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학창시절 연애에 '정재현'을 심어드립니다.
1.
재현선배랑은 동아리에서 만났음. 처음에 동아리 부장이라서 홍보 왔을 때 딱 보고 생각했음. 내가 왜 지금까지 솔로로 살았냐면 선배를 만나기 위해서였구나.
그래서 관심도 없는 경제금융 동아리까지 하겠다고 나서서 면접까지 본 거 아니겠습니까... (주륵) 면접 볼 때 가운데 앉아서 질문하는데 눈빛만 보면 이미 연애 했다고요.
그렇게 동아리 들어가서 친해지려고 진짜 각고의 노력을 다 함. 성이름 인생에서 이렇게나 열심히 산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엄마 미안.
그 노력의 결실로 우리가 연애를 하게 된 거라고요... 엉엉 내가 먼저 좋아하고 내가 고백하고 그랬습니다. 물론 후회는 없음. 오조오억번 다시 하라 그래도 할 수 있어.
근데 가끔 아주 가아끔은 왜 나랑 만나는지 궁금할 때가 있음. 솔직히 한 번씩 다들 있잖아요? 나도 사람이라 그게 궁금해서 한 번 대놓고 물어본 적이 있음.
"선배, 근데 선배는 저 왜 좋아요?"
"아까부터 뭘 그렇게 고민하나 했더니 그거였어?"
"티 났어요?"
"조금?"
그러더니 어때서 좋고, 어때서 좋고 하면서 하나하나 짚어서 말해주는데 행복을 실로 엮어서 양탄자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해피했습니다... 그러다가
"너 머리 긴 것도 좋아."
"내 머리가 긴 게 좋아요? 나 머리 자를 건데."
물론 긴머리 좋다고 하면 발목까지 기를 생각도 있었음. 근데 괜히 저런 말해보고 싶은 것이 연애의 묘미 아닌가요? 꺄르륵
"그럼 이름이 너를 좋아하는 이유가 머리 짧아서로 바뀌지 않을까."
정말 별 일 아니라는 듯이 말해서 더 간질거렸던 것 같음.
2.
내가 같은 반 학우랑 복도에서 오지게 abc 하다 선생님한테 걸려서 벌 선 적이 있음. 진짜 지금 생각해도 대 수치플... 아니 그러니까 그 새끼는 왜 도망을 가서.
자기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손 똑바로 들고 서 있으라고 하더니 가는 듯 싶다가 아무래도 우리가 안 믿기는지 주변에 지나가는 애들 보초라도 세우려고 막 찾는데 애들이 하겠냐고...
팔은 점점 아파서 그냥 얼른 내려갔다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하는데
"얘네 둘 봐주지 말고 손 누가 먼저 내리는지 기억해둬."
"네."
왜 선배가 거기서 나오시나요...? 팔 근육에게 내 체면을 생각해서 조금만 버텨달라고 안간힘을 쓰면서 버티고 있는데 우리 층에서 들을 수 없는 좋은 목소리가 들려서 보니까 선배가 사람 좋은 얼굴로 웃고 있는 거임.
이 꼴도 쪽팔리고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웃는 건지도 궁금하고 아주 멘탈이 가루로 탈탈탈... 게다가 팔은 점점 내 의지랑 상관 없이 내려가고
"이름아, 팔 내려간다."
교실에 들어가면 지금 옆에서 같이 벌 받는 학우를 두 배로 패줄 생각이었음. 와, 팔이 너무 아프니까 웃는 얼굴도 눈에 안 들어오는 건 아니고 조금만 들어와.
그렇다고 옆에 벌 서는 애 무시하고 말 걸 수는 없어서
'한 번만...'
입모양으로 말 걸었음. 옆에 놈은 지금 팔과의 싸움에 이미 정신을 빼앗긴지 오래라...
'안 돼.'
'왜...?"
내가 그렇게 물어보니까 내 옆에 있던 남자애랑 나랑 번갈아 보더니 고개 젓고 말았음, 단호한 게 매력이라고 하긴 했지만 매력으로 사람 죽일 수 있는 걸 모르네...
선생님 다시 오시고 다음부터 그러지 말라는 말 23번 듣고 나서야 풀려났음. 그 길로 선배한테 가서 따졌습니다. 내 잘못이긴 하지만 한 번 정도는 봐줄 수 있잖아(오열)
"선배 진짜 치사해요. 나 같으면 봐줬다."
"그러게 누가 남자애랑 둘이 놀다가 걸리래? 나는 내 여자친구 보러 여기까지 왔는데 서운하게."
그 날부터 내 인생의 스펙=재현선배의 질투를 받아 봄.
3.
재현선배는 동아리 활동 있을 때마다 꼬박꼬박 얼굴 도장을 찍고 가는 편이었음. 안 그래도 되는데 자기가 부장이라 쏙 빠지는 건 마음이 불편하다고 함.
중간 쉬는 시간에 다들 매점에 화장실에 나가서 나 혼자 핸드폰 보고 앉아있었음. 제가 친구가 없는 건 아닌데 이 동아리까지 같이 들어와 주는 친구는 없더라고요 큽.
친구 동아리에서 종이접기 하는 거 비웃어주고 있는데 선배가 들어오는 거임. 문 열리는데 뻥 안 치고 후광을 봤어요.
"선배! 자습시간이에요?"
"응, 너희는 쉬는시간이야?"
"네, 그래서 다들 쉬러 갔어요."
"그럼 잘 찾아왔네 타이밍 딱 맞춰서."
하고 옆에 앉는데 난 정말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봐. 사실 둘이서 크게 하는 얘기는 없음. 공부 얘기 하고, 동아리 얘기 하고, 주말에 뭐하는지 그런 거.
"저거 저번엔 떨어져 있더니, 누가 붙였어?"
"아, 저거 재열오빠가 왔다가 붙여주고 갔어요."
안내문 같은 게 떨어져 있었는데 그게 높은 곳에 붙어 있어서 아무도 못 붙이고 그냥 뒀는데 같은 동아리 선배가 붙여주고 갔었음.
저는 사실만 전달했는데 갑자기 엄청 진지한 얼굴을 하는 거임. 뭐 잘못한 줄...
"재열이한테 오빠라고 해?"
"아, 친하니까 선배라고 하기 뭐해서"
"나는?"
"네?"
"나랑은 안 친해?"
안 친한게 아니라 오빠라고 하면 진짜 심장 터질 것 같아서 못 부르고 있었던 건데 마음에 불을 제대로 질러준 날이었음.
4.
선배랑 나랑은 처음부터 다른 세계 사람이긴 했음. 동아리 아니었으면 만날 일도 없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선배가 사는 세계가 나한테는 약간 그사세...?
처음에 연애 시작했을 때는 그거 따라가겠다고 열심히 쫓아가다가 가랑이 찢어질 뻔하고 나서는 원래 모습대로 화이팅 하는 게 좋다고 정신승리 하고 있음.
선배는 친구, 후배 할 거 없이 인기가 많았음. 나도 좋아했으니까 다들 어느 부분에서 왜 선배 좋아하는지 모르는 것도 아님 그냥 걱정이 되는 것 뿐이지. 선배는 믿지만 솔직히 불안하잖아.
게다가 소문에 선배 이름 오르는 거 싫어서 연애한다고 아무한테도 말 못하고 있음. 그래서 다들 친한 동아리 선후배 사이인 줄 아는데 그러니까 걱정 두 배에 내 수명은 절반이 되고...
잘난 사람이랑 연애한다는 건 생각보다 걱정하고 고민할 것도 많아진다는 걸 내가 선배 만나고 깨달음. 근데 늘 그렇듯이 몇 번 다시 하래도 다시 할 수 있는 고민이라니까요. 걱정 그런 거 아무 것도 아니셈.
하루는 학교 행사 때문에 야자도 없이 단축수업 하고 집에 가는데 학교 후문 쪽으로 돌아서 선배랑 하교 하고 있었음. 왜냐면 후문으로 나가는 사람이 정말 적기 때문에 연애하기 딱임.
둘이 손 잡고 신나게 걸어가는데 몇 걸음 앞에 교복 입은 무리가 보이는 거임. ㄹㅇ 급하게 손 뺐는데 선배가 쳐다보길래 개찌질하게 사람이...좀...많아서... 했음. 지금 생각해도 짠내난다... 고등어야 뭐야...
나는 선배가 아, 하길래 이해한 줄 알았는데 갑자기 다시 손을 잡는 거임 당황한 사람 나야나... 나야나... 내가 놀라서 쳐다보니까
"뭐 어때."
하더니 어깨 으쓱하고 그냥 감.
웃긴 건 내 주변 애들이 그 얘기 어디서 듣고 와서는 그럴 줄 알았다고 함. ㅋㅋㅋㅋㅋㅋ 선배가 나 보는 눈빛이 연애 같았다고 하면 내가 기분이 너무 좋잖아...
2.
내가 같은 반 학우랑 복도에서 오지게 abc 하다 선생님한테 걸려서 벌 선 적이 있음. 진짜 지금 생각해도 대 수치플... 아니 그러니까 그 새끼는 왜 도망을 가서.
자기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손 똑바로 들고 서 있으라고 하더니 가는 듯 싶다가 아무래도 우리가 안 믿기는지 주변에 지나가는 애들 보초라도 세우려고 막 찾는데 애들이 하겠냐고...
팔은 점점 아파서 그냥 얼른 내려갔다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하는데
"얘네 둘 봐주지 말고 손 누가 먼저 내리는지 기억해둬."
"네."
왜 선배가 거기서 나오시나요...? 팔 근육에게 내 체면을 생각해서 조금만 버텨달라고 안간힘을 쓰면서 버티고 있는데 우리 층에서 들을 수 없는 좋은 목소리가 들려서 보니까 선배가 사람 좋은 얼굴로 웃고 있는 거임.
이 꼴도 쪽팔리고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웃는 건지도 궁금하고 아주 멘탈이 가루로 탈탈탈... 게다가 팔은 점점 내 의지랑 상관 없이 내려가고
"이름아, 팔 내려간다."
교실에 들어가면 지금 옆에서 같이 벌 받는 학우를 두 배로 패줄 생각이었음. 와, 팔이 너무 아프니까 웃는 얼굴도 눈에 안 들어오는 건 아니고 조금만 들어와.
그렇다고 옆에 벌 서는 애 무시하고 말 걸 수는 없어서
'한 번만...'
입모양으로 말 걸었음. 옆에 놈은 지금 팔과의 싸움에 이미 정신을 빼앗긴지 오래라...
'안 돼.'
'왜...?"
내가 그렇게 물어보니까 내 옆에 있던 남자애랑 나랑 번갈아 보더니 고개 젓고 말았음, 단호한 게 매력이라고 하긴 했지만 매력으로 사람 죽일 수 있는 걸 모르네...
선생님 다시 오시고 다음부터 그러지 말라는 말 23번 듣고 나서야 풀려났음. 그 길로 선배한테 가서 따졌습니다. 내 잘못이긴 하지만 한 번 정도는 봐줄 수 있잖아(오열)
"선배 진짜 치사해요. 나 같으면 봐줬다."
"그러게 누가 남자애랑 둘이 놀다가 걸리래? 나는 내 여자친구 보러 여기까지 왔는데 서운하게."
그 날부터 내 인생의 스펙=재현선배의 질투를 받아 봄.
3.
재현선배는 동아리 활동 있을 때마다 꼬박꼬박 얼굴 도장을 찍고 가는 편이었음. 안 그래도 되는데 자기가 부장이라 쏙 빠지는 건 마음이 불편하다고 함.
중간 쉬는 시간에 다들 매점에 화장실에 나가서 나 혼자 핸드폰 보고 앉아있었음. 제가 친구가 없는 건 아닌데 이 동아리까지 같이 들어와 주는 친구는 없더라고요 큽.
친구 동아리에서 종이접기 하는 거 비웃어주고 있는데 선배가 들어오는 거임. 문 열리는데 뻥 안 치고 후광을 봤어요.
"선배! 자습시간이에요?"
"응, 너희는 쉬는시간이야?"
"네, 그래서 다들 쉬러 갔어요."
"그럼 잘 찾아왔네 타이밍 딱 맞춰서."
하고 옆에 앉는데 난 정말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봐. 사실 둘이서 크게 하는 얘기는 없음. 공부 얘기 하고, 동아리 얘기 하고, 주말에 뭐하는지 그런 거.
"저거 저번엔 떨어져 있더니, 누가 붙였어?"
"아, 저거 재열오빠가 왔다가 붙여주고 갔어요."
안내문 같은 게 떨어져 있었는데 그게 높은 곳에 붙어 있어서 아무도 못 붙이고 그냥 뒀는데 같은 동아리 선배가 붙여주고 갔었음.
저는 사실만 전달했는데 갑자기 엄청 진지한 얼굴을 하는 거임. 뭐 잘못한 줄...
"재열이한테 오빠라고 해?"
"아, 친하니까 선배라고 하기 뭐해서"
"나는?"
"네?"
"나랑은 안 친해?"
안 친한게 아니라 오빠라고 하면 진짜 심장 터질 것 같아서 못 부르고 있었던 건데 마음에 불을 제대로 질러준 날이었음.
4.
선배랑 나랑은 처음부터 다른 세계 사람이긴 했음. 동아리 아니었으면 만날 일도 없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선배가 사는 세계가 나한테는 약간 그사세...?
처음에 연애 시작했을 때는 그거 따라가겠다고 열심히 쫓아가다가 가랑이 찢어질 뻔하고 나서는 원래 모습대로 화이팅 하는 게 좋다고 정신승리 하고 있음.
선배는 친구, 후배 할 거 없이 인기가 많았음. 나도 좋아했으니까 다들 어느 부분에서 왜 선배 좋아하는지 모르는 것도 아님 그냥 걱정이 되는 것 뿐이지. 선배는 믿지만 솔직히 불안하잖아.
게다가 소문에 선배 이름 오르는 거 싫어서 연애한다고 아무한테도 말 못하고 있음. 그래서 다들 친한 동아리 선후배 사이인 줄 아는데 그러니까 걱정 두 배에 내 수명은 절반이 되고...
잘난 사람이랑 연애한다는 건 생각보다 걱정하고 고민할 것도 많아진다는 걸 내가 선배 만나고 깨달음. 근데 늘 그렇듯이 몇 번 다시 하래도 다시 할 수 있는 고민이라니까요. 걱정 그런 거 아무 것도 아니셈.
하루는 학교 행사 때문에 야자도 없이 단축수업 하고 집에 가는데 학교 후문 쪽으로 돌아서 선배랑 하교 하고 있었음. 왜냐면 후문으로 나가는 사람이 정말 적기 때문에 연애하기 딱임.
둘이 손 잡고 신나게 걸어가는데 몇 걸음 앞에 교복 입은 무리가 보이는 거임. ㄹㅇ 급하게 손 뺐는데 선배가 쳐다보길래 개찌질하게 사람이...좀...많아서... 했음. 지금 생각해도 짠내난다... 고등어야 뭐야...
나는 선배가 아, 하길래 이해한 줄 알았는데 갑자기 다시 손을 잡는 거임 당황한 사람 나야나... 나야나... 내가 놀라서 쳐다보니까
"뭐 어때."
하더니 어깨 으쓱하고 그냥 감.
웃긴 건 내 주변 애들이 그 얘기 어디서 듣고 와서는 그럴 줄 알았다고 함. ㅋㅋㅋㅋㅋㅋ 선배가 나 보는 눈빛이 연애 같았다고 하면 내가 기분이 너무 좋잖아...
2.
내가 같은 반 학우랑 복도에서 오지게 abc 하다 선생님한테 걸려서 벌 선 적이 있음. 진짜 지금 생각해도 대 수치플... 아니 그러니까 그 새끼는 왜 도망을 가서.
자기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손 똑바로 들고 서 있으라고 하더니 가는 듯 싶다가 아무래도 우리가 안 믿기는지 주변에 지나가는 애들 보초라도 세우려고 막 찾는데 애들이 하겠냐고...
팔은 점점 아파서 그냥 얼른 내려갔다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하는데
"얘네 둘 봐주지 말고 손 누가 먼저 내리는지 기억해둬."
"네."
왜 선배가 거기서 나오시나요...? 팔 근육에게 내 체면을 생각해서 조금만 버텨달라고 안간힘을 쓰면서 버티고 있는데 우리 층에서 들을 수 없는 좋은 목소리가 들려서 보니까 선배가 사람 좋은 얼굴로 웃고 있는 거임.
이 꼴도 쪽팔리고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웃는 건지도 궁금하고 아주 멘탈이 가루로 탈탈탈... 게다가 팔은 점점 내 의지랑 상관 없이 내려가고
"이름아, 팔 내려간다."
교실에 들어가면 지금 옆에서 같이 벌 받는 학우를 두 배로 패줄 생각이었음. 와, 팔이 너무 아프니까 웃는 얼굴도 눈에 안 들어오는 건 아니고 조금만 들어와.
그렇다고 옆에 벌 서는 애 무시하고 말 걸 수는 없어서
'한 번만...'
입모양으로 말 걸었음. 옆에 놈은 지금 팔과의 싸움에 이미 정신을 빼앗긴지 오래라...
'안 돼.'
'왜...?"
내가 그렇게 물어보니까 내 옆에 있던 남자애랑 나랑 번갈아 보더니 고개 젓고 말았음, 단호한 게 매력이라고 하긴 했지만 매력으로 사람 죽일 수 있는 걸 모르네...
선생님 다시 오시고 다음부터 그러지 말라는 말 23번 듣고 나서야 풀려났음. 그 길로 선배한테 가서 따졌습니다. 내 잘못이긴 하지만 한 번 정도는 봐줄 수 있잖아(오열)
"선배 진짜 치사해요. 나 같으면 봐줬다."
"그러게 누가 남자애랑 둘이 놀다가 걸리래? 나는 내 여자친구 보러 여기까지 왔는데 서운하게."
그 날부터 내 인생의 스펙=재현선배의 질투를 받아 봄.
3.
재현선배는 동아리 활동 있을 때마다 꼬박꼬박 얼굴 도장을 찍고 가는 편이었음. 안 그래도 되는데 자기가 부장이라 쏙 빠지는 건 마음이 불편하다고 함.
중간 쉬는 시간에 다들 매점에 화장실에 나가서 나 혼자 핸드폰 보고 앉아있었음. 제가 친구가 없는 건 아닌데 이 동아리까지 같이 들어와 주는 친구는 없더라고요 큽.
친구 동아리에서 종이접기 하는 거 비웃어주고 있는데 선배가 들어오는 거임. 문 열리는데 뻥 안 치고 후광을 봤어요.
"선배! 자습시간이에요?"
"응, 너희는 쉬는시간이야?"
"네, 그래서 다들 쉬러 갔어요."
"그럼 잘 찾아왔네 타이밍 딱 맞춰서."
하고 옆에 앉는데 난 정말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봐. 사실 둘이서 크게 하는 얘기는 없음. 공부 얘기 하고, 동아리 얘기 하고, 주말에 뭐하는지 그런 거.
"저거 저번엔 떨어져 있더니, 누가 붙였어?"
"아, 저거 재열오빠가 왔다가 붙여주고 갔어요."
안내문 같은 게 떨어져 있었는데 그게 높은 곳에 붙어 있어서 아무도 못 붙이고 그냥 뒀는데 같은 동아리 선배가 붙여주고 갔었음.
저는 사실만 전달했는데 갑자기 엄청 진지한 얼굴을 하는 거임. 뭐 잘못한 줄...
"재열이한테 오빠라고 해?"
"아, 친하니까 선배라고 하기 뭐해서"
"나는?"
"네?"
"나랑은 안 친해?"
안 친한게 아니라 오빠라고 하면 진짜 심장 터질 것 같아서 못 부르고 있었던 건데 마음에 불을 제대로 질러준 날이었음.
4.
선배랑 나랑은 처음부터 다른 세계 사람이긴 했음. 동아리 아니었으면 만날 일도 없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선배가 사는 세계가 나한테는 약간 그사세...?
처음에 연애 시작했을 때는 그거 따라가겠다고 열심히 쫓아가다가 가랑이 찢어질 뻔하고 나서는 원래 모습대로 화이팅 하는 게 좋다고 정신승리 하고 있음.
선배는 친구, 후배 할 거 없이 인기가 많았음. 나도 좋아했으니까 다들 어느 부분에서 왜 선배 좋아하는지 모르는 것도 아님 그냥 걱정이 되는 것 뿐이지. 선배는 믿지만 솔직히 불안하잖아.
게다가 소문에 선배 이름 오르는 거 싫어서 연애한다고 아무한테도 말 못하고 있음. 그래서 다들 친한 동아리 선후배 사이인 줄 아는데 그러니까 걱정 두 배에 내 수명은 절반이 되고...
잘난 사람이랑 연애한다는 건 생각보다 걱정하고 고민할 것도 많아진다는 걸 내가 선배 만나고 깨달음. 근데 늘 그렇듯이 몇 번 다시 하래도 다시 할 수 있는 고민이라니까요. 걱정 그런 거 아무 것도 아니셈.
하루는 학교 행사 때문에 야자도 없이 단축수업 하고 집에 가는데 학교 후문 쪽으로 돌아서 선배랑 하교 하고 있었음. 왜냐면 후문으로 나가는 사람이 정말 적기 때문에 연애하기 딱임.
둘이 손 잡고 신나게 걸어가는데 몇 걸음 앞에 교복 입은 무리가 보이는 거임. ㄹㅇ 급하게 손 뺐는데 선배가 쳐다보길래 개찌질하게 사람이...좀...많아서... 했음. 지금 생각해도 짠내난다... 고등어야 뭐야...
나는 선배가 아, 하길래 이해한 줄 알았는데 갑자기 다시 손을 잡는 거임 당황한 사람 나야나... 나야나... 내가 놀라서 쳐다보니까
"뭐 어때."
하더니 어깨 으쓱하고 그냥 감.
웃긴 건 내 주변 애들이 그 얘기 어디서 듣고 와서는 그럴 줄 알았다고 함. ㅋㅋㅋㅋㅋㅋ 선배가 나 보는 눈빛이 연애 같았다고 하면 내가 기분이 너무 좋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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