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열현성] Red addicts, White addicts 22 |
“ .. 으음. ”
자꾸만 가슴부근이 억눌리는 느낌에 인상을 찡그리며 천천히 눈을 떴다. 하지만 채 눈을 뜨기도 전, 밝은 빛으로 인해 부셔오는 눈. 혹시 여기가 천국일까, 괜한 궁금증으로 억지로 눈을 치켜떴다. 그러자 옆에서 잠시 웅성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 우렁찬 소리가 들렸다.
“ 깨어나셨다!! ”
“ ... ”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다, 갑자기 눈앞에 들이밀어지는 커다란 한 얼굴. 눈살을 찌푸리며 초점을 잡으니, 바로 이성종의 얼굴이 있었다. 순간 깊은 혐오감과 함께 그대로 이성종을 밀쳐버렸다.
“ 으읏- ”
“ 뭐하는 짓입니까, 더럽게 얼굴이나 들이밀고. ”
“ .. 뭐라구요? ”
“ 댁 얼굴 꼴보기도싫으니, 저리 꺼지라구요. ”
“ ... 허. ”
“ 왜 얌전히 죽으려는 애 붙잡아서 수술실에 가둬놓고 지랄이야. ”
확실히 달라졌다, 이성종에 대한 태도 혹은 말투들이. 더이상 가식적으로 유난 떨기도 싫었고, 이성종을 볼 때마다 자꾸만 이성열이 생각나서. 이성열이 죽은 것도 이성종 때문일거고, 또 내가 이성열의 곁에 가지못한것도. 어떻게보면 다 이성종 때문이였으니까 말이다.
“ .. 저리 꺼져. ”
“ 뭐라구요? ”
“ 나가라고, 이성종. ”
“ 하, 진짜 보자보자하니깐. 아무리 그쪽 상황이 뭐같아도 서로에 대한 예의는 지켜야하는 거 아닌가요? ”
“ 씨발새끼야, 너같으면 이 상황에 존나 가식적으로 잘도 쳐웃겠다? ”
“ ... ”
“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너 때문에 죽었어, 병신아. 넌 살인자라고, 존나 치명적인 살인자. 고작 목따위 물어서 죽이는 거 말고, 애새끼들 시켜서 비겁하게 죽이는 거. ”
검지손가락을 내밀어 이성종의 이마에 댄 채 여러 번 반복해서 밀었다. 너같이 쪼끄만 새끼때문에 내가 이딴 쓰레기됬다구요, 응?
“ 내가 너 어떻게든 해서 죽이기전에 빨리 나가라. ”
“ ... 하아. ”
이미 주변의 다른 어딕트들은 겁에질려 나간 지 오래였다. 이렇게 존나 비실비실해서 전쟁하면 잘도 이기겠다 씨발. 욕을 곱씹으며 당장이라도 일어날 태세를 취하자, 이성종이 꼴에 움찔거리더니 수술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잠시 숨을 고르며 몸을 살펴보니, 역시 만신창이로 되어있는 몸. 흐물흐물하게 불어터진 부분도 몇몇 보였고, 아예 살과 근육이 찢어진 부분도 그리 적지않았다.
“ .. 징그러. ”
혹시라도 연해진 피부가 또 흉측하게 찢어질까, 조심스레 옆에 놓인 옷을 입곤 가운을 걸친 채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그래, 마침 잘됐다. 이김에 인간들쪽으로 가서 남우현이랑 김성규한테 작별인사나 해야지-.
* (우현시점)
“ .. 김명수? ”
“ 안녕. ”
무참한 침묵이 감돈다. 허탈하게 웃고있는 김명수, 그리고 나. 김명수의 몸을 살펴보니 그리 좋지않은 듯 해 방으로 들어가 구급소독약을 가져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사래를 치며 괜찮다고 말하는 김명수. 괜찮긴 뭐가 괜찮아, 새끼야.
“ 괜찮아, 괜찮아. 어차피 아빠 의사라서 아빠한테 말하면 돼. ”
“ 씨발, 너네아빠 의사인거 자랑하냐? 우리 아빠도 외교관이거든. ”
장난스레 김명수의 말을 받아치니, 역시 잠시 웃더니 역공격을 하는 김명수다. 열, 말빨 좀 늘었네?
“ 지랄. 외교관이면 뭐하냐, 어차피 레드랑 화이트밖에 없구만. ”
“ 나름 중요해 새끼야. 우리아빠가 너네 어딕트 간부들 다 알거든? ”
“ 우린 그런 거 없어도 너네 신원파악 조사잘하그든요. ”
“ 그래, 니똥굵다 이 똥꾸멍아. ”
은근 노려보며 빨간 소독약을 꺼내 조심스레 김명수의 상처부위에 약을 발랐다. 그러자 우렁찬 소리를 내며 아프다고 말하는 김명수. 원래 아픈 게 다 좋은거야. 자세히보니 몸 이곳저곳에 뼈가 다 보일만큼 많은 근육과 혈관들이 죽어있었다.
“ .. 대체 뭘 했길래 이지경이 된거냐. ”
“ 물에 들어갔어. ”
“ 뭐? ”
“ 바닷가가서, 대략 몇 십분동안 잠겨있었거든. ”
“ 뭐때문에. 설마.. 니가 의도한 건 아니겠지? ”
김명수의 말이 듣자마자 표정이 퍼석 굳어버렸다. 물이라니, 그건… 많이 위험한데. 잘못하면 사망에 이르는, 아니 잘해도 사망에 이르고 못해도 사망에 이르는.
“ 내가 의도했어. ”
“ .. 왜. ”
“ 이성열이.. 너무 지독해서. 그래서 나도 걔 곁으로 가려고. 사실 지금 온 것도 작별인사하려고 온 거야. 그래도 우리 꽤 친했었… ”
말을 잇는 김명수의 뺨에 꽤 힘을 실은 채 그대로 주먹을 꽂았다. 정신또라이병자다 이건, 뭐라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분노감에 휩싸여 씩씩거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했다. 김명수 이 미친새끼야, 진짜 제대로 돌았구나 씨발. 이성열이 뭐길래, 니가 죽으려고 해. 너랑나랑 이것밖에 안됬었냐? 어?
“ .. 미친새끼. 널 소중히대했던 내가 병신이지 씨발. ”
“ ... ”
“ 그래, 레드어딕트고뭐고 다 씨발좆새끼구나 진짜. 다 거지버러지네, 인간이 제일낫네 씨발 ”
“ ... ”
“ 능력, 머리좋으면 뭐해, 쓸 줄을 모르는데. 김명수씨발아 넌 대가리가 장식이냐? 어? ”
“ ... ”
“ 나한테.. 나한테 힘들다고 말할 시간, 1분 1초도 없었냐? 이성열 생각하면서 애자처럼 질질 짤 시간은 있고, 나한테 고민털거나 그런건? 너랑 나랑 쌩판 남남이었냐? ”
곧 큰 소리에 방 안에 있던 성규형이 눈치를 보며 거실로 나왔다. 왜그래, 싸우지마-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싸우는 줄 알고, 낑낑대며 달래는 모습이 왠지 안쓰러웠지만 그래도 이대로 분을 삭힐 순 없어 못 들은 체 계속 화만 냈다.
“ 말해 새끼야. 난 너 병원에서 질질짜고 애자같이 있었을시간동안 니생각하면서 어떻게하면 이성열 살려낼까, 어떻게하면 니가 좀 나아질까… 존나 머리부여잡고 있었는데. 오죽하면 이딴 돌머리가지고 다 생각하고 또 생각했는데 씨발 넌 그냥 죽으려고 바닷가나 뽈뽈 기어가고있었냐? ”
“ 우현아, 진정해. 응? ”
“ ... ”
“ 됬다, 말 할 가치도 없어. 앞으로 다신 아는 척 하지마라. 아니, 그냥 전쟁터에서 보자, 존나 이성열처럼 니말대로 치명적이게 죽여줄테니까. ”
그 말을 끝으로 그대로 방안에 들어가 이불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뒤집어썼다. 잠시 후 김명수를 위로하는 성규형의 말소리가 드문드문 들려왔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아는 척도 안할거고, 계속 모른척할거니깐-. 말 걸 가치도 없는 병신새끼니깐 말이다.
* (성규시점)
머리가 아프고, 그냥 골치 아프다. 안그래도 성열이때문에 힘들어죽겠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데 오늘도 집안은 난장판이다. 결국 방 안에서 죽을 떠먹으며 침대에 쓰러지듯 누워있는데, 또 밖에서 들려오는 둔탁한 소리. 그 소리에 놀라 몸을 일으키려는데, 순간 머리가 핑 돌았다.
“ .. 으. ”
간신히 침대 모서리를 붙잡고 일어나 천천히 문 쪽으로 향했다. 문 앞에 서, 최대한 힘든 모습을 보이지 않게 목소리를 가다듬은 후 어깨를 쫙 펴곤 거실로 나갔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분위기의 중압감 때문인지, 나도 모르게 눈치를 보며 어정쩡하게 두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갔다. 역시 예상대로 잔뜩 심통이 난 채 명수를 노려보고 있는 우현이다. 나같으면 오히려 명수가 힘든 걸 아니까, 그러니까 차라리 달래줄텐데- 그런데 우현인 나완 다르게 달래주진못할망정 오히려 화만 내고있었다.
“ 말해 새끼야. 난 너 병원에서 질질짜고 애자같이 있었을시간동안 니생각하면서 어떻게하면 이성열 살려낼까, 어떻게하면 니가 좀 나아질까… 존나 머리부여잡고 있었는데. 오죽하면 이딴 돌머리가지고 다 생각하고 또 생각했는데 씨발 넌 그냥 죽으려고 바닷가나 뽈뽈 기어가고있었냐? ”
“ 우현아, 진정해. 응? ”
지치고, 힘들다. 정말 우울증이라도 걸릴 것처럼, 모든 게 다 짜증이나고 울적하며 죽고싶을만큼 눈물이 난다. 모든 건 성열이 죽은 뒤부터였다. 성열이 죽고 난 뒤 모든 게 차차 무너뜨려졌으며, 이젠 하다못해 나까지. 괜히 성열이 원망스러워졌다.
“ ... ”
“ 됬다, 말 할 가치도 없어. 앞으로 다신 아는 척 하지마라. 아니, 그냥 전쟁터에서 보자, 존나 이성열처럼 니말대로 치명적이게 죽여줄테니까. ”
그래, 오늘도 내 말은 무참히 씹힐 뿐이다. 한 숨을 쉬며 둘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하는데, 결국 우현이 분을 삭이지 못한 채 방문을 쾅 닫곤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천천히 시선을 돌려 명수를 바라보면, 역시 소파 밑에 주저앉은 채 가만히 허공을 응시하고 있는 명수. 그의 몸 이곳저곳에 난 상처가 안쓰러웠다.
“ .. 명수야. ”
“ ... ”
역시나 대답은 없다, 다만 위태롭게 날 바라보고있는 눈동자만이 대신 답해줄 뿐. 그대로 명수의 눈높이를 맞춰 나긋나긋 말을 이었다.
“ 많이.. 힘들지? ”
“ ... ”
“ 그래도, 우리 조금만 힘내자. 아까 우현이가 말했듯이, 우현이랑 나랑 다 생각해놨어. 최대한 널 배려해서. ”
“ ... 후우 , ”
“ 어쩌면.. 어쩌면 실패할 진 몰라도. 그래도.. ”
“ ... ”
“ 우리 시도라도.. 해보자. 그럴 수 있지, 명수야? ”
오랫동안 움직이지않아 퍼석해진 얼굴근육을 억지로 움직여 웃어보였다. 그러자 잠시동안 가만히 날 바라보던 명수가 이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곤 다시 한 번 웃어보이다, 이내 아까 우현이 말해줬던 계획을 조근조근 말해주었다.
“ 어때, 괜찮겠어? ”
“ .. 응. ”
“ 다행이다, 걱정 많이 했는데. ”
“ .. 고마워. ”
드디어 아까부터 꾹 다물어져있던 그의 입술이 떼어지며 잔뜩 잠긴 목소리가 나왔다. 왠지 그 모습이 눈물나게 안타까워 나도 모르게 흘려진 눈물을 소리없이 훔쳤다.
“ 오늘, 여기서 자고 가. ”
“ 싫어. ”
“ 싫어도 안 돼, 우리 계획 성공시키려면 어쩔 수 없어. 조금 힘들겠지만, 그래도 자. ”
“ ... ”
“ .. 내일 아침 6시에 깨워줄게. 난 마지막까지 너 믿는다, 김명수. ”
힘들게 말을 마치곤 그대로 우현이 있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자꾸만 뒤처지는 발걸음이 끝내 신경쓰여, 뒤를 돌아보니 가만히 고개를 숙인 채 바닥을 응시하고 있는 명수. 그리고 난 그 모습을 보고 생각한다, 이 지독한 악몽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
BGM : G-DRAGON : 악몽
브금이 방해되시는 분은 끄셔도됩니다!
긴급회의, 꼭 봐주세요! (22편 읽어주시고나서!) |
네, 안녕하세요 라봉입니다! 일단 오늘 편이 짧다고 생각되시는 분은 ㅈ..죄송합니다 큼큼 일단은 말이에요, 다름아니라 다음편이 완결입니다! ㅠㅠㅠㅠㅠ네 솔직히 이 말을 들으신 여러독자분들께선 ' 읭? 아직 내용정리도안됫구만 무슨완결이여 ' 대충 이런반응을 보이실거에요.. 네 이해합니당 ^_______^ㅠ 그래서! 다음편은 무척 길게 뽑을 예정이구요, 번외도 있고 그 번외는 총 2편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그리고 긴급회의가 나온 이유 중 가장 큰 이유에 속하는 이 문제. 바로 텍파메일링이에요. 사실 레어화어가 첫작이자 습작에 해당되기도했고, 그래서 처음부분과 현재부분의 문체가 많이 달라요. 특히 처음부분은 제가보기도민망할정돟ㅎ.....네똥글이더라구요 무튼 쿨럭ㄱ쿨럭 그리고 씬도 있긴한데.. 솔직히 텍파로하기엔 다소 수정할부분도 많고… 게다가 안맞는 면도 다소 좀 있더라구요. 그래서 정말정말정말정말정말정말ㄹ정마럴자러ㅏ어랒멀ㄹ알멀ㅏㄹ!!!!! 원하시는분들껜 수정하진못하지만 그래도 그대로 짜깁기해서 보내드릴 수 있구요. 되도록이면 텍파로보실 땐 엄청 막장이 될 수 있으니까 네.. 말씀안해도아시겟졍?후후후후ㅜㅎ 그리고 미리말씀드릴게요. 암호닉 있으신 그대들! 레어화어엔 쓸데없이 고퀄인 텍파메일링 기간이있어요ㅋㅋㅋㅋㅋㅋ아 내가말하기도뻘쭘하닼ㅋㅋㅋㅋㅋ그냥 해주셔도 굽신굽신해야하는데.. 뭐 쨋든ㄴ말이졍.. 암호닉잇으신그대들에겐 텍파메일링 기간에 상관없이 언제든지보내줄수잇어요! 그러니까 완결이 남은상태인 지금 암호닉없으신그대들은 뭐 하시려면 암호닉 만드셔도좋아요 ㅎㅎ! 뭐 쨋든.. 다음편이 완결이라니 작가인 저도 뻘쭘뻘쭘하네요유ㅠㅠㅠㅠ아 그리고 제일중요한 게 남았네요 제가 사실은 ‘ 김공커 ’ 라는 이름으로 ‘ 말할 수 없는 비밀 ’ 을 연재중이잖아요? 그런데 솔직히 저작권문제도 있는 것 같고, 개인사정도 있고 여러가지문제로 ‘ 말할 수 없는 비밀 ’ 을 연중하게 됬어요..ㅠㅠㅠㅠ 여러독자분들께 정말 죄송한 마음밖에없구요, 나중에 따로 연중공지도 올릴 예정입니다. 그리고 이걸 계기로 더 좋은 신작도 가지고오려구요ㅎㅎ 공백기간은 얼마 안걸릴거에요!
에그 말이 너무 길어진 것 같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그대들! 좋은글 나쁜글 합쳐지고 긴급회의도아니고 뭐 뒤죽박죽이지만, 그래도 이정도로 구성되어있다, 사후 이럴것이다 라고 미리 말씀드리는거에요 ㅎㅎ 그대들 일단 미리 말씀드리지만 레어화어읽어주셔서감사했습니다ㅠㅠ 독자분들이랑 잠시 헤어질생각에 벌써 뭉클하네요ㅠㅠ 그럼, 다음편을 마지막으로 찾아오겠습니다. + 다음편은 번외 1,2 편까지 딸려오기때문에 나올때까지 시간이 많이 소요될거에요. 그대들 사랑합니다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