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현성] 어서오세요, 남우현의 뽀뽀 더 라디오! 01 |
“ 안녕하세요, 오늘도 남우현의 뽀뽀 더 라디오 입니다! ”
우현이 라디오실 유리창 너머로 비치는 커다란 플랜카드를 든 자신의 팬들을 보곤 함박웃음을 지으며 인사를 시작했다. 그러자 우렁찬 함성을 지르며 순식간에 달려드는 팬들. 우현이 진정하라는 듯 손을 잠시 흔들다 다시 입을 열었다.
“ 음, 우선 오프닝곡으로 팬텀의 ‘ 얼굴 뚫어지겠다 ’ 들으면서 남우현의 뽀뽀 더 라디오 시작할게요. 모두들 쪽 ! ”
우현의 짧은 뽀뽀소리와 함께 노랫소리가 흘러나온다. 역시 보이는 라디오라 그런지, 주변을 의식하며 라디오 대본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우현. 탁자위로 종이 몇 묶음을 두어 번 탁탁 치더니 작동중인 카메라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곤 자신의 머리위로 두 팔을 들어올려 하트모양을 만든다음 던지는 시늉을 하며 지켜보고있을 팬들에게 온갖 팬서비스를 한다. 그러자 곧 유리창 너머로 질투섞인 야유소리가 들려오고, 머쓱히 웃으며 역시 유리창 쪽 팬석에도 못지않은 하트를 숑숑 날리는 우현. 그렇게 장시간 팬서비스 대란이 일어나다 노래가 끝났다.
“ 네, 시작부터 달달하고 아주 좋네요. 그나저나 오늘따라 팬분들이 정말 많이 오셨어요! 음.. 오늘 아주 스페셜한 게스트분이 있어서 그런진 몰라도말이에요. ”
“ 장동우! 장동우! ”
“ 으엑, 역시 스페셜하셔서 그런 지 팬분들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네요~ 들으신대로 오늘은 동우씨가 저와 함께 뽀뽀 더 라디오 1, 2부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
“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악!!!! ”
“ 으헤헤헤헤헤헿, 안녕하세여 장동우입니다! ”
“ 꺄아아아아아아아악!! 장동우다!! 우워어어어어어어!! 간지가 폭발하겠어!!!!!! ”
요우, 췌키라우, 왓썹 췰린췰린! 동우가 커다란 팬들의 함성에 흥분한 나머지 온갖 힙합수식어들을 막힘없이 내뱉으며 거창하게 인사했다. 그에 따라 열렬한 환호를 내지르며 마치 자식의 재롱잔치를 보듯 뿌듯한 눈길로 그를 바라보는 팬들. 드디어 본격적으로 라디오가 시작되고, 팬들의 함성소리가 커져갈 때 마다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예의 그 팔자미소를 지으며 살짝살짝 하는 우현이었다.
“ 와, 팬분들이 정말 많이 오셨어요! 동우씨 기분 좋으시겠어요? ”
“ 으흐헤히헤헤헤헿 좀.. 좋아여. ”
“ 네! 저도 그럴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먼저 이번에 큰맘먹고 쓰셨다는 정규앨범 타이틀곡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궁금해요~ ”
“ 으헤히흐.. 그게 말이져.. 호워니, 아니 호원씨랑 같이 작업한건데여. 크라잉이라구… ”
줄곧 동우의 타이틀곡 소개가 이어진다. 타이틀곡부터 수록곡까지, 그 곡엔 누가 작업에 참여했고, 심지어는 사장님이 크라잉을 부를 땐 하얀 양말을 신지말랬다는 둥 사소한 이야기까지 모두 다. 결국 모니터 위로 좀 지루하다는 말들이 올라오고, 감독이 그만하라는 신호를 보내고나서야 동우가 머쓱하게 웃으며 말을 끝냈다. 그리고 그제서야 모니터 속 지루하다는 말들도 점차 사라지기 시작한다.
“ 으헤힣, 말이 좀 길어졌네여. 어쨌든, 이번 정규앨범 마니마니 사쥬세여! ”
“ 네, 동우씨 타이틀곡소개 잘들었습니다! 오,지금 글이 쭉쭉 올라오고 있어요. 7809님, 동우오빠 말투 완전 귀여워요~ 네, 제가봐도 동우씨 말투는 참 특이한것 같네요. ”
“ 어흐힣, 그래여? 저는 별로 안 그런 것 같은데.. ”
“ 에이, 아니에요 동우씨! 얼마나 귀엽고 듣기좋은데요. 아마 오늘 남우현의 뽀뽀 더 라디오 들으시는 분들 귀 엄청 호강하실 것 같습니다. 부러워요~ ”
“ 헤헤…. ”
“ 자, 그럼 이 시점에 잠시 타이틀곡 들어볼까요? 호원씨가 피처링해주신 장동우의 Crying ! 자, 그럼 다시 여러분들 쪽! ”
곡 소개가 끝나고, 헤드셋을 벗은 우현이 숨을 돌렸다. 어느 새 녹화가 시작된 지 10분이나 지났다. 동우의 기나 긴 타이틀곡 소개덕에 3분이나 깎아먹은 셈. 밉지않게 동우를 흘깃흘깃 바라보다 한 숨을 쉬곤 다시 대본을 쭉 바라보았다. 두 시간 분량은 언제 다 채우나- 오늘도 우현의 다크서클은 턱까지 내려올 듯 길기만 하다.
*
“ 하아, 하아…. ”
거친 숨소리가 열기로 후덥지근한 연습실 안에 울려퍼진다. 벌써 9시간 째 연습중, 핸드폰 홀드를 몇번 열었다 닫던 성규가 한 숨을 쉬었다. 힘겹게 땀에 절은 몸을 일으켜 아직도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는 오디오를 몇 번 움직여 FM으로 채널을 바꾸었다. 그러자 FM 채널엔 마침 자신이 연습생으로 속해있는 같은 울림엔터테인먼트 연예인인 우현의 라디오가 나오고 있고, 조용히 숨을 돌리며 잠자코 듣는 성규. 그의 모습이 유난히도 무척 힘겨워보였다.
“ 네! 저도 그럴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이번에 큰맘먹고 쓰셨다는 정규앨범 타이틀곡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궁금해요~ ”
“ 으헤히호흐.. 그게 말이져.. 호워니, 아니 호원씨를 같이 작업한건데여. 크라잉이라구… ”
궁금하긴 개뿔, 듣던도중 저절로 욕이 나왔다. 매일 소속사에서 마주칠 때 마다 자신에게 가운데손가락을 들어보이며 뻐킹뻐킹거리질 않나, 자기보다 나이많은데 아직도 연습생이냐며 잔뜩 도발하질 않나. 다시 생각나는 지난 날들의 굴욕에 성규가 이를 뿌드득 갈았다. 내가 진짜 데뷔하기만해봐, 남우현이고 나발이고 내 발밑에서 뽈뽈 기게 만들어버릴거야.
“ 으헤힣, 말이 좀 길어졌네여. 어쨌든, 이번 정규앨범 마니마니 사쥬세여! ”
“ 네, 동우씨 타이틀곡소개 잘들었습니다! 오,지금 글이 쭉쭉 올라오고있어요. 7809님, 동우오빠 말투 완전 귀여워요~ 네, 제가봐도 동우씨 말투는 참 특이한것 같네요. ”
결국 핸드폰에다 라디오 번호를 찍고, 남우현을 모방하는 글을 잔뜩 적었다. ‘ 남우현ㅗㅗ진행개못함; ’ , 아 내가봐도 너무 잘한 것 같아. 보이는 라디오를 볼 수 없다는 점이 좀 아쉽긴했지만 보지않아도 남우현의 표정은 딱 예상이 갔다. 아마 잔뜩 똥씹은 표정을 하며 빨리 모니터 스크롤바를 휙휙 내리고있겠지.
더 이상 들을 인내심이 존재하지않아 그대로 오디오 콘센트를 뽑아버렸다. 그리곤 움직이기 귀찮은 나머지 그대로 연습실 바닥에 대자로 뻗어 뒹굴뒹굴 굴러다녔다. 계속 돌아다니다 마침 거울 저편 구석까지 도달하고, 그렇게 잠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어떻게보면 남우현의 말이 꼭 틀린 것만은 아니다. 어느 새 내 나이는 22살이 되어있었고, 현재 가요계나 연예계엔 10대가 수없이 많으니. 풋풋한 고딩들부터 새파랗게 젊은 중딩들까지 아주 쭉 말이다. 하지만 난 성인, 그것도 22살이나 되어서 아직 연습생이나 하고있고 이게 대체 무슨 짓인가.
“ ..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악!! ”
역시 짜증날 땐 샤우팅이 짱이지 , 마음껏 소리를 지르니 그동안 수없이 연습했던 게 보여지기라도 하듯 일정하게 목소리가 늘었다 줄어들었다 쫀득쫀득하게 변한다. 솔직히 이정도면 데뷔할 만도 한데…. 천천히 몸을 일으켜 복도로 나가 옆 연습실 뿌연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한 인영을 바라보았다. 그 인영은 다름아닌 명수, 역시 땀에 잔뜩 절은 채 열심히 춤을 추고 있었다. 큰 댄스 사운드에 뒤덮여 문이 열리는 소리가 묻히고, 살금살금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커다란 거울에 비치지 않게 연습실 안으로 들어갔다. 역시 아무것도 모르는 김명수. 두근거리는 내 연약한 쿠크다스 심장을 꼭 쥔채 까치발을 들어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겼다.
“ .. 푸엥취!! ”
하지만, 예상 치 못하게 코가 간질거림과 동시에 어느 새 내 입에선 재채기가 나오고 있었다. 아, 안 들킬 수 있었는데. 입맛을 쩝 다시며 김명수를 바라보면, 벙찐 표정으로 모든 동작을 멈춘 채 날 바라보고있는 김명수. 곧 같이 춤을 추고있던 백댄서들이 슬슬 흩어지며 의자에 앉아 숨을 돌린다.
“ 뭐야, 언제부터 와있었어? ”
“ 금방, 너 연습하려는 거 좀 보려고했더니만 이놈의 재채기때문에. ”
“ 진짜 문제있는 거 아냐? 비염도 아니고. ”
“ 글쎄, 비염이려나. ”
“ 나중에 진짜 음악방송에서 노래부르다가 재채기나오면 어쩌려고그래. ”
“ 정말 글쎄말입니다, 음악방송에 설 날이 있기는하려나. ”
전혀 영양가없는 사소한 이야기를 하며 같이 의자에 털썩 앉았다. 그나저나, 형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우린 대체 언제 데뷔하냐? 벌써 몇 년 지난 것 같은데. 역시 명수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던 듯, 걱정스런 표정으로 자꾸만 핸드폰 플립을 열었다 닫았다 했다. 이러는 동안에도 시간은 흘러가고, 우린 그렇게 점차 나이를 먹고. 연예게에 데뷔하면 시간도 금방금방 간다던데 이렇게 데뷔하다 정말 어느 새 30대가 되어 공연도 잘 못하고, 그런 건 아닌가싶다.
“ 지금 시간대면 남우현의 뽀뽀 더 라디오 할 타임 아닌가? ”
“ 우웩, 보기도싫어 그 새끼. 완전 혐오 대박이야. 진짜 내가 남사육이랑 같이 데뷔안해서 다행이지. ”
“ 푸헥, 남사육은 뭐냐? 남우현 말하는거야? ”
“ 몰라, 그 새끼 이름 입에 담기도싫어. 어쨌든, 넌 그 억양이나 좀 고쳐라. 너랑 노래부를 때마다 웃겨서 못부르겠어. ”
“ 꾸래? ”
다시 들리는 명수의 특이한 억양에 한참동안 배를 쥐어잡고 있어야했다. 마침 백댄서중에 남우현 광팬이 있는 듯,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던 음악대신 남우현의 목소리가 커다랗게 울려퍼졌다. 으으- 듣기싫어. 손으로 두 귀를 꼭 막곤 인상을 찡그리자 명수가 쿡쿡 웃어보였다. 그렇게싫어?
“ 아! 여러분, 그거 아세요? 저랑 동우씨랑 사실 같은 엔터테인먼트에요~ 우리 소속사에서 많이 마주쳤었죠, 동우씨? ”
“ 으헤헤헤히헤, 네! 저희 진짜 친해여~ ”
맞다, 장동우도 우리 소속사였지. 무슨 범죄자처럼 매일 후드집업을 입고 야구모자를 꾹 눌러쓴 채, 배기바지를 입곤 뱃지를 주렁주렁달아 누가보면 힙합을 최초로 창제한 사람처럼 보일 정도로 그는 치장을 굉장히 치렁치렁하게 하고다녔었다. 심지어 요앞 편의점이나 슈퍼를 갈 때에도. 오늘 보이는 라디오에서도 그렇게 보이려나? 아니, 코디가 깔끔하게 입혔을지도 몰라. 괜히 쓸데없는 잡생각에 잠겨있는데, 옆에서 명수가 팔을 툭툭 친다.
“ 연습 안해? 아직 열시밖에 안됐잖아. ”
“ 음.. 오늘은 너무 피곤해서. 사실 이때까지 하루에 막 열두시간씩 연습하다보니까 하루는 좀 자둬야할것 같아서… 솔직히 계속하다가 무슨 감기같은 거 걸려서 며칠 골골대는 것보단 낫잖아. ”
“ 음, 그건 그렇다. 그럼 푹 쉬어- 나 연습한다. ”
“ 독한 놈. ”
내 말에 머쓱하게 웃어보이더니 다시 연습실 중앙으로 가 댄스음악으로 바꾸고, 열심히 춤을 추는 명수다. 잇따라 무리지어 수다를 떨던 백댄서들도 하나 둘 모여 춤을 추고-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곧 정신을 차리고 연습실로 가 옷을 챙겼다. 빨리 샤워하고 자야지-
*
“ 수고하셨어요, 동우씨. ”
“ 흐헤, 아니에여. 그럼 저 먼저 가볼게여~ 수고하세여! ”
곧 동우가 경호원에게 둘러싸인 채 수많은 인파속을 헤치며 건물 밖으로 나갔다. 그리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탁자 위에 어지럽게 놓여진 대본들을 다시 정리해 작은 책꽂이에 꽂아두곤 슬슬 갈 준비를 했다. 주변 곳곳에서 수고했다며 인사를 나누는 스태프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곧 그틈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림과 함께 그곳을 바라보니, 다름아닌 매니저형. 빨리 소속사로 가봐야한다며 부추기는 바람에 재빨리 외투를 걸치곤 스태프들에게 인사도 채 하지 못한 채 바로 밴에 탑승해야했다.
“ 뭐야, 왜 이렇게 서둘러? ”
“ 잠시만, 시동 좀 걸고. ”
거남이형이 몇 번 기어를 바꾸더니 곧 출발했다. 뒤늦게 안전벨트를 매고, 가방을 뒷좌석에 옮겨놓은 뒤 편하게 자리를 잡곤 다시 물었다. 뭐, 보스가 급하게 말할 거라도 있대? 나 요즘 잘하고 있는데 왜.
“ 그게 아니라.. 성규씨 알지? ”
“ 성규? 음, 아.. 그 삭은 연습생? ”
“ 삭았다니, 그렇게 말하면 안 돼. 어쨌든, 그 분이 곧 명수씨랑 데뷔하게 될 거야. 인피니트란 예명으로. ”
“ 인피니트? 에, 그게뭐냐. 인피니티도 아니고. 데뷔곡이 부릉부릉이거나 그런 건 아냐? ”
우스갯거리로 까르르 거리니, 거남이형이 못말린다는 듯 잠시 바라보더니 신호등의 빨간 불에 맞추어 차를 잠시 멈추었다. 잠시 숨을 가다듬던 거남이형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근데, 사장님은 좀 기대를 많이하시거든. 그러니까 너 이번에 뽀뽀 더 라디오 하는 거에….
“ 엑? 미쳤어?! 그 초짜들을 무려 내 라디오에 삼주일씩이나?! ”
“ 한 달 아닌거에 감사해, 임마. 어쨌든 날짜 정확하게 잡히면 그 때 다시 알려줄테니까 참고하란거야. 참고로 남뽀라 작가님이랑 스태프분들한테도 다 말해놨어. ”
“ 와.. 미쳤네 진짜. 어떻게 나한테 한 마디도 상의안하고 그럴수가 있어? ”
“ 닥쳐. 이제 소속사 다 왔으니까 사장님한테 말 잘하고. 저번처럼 샤우팅 지르거나 하면 진짜 죽는다. ”
“ 언젠간 내가 팬들한테 이거 다 고발할거야. 어떻게 매니저가 가수를 협박한데? ”
“ 됐고, 다왔다. ”
거남이형의 말에 코팅된 차창 밖을 바라보니, 역시 소속사앞을 지키고있는 팬들이 보인다. 잘못하다간 또 사생이 붙을 것 같아 뒷좌석에 있던 가방을 다시 꺼내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쓰곤 마지막으로 야구모자까지 꾹 눌러썼다. 게다가 어차피 풀 메이크업도 아니라서, 잘못했다가 대포카메라에 걸리기라도 하면 끝장이다 정말.
꼼꼼히 철저하게 위장중인 내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거남이형이 다됐냐며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작은 파우치를 가방에 넣곤 지퍼를 채우며 고개를 끄덕이니, 잠시 숨을 크게 들이켰다 내뱉더니 밖으로 나가 내쪽 차문을 열어주는 거남이형. 그에따라 소속사앞에 몰려있던 팬들이 함성을 지르며 이쪽으로 뛰어왔다. 와, 겁나 무서워..
“ 꺄아아아아아아악!! 남우현이다!! ”
“ 오빠 오늘 남뽀라 겁나 좋았어요!! 오빠 싸인 한장만!!! 꺄아아아아아아아악!!! 대박남신!!!!!!!! ”
역시 경호원이 없어서그런지, 이곳저곳에서 어느 신체부위든 구분치않고 몸을 터치해오는 손길에 금방이라도 구역질이 나올 것 같았다. 어머, 당신 지금 어딜건들이는거야! 나 고자되는 꼴 보고싶어?
“ 꺄아아아아악!! 우혀니 피곤한가봐!!!!!!!!! ”
여러 곳에서 터지는 플래시에 눈이 부셔 팔을 들어올려 눈을 잠시 가리니, 피곤해보인다며 금세 걱정하는 목소리로 돌변하는 팬들이다. 어머, 어떡해 우리 우현이 많이 피곤한가보다. 그러는 와중에도 계속 소속사 앞을 지키고있는 꼴이 그저 어이없는 웃음만 나와 빨리 소속사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곧 지문 인식으로 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역시 코팅된 로비유리쪽을 힐끔 바라보면 내 몸짓 하나하나를 소름돋도록 뒤따르는 몇십쌍의 눈동자들이 보였다. 어우, 대박 소름돋아.
“ 경호원 좀 붙일 걸. 오늘은 꽤 늦어서 괜찮으려나 했더니 그래도 많네. 괜찮아? ”
“ 응, 괜찮아. 형은? ”
“ 나야 뭐… 저 사람들이 내 팬도 아니고, 자기들한텐 너 못보게하는 막는 사람이랑 똑같으니까 그냥 짜증만 내는데 뭐. ”
“ 에이, 그래도 인터넷 몇몇 곳에서는 형이랑 나랑 커플링 엮고 그러더라. ”
“ 세상에, 단단히 미쳤구만. ”
거남이형이 줄곧 혀를 끌끌차며 보스가 있는 곳으로 인도해주었다. 말잘해라, 남우현. 말 한번 잘못했다간 이글거리는 눈빛레이저빔으로 금방이라도 죽일듯해 벌벌 떨다싶이 방에 들어갔다. 하지만 들어가봤자 역시 들리는말은 똑같을뿐. 이번에 김성규라는 22살 연습생이 김명수랑 함께 데뷔를 하게된다니, 남뽀라에서 좀 밀어줬으면좋겠다니….
“ 네, 알겠습니다. ”
“ 그럼 부탁 좀 한다. ”
“ 네. ”
“ 그래, 내일 라디오빼고 스케줄 통째로 비워놨으니까 푹 쉬고. ”
“ 감사합니다. ”
짧게 목례를 하곤 방을 나섰다. 그나저나, 왠일로 보스가 스케줄을 비워준거지? 처음듣는 소식에 기분이 좋아 칠렐레팔렐레 거리며 소속사 복도를 마음껏 누비는데, 저편에서 익숙한 인영이 하나 보였다. 누군가하고 살금살금 다가가보니, 다름아닌 김성규. 아직 뒤에 내가 따라오고있다는 걸 모르는 지, 몇몇 옷가지를 팔에 걸친 채 복도를 걷고있었다. 여러가지 세면도구와 바디워시가 들린 걸 보니 아마 샤워실로 가는 듯 했다.
“ .. 크흠. ”
“ 으왁!!!! ”
바로 뒤에서 인기척을 내니, 예상대로 큰 소리를 내며 놀라는 김성규. 괜히 그 모습이 웃겨 얄밉게 웃어보이니, 잠시 벙찐 표정으로 바라보다 이내 ‘ 나 화났소 ’ 라는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문 채 노려본다. 저 빨갛고 얇은 입술에선 대체 어떤 말이 튀어나올까. 부쩍들어 겉으론 싫은 척 해도 사실 요즘 김성규에게 관심이 가는 건 사실이였다. 그냥 남자주제에 야시시하게 생긴 것도 신기하고, 건들 때마다 막 사막여우같은 표정으로 틱틱대는데 그 반응이 꽤 웃겨서. 단지 그 이유로 말이다.
“ 아, 뭐에요 진짜! 사람갖고 장난치는것도 아니고! ”
“ 됐고, 오늘 남뽀라 들었냐? 나 오늘 겁나잘했는데. 뭐 니 말투랑 똑같은 사람이 이상한 말 보내서 중간에 좀 찝찝하긴 했지만…. ”
“ 아, 진짜 반말 좀 쓰지말라고요. 댁 나보다 나이 적으면서 그러는 거 굉장히 불쾌하거든요? ”
“ 어쩌라고. 그래도 내가 연예계나 가요계쪽에선 완전 대선배거든? ”
“ 지랄. 너네 동네에선 그게 통하니? 우리동네에선 그런 거 안통해. ”
말 하는 것 자체가 그냥 웃긴다. 나중에 저거 팬싸가서 써먹어야지- 아니, 난 완전 부드럽고 자상한 남자이미지니까 다른 거 해야겠다. 쿡쿡 거리며 계속 김성규앞에 서 있으니, 김성규가 얘 뭐냐는듯한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그러다 곧 짜증스러운 듯 몸을 홱 돌려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고-
“ 뭐야, 왜 빨리 가? ”
“ 참 나, 지가 뭔 상관이래. ”
“ 샤워하러 가는 거 아니야? ”
“ 변태에요? 알면서 왜 따라온데 진짜. ”
자기 딴엔 도도한 척 새침하게 걸어가는 데, 뒷모습은 뒤뚱뒤뚱 귀여운 새끼오리마냥 걸어가는 것 같아 다시 한 번 웃음이 나왔다. 아까 동우와 진행했던 남뽀라의 피로는 이미 풀린 지 오래. 그렇게 김성규의 뒷태를 감상하며 정신없이 걷다보니 어느 새 샤워실앞에 도착해있었다. 결국 김성규가 샤워실앞에 우뚝 멈춰서고, 아니꼬운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뭐 어쩌라고.
“ 댁 샤워하실 거 아니죠? ”
“ 아마도? ”
“ 그럼 그만 좀가요, 진짜 거슬려죽겠네. 왜 이렇게 못잡아먹어서 안달이에요? ”
“ 그런 거 아닌데. ”
“ 그럼 그만 좀 쫓아오란말이야, 댁 은근 사람 피곤하게 만드는 재주있다구요. ”
하긴, 눈치를 보며 김성규의 눈을 흘깃 바라보니 온갖 피곤에 찌든 눈빛으로 가득하다. 에이, 오늘은 그냥 가야겠다- 아쉽게 입맛을 쩝 다시며 선심쓴다는 표정으로 돌아서니, 보지않아도 썩은 표정으로 날 바라볼 김성규가 한눈에 보였다. 오늘도 약올렸다는 기분으로 싱글벙글 웃으며 전용 연습실로 여유롭게 걸어갔다. 나도 빨리 연습하고 숙소에 가서 푹 자야지- 오늘따라 유난히 발걸음이 가볍기만 하다.
*
이튿날, 드디어 날이 밝았다. 오랜만에 포근한 숙소에서 보송보송한 이불을 덮은 채 편한 잠을 청할 수 있어 개운한 느낌이 가득 들었다. 근 1년 반쯤만에 이런 기분을 느끼게되어 자칫 생소하기도 했지만. 몇시일까, 침대 머리맡을 한참동안 더듬어 핸드폰을 찾아 홀드를 열어보면 ‘ AM 09 : 38 ’ 이라는 문구가 떠있다. 이왕 핸드폰을 잡은 김에 트위터에 들어가 이제 일어났다고, 팬분들은 잘 주무셨냐고 짧게 글을 적었다.
천천히 찌뿌등한 몸을 일으켜 숙소 거실로 나왔다. 어차피 숙소라해봤자 혼자밖에 살지않고, 아늑한 분위기는 무슨 씨발 냉랭하기만 했지만. 마음같아선 팬분들과 부둥켜안으며 한 집에 살고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아, 물론 똘끼가득한 사생팬들은 제외 하고 말이다. 사생팬이란 말이 나온김에 설마하고 베란다쪽으로 가 고개를 빼꼼 내밀어 아파트 주차장쪽을 바라보면, 여자사람 대여섯명이 교복차림으로 아파트앞에서 쩔쩔 매고있었다. 세상에, 너희 학교 안가니?
“ 와아아아아악!!! 우혀니오빠다앙!!!! ”
“ 어디어디!!! ”
와 겁나무서워진짜 저거 눈알봐.. 순간적으로 고개를 확 뒤로 뺀 채 두근거리는 심장을 꼭 잡고있어야했다. 곧 운동도 하러가야하는데, 저렇게 계속 지키고있으면 어쩌지. 결국 열한시까지 팬에게 받은 분홍색 아령을 들고 소파에 찐따처럼 처박혀 팔운동을 해야만했다. 아씨.. 무거운 거 좀 주시지. 이건 뭐 운동도 아닌 것 같은데.
“ 아, 그냥 오늘 운동 쉬어야겠다. ”
심심한데 김성규한테 전화나 해볼까, 밀려오는 배고픔을 잠시 잊은 채 탁자위에 놓여진 핸드폰을 가볍게 들어 전화를 걸었다. 흐음, 연습중이려나?
*
“ 음.. 여기였었나. ”
외부에서보면 울림 소속사는 엄청 아담해보이지만, 내부는 그렇지 않다. 지하부터 지상까지 거의 50%를 연습실이 차지하고있고, 나머지 30%는 작은 매점이나 식당 그리고 20%는 화장실이나 녹음실, 디자인하는 누나들 등등 기타실. 어쨌든 무려 절반이나 차지하는 이 쓸데없는 연습실 복도를 거닐며 한참동안 김성규의 연습실을 찾았다. 물론 이 근방에 김성규네 집이 따로 있긴했지만, 어쩌면 김성규가 연습실에서 더 많이 지낸다는 걸 알기에. 그랬기에 연습실을 먼저 찾았다.
“ 여깄다. ”
문앞에 붙은 코팅된 작은 종이를 바라보니, 김성규라고 적혀져있었다. 왠지 항상 이름부터 괴롭히고싶은 마음이 그득그득하다. 어차피 스케줄도 뻥 비워져있고, 들켜봤자 그 대단하다는 연습생 실력테스트나 하러왔다고 치면되지 뭐. 솔직히 김성규도 곧 데뷔할 몸이라 그런 지 은근한 실력기대도 없지않아있었다.
“ 똑똑- ”
“ ... ”
연습실의 작고 뿌연 유리창마저도 안에서 검은 도화지로 꼭꼭 막아놓아 안의 근황조차도 살펴볼 수 없었다. 계속 반응이 없길래 짜증이 나 문을 벌컥 열으니, 발에 치이는 한 물체. 뭔가 딱딱하기도하면서 물컹물컹하고, 무게감이 있었다. 설마설마하며 천천히 고개를 내려보면, 다름아닌 사람의 팔. 평소 겁이 많은지라 그대로 우렁찬 괴성을 내질렀다.
“ 으왁!!!!! 씨발!!!!!!!! ”
“ .. 으음. ”
“ 와나진짜 겁나놀랬어 씨발.. 와 존나 내 쿠크다스심장.. ”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빠르게뛰는 심장을 애써 제어하려 노력하며 천천히 뒷걸음질쳤다. 와 씨발 김성규였구나 .. 난 무슨 좀비인줄알았네. 순간 지릴 뻔 했던 순간을 기억하며 다시 김성규쪽으로 갔다.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는데, 이내 시선이 느껴지기라도 했는 지 한쪽 눈을 부비적거리며 부스스 일어나는 김성규. 좀 똑바로 자지…. 구깃구깃해진 옷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
“ .. 뭐야. ”
“ 남우현인데. ”
“ ... ”
잔뜩 잠긴 목소리로 말문을 트더니 잠시 손을 들어 자신의 볼을 꼬집었다 안꼬집었다 반복하는 김성규. 그 모습이 뭔가해 물끄러미 바라보고만있으니, 곧 김성규가 금방이라도 울듯한 표정으로 다시 연습실바닥에 누워버렸다. 어어, 왜그래?
“ 꿈.. 아니구나. ”
“ 뭐? ”
“ .. 남우현 니가 왜 여기있냐구요. ”
“ 음.. ”
글쎄, 아마도 너 괴롭히러 온 것 같은데. 금세 건조하게 텁텁해진 입가를 문지르며 슬쩍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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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양ㅇ이양이양
남뽀라 1편이왓습니다!ㅎㅎㅎ
첫편인만큼 역시 긴장되고그러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 아휴그래도 항상 손팅해주세요!
암호닉필수, 덧글 쓸때까지 기다리는시간 10분 조금만 기다려주세요ㅠㅠ
남뽀라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읽어주시는 그대들 사랑해요♥♥
손팅 꼭꼭 챙겨주세요^________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