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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찬백] 2년, 기억의 조각 03 | 인스티즈

 

 

 

 

 

 

 

 

 

 

 베란다 밑으로 날 불렀던 것은 경수였다. 종종 자주 자신의 집처럼 찾아오는 경수는 내 오랜 친구이자 든든한 버팀목이다. 가장 친한 친구같기도 하고, 부모님 같기도 한, 나에겐 최고로 고마운 사람 중에 한 명이다. 여태껏 서로의 힘든 일과 사건을 제일 많이 보았던 경수와 나고,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기쁘고 찬란했던 순간도 모두 함께였던 고마운 사람. 보통 경수가 이 시간에 찾아 오는 것은 함께 식사를 하거나 간단하게 술을 마실 때므로 (간단하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보통 이럴 때는 경수나 나에게 속상한 일이 있을 때였다. 물론 나보다 경수가 더 많았지만.) 욕실에서 손을 씻고 있는데, 익숙하게 도어락 번호를 누르고 들어온 경수가 차키를 내려놓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것저것 식탁에 내려 놓는 소리가 들렸다. 물론,

 

 

 

 

 

 

 

 

 

 

 

 

 

 

 

 

 

 

 

"변백현, 너는 이게 도대체 사람 사는 집이 맞아? 어째 사람 사는 냄새가 하나도 안나."

 

 

 

 

 

 

 

 

 

 

 

 잔소리도 함께. 머쓱하게 웃으며 나와 손에 남은 물기를 탈탈 털며 말리고 있으려니, 경수가 양복을 입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뭐야, 무슨 중요한 일 있었어? 하고 묻는 나에게 경수는 내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식탁에 맥주와 안주거리를 늘어 놓으며 수업 참관. 하고 짧게 대답한다. 하지만 그것이 서운하거나 그렇지는 않았다. 본래 성격이 살갑지 못한 나와, 표현은 무뚝뚝하지만 잔정이 많은 경수와 나의 방식이였다. 연인이 아닌 친구, 인간 관계에도 밀고 당기기가 존재하고는 하는데 경수와 나에게는 애초부터 그런 것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마치 물처럼 흘러가는, 자연스럽고도 필수적인 관계. 잘 어울리네, 하고 말하자 그제서야 식탁을 차리는 것을 멈춘 경수가 나를 돌아보며 웃는다.

 

 

 

 

 

 

 

 

 

 

 

 

 

 

 

 

 

 

 

 

 

 

 

 

 

 

 

"진짜야, 잘 어울려."

 

"입에 침이나 바르고. 티비나 음악이나 좀 틀어 봐. 너무 조용해서 사람사는 집이 아닌 것 같아."

 

 

 

 

 

 

 

 

 

 

 

 

 

 

 

 

 

 

 

 

 경수의 말에 티비를 틀었다. 곧 집안은 인위적인 소란스러움으로 가득 들어찼다. 티비에서는 요즘 한창 사람들이 열광하는 개그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티비 속 방청객들은 마구 웃고 있었지만, 경수와 나는 고요했다. 다른 세상에 사는 기분이구나, 자조적인 느낌에 웃음이 나왔다. 경수가 벌써 자리 잡고 앉아 있는 식탁, 경수의 맞은 편에 앉아 맥주를 땄다. 첫 끼니가 맥주와 안주라니. 왠지 내 위장에게 미안해져, 나는 배를 쓰다듬었다. 미안해, 너무 혹사시킨다, 그치?

 

 

 

 

 

 

 

 

 

 

 

 

 

 

 

 

 

 

 

 

 

 

"왜 너네 집으로 안가고 우리 집으로 왔어. 무슨 일 있어?"

 

 

 

 

 

 

 

 

 

 보통 경수가 술까지 사들고 퇴근하자마자 우리 집으로 오는 것은 경수에게 어떤 형식으로든 '무거운' 일이 생긴 것이므로, 나는 물었다. 경수가 어깨를 으쓱 하는 것이 보였다. 쯧쯧, 또 구나. 속으로 혀를 차며 또 싸웠어? 물으니 경수가 한숨을 쉰다. 가볍게 보이는 뱉는 숨이지만, 나는 그 한숨 속에서 많은 것을 보았다. 한 두 해 본 경수가 아니였으니까. 무슨 일이 있긴 있구나.

 

 

 

 

 

 

 

 

 

 

 

 

 

 

 

 

 

 

"해외로 바잉 갔어."

 

 

 

 

 

 

 

 

 

 그니까 그 전에 싸우고 간거냐고. 눈을 가늘게 뜨고 경수를 보며 말했다. 나름 꼬여내 실토하게 할 생각이였는데, 역시나 내 친구 경수는 나보다 감정적으로, 생각적으로 앞서 간 사람이기에 어깨를 으쓱 하고 만다. 저저 나쁜놈. 그냥 속 편하게 말해주면 자기도 편하고 나도 편할 것을. 나는 이런 경수의 나를 향한 배려 아닌 배려를 일방적 배려라고 부른다. 길게 풀어 말하자면 경수적인 느낌의 배려? 뭐 경수의 입장에서는 옆에 아무도 없는 나에게 자신의 옆 사람에 대한 말을 꺼내는게 나에게 미안할 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괜찮은데.

 

 

 

 

 

 

 

 

 

 

 

 

 

 

 

 

"그렇게 봐도 말 안해 줄 꺼야. 너는 좀 고민이나 생각을 덜 할 필요가 있어."

 

 

 

 

 

 

 

 

 

 

 

 

 

 

 

 경수답게 덤덤하지만 다정한 말.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웃으며 말을 돌렸다. 티비에서는 여적 개그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었고, 사람들은 신나게 웃고 있었다. 그 너머 경수와 나는 조근조근, 익숙한 서로를 위해 말한다. 완벽한 저녁이구나,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티비는 의미 없이 반짝반짝 빛나고 경수와 나는 서로를 불편하지 않게 배려하며 대화를 나누고, 맥주는 시원하고.

 

 

 

 

 

 

 

 

 

 

 

 

 

 

 

 

 

 

 

 

 

 

 

 

 

 자리를 거실로 옮겨 둘이 나란히 앉아 쇼파 등에 기대어 맥주를 마셨다. 웃기게도 특이한 우리 집의 구조상 티비는 전혀 보이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티비를 끄지 않았다. 경수도 나도 삭막한 침묵이 싫었던 것이다. 어색하지 않은, 아무리 막연한 사이여도 느껴지는 그 침묵은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 수 있으므로. 바닥에는 맥주캔이 즐비했다. 완벽하게 빈 속에 들이 부었던 술이 슬슬 올라오고 있었어서,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눈 두덩이 위로 무겁게 몽마가 스며오고 있었다. 으으, 안되는데, 아직은. 생각하며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고 눈을 부비다 경수를 보자, 역시 경수도 나와 같은 상태였다. 슬슬 잘 준비를 해볼까 하다가 그래도 뭔가 아쉬워 경수의 팔을 잡고 흔들었다.

 

 

 

 

 

 

 

 

 

 

 

 

"속상해?"

 

 

 

 

 

 

 내 말에 경수가 푸스스 웃으며 고개를 도리도리 흔든다. 여전히 경수는, 웃는게 예쁜 내 친구.

 

 

 

 

 

 

 

 

"근데 보고 싶기는 해."

 

 

 

 

 

 

 

 경수의 평소 듣지 못하는 낯간지러운 말에, 내가 닭살이야, 하고 웃자 경수가 다시 한 번 크게 웃는다. 그래, 닭살이긴 했다. 그리고 그 짧은 정적의 순간, 그 순간. 신경을 쓰지 못했던 티비가 다른 프로그램으로 바뀌었는지 잔잔한 목소리와 노래가 나왔다. 이게 무슨 영화였더라, 일본 영화 특유의 좋지 않은 음질의 목소리와 노래. 아, 맞다. 조제와 호랑이...그리고 뭐였더라. 마지막 대사가 인상 깊었던 영화였다. 언젠간 그가 사라지고, 나는 미아가 된 조개 껍데기처럼 깊은 바다 밑을 뒹굴뒹굴 굴러 다니겠지. 하지만, 그것도 나쁘지 않아. 곰곰히 생각하던 나에게, 경수의 깊은 눈빛이 박혔다. 아, 나는 갑자기 타격을 받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너는, 백현아. 너는? 보고싶지 않아?"

 

 

 

 

 

 

 

 

 

 

 나는 그 말에 끝내 대답을 하지 못했다. 담배나 피러 가자. 내 말에 경수는 대답을 조르지 않고, 아니 어쩌면 경수는 대답을 바라지 않고 말을 한 것이기에, 그대로 나를 따라 일어나 베란다로 나왔다. 베란다 바닥에 아무렇게나 앉아서 경수와 조용히,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담배를 폈다. 까만 밤하늘로 하얀 담배 연기가 몽글몽글 올라가다가, 그대로 사라지고 만다. 잔향만을 남긴 채.

 

 

 

 

 

 

 

 

"나 오늘 여기서 자고 갈게. 먼저 들어간다."

 

 

 

 

 경수가 내 어깨를 툭툭 치고 들어 갔고, 나는 홀로 남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맑으면서도 탁한, 기묘한 밤의 하늘. 그리고, 언젠가 너의 자전거 뒤에 타 방울 소리와 함께 보았던, 그 벚꽃은 보이지 않는다.

 

 

 

 

 

 

 

 

 

 

 

 

 

 

 

 

 

 

 

 

 

 

 

 

 

 

 

 

 

 

 

 

 

 

 

 

 

 

 

 

 

 

 

 

 

 

 

 

 

 

 

 

 

 

 

 

2년, 기억의 조각 03

 

 

 

 

 

 

 

 

 

 

 

 

 

 

 

 

 

 

 

 

 

 

 

 

 

 

 

 

 

 

 

 여름 방학이 끝나, 여름과 가을의 길목에 서 있던 계절이였다. 방학 보충은 이리저리 애들을 모아서 하기 때문에 종인이의 반과 함께 수업을 받게 됐고, 그 덕에 나는 종인이와도 꽤 친해진 상태였다. 종인이는 처음 봤던, 약간 매서워 보이던 인상과 다르게 장난끼가 많고, 대놓고가 아닌, 은근슬쩍 배려를 해주는, 낯간지러운 자상함이 있는 아이였다. 매점 안에 다른 아이들처럼 우리는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종인이와 경수, 나, 그리고 찬열이.

 

 

 

 

 

 

 

 

 

 

"야야, 흑구야. 사람 너무 많아. 가서 빵 물어와!"

 

"뒤지거나 죽고 싶냐?"

 

 

 

 

 

 

 

 

 종인이와 나는 아웅다웅 하는 사이였는데, 그 때는 그것이 즐거웠다. 놀리면 놀리는대로 반응이 나오는, 험한 말을 하지만 듣기 싫지 않은 요상한 김종인이. (물론 종인이는 지금도 욕을 입에 달고 산다. 전보다는 많이 순화 되었지만.) 우리 둘의 아웅다웅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찬열이가 내 귀를 막았다. 찬열이의 손을 같은 또래 아이들보다 컸는데, 키가 커서 그런가, 여하튼 그 큰 손으로 찬열이는 종인이가 욕을 하거나 할 때 내 귀를 막았었다. 어린애 취급하고 있어, 곧잘 나는 이렇게 투덜댔지만.

 

 

 

 

 

 

 

 

 

 

"같은 말 두 번 반복하지마, 바보야."

 

 

 

 

 

 

 

 

 

 흘겨보던 경수가 갑자기 엇, 소리를 내며 기울었다. 사람이 우글우글한 매점 안이였으므로 경수를 뒤에서 의도치 않게 밀게 된 아이가 미안, 하고 사과했지만, 종인이는 눈을 흘겨뜨며 경수의 어깨를 감쌌다. '눈 똑바로 뜨고 다녀, 개새끼야.' 하고 험한 욕도 하고. 어휴, 쟤는 성격이 뭐 저래.

 

 

 

 

 

 

 

 

 

"진짜 도경수 빠돌이야, 김종인."

 

 

 

 

 

 

 

 

 난 이 말에 발끈할 줄 알고 놀리려는 생각으로 말을 했는데, 종인이는 의외로 환하게 웃었다. 예나 지금이나 김종인 성격은 너무나도 직설적이고 솔직했다.

 

 

 

 

 

 

 

 

 

"나 도경수 빠돌이 맞잖아. 이제 알았냐?"

 

 

 

 

 

 

 

 

 그 말에 내가 닭살 돋는다며 팔을 벅벅 문지르고 있자 그 때 까지도 내 머리를 잡고 있던 찬열이의 손이 어깨에 걸쳐지고, 뒤에서 나를 껴안는 듯한 행동을 했다. 애는 또 왜 이래 진짜. 찬열이는 내 머리에 턱을 문지르며, 아파 아파!! 하고 소리지르는 내가 재밌다는 듯 웃었다. 나는 그 순간 정말 짜증이 났었다. 키가 큰 찬열이가 그렇게 툭툭 찍듯이 자신의 턱을 내 머리에 갖다 대면, 아닌게 아니고 정말로 아팠기 때문이다. 씨이, 맨날 키 작다고 나한테만 그래.

 

 

 

 

 

 

 

 

 

 

 

"그럼 난 변백 빠돌이 할래."

 

 

 

 

 

 

 

 

 찬열이의 말에 내가 어버버 하고 있자, 찬열이는 왜? 싫어? 하고 장난스럽게 내게 물었다. 아니, 아니. 싫다고는 안했는데…, 우물쭈물 하자, 아까부터 얼굴이 시뻘개져있던 경수가 가서 빵이나 사 오자, 변백. 오늘 점심 맛 없어. 하고 종인이와 찬열이를 뒤로 하고 나를 애들 틈 사이로 밀어 넣었다. 종인이와 찬열이는 어쩐지 싱글벙글한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쟤네 진짜 왜 저래…. 기 빠진 목소리로 말 하자, 경수가 진짜 철 언제 들런지 모르겠다. 하고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그 말이 너무 애늙은이 같았으므로, 나는 푸하 웃어버렸다. 배가 고픈 시간이라 그런지, 공격적인 아이들에게 이리저리 휩쓸리며 빵을 들고 낑낑 대고 나오는데, 경수가 갑자기 우뚝 멈춰섰다.

 

 

 

 

 

 

 

 

 

 

 

 

"야, 저거 뭐야?"

 

 

 

 

 

 

 

 

 경수의 말에 찬열이와 종인이가 있던 자리를 보니, 왠 여자아이 하나가 찬열이에게 핸드폰을 내밀고 있었다. 수줍게 웃으며, 볼까지 붉히고. 찬열이는, 뒤 돌아 서있었기에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왠지 모르게 힘이 쫙 빠져버려, 들고 있던 빵을 떨어트렸다. 너는 또 왜 이러냐. 나를 타박하는 경수의 목소리에 얼른 정신을 차리고 빵을 주우려 주저 앉았는데, 주머니 속 핸드폰이 울렸다. 꺼내서 액정을 키니, 문자가 와 있었다.

 

 

 

 

 

 

 

 

'백현아, 아빠 좀 보자. 할 말이 있어.'

 

 

 

 

 

 

 아버지의 문자였다. 나락의 기분. 나는 다리가 후들후들 거렸다. 순간 아침까지 보았던 엄마의 모습, 나에게 기죽지 말라며 말하던 엄마의 처연한 모습이 떠 올랐다. 경수가 머리 위에서 왜 그래, 왜 그래. 하고 물어 보았지만, 나는 대답도 못하고 주저 앉아 있었다. 손이 덜덜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분노였을까, 슬픔이였을까.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백현아,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언제 다가왔는지, 찬열이가 아이를 일으키 듯 나를 번쩍 일으켰다. 아니야, 아무 것도. 그 큰 눈이 나를 너무 올곧게 바라보고 있었기에, 나는 마주하지 못하고 눈을 돌렸다. 옆에서 종인이가 야, 오빠들 번호 따여서 그래? 하고 장난스럽게 말을 걸었고, 네가 아니고 찬열이한테 물어본 거 잖아. 하고 날이 서있는 경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여전히 땅만 바라보고 있었다. 빵이 데굴데굴 구르고 있었다. 마치 내 신세같아, 나는 처량해졌다. 그 순간 찬열이가 빵을 주워 툭툭 털어내 내 손에 쥐어줬다. 또래 아이들 보다, 나보다 훨씬 컸던 찬열이의 손.

 

 

 

 

 

 

 

 

 

 

 

 

 

"번호 안 줬어. 그런 표정 짓지마, 백현아."

 

 

 

 

 

 

 

 

 찬열이의 말에 나는 왠지 울 것 같았다. 아버지의 문자를 보고 놀란 가슴이 찬열이의 말에 다시 붕 뜬 느낌이였기 때문이다. 어머니에게 죄송해지는 순간이였다. 표정이 금방 바뀌어 헤실거리며 웃는 내 볼을 툭툭 치며, 찬열이도 따라 웃었다. 간지러운 느낌.

 

 

 

 

 

 

 

 

 

 

 

 

 

 

 

"야야, 주목해라. 다음 달에 우리 집 빈다. 다들 시간 비워 놔."

 

 

 

 

 

 

 

 

 

 종인이가 핸드폰을 들고 이리저리 흔들며 신난 듯 말을 했다. 또 뭔 짓을 하려고, 경수의 말에 종인이는 입을 삐죽거렸다. 어린 아이같은 종인이의 모습. 교실로 올라가는 계단, 앞서 가던 종인이와 경수가 투닥투닥 거렸다. 간지러운 마음이 가라앉지 않아, 나는 백미터 달리기를 한 것처럼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다. 계단 올라가서 그런가, 갸웃갸웃 하고 있는데, 옆을 보니 그런 내 표정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살피고 있는 찬열이가 보였다. 눈이 마주치니, 찬열이는 민망한 듯 손을 들어 볼을 긁적였다. 뭐야, 괜찮은데. 그런데, 정말, 아직도 굉장히 놀라운, 나의 아직도 모르겠는 그 용기로, 나는 찬열이의 손을 잡아 쥐었다. 쥐고도 내가 놀라 헉, 하고 소리를 내는데, 올려다 본 찬열이는 정말로, 아직도 너무 생생해 마음이 아플 정도로 근사한 그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잡은 손을 꼼지락대며 시선을 앞으로 돌리니, 종인이가 경수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있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은 나른하고, 바람은 살랑살랑하고, 하늘은 맑고, 내 손과 마음은 하늘하늘 봄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창 밖에서 환영과 같이 학교 아이들의 왁자지껄함이 들어오고 있었다. 잡고 있는 손으로, 감정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던 마법같은 그 날.

 

 

 

 

 

 

 

 

 

 

 

 

 

 

 

 

 

 

 

 

 

 

 

 

 

 

 

 

 

 

 

 

 

 

 

 

 

 

 

 

 

 

 

 

 

 

 

 

 

 

 

 

 

 

 

 

 

 

 야자가 끝나고 나는 평소와 같이 찬열이의 자전거 뒤에 대롱대롱 매달려 집에 왔다. 기분이 너무 좋아 싱글벙글 웃으며 집에 들어가자, 어머니는 날 반기시다가 고개를 갸웃, 하셨다. 기분 좋은 일 있니? 하는 말에 아니에요, 날씨가 좋아서. 하고 둘러댔다. 이 곳으로 이사를 하고 둘이 된 후, 학교라던지 외출이라던지 내가 나갔다 집에 오면 어머니는 과하게 날 반기곤 하셨다. 어머니가 싫은 것은 그 때도, 지금도 전혀 아니지만, 나는 그 모습이 낯설고 부담스러웠다. 어쩐지 필사적인, 그 때의 어머니의 모습.

 

 

 

 

 

 

 

 

 

 

 

"뭐 좀 먹을래? 부침개 반죽해놨는데."

 

 

 

 

 

 

 

 

 

 어머니의 말에 어쩔까, 고민하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왠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액정을 키니, 찬열이의 문자였다. '오늘 번호 진짜 안줬어.' 라는 문자였다. 그 문자에 나도 모르게 웃으며 나한테 왜 그런 말을 해, 하고 보냈다. 보내자마자 득달같이 답장이 왔는데, 그렇게 말 하면 나 좀 서운한데. 라는 찬열이의 말이였다. 으, 간질간질해. 계속 웃으며 핸드폰을 두드리고 있었는데, 어머니의 빤한 시선이 느껴졌다.

 

 

 

 

 

 

 

 

 

 

 

 

 

"저 먼저 일단 씻을게요."

 

 

 

 

 

 

 

 

 

 

 

 도망치 듯 편한 옷으로 갈아 입고 욕실로 냉큼 들어와버렸다. 흥얼흥얼 콧노래까지 부르며 씻고 나왔는데, 순간 나는 그 자리, 욕실 앞에서 멈춰버리고 말았다. 머리를 말리려 털어대던 손 까지도. 온 몸이 굳어버리는 느낌이였다. 어머니가, 내 핸드폰을 들고 계셨기 때문이였다. 찬열이와의 문자가 생각이 나 사색이 된 나에게 어머니는 소리를 지르셨다. 처음 보는 화를 내는 모습이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화는 찬열이와의 문자가 아니라, 아버지의 문자였었다. 나는 성큼성큼 어머니에게 다가가 핸드폰을 뺏어 들었다. 내가 온 길이, 온통 물 길이였다. 발 밑이 축축한, 그 쳐지는 기분과 느낌. 아직도 생생한, 그 날의 그 느낌.

 

 

 

 

 

 

 

 

 

 

 

 

 

 

 

 

"백현아, 내가 아빠랑 연락하는 걸 뭐라 하는게 아니야."

 

 

"지금 이게 그걸 뭐라 하시는게 아니면 뭐에요!!"

 

 

 

 

 

 

 

 

 어머니는 내 말에, 횡설수설하시기 시작했다. 아니야, 그게 아니야 백현아. 놀래서 바라만 보고 있는 나의 팔을 붙잡고, 어머니는 거의 울 듯한 표정으로 변하셨다. 나는 당혹스러움에 멍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아니야, 백현아. 이제 엄마는 너 뿐인데. 이제 엄마가 네가 기 안죽게 노력해야 하는데…, 어머니의 마지막 말에, 결국 나는 폭팔하고 말았다.

 

 

 

 

 

 

 

 

 

 

 

 

 

 

"기 죽이는 건, 엄마에요."

 

 

 

 

 

 

 

 

 

 내 말에, 망연자실한 어머니의 표정이 보였다. 나는 내가 말을 뱉어놓고도 밀려오는 죄책감에, 그대로 핸드폰을 손에 들고 슬리퍼를 대충 신은 후 현관문을 박차고 나왔다. 핸드폰을 생명줄처럼 손에 꽉 쥐고, 나는 멀리가지도 못하고 아파트 단지 안 공원으로 달렸다. 덜덜 떨리는 손을 들어 당장 생각나는, 기대고 싶었던, 그런 사람. 통화 목록을 보다 나는, 경수가 아닌 찬열이에게 전화를 했다. 나도 모르는 새에 나는 엉엉 울고 있었다.

 

 

 

 

 

 

 

 

 

 

 

 

"찬열아, 흐…, 내가, 내가 그럴려고 했던게 아닌데…."

 

 

 

 

 

 내 울먹이는 말에 놀란 찬열이가, 어디냐고 물었고 나는 우리 아파트 단지 공원 안 정자라고 말했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전화가 끊겼고, 나는 우두커니 그 어둠 속에 앉아 엉엉 울었다. 어느새 여름비가 축축하게 내리고 있었는데, 저 멀리서, 딸랑딸랑 작게 방울 소리가 울렸다. 찬열이의 소리다. 번쩍 고개를 드니, 거짓말처럼 숨을 헉헉 거리며 찬열이가 서 있었다.

 

 

 

 

 

 

 

 

 

 

"백현아."

 

 

 

 

 

 

 

 

 찬열이의 말이 끝나기도 전, 나는 찬열이의 품 속으로 뛰어 들었다. 여름비가 내리던 그 밤, 또 다른 빗물이 주륵주륵 흐른 내 얼굴은 축축했고, 나를 안아주며 끊임없이 토닥거리던 찬열이의 손도 축축하게 젖어 들어갔다. 찬열이가 챙겨 온 듯한 우산은 우리의 발 밑에 뒹굴고 있었다. 울지마, 울지마. 자신도 울먹거리며 나를 달래던, 자신도 비에 젖어가면서도 내가 최대한 비에 젖지 않게 최대한 필사적이고 넓게 나를 안아주고 달래던, 아직도 생생해 너무나도 그리운 찬열이의 목소리.

 

 

 

 

 

 

 

 

 

 

 

 

 

 

 

 

 

 

 

 

 

 

 

 

 

 

 

 

 

 

 

 

 

 

 

 

 

 

 

 

 

 

 

 

-

 

 

 

 

 

 

이 봄이 오다 만 추운 날씨에 저는 여름 풍경을 쓰고 앉았네여...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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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망라애서 동시연재 하는거예요?
10년 전
모가파
네 맞아요:) 혹시 문제되면 말씀해주세요~
10년 전
독자2
찬열이 멋있다....ㅎㅎ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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