 큰 문제들에 사로잡히고 만다. 우리 아빠가 망해서, 우리 집에 돈이 없어서, 그래서 나를 밀어줄 사람이 없어서, 또 내가 기댈 곳이 없어서...
결국 그게 더한 자책과 자기비하로 빠지는 길이다. 그걸 깨달은 나는 그 후로 그냥 나 자신을 탓하는 게 내게 훨씬 이로운 일이란 걸 알게 되었다.
"네 보증금까지 빼가면서 수술했더니, 의지가 없다고.
할매가 더 살고 싶지가 않다고... 엄마 그 말 듣고 마이 울었다."
"......"
"...엄마가 니한테 이라믄 안 되는데...
니도 힘든데.."
"...엄마가 내한테 아니면 어디다 푸노.
됐다. 걍 말해라."
"...엄마가 미안타."
엄마는 내게 미안하다고 했다. 미안할 만한 행동을 한 것이 아닌데도.
엄마가 미안해야 할 행동을 한 게 아니건만, 나는 왠지 괜찮다고 답해야 할 것 같았다. 엄마, 난 괜찮아. 나 아무렇지도 않아. 그러니까 나한테는 이야기해도 돼.
엄마가 나 아니면 누구한테 이야기하겠어. 그러니까 다 이야기해도 돼. 혼자 힘들어하지 말고... 그렇게, 이야기를 해줘야 할 것만 같은 책임감이 있었다.
엄마는 얼마간 더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하다가 또 한 번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뭐가 그렇게 미안한 걸까. 왜 그렇게 매일 미안한 걸까. 나에 대해서라면 항상 걱정이고, 우려하고, 슬프고. 엄마는 왜 그런 걸까. 엄마라서 그런 걸까.
툭. 침대에 올려놓은 왼손 위로 눈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통화 중에는 참고 있었던 눈물이 전화를 끊으니까 손등 위에 후두둑 떨어졌다.
나는 그대로 통화가 끊긴 휴대폰을 내려놓고 엉엉 소리를 내어 울었다. 이불에 얼굴을 묻고, 누군가에게 들리지 않을 거라 생각하며 울었다.
한참을 울어 이불이 눈물자욱으로 적셔진 후에야 이불에서 얼굴을 떼어냈다. 목이 말랐다. 물을 마시고 싶었다.
"........"
"..........."
아무도 없을 줄 알고 다 젖은 얼굴로 문을 벌컥 열고 나갔는데, 냉장고 앞에 서있던 민현선배와 정면으로 맞닥뜨렸다.
나는 놀라며 얼른 눈가에 고인 눈물을 닦아냈다. 들은 걸까. 방이 방음이 그렇게 안 되지는 않을 텐데. 그래도 들었을 지도 몰라.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마음 속에서 소용돌이쳤다.
민현선배는 표정 없는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안녕하세요, 했다. 엉엉 소리내어 울었기 때문인지 듣기 싫게 갈라진 목소리가 귀를 때렸다.
내게 닿아오는 시선을 모른척하고 그대로 정수기 앞으로 갔다. 정수기 위에 올려진 컵을 들어 냉수를 따랐다. 꿀꺽꿀꺽, 목울대를 타고 넘어가는 물소리가 명확하게 들렸다.
"날 추워지는데 따뜻한 물 마셔야지. 감기 안 낫는다."
들리는 목소리가 또 눈물이 핑 돌도록 다정한 바람에, 나는 바보처럼 그 자리에 서서 다시 슬퍼지려 하고 있었다.
민현선배는 울먹이는 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내 등 위로 톡, 톡, 닿는 큼직하고도 따뜻한 손에 괜히 서러워진 나는 다시금 울상을 지었다.
울면 안 되는데. 못생겼는데. 진짜 세상 못난 얼굴인데. 큰일났다. 망했다. 이런 생각이 들면서도, 결국 또 소리내어 울고 말았던 건 서러워서였다. 일단 내가 너무 서러워서...
"......"
"........."
끄윽, 끅, 부끄러운 소리까지 잔뜩 내가면서 우는데 민현선배가 손을 더 뻗어 내 등을 감싸 안아주었다. 그 팔이 따뜻해서 더 눈물이 났다.
팔이 따뜻해서 눈물이 났다고 하지만, 팔이 따뜻하지 않았다면 그 눈빛이 따뜻해서, 그 눈빛이 따뜻하지 않았다면 목소리가 따뜻해서 더 눈물이 났었을 것이다.
한마디로, 그냥 민현선배랑 같이 있다 보니까 눈물이 났고, 눈물이 나다 보니까 민현선배가 계속 옆에 있어주었다.
부끄러운 건 오히려 잠깐이었고, 이 시간에, 이 상황에, 그리고 이런 날에 최소한 누군가 옆에 있어준다는 사실 자체가 나를 더 눈물짓게 했다.
"울어도 돼, ○○가... 마음껏 울면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더라고."
"......"
"다 울고 나면 내가 이야기 들어줄게. 천천히 해도 돼."
선배는 나를 식탁 의자에 앉혔다. 마주보고 앉은 선배는 나를 향해 내가 마시던 물이 담긴 머그잔을 내밀었다.
나는 물을 더 마셨다. 냉수 먹고 속 차렸다고 해야 할까. 한참을 울고 나니 그제야 조금 진정되어 말문을 열 수 있었다.
민현선배가 내 통화 내용을 들었는지, 듣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건 한 편으로 제쳐두고 내 상황을 이야기하게 되었다.
내 상황을 쉐어하우스 사람에게 이야기하게 된 건 성우가 첫번째, 그 다음이 민현선배였다.
성우에게는 친해지기 시작할 무렵 이야기해서 지금은 속속들이 다 알고 있었고, 민현선배에게는 그냥... 좀 충동적이었다. 털어놓지 않으면 내 스스로가 너무 답답해서. 그래서 이야기해버린 것이었다.
"그래서.. 엄마랑 전화하고 나면, 모든 게 다 내 욕심같이 느껴져요."
"...."
"굳이 서울에 와서, 잘하지도 못하는 공부를 하고 있는 것도.
이럴 때 같이 살면서 도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도.
모든 게 다... 내 욕심같고, 내 잘못같고. 그래요."
긴 시간 나 홀로 이야기하는 동안, 민현선배는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주는 것 외에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내가 말을 끊고 시작하는 사이사이에 눈을 깜빡이면서, 차분히 내 이야기에 집중해주는 모습이 고마웠다. 내 말을 들으며 선배도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듯 보였다.
나는 모든 게 내 잘못같다는 말을 끝으로 독백을 마무리했다. 선배는 싱긋 웃으며 나와 눈을 맞춰주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쑥 들어가서 보이지 않았던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이, 다시금 고개를 빼꼼 내밀고 나를 톡톡 건드리고 있는듯 했다.
어쩐지 볼이 발갛게 달아오르고 있는 것 같다. 민현선배는 그제야 입을 열었다.
"....나랑 참 닮았다. 너."
침묵을 지키던 민현선배의 입에서 나온 말은, 선배와 내가 참 많이 닮았다는 것이었다. 나는 무슨 뜻인지 몰라 우리가요? 하고 물었고, 선배는 옅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나... 어쩌다 보니 수석한 거 아니야. 수석하지 않으면 학교를 계속 다닐 방법이 없었어. 그래서 무조건 수석을 해야만 됐어.
우리집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안 하면서 자랐는데, 자라고 보니까 그렇게 풍족하지도 않더라.
난 위로 누나가 한 명 있는데, 누나가 나한테 많은 걸 양보해줬다는 걸 대학 들어오고 나서야 알았어.
장학금 덕분에 등록금은 해결되더라도, 외교관시험 공부하는 게 그냥 되는 게 아니니까 부모님한테 계속 손벌려야 하고.
그것 또한 기약 없는 기다림인데... 언제까지만 해달라고 약속할 수도 없고. 그러다 보니까 내가 욕심 부리는 것 같고, 죄책감 들고... 나도 그랬어.
민현선배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다른듯 하지만 비슷한 이야기에 자연스레 귀를 기울이게 됐다.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의 이야기가 조금은 위안이 되고 있었다.
"죄책감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가 잘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까 조금만 더 해봐야지. 힘내봐야지. 하니까...
최소한 앞으로 나아가고는 있더라."
"...."
"미안한 마음에 멈춰있는 것보다는,
그 마음 가지고 한 걸음이라도 걸으려고 하는 게 조금이나마 덜 미안해지는 방법이라는."
"....."
"황제님의 말씀이십니다."
말을 끝낸 민현선배는 하하하, 하고 소리를 내어 웃었다. 호탕한 소리마저 다정한 그 웃음에 나 또한 웃게 됐다.
선배는 어? 울다가 웃으면.... 안 되는데.... 하면서 또 웃었고, 나는 선배가 이런 말도 할 수 있는 사람인가 싶어 놀라며 웃었다.
민현선배는 야아, ○○가 큰일 났네. 울다가 웃어서 큰일 났네. 시집 다 갔다, 이거. 하면서 짓궂게 놀렸다.
그렇게 웃으면서도 선배가 내게 한 말이 무엇인지는 알 것 같아서, 충분히 알 것 같아서 조금이나마 기분이 풀렸다.
미안한 마음에 멈춰있는 것 보다는, 그 마음 가지고 한 걸음이라도 걸으려고 하는 것...
미안한 마음이 들 때마다 다시 걸을 생각은 못하고, 한참을 그곳에 서서 멍하니 있는 내게 가장 필요하면서도 힘이 되는 말이었다.
울어서 배고프지? 밥 먹으러 가자. 기분이 저기압이면 고기 앞으로 가야지.
선배는 먼저 일어나 내 손목을 잡아 끌었다.
- 오세요 구름이네 쉐어하우스 -
"서늘해진 저녁공기지만, 따뜻한 사람들과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DWBS 저녁방송, 옹성우였습니다."
마지막 신청곡이 흘러나왔다. 마지막 노래가 나오고 있다는 건 10분 내로 옹성우가 여기로 온다는 의미였다.
나는 책상 위에 늘어놓은 짐을 챙겨 가방에 넣었다. 교수님이 반짝 퀴즈를 본다고 해서 잠깐 책을 펴놓고 공부를 했다.
도서관 열람실에서는 방송을 들을 수 없으니까, 일부러 방송을 들을 수 있는 학생회관에서 책을 폈다.
교내에 울려퍼지는 옹성우의 목소리는 낭랑하고 또렷하면서도 듣는 데 거부감이 없었다.
이렇게 성우의 방송을 들을 때마다 훗날 저녁 뉴스데스크에서 녀석을 보게 될 수도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오래간만이라 반가울까? 아니면 그때까지도 계속 친구여서 방송 잘 봤다고 메세지를 보내고 있을까?
실없는 생각을 했더니 웃음이 나왔다. 후자였으면 좋겠다고, 그러면서 성우에게서 온 카톡에 답장을 했다. [얼른 와. 학생회관이야. 배고파.]
"아 지금 누나 배고픈데 걷냐? 안 뛰냐?"
"아 너무 힘들어-"
"체력 봐... 할아버지세요?"
"웬만한 할아버지들이 나보다 좋을듯."
"응. 그럴듯. 뭐 먹을래?"
"나? 난 뭐 딱히..."
"닌 뭐 딱히여도 일단 데리고 가면 엄청 잘 먹더라.
엽떡 콜?"
"둘이 먹긴 많은데."
"다니엘 부를까?"
"다니엘 축구하고 회식한대. 먹기 전에 좀 싸서 성운이형 갖다주자."
"오, 좋아좋아."
한창 아프다가 기운을 차린 나와, 저녁방송 끝나고 정신없이 허기지고 지친 상태인 옹성우의 대화.
소위 핑퐁핑퐁이 잘 된다고 해야 할까. 그리 오래 된 것도 아닌데 공유하고 있는 시간과 공간이 많아 통하는 것도 많았다.
그렇게 나와 옹성우는 학교 근처 엽떡을 향해 걸어갔고, 옹성우는 저녁방송 때 있던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확실히 가을이긴 한가 봐. 감성적인 사연들이 많아."
"아 진짜? 뭐 좀, 막 익명의 러브레터 이런 거 있고 그래?"
"그런 건 대숲을 가셔야죠."
"아.... 그럼 뭔데."
"장난이고. 러브레터 엄청 많더라. 그리고 내 팬레터도 많아."
"....걔네는 시간이 그렇게 남아 돈다니."
"너무하다, 진짜. 너 내가 사준 거 다 토해내."
"응. 등 좀 쳐줄래?"
"...아오."
악! 그렇게 옹성우에게 등짝 스매싱을 맞았다. 하씨... 아무리 그래도 진짜 때리는 게 어딨어! 하며 인상을 찌푸리니, 웃으며 때린 등을 슬슬 문질러 오길래 기겁하며 도망쳤다.
옹성우에게 팬레터라.... 장난스럽게 넘기긴 했지만, 진짜 뭐 음료수나 초콜릿 같은 거 사서 주는 애들 몇몇 본 건 사실이다.
물론 그 아이들이 이해가 가는 건 아니었지만... 내가 민현선배를 동경하는 것처럼 걔네도 옹성우를 동경할 수 있겠지.
그치만 민현선배를 향한 내 사랑은 트루럽이라고... 그 어떤 팬심과는 다른, 그런 무언가 특별한 게 있다.
민현선배가 고기도 사줬는데, 이정도면 성덕 아닌가 싶다. 민현선배를 생각하니 입가에 스르르 미소가 피어올랐다.
"왜 웃어?"
"...민현선배 생각나서."
"민현이형?"
"응. 사랑에 빠진 것 같아."
".......?"
"민현선배를 향한 나의 사랑은 무조건이야."
"....미쳤어?"
"너는 모른다. 나의 이 참사랑을."
"진심이야?"
"그 약간... 에로스적인 사랑이 아니라, 굉장히 고차원적인... 아가페랄까."
".....미쳤네. 민현이형 여자한테 관심 없어."
"상관 없어. 그러려고 좋아하는 거 아니야."
그럼 좋아하는 것 자체는 맞고? 물어오는 옹성우의 팔을 툭툭 치며, 너는 몰라도 돼. 꼬맹아. 누나의 딥한 마음을 네가 어찌 알겠니. 하며 타일렀다.
옹성우는 기막혀 하며 코웃음을 쳤고, 나는 앞장서서 걸어가며 엽떡 점포의 문을 열었다. 띠링띠링, 하며 울리는 종소리가 경쾌했다.
세트 A로 엽떡이랑 계란 넣어주시구, 주먹밥 추가요! 라고 말하는 내 목소리도 덩달아 경쾌했다.
옹성우는 차분히 자리에 앉아 휴지와 수저를 깔았다. 그 동안에 나는 카톡을 확인했다.
"너 진짜 민현이형 좋아하는 거야?"
"응."
"레알?"
"응."
"진심?"
"응."
"...형 어디가 좋은데."
"왜 자꾸 물어보냐. 우리 황제님의 매력은 하나를 고를 수 없어."
".....너 진짜 뭐 잘못 먹었어?"
"진짠데... 선배는 좋아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구."
후우.... 옹성우는 진심을 담아 한숨을 쉬었다. 옹성우가 내쉰 한숨이 나한테까지 닿아왔다.
친구야. 그렇게 땅이 꺼지도록 한숨쉬지 말아줄래? 하는 내 말에, 아플 때 챙겨주는 게 아니었어.. 하고 중얼거리는 옹성우다.
왜, 충분히 고맙게 생각하고 있구만. 하는 내게 아냐. 너는 고마운 줄을 모르는 거야, 지금.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 하며 고개를 젓는 옹성우.
"잘해줘 봐야 하나 소용없다는 말이 얼마나 진리인지를 오늘 또 느낀다. 내가."
"...아니 무슨 말을 그렇게까지 하세요?"
"너가 민현이형 좋다고 하니까 그러지."
"그럼 좋은 걸 좋다 하지, 싫다 해?"
"...말을 말자."
옹성우는 손을 휘휘 저었다. 생각보다 빨리 엽떡이 나왔고, 엽떡의 매운맛에 황제님의 매력포인트 및 황제님에 대한 나의 무조건적인 사랑 이야기는 묻힌듯 했다.
옹성우는 성운오빠에게 주기 위해 따로 포장한 떡볶이를 소중히 챙겼다. 떡볶이가 참 작고 소중하게 생겼네....
아, 매워. 매워. 진짜 매워. 하며 부채질을 하는 나를 향해 쿨피스를 따라주는 옹성우다. 나는 헤헤, 땡큐. 하면서 컵을 받아 들었고, 옹성우는 웃지도 말라며 매섭게 쏘아붙였다.
뭐야, 왜 저래- 하는 나를 향해 옹성우의 따가운 눈빛이 닿아왔다. 이런 표정은 또 처음이라. 나는 불타는 혀를 다독이며 옹성우를 향해 말했다.
"근데 뭐... 민현선배 좋아하는 건 맞지만 막 사귀고 싶고, 그런 건 아냐."
"....."
"약간.. 고등학교 때 학생회장 오빠 좋아하는 느낌인 거지."
"......"
질겅질겅, 떡볶이만 씹던 옹성우가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봤다.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진짠데. 했다.
옹성우는 어- 알았다- 하며 건성으로 대답했고, 나는 그래도 민현선배를 향한 사랑은 트루럽이 맞아... 이 마음은 진심이야. 하고 말했다.
"....아주 사람을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내가 가방이냐?"
"...전 아무것도 안 했는데요 선생님."
"....이거 네가 사. 나 오늘 돈 없다."
털어서 지갑 안 나올 사람 없겠냐만은, 아팠을 때 간호해준 것도 있고... 왠지 오늘은 정말 내가 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선뜻 내 지갑을 꺼낼 수밖에 없었다.
계산하고 점포를 나와 집에 닿기까지 옹성우는 괜히 심통을 부리고, 괜히 나를 툭툭 치고, 괜히 발소리를 크게 내고 그랬다.
나는 옹성우가 기분이 확 나빠진 건 알겠는데, 도통 어느 타이밍에서 그런 건지를 몰라서 기억을 더듬다 보니 말을 건넬 수 없었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신발장에서까지 쿵쾅대길래 뭐냐. 왜 그래? 하고 물었더니, 몰라. 나 잔다. 하면서 방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뭐야. 이상해...
중얼거리면서 신발장에 옹성우의 신발을 넣는 건 내 몫이었다. 옹성우의 파란 방문은 꾹 닫혀 열릴 생각을 않았다.
옹성우 왜 저러는지 아시는 분? 이라고 동네방네 외쳐 묻고 싶었지만, 내일이면 풀리겠지 하는 마음으로 나도 내 방에 들어갔다.
퀴즈 범위 한 번만 더 보고 자야지. 눈을 비비며 책상 앞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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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편 암호닉(강과장 최종 암호닉 리스트에 계신 분들에 한함. 006편 업로드 전 댓글 달아주신 분들에 한함.) [어어] [구원자] [굥뷰죰햬] [지블] [샤넬] [121027] [딸기모찌롤] [백설탕] [포카리] [옹성우] [@불가사리] [빨간머리] [딸기시럽] [분홍색솜사탕] [깡구] [사용불가] [도앵도] [입학하자] [묭묭이] [녤꽃] [알바생] [슬] [마카롱] [녤부] [크뽀] [무네큥] [11023] [꼬꼬망] [피치수플레] [강달리엣] [리베르떼] [녜리] [일이일공] [우즈] [해령] [맥주톡톡] *신청해주신 암호닉은 20일까지가 신청기간이라 9편에서 최종 집계하도록 할게요!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Y사원입니다. 가장 먼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제가 많이 듣고,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좋은 음악을 만들어주신 분께 먼저 애도의 뜻을 표하고자 합니다. 오늘은 좀.. 드리고자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일단 제가 이걸 공론화하는 게 맞나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럼에도 공론화하는 이유는 앞으로 계속 글을 연재하는 데 있어 가볍게 지나갈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해서입니다. 회원분이셨다면 답댓글이라도 남겨서 소통을 시도해보았을 텐데, 비회원분이셔서 제가 답댓글을 달아도 못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서 작가의 말에서 언급하기로 했습니다. 혹여 캡쳐까지 해서 공론화하는 부분에 대해 불편하게 느껴지신다면 죄송하지만, 저에게는 중요한 일이어서 이렇게 해야 한다는 걸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솔직하게 이 댓글이 저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던 이유는, 여태껏 강과장을 연재하면서도, 구름이네를 연재하면서도 이런 이야기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서였어요. 글과 비지엠이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만 많이 들어왔던 지라 여태껏 연재한 구름이네 모두에서 비지엠이 안 어울린다는 말이 저에게는 너무 생소하고 당황스러웠어요. 그 상황에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가 너무 한 쪽의 말만 들어왔던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제가 우물 안 개구리였던 거죠. 늘 이야기는 양쪽 다 들어봐야 하는데, 제가 그러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너무 칭찬에만 사로잡혀 있던 게 아닌가 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혼란스러운 마음에 이 내용을 본인표출 기능을 통해서 독방에 올리기도 했어요. 제가 어떻게 해드려야 할지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 글에 댓글을 달아주셨던 분들이 해주신 말의 요지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마음의 위안을 얻고, 다시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는데 역시 제 생각도 그렇더라고요. 저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는 사람입니다. 아마 굳이 그럴 필요도 없겠지요. 다만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제 글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한다는 게 제 신념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을 공론화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제 글을 읽고 향유하는 분들 중에도 이 댓글을 써주신 독자님과 같은 생각을 갖고 계신 분들이 계실 수 있을 겁니다. 혹은 반대로 "이 작가는 비지엠은 참 잘 고르는데, 글은 별로야."라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둘 다 별로면 제 글을 안 읽고 계시겠지요. 저도 고민을 많이 해봤는데, 이 댓글을 써주신 독자님과 같은 생각을 하고 계신 분들께는 비지엠을 끄고 글을 봐달라는 말씀밖에 못 드릴 것 같아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저 혼자서는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더라고요. 그렇다고 비지엠을 아예 빼는 것은 제가 고른 비지엠을 좋아해주시는 분들한테 죄송한 일이 되고요. 각자 좋아하는 음악을 일부러 넣을 수는 없어도, 작가가 넣은 음악을 끌 수는 있으니까 일시정지를 부탁드리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혹시라도 오해하실까 노파심에 말씀드리지만, '여러분 저 이런 댓글 받았어요ㅜㅜ'하며 징징대려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게 없음을 말씀드리고 싶고, '이런 방법이 좋겠다'는 의견이 있는 분들은 제게 공유해주시면 감사하겠다는 마음입니다. 맞춤법이 틀려서, 글이 개연성이 없어서, 도대체가 작가라는 사람이 탈고는 제대로 하는지 모르겠어서, 그래서 저한테 하시는 비판은 제가 일정 부분 받아들이고 제 부족한 점으로 삼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비지엠 선곡에 대한 비판은 저로서는 받아들인다 해도 개선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자면, 제가 글을 쓰는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워너원)을, 내가 그린 세상 안에서 움직이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자.'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철저히 제 즐거움을 위해서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내가 그린 세상을 공유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어주는 분들은 독자님들이기 때문에 저의 이 창작활동에서는 독자님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큽니다. 바쁜 일상에 쫓기고, 지치고, 힘들면서도 다시 글을 쓰게 되는 건 글을 쓰는 즐거움 자체도 있지만,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이 하는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기 때문이에요. 그만큼 여러분이 제게 해주시는 이야기가 저에게는 상당히 많은 영향을 미치고, 저 또한 많이 신경쓰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런 만큼 조금 더 둥글고 예쁜 비판, 따뜻한 조언과 애정 담긴 충고가 제게는 도움이 많이 됩니다. 내가 쓴 글로 유명세를 타고, 인기를 얻고, 많이 언급되는 것도 물론 좋겠지만, 저는 그보다 중요한 게 저와 독자님들의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이 관계가 쌍방이 아니라 나에게서 시작되고, 나에게서 끝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 아마 저는 글쓰기를 그만두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다보니 말이 길어졌습니다. 길어진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겠다는 약속은 못하지만, 지금보다는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글쓰도록 노력해보겠다는 말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 글과 제 감성을 기꺼이 공유해주시는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나누고 싶은 말씀은 댓글로 주시면 제가 꼼꼼히 읽고 답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하루의 끝자락에 무거운 말씀 드려 죄송합니다. 좋은 쉼이 있는 저녁 되시기 바랍니다. -Y사원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