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니가 점차 말 안듣던 6살때
"아빠.."
"응?"
"고민이 있써여."
목소리가 심상치않다싶어 티비에서 고개를 돌려 옆에 앉는 너를 바라보니 넌 온갖 미간을 다 찌뿌리고있었다.
"뭔데?"
"배켜니가 나한테 화난거같아."
"왜?"
그 순한 애가?
"말도 안걸구..웃어주지도 않구..안아주지도 않는단말야.."
연애상담이라니!드디어 아들한테 연애상담을 해준다이거야!!!!근데 다시 너와의 대화를 곱씹어보니..
"백현이가 그런다고?"
"응.어떡하지.아빠?"
연애상담인가.이게..
"백현이한테 뭐 잘못한거있어?"
"없어.없는데."
"그럼 어쨌길래 백현이가 그래?"
"나는 그냥.."
찬열이 오늘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차녀라!차녀라!"
"배켜니다."
"안녕~"
"배켜니도 안녕~"
배켜니는 언제 봐도 귀여워.방실방실 웃는 백현이의 볼을 살짝 꼬집는다.
"차녀라.오늘 내친구 온다?"
"친구?"
"응응.내친구."
"우와아.."
배켜니 친구래!잔뜩 신난 백현이의 모습에 찬열이도 덩달아 신나 손을 마주 잡고 방방 뛰어댄다.
"얘들아.조용하고 집중!"
달빛반 선생님 손에 이끌려 온 조그만 아이가 수줍게 들어온다.
아까보다 더 좋아하는 백현이의 손을 잡고 장난을 치며 다짐을 했다.배켜니 친구니까 잘해줘야지.
"잘해줄거야!"
"찬열이 조용해야지."
혼나써.배켜나..기가 죽어 고개숙인 찬열의 등을 백현이 토닥인다.
"그게 끝이라고?"
"응.그리고 경수랑 같이 논게 끝인데?"
"경수?"
"배켜니 친구."
"아.."
"진짜로 잘못한거없는데 왜 그러지.."
잡혀사는구나.아들.
"아저씨!"
퇴근길에 간식거리나 사가자싶어 들린 편의점에서 백현이를 만났다.
"백현이네?"
"네!안녕하세요."
뉘집아들인지 인사도 잘해요.허허.
"사탕 사러왔어?아저씨가 사줄까?"
"아니에요.괜찮아요."
..단호하구나.
편의점을 나와 백현이와 같이 길을 걷다 저번에 아들이 울먹거리며 말한게 생각이 났다.
"백현아."
"네?"
"찬열이한테 뭐 화난거 있어..?"
사탕을 입에 꼭 물고 열지않는걸 보아하니 화난게 있나보다.
"뭔데?"
"..."
"아저씨한테도 비밀로 할거야?"
"그게요오.."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던 백현이가 찬열이에겐 비밀로 하라며 입을 열었다.
백현이의 말을 가만히 듣고있던 세훈은 피식피식 웃음이 나왔다.귀여운 것들.
"..그래서 그래써여."
"찬열이가 경수랑 노니까 삐졌던거야?"
"꼭 그런건 아니구요.."
상황이 어찌 돌아가는지 그제야 알수있었다.
아들은 백현이 친구라고 잘해줬는데 백현이는 그게 또 질투가 났던 모양이다.
"비밀로 해주셔야되요."
"알았어."
손가락 꼭꼭 걸고 백현이를 집앞까지 데려다주고나서 집에 돌아올수있었다.
"왜 이렇게 늦었어?"
"오다가 백현이 만났거든."
"백현이?"
"응.요즘 아들이랑 백현이랑 데면데면하잖아."
"..왜?"
"찬열이가 말 안해줘?"
"어."
"너무 맘상해하지마.부자사이엔 끼어들수없는 벽이 있으니까."
"...그말은 내가 지금 찬열이 엄마라도 된다는거야..?"
"앞치마 잘어울린다."
세훈은 정확하게 레이스가 총총 박힌 준면의 앞치마를 지적하곤 방에 들어갔다.
"...이쁜데 왜!!"
얼굴이 붉어진 준면이 거울에 비친 제모습을 보더니 곧 앞치마를 벗어던졌다.
"앞치마 잘어울린다니까 왜 벗었어?"
"...시끄러워."
"앞치마 벗은 김에 다른 것도 벗으면 좋고."
방으로 들어와 세훈의 넥타이를 풀러주던 준면이 그대로 목을 조인다.
"죽고싶니."
준면이 금세 넥타이를 풀러내고 세훈이 켁켁거리며 허리를 굽힌다.
"엄살떨지마.저녁 준비할테니까 씻고나와."
준면이 나가는 걸 본 세훈이 한창 풋풋했었던 고등학교시절을 회상해냈다.
.
.
.
"준면아.준면아."
"응?"
"너는 눈도 이쁘고."
세훈의 무릎에 누워있던 준면의 얼굴로 그림자가 드리우더니 눈위로 세훈의 입술이 내려앉는다.
"코도 이쁘고."
보송한 코에도 내려앉는다.
"입도 이뻐."
입술이 맞닿았다.
"씨발.꼴갑을 떨어요."
"민석아.부러워?"
"부,부럽기는!!!"
"민석아.넌 눈도 이ㅃ,"
"하지마요."
멀리서 준면과 세훈을 보던 민석이 틱틱대며 가고 루한이 쩔쩔매며 따라간다.
"..울지마.종대야.괜찮아."
종대의 눈에서 땀이 나오고있었다.
"준면아.너 사거리 앞에 있는 떡볶이집 가봤어?"
"아니,안 가봤는데."
"저번에 민석이랑 갔다왔는데 진짜 맛있어.오늘 먹으러갈까?"
준면의 눈썹이 미묘하게 올라간다.
"응.먹으러가자."
"매워?"
"응.쓰읍.."
"물 마셔.준면아."
웃어오며 물잔을 건네오는 세훈을 보며 준면은 새삼스레 제가 보는 눈은 높다며 물과 함께 말을 삼켰다.
"그렇게 매우면 이따 아이스크림 먹으러가자."
"나 아이스크림 진짜 좋아하는데!"
"다행이다.저번에 김민석하고 같이 갔는데 김민석 걔가.."
"안갈래."
"응?"
"안가고싶어."
"준면아.뭐 화났어?"
안절부절하며 제 눈치를 보는 세훈이 뭔잘못이겠냐며 아니라고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냥 겨울이고 하니까.."
"그,그럼 영화라도 볼까?"
"무슨 영화?"
"뭐 보지.."
"이번에 개봉한 비글사마귀는 어때?"
"그거 말고 딴거 보자.그거 재미없다더라."
"그래?"
"응.민석이가 보지말,"
"야!!!!"
..짜증내버렸다.너무 당황한 나머지 얼빠진 세훈이를 두고 혼자 나오기까지 했다.
"역시 수만고 치정싸움의 주역들."
"조용히 해라.종대야."
종대는 내심 기뻤다.저를 두고 온갖 털이란 털이란 다 날리던 준면과 세훈이 보기좋진 않았기때문이다.
"그러지말고 차라리 헤어지는게 어때."
"씨발새끼야."
"준면이 너 어쩜 그런 말을 할수가..!!"
종대 상처받았어!!찡찡대는 종대를 외면했다.
"난 뭔때문인지 알거같다."
"뭔데!?!"
"너때문이지."
"나?"
"응."
"왜??왜???"
"눈치가 없잖아.병신아."
"내가?"
"말끝마다 민석이민석이.안그래도 나랑 그렇고 그런 일이 있었는데 좋아하겠냐?"
"그런가.."
"생각해봐라.너라면 미카엘 걔가 하는말마다 종댄가 뭐시기면 좋겠냐?"
"아니.."
멍청한새끼.민석은 한심하다며 혀를 끌끌 찼다.
"그럼 너때문이네?"
"...뭐 그럴수도 있네."
"절교해."
"바라던 바야.씨발놈아."
"준면아."
"으,응?"
"니 친구 소개 해주면 안될까?"
"종대?"
"응.니 친구정도는 알아둬야지."
종대 알아놔서 좋을거없을텐데..
"..알았어."
일단 조금은 어색해진 세훈과 저의 사이를 어떻게든 돌려놔야했다.
"니가 종대구나."
"그러하다."
"....."
알아놔서 좋을거없을거라니까..도도하게 다리를 꼰채 세훈을 정확하게 노려보는 종대를 보고 준면은 한숨을 내뱉었다.
"본론부터 들어가지."
"응..?"
"한달 용돈은 어떻게 되나?"
종대야.왜그러니..
"우리 준면이 고생안시킬 자신은 있나?"
"어?어.."
"그 패기는 맘에 드는군."
"ㄱ,고마워."
세훈은 준면의 아버지와 대화를 하는듯했다.맞은편의 종대가 아버지 직업을 물어봐도 어색하지않을거같았다.
"그래,아버지는 무슨일을.."
"김종대!"
어색하긴 하구나..
"오늘 종대랑 같이 영화보러가자고할까?"
이상했던 첫만남과 달리 세훈은 종대와 빠르게 친구가 되어갔다.
물론 준면도 그것에 대해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있었다.자신의 친구까지 신경써가며 잘해주는 세훈이 너무나 고마웠다.
"그리고 같이 저녁도 먹고오면 딱 되겠다."
하지만 이건 아니였다.세훈의 친구를 넘기니 저의 친구가 기다리고있는건 끔찍했다.
"나 저번에 게임하다 세훈이 만났다?"
"그래?"
"응.그래서 같이 게임도 하고 쩔도 받고."
등을 팡팡 쳐오며 남친 잘뒀다는 종대의 말도 듣기싫었다.준면은 남자라면 한번쯤 거쳐야하는 게임을 안했다.못했다.
게임고자였다.준면은.
"종대랑도 잘 지내는데 왜 그럴까.."
"너는 적당선이란걸 모르냐."
"뭐?"
"야,아무리 그래도 적당이란게 있지.데이트때마다 걔 데리고다니면 되냐."
"나는 준면이 생각해서.."
"나라면 지금 니 좆 깠어.미카엘이라서 표현못하고있는거 다행인줄알아라."
세훈은 슬그머니 자신의 소중이를 감쌌다.
"그럼 어떡해..?"
"어쩌긴 뭘 어째.존나 사랑한다 너뿐이다!라고 말해."
세훈이 뛰쳐나갔다.정말 제말을 진지하게 듣고 나간거같다.
세훈이 넌 정말 흑역사꾸러기.
"준면아!!!!!!!!!"
오세훈이 왔다.4반아이들이 경계의 태세를 취했다.
"존나 사랑해!!!!!!!너밖에 없어!!!"
고백을 빙자한 예고살인인가봐.치밀한 자식.
세훈의 평판은 끝도없이 낮아지고있었다.
.
.
.
"아직도 안 씻었어?얼른 씻으라니까."
"준면아."
"왜?"
"존나 사랑해.너밖에 없어."
"존나가 뭐야.찬열이앞에서 그런말 하기만해봐."
눈물고이며 저한테 안기던 준면은 없다.
주,준며나...옷도 갈아입지않은채 소매로 눈물을 찍어내던 세훈의 옆으로 찬열이 종종 다가왔다.
"아빠?"
"찬열아."
"응?"
"백현이한테 잘해라.그게 중요한거야.남자하기에 달렸다고."
"아들.쓸데없는 말듣지말고 손닦자."
+다음날 찬열이는 경수에게 햇빛반 종인이를 소개시켜줬다고한다.
누이좋고 매부좋고 뽕도 따고 임도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