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학창시절 연애에 '이민형'을 심어드립니다.
1.
민형이는 우리 학년에서 좀 유명했음. 여러의미로.
일단 첫째는 잘생겨서. 원래 고3이면 이런 소문 안 믿을 나이임에도 얼굴 보고 온 애들이 개쩐다며 박수치고 동네방네 광고를 하는 바람에 다들 급식실이나 운동장에서 이민형을 만나면 슬쩍슬쩍 쳐다보기 바빴음.
그리고 또, 캐나다에서 왔다고 그러는 것도 한몫했음. 왜인지는 몰라. 원래 고3은 공부 말고 다 재밌잖아. 그냥 가정통신문 접는 것도 얼마나 재밌어...
아무튼 그만큼 이민형이랑 나랑은 접점이 없었음. 내가 도서관 봉사만 안 했어도 졸업할 때까지 얼굴도 못 마주치는 사이였을지도 모름. 그냥 내가 얼떨결에 도서관 봉사를 맡아서 하고 이민형이 책 읽는 걸 좋아해서 만났다고 할 수 있음.
처음에 책 대여할 때 내미는 학생증 보고 아 얘가 이민형이구나 한 게 다였음. 잘생기긴 했네, 거기까지가 기억의 전부임. 왜냐면 난 점심시간에 이런 봉사 말고 그냥 교실에서 애들이랑 뮤직비디오나 보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임.
내가 이민형이랑 친해지게 된 이유는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도서관에 들리던 이민형이 일주일에 두 번, 그 다음은 세 번 결국 매일 도서관을 오가는 바람에 얼굴을 익힌 거랑 그렇게 매일 얼굴도장 찍던 이민형이 나한테 꼬박꼬박 아는 척을 해서.
원래 애가 밝은 건지 항상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하고 지나가길래 그냥 아, 그래. 하고 말았던 게 매 점심시간마다 도서관에 나란히 앉아 있는 결과를 낳았음. 자기도 사서 같은 거 해보고 싶었다고 하면서 쳐다보는데 가라고 할 순 없잖아...
아무튼 그렇게 같이 지내는 날이 하루하루 넘어갈 수록 친해져서 나중에는 썸 비슷한 걸 타고 있었던 것 같음. 아니 사실 모르는 척 하려고 했는데
내가 무슨 말만 꺼내면 놀라고 말할 때 쳐다보면 눈을 이리저리 굴리고 맨날 웃더니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얼굴을 하고. 결정적으로 눈에 박아놓고 다녔음. '좋아해' 하고. 아 이건 진짜 본 사람만 아는 건데.
그래서 한 번은 그냥 괜히 버릇처럼 장난 치고 싶어진 것 뿐이었는데.
"그래서 이 책 읽고 되게 우울했어요..."
"왜?"
"어... 그냥 남자주인공이 좀 불쌍해서?"
"고백도 못 해보고 헤어진 게?"
"네."
그렇게 말하면서 시무룩해지는데 진짜 귀엽다 못해 깜찍함이 도를 넘어서서 앞에 있는 바코드 리더기 부술 뻔함;; 민형이가 보고 도망갈까봐 겨우 참은 거지.
"그런게 아니라 그게 네 얘기 같아서 우울했던 거 아니야?"
"...와. 어떻게 알았어요?"
"왜 몰라 네가 이렇게 티를 내는데."
내 말을 이해 한 건지 만 건지 이민형 그 길로 벌떡 일어나서 도망갔는데 내가 얼마나 당황했게요? ㄹㅇ 누가 보면 내가 꺼지라고 욕이라도 한 줄 알겠음.
나중에 물어보니까 들킨게 쪽팔려서 그냥 도망간 거라고 하는데 그게 또 기깔나게 귀여워서 내가 옆에 있는 책상 부술 뻔했음. 역시 이번에도 도망 가버릴까봐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참았음. 이민형은 사람을 폭력적으로 만드는데 뭐 있다니까요 ㄹㅇ...
2.
마음 걸린 이민형이랑 연애 시작하는 건 손으로 박수 치는 것보다 쉬웠음. 박수로 비트도 만들 수 있다 이겁니다.
그냥 아는 후배나 도서관에서 만난 애가 아니라 남자친구로 둔 이민형은 생각보다 훨씬 순수했고, 눈치도 없고, 무엇보다 놀리는 재미가 쏠쏠했음. 애가 부끄러움이 원래 많은 건지 아니면 나 한정인 건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무슨 말만 하면 눈에 띄게 당황을 함. 근데 내가 그걸 눈으로 보고 그냥 지나칠 순 없잖아... 변태라서가 아니라.
한 날은 수행평가 때문에 학교 학생 아무나 붙잡고 인터뷰를 해야 되는 이상한 상황이 생겼었는데 당연히 내 픽은 이민형이었음. 반 애들이랑 해도 되는데 그냥 괜히 그러고 싶어... 그래서 부탁하려고 점심시간에 도서관에 둘이 앉아 있다가 한 번 떠봤음.
"아, 나 수행평가 해야 되는데."
"수행평가요?"
"어, 그냥 학교 학생 붙잡아서 설문조사 같은 거 하는 거거든. 근데 누구랑 할지 아직 못 정해서."
그 얘기 듣자마자 이민형 동공지진 난 거 본사람 나야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귀엽냐고요...? 이건 신의 장난이야 이민형이 3살짜리 애기보다 더 귀여울리가...
수행평가 공지 보자마자 닥 이민형이네 했지만 놀리지 않고 넘어가는 건 인생에서 많은 것을 놓친다는 것. 지금 쯤이면 왜 자기랑 할 생각은 없냐고 물어볼 때가 됐는데.
"나랑 해요."
생각보다 대답이 단호해서 놀랐음. 내 사랑이 민형이를 발전시키나봐 (아님). 하지만 인생의 진리는 이민형이 한 번 찌르면 난 두 번 찌르는 그런 것.
"사랑한다고?"
"네? 아니요오 누나 수행평가 나랑,"
"아, 사랑한다고? 알았어. 누나도 민형이 사랑해."
"아 누나 이거 진짜 오바..."
민형이는 부끄러우면 그게 눈에서 티가 났음. 그냥 이민형의 모든 감정은 다 눈에서 나옴... 진짜 봐야 아는 건데 나만 볼 거야. 내새끼니까.
2.
마음 걸린 이민형이랑 연애 시작하는 건 손으로 박수 치는 것보다 쉬웠음. 박수로 비트도 만들 수 있다 이겁니다.
그냥 아는 후배나 도서관에서 만난 애가 아니라 남자친구로 둔 이민형은 생각보다 훨씬 순수했고, 눈치도 없고, 무엇보다 놀리는 재미가 쏠쏠했음. 애가 부끄러움이 원래 많은 건지 아니면 나 한정인 건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무슨 말만 하면 눈에 띄게 당황을 함. 근데 내가 그걸 눈으로 보고 그냥 지나칠 순 없잖아... 변태라서가 아니라.
한 날은 수행평가 때문에 학교 학생 아무나 붙잡고 인터뷰를 해야 되는 이상한 상황이 생겼었는데 당연히 내 픽은 이민형이었음. 반 애들이랑 해도 되는데 그냥 괜히 그러고 싶어... 그래서 부탁하려고 점심시간에 도서관에 둘이 앉아 있다가 한 번 떠봤음.
"아, 나 수행평가 해야 되는데."
"수행평가요?"
"어, 그냥 학교 학생 붙잡아서 설문조사 같은 거 하는 거거든. 근데 누구랑 할지 아직 못 정해서."
그 얘기 듣자마자 이민형 동공지진 난 거 본사람 나야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귀엽냐고요...? 이건 신의 장난이야 이민형이 3살짜리 애기보다 더 귀여울리가...
수행평가 공지 보자마자 닥 이민형이네 했지만 놀리지 않고 넘어가는 건 인생에서 많은 것을 놓친다는 것. 지금 쯤이면 왜 자기랑 할 생각은 없냐고 물어볼 때가 됐는데.
"나랑 해요."
생각보다 대답이 단호해서 놀랐음. 내 사랑이 민형이를 발전시키나봐 (아님). 하지만 인생의 진리는 이민형이 한 번 찌르면 난 두 번 찌르는 그런 것.
"사랑한다고?"
"네? 아니요오 누나 수행평가 나랑,"
"아, 사랑한다고? 알았어. 누나도 민형이 사랑해."
"아 누나 이거 진짜 오바..."
민형이는 부끄러우면 그게 눈에서 티가 났음. 그냥 이민형의 모든 감정은 다 눈에서 나옴... 진짜 봐야 아는 건데 나만 볼 거야. 내새끼니까.
2.
마음 걸린 이민형이랑 연애 시작하는 건 손으로 박수 치는 것보다 쉬웠음. 박수로 비트도 만들 수 있다 이겁니다.
그냥 아는 후배나 도서관에서 만난 애가 아니라 남자친구로 둔 이민형은 생각보다 훨씬 순수했고, 눈치도 없고, 무엇보다 놀리는 재미가 쏠쏠했음. 애가 부끄러움이 원래 많은 건지 아니면 나 한정인 건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무슨 말만 하면 눈에 띄게 당황을 함. 근데 내가 그걸 눈으로 보고 그냥 지나칠 순 없잖아... 변태라서가 아니라.
한 날은 수행평가 때문에 학교 학생 아무나 붙잡고 인터뷰를 해야 되는 이상한 상황이 생겼었는데 당연히 내 픽은 이민형이었음. 반 애들이랑 해도 되는데 그냥 괜히 그러고 싶어... 그래서 부탁하려고 점심시간에 도서관에 둘이 앉아 있다가 한 번 떠봤음.
"아, 나 수행평가 해야 되는데."
"수행평가요?"
"어, 그냥 학교 학생 붙잡아서 설문조사 같은 거 하는 거거든. 근데 누구랑 할지 아직 못 정해서."
그 얘기 듣자마자 이민형 동공지진 난 거 본사람 나야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귀엽냐고요...? 이건 신의 장난이야 이민형이 3살짜리 애기보다 더 귀여울리가...
수행평가 공지 보자마자 닥 이민형이네 했지만 놀리지 않고 넘어가는 건 인생에서 많은 것을 놓친다는 것. 지금 쯤이면 왜 자기랑 할 생각은 없냐고 물어볼 때가 됐는데.
"나랑 해요."
생각보다 대답이 단호해서 놀랐음. 내 사랑이 민형이를 발전시키나봐 (아님). 하지만 인생의 진리는 이민형이 한 번 찌르면 난 두 번 찌르는 그런 것.
"사랑한다고?"
"네? 아니요오 누나 수행평가 나랑,"
"아, 사랑한다고? 알았어. 누나도 민형이 사랑해."
"아 누나 이거 진짜 오바..."
민형이는 부끄러우면 그게 눈에서 티가 났음. 그냥 이민형의 모든 감정은 다 눈에서 나옴... 진짜 봐야 아는 건데 나만 볼 거야. 내새끼니까.
비디오 태그를 지원하지 않는 브라우저입니다
3.
나는 민형이한테 생각보다 잘못을 많이 함. 진짜 고의도 아니고 큰 실수도 아니지만 자잘하게. 카톡을 보고 귀여워서 앓다가 답 하는 걸 깜빡해서 한 두시간 읽씹 한다거나...
민형이는 2학년이라 나보다 야자가 한시간 일찍 끝남. 개부럽다... 그래서 야자 마지막 한 시간=민형이랑 카톡하는 시간이라고 이미 계획해둠. 엄마 미안...
근데 그 날 친구랑 빙고 하고 있어가지고 카톡 온 걸 읽고 그냥 씹어버린 거임. 진짜 세기를 휘어잡는 희대의 쓰레기... 내가 날 만난다면 딸기코를 만들어줬을 거임. 네가 뭔데 이민형을 기다리게 하냐고...
민형이는 내가 답장이 없으면 재촉을 안 함. 아니 못 하는 거에 가까운데 아무래도 내가 고3이라 공부할 줄 알고 그러는 것 같음. 하지만 민형아 세상에 너보다 소중한 게 없... 어, 나 빙고.
그래서 그 때도 이민형이 더 답을 안 하는 바람에 야자 끝나는 종 침과 동시에 그제서야 정신이 돌아옴. 급하게 카톡을 연달아 날렸지만 답은 없고 난 미쳐가고 마는데...
"헐, 민형아. 민형이니?"
교문 앞에서 땅만 톡톡 차고 있던 민형이를 제가 본 겁니다. 난 내 눈이나 정신이 민형이한테 미안해서 아예 미쳐버린 줄 알았음. 솔직히 그럴 가능성도 있잖아.
"누나 진짜 오바. 왜 답을 안 해요..."
"내가 답 안 해서 온 거야?"
"보고 샆은데 누나는 답도 없고."
"아니 그럼 카톡을 하지."
"공부하는데 방해하면 안 되잖아요"
생각보다 진지하게 말하길래 빙고했다는 말은 무덤까지 가져가기로 했음.
그 날 민형이 데려다 주면서 민형이 집이 학교랑 그리 멀지 않다는 것을 알았고 저는 종종 전애인처럼 찾아올 생각으로...
4.
내가 민형이를 평생 안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음. 솔직히 매 순간이 그렇긴 한데 아무튼 결정적인 순간이 종종 있음.
쉬는 시간에 교실 뒤에서 '남'자인지 '사'람인지 미'친'놈인지랑 서로 폭력행사 하고 있었음. 아니 얘가 내 지우개 깨끗한 모서리로 지우잖아요;; 내가 얼마나 아껴쓰고 있었는데 빡치게.
근데 하필이면 그 새끼랑 싸울 때, 내가 헤드락 제대로 걸렸는데 미적분 선생님의 심부름으로 우연히 교무실에 갔던 민형이가 우리 반에 수행평가 종이 주러 온 거임. 이건 분명히 신이 날 싫어하거나, 그냥 내가 재수가 없거나...
고개를 딱 들었는데 민형이랑 눈을 딱 마주친 것임. 저는 살면서 제새끼가 그렇게 차가운 눈을 할 줄은 몰랐고, 그걸 할 줄 안다는 것도 놀라웠고... 민형 너무 아기 캥거루 같았는데... 주머니에 넣고 다녀야 될 거 같았는데 저게 사자야 호랑이야.
내 인생에 잘한 일이 있다면 하나는 도서관 봉사 한 거고 하나는 그 길로 뛰어나가서 민형이 붙잡은 거임. 안 그랬으면 난 그 눈빛이 신경쓰여서 하루를 제대로 못 보냈을지도 몰라. 원래도 민형이 때문에 현망진창이었지만.
다행스럽게도 내가 이름 부르니까 멈춰서서 뒤는 돌아봐줬는데 문제는 내가 민형이를 못 보겠는 거여... 자신감이 다 뒈졌다... 그래서 찌질하게 복도 바닥 무늬가 몇 개인지 세면서 말 걸었음.
"화 났어?"
눈 보면 알텐데 솔직히 자신 없다. 다시 돌아가도 눈은 못 볼 거야. 근데도 정수리 따가운 건 알겠던데.
"왜 눈 안 봐요."
"어?"
"말할 땐 눈을 봐야죠."
그 말에 또 쫄아서 슬쩍 얼굴봤는데 너무 귀여워... 화난 게 아니라 삐친 거다 저건...
그렇다고 또 바로 입 털 수는 없어서 눈치만 보는데 한숨을 쉬는 거임. 내가 잘못 파악한 줄 알고 바닥에 머리라도 박아야 되나 고민했는데 그런 문제가 아니었음. 왜냐면 민형이가 갑자기 손을 잡았거든요... 이런 일이 일년에 한 번 있을까 했는데 일어나버림.
그리고 한다는 말이 뭔 줄 알아요? 나 참, 허, (함박웃음)
"누나 누구한테 혼나본 적 없죠."
"...과연...?"
"누나 얼굴 보니까 화내기 너무 힘들어요."
"그건 그냥 민형이 네가 착해서..."
"내 생각엔 누나가 귀여워서."
"...그럼 그런 걸로 하자."
뭐가 문제니 민형아 네가 이렇게나 귀여운데...
-민형이는 눈만 봐도 내가 나쁜 짓 하는 기분 (눈치)
-다른 글보다 좀 텐션이 높은 것 같은데 그렇게 느끼셨다면 정답.
-너무 귀여운데 뭐 어떡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