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sid Dream (세훈X찬열)
W. 미열
Lusid dream (루시드 드림, 자각몽) ; 수면자 스스로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한 채 꿈을 꾸는 현상
제 7화
경수는 날 쳐다보더니 '니가 또라이인 줄은 알았다만 이정도일줄이야. 그래도 이 형은 널 다 이해해‥ 남자랑 사랑에 빠져도 좋으니 현실에서 빠지길 바래. 제발.' 하고 먼저 올라가버렸다.
괜히 도경수한테 말해서 하나의 신경써야할 일을 더 만들어버린 기분이다. 그래도 경수 말곤 또 말 할 애가 어디있겠어 싶어 잘 한 것 같기도 하고. 저 놈 반응 보니 괜히 말했다 싶기도 하고. 아주 병신취급 당했으니 말이다. 나는 어떻게든 되겠지- 싶어 고개를 도리도리 젓고는 교실로 올라갔다.
"야. 너 진짜 꿈이야? 어?"
'(끄덕끄덕)'
"‥점심시간에 나한테 설명 좀 해. 니 이야기 뭔지 하나도 모르겠으니까."
"어렵다니까, 그러시네. 알았다."
경수는 넌 정말 독특한인간이라느니, 이해할 수 없다느니, 4차원을 넘어서 한 128차원에서 살고있는 애 같다느니 하더니 자기 자리로 가버렸다. 무언가 폭풍이 한 번 휩쓸고 지나간 느낌이 들어 나는 그대로 책상에 딱 붙어버렸다. 책상에 엎드려있으니 쌩쌩하게 오지 않던 잠이 갑자기 한꺼번에 쏟아진다. 꿈뻑꿈뻑 눈을 몇 번 감았다 떴다 하다 잠이들었나보다.
경수가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일어나서 보니 오랜만에 꿈이 없는 잠을 잤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보니 최근에는 항상 잠만 자면 꿈을 꾸었다. 꿈이란게, 간절히 원하면 꾸고싶은 꿈을 꾸기도 한다던데 내가 그렇게 간절히 원했나 싶기도 하고, 아니면 우연인가 싶기도 하고.
"빡찬!! 밥먹으러가자. 일어나놓고 멍때리냐?"
"어? 가자가자가자"
내가 남자가 좋다고, 어찌보면 커밍아웃 아닌 커밍아웃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전처럼 똑같이 대해주는 경수가 고마웠다. '역시- 도경수 존나 내친구다워.' 싶어 앞서가는 경수에게 달려가 어깨에 팔을 훅 둘렀다.
"경수야 오늘 반찬뭐냐?"
"돈-까스!!"
"아싸-!!"
우리는 평소와 같이 항상 우리 지정석이라 말하는 급식소 한켠에 마주보고 앉았다. 그리고 평소와 같이 나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반찬을 밥보다 먼저 집어 한 입 먹고, 경수는 날 한 번 쳐다보고 자기 밥을 먹고.
"야, 빡찬. 그래서 설명 좀 해 봐."
"이게 존-나 어려운 이야기이긴 한데. 그니까, 내가 걍 자다가 꿈을 꿨어."
"엉, 그래서?"
"근데 그 꿈을 한 번 꿨을 때는 그 남자를 못 만났거든? 근데 그 꿈을 여러번 계속 연속해서 꾸는데, 그 때마다 그 남자를 만난다니까."
"그래서 그 남자랑 잘됐어?"
"이걸 잘 됐다고 해야하나. 쨌든- 그 남자도 꿈 속 사람은 아니라는 거지. 그 사람도 꿈을 꿔야 나랑 만날 수 있거든."
"뭐야, 존나 어렵네. 진짜. 야 그래서 잘 됐냐니까?"
"존나 어렵다고 했잖아. 그니까. 중요한데서 깼어. 고백받고나서, 대답하려는데 깼거든."
밥을 먹으며 나랑 이야기를 하던 경수가 내 마지막 한 마디에 밥을 먹다 숟가락을 내려놓고 나를 쳐다봤다.
"뭐? 그런 상황에서?"
'(끄덕끄덕.)'
"야. 너 여기서 이러고 밥쳐먹고 있을 때가 아니네. 양호실가서 잠이나 쳐자."
경수는 날 쳐다보고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나도 아까 잤는데 꿈을 못 꿨을 뿐인데. 경수가 밥 빨리 먹고 양호실이나 가라며 나를 채근해대는 덕에 거의 이끌리다 하다싶이 양호실에 와서 누웠다.
"자고 일어나서 바로 카톡 보고해! 궁금하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끄덕- 하고는 습관처럼 이불을 눈 바로 밑까지 끌어올렸다. 경수는 나가다말고 날 쳐다보고 "화이팅!! 잘해!" 하고는 교실로 올라가버렸다. 아까 잤던 바람에 잠도 오지 않아 나는 흰 천장을 멀뚱멀뚱 바라만보고있었다. 그냥 눈이라도 감고있으면 언젠간 잠들겠지- 싶어 눈을 감았다.
눈을 감았더니 어느새 잠이 들었던 모양인지, 꿈 속이었다. 세훈씨가 있겠어, 설마 이 시간에? 싶었지만 설마가 사람잡는다고. 공원 벤치에 앉아있는 세훈이 보였다. 세훈은 날 보자마자 벤치에서 일어나 나를 반겼다.
"찬열씨. 이번에는 그냥 가지 말고, 대답해줘요."
'(끄덕끄덕)'
"찬열씨도, 지금 이 순간 저처럼 저 시계탑의 시계가 멈추길 바래요?"
'(끄덕끄덕)'
"그럼 이제 멈출거에요, 우리가 원하는대로."
세훈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우리 주변의 사람들의 행동이 멈추었다. 공을 던지면 놀던 아이들도, 손을 잡고 데이트하던 연인들도… 심지어 연못에서 돌아다니던 하얀 오리마저도 마치 얼어버린 듯 멈추어버린거다. 내가 신기함에 주위를 둘러보고 있는데, 세훈이 시계탑을 가르키며 말했다.
"저기, 시계탑 보여요?"
정말 세훈이 말했던 것 처럼, 우리가 원하는대로 시계가 멈추어있었다. 나는 신기한 눈빛으로 시계탑을 한 번, 세훈을 한 번 번갈아 쳐다보았다. 눈빛에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하는 것을 가득 담고 말이다. 그러자 세훈은 자기 특유의 눈웃음을 지으며 내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주었다.
우리는 손깍지를 꼬옥 끼고는 공원을 돌아다니며 멈추어버린 이 곳을 구경했다. 흘러가던 물마저도 멈춘 것 같았다. 나는 '진짜 신기해요!' 하며 어린아이처럼 웃었다. 그렇게 이 곳, 저 곳을 돌아다닌지 꽤 되었을까 세훈이 멈추어섰다.
세훈은 내 양 손을 잡고 내 눈을 쳐다보았다. 나는 약간 부끄러운 마음에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세훈이 고개를 들어올리게 하더니 내 이마에 입술도장을 꾹 찍어내는 것이었다.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찬열아."
갑자기 찬열씨-에서 찬열아-로 바뀐 호칭 때문에 약간 당황한 나는 정말 멋없게도 'ㄴ..네?' 하며 말을 더듬어버렸다. 세훈은 정말 푸하하 소리내서 웃더니 '귀엽네' 하며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이었다. 머리 쓰다듬는 걸 참 싫어하는데, 아니 싫어했었는데, 이제 좋아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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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열이에요~♡!! 오랜만이에요 *_* 항상 올때마다 오랜만인 것 같다능 ;ㅅ; 이제 정말 끄트머리를 향해 달려가는 루시드드림! 읽어주시는 독자분들께 항상 감사함을 느낍니다! 흔적을 남겨주시는 분은 몇 분 없지만, 그래도 제 만족글이니 괜찮아요 ^0^!! 이제 글도 마무리되어가는 참이고, 텍파작업도 하고있으니까요! 빨리 글 마무리하고 텍파로 뵈어요 ☞_☜ 음...급전개는..음...ㄴ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