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짜증 나! 짜증 난다고!! "
" 어, 엄마…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
차가운 바닥에 누워 힘없이 술에 취한 여자의 발길질을 그대로 받으며 그저 잘못했다고 빌고 있는 남자아이가 보였다.
이제 겨우 예닐곱은 되어 보이는 아이가 급기야 피를 토하자 그제야 여자는 발길질을 멈췄다.
어린아이가 피를 토하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제자리로 찾아가앉아 술을 마시는 여자.
잠시 후 술을 얼마나 마신 것인지 잠에 든 여자를 한쪽 구석에 웅크려 앉아 노려보는 아이였다.
그런 아이는 몸을 더 웅크리며 홀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아이의 입가에 귀를 대지 않는 이상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 죽여버릴 거야… 죽일 거라고… "
여자의 얼굴을 노려보며 중얼거리던 그때 여자의 눈이 번쩍 떠졌고, 그런 여자의 모습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소리를 지르는 아이였다.
" 하… 하아… "
침대 위에서 땀으로 온몸을 샤워한 듯 축축이 젖은 상태로 고개를 숙여 작게 욕설을 내뱉는 민윤기.
좀 전에 보았던 장면은 바로 민윤기의 어린 시절 중 하나의 기억인 꿈이었다.
멍하니 어둠 속에서 자신의 얼굴에 흐르는 땀을 느끼고 있다가 이내 기억을 지워버리고 싶다는 듯이 자신의 머리를 거칠게 털어버렸다.
" 시발… "
다시 침대 위로 몸을 눕히더니 이내 고개를 돌려 커튼 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빛을 멍하니 보다가 이내 피식 웃어 보였다.
분명 저 커튼 사이로 새어들어오는 빛을 보면 낮인 것 같은데 왜 민윤기 그의 방은 아직도 어두운 밤인 것 같을까.
어두운 방 안은 마치 그의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듯했다.
똑똑.
누군가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고 민윤기는 생각했다. 아, 또 그 여자구나.
그런 윤기의 생각을 읽은 듯이 방문을 살며시 열고 들어오는 그녀였다.
" 일어났어요? "
내가 전에 그런 모습을 보였는데 아무렇지 않은 척 뻔뻔하게 얼굴 보이는 건 뭐 하자는 거야?
" 집에 오니 무슨 소리가 들려서 얼떨결에 올라오게 되었는데 악몽을 꾸고 있던 것 같더라고요. 열도 좀 나는 것 같고. "
그녀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앉아 이불 위에 떨어져 있는 수건을 내려다봤다.
어쩐지, 왜 허벅지가 무겁게 느껴지나 싶었는데.
시선만 들어 자신을 보는 윤기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그녀다.
" 힘든 일이나 고민 같은 거 있으면 언제든 얘기해도 괜찮아요.
누군가에게 자신의 힘든 점을 털어놓는 것 자체가 한결 편해질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
그리고 더 이상 아무 말없이 문을 닫고 나가는 그녀였다.
그녀가 나가고 윤기는 이불 위에 있는 수건을 잡고 그대로 문 쪽으로 던져버렸다. 그리고 다시 침대 위로 누워 팔을 들어 자신의 눈가를 가렸다.
그러다 이내, 자신의 눈가에 올렸던 팔을 이마 위로 올려 어두운 천장을 올려다보며 생각하는 윤기다.
뭐가 그리 좋다고, 행복하다고… 그렇게 웃으면서 말해? 꼴보기 싫게.
속으로 그녀를 욕하던 그는 이내 귀에 이어폰을 꽂고 눈을 감아 보였다.
***
윤기의 방을 나오고 1층으로 내려가기 위해 계단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윤기는 괜찮을까. 물이라도 한 잔 갖다 줄까.
날 향해 나올 윤기의 태도가 눈에 선했지만 물 한 잔쯤이야,라는 생각을 가지며 주방으로 향했다.
주방에 들어가 정수기 앞에서 물 한잔 뜨고 있는데 때마침 주방으로 들어오는 지민이가 보였다.
지민이는 날 발견하자 놀란 눈으로 자리에 선 채 물어왔다.
" 누나…? "
" 어, 지민이 안녕? "
" 뭐예요? 언제 왔어요? "
" 30분 전에? "
" 안 올 줄 알았는데… "
" 약속했잖아, 올 거라고. "
" 그 약속은 이미 지났잖아요… "
" 나한테는 계속 진행 중이야. "
내 말에 눈을 피하는 지민. 그런 지민을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 지민이 혹시 밥 먹었어? "
" 아뇨. "
" 내가 점심 사줄까? "
" 됐어요. "
" 왜? "
" 원래 잘 안 먹어요. "
지민이의 말에 그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천천히 훑어봤다.
" 너 그렇게 잘 안 먹어서 이렇게 말랐구나. "
" 운동해서 마른 거예요. "
" 운동해? "
" 네. 저 이래봐도 관리 꾸준히 하고 있어요. "
" 오, 진짜? 지민이 멋있네~ "
미소를 지은 채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대답하자 그런 날 보며 피식 웃어버리는 지민이다.
그러다 조금 마음이 풀린 듯 내게 물어왔다.
" 30분 전에 왔는데 왜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설마 어제 제가 그런 말했다고 그런 건… "
" 아니야. 그게… 윤기형이 아파서 간호해주느라… "
" 윤기형이 아프다고요? 누나 오자마자 윤기형부터 찾아갔구나… "
" 아니, 그냥 오자마자 2층에서 소리가 들리기에 잠깐 올라가 봤는데 악몽을 꾸고 있는 것 같더라고.
깨워주려고 했는데 일어나지 못하고 끙끙 앓고 있길래 확인해보니 열이 나더라, 그래서 좀 간호해줬었어. "
" …다행이네요. "
" 응? 뭐가 다행이야? "
" 윤기형한테 맞지 않아서요. "
내 눈을 보며 말하는 지민이의 모습에 미소를 지으며 걱정해줬냐고 물었다.
그러자 잠시 말이 없더니 이내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는 지민이었다.
그런 지민이를 보며 고맙다고 얘기하는데 뒤에서부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또 왔네요? "
뒤돌아서자 지민이와 내 뒤에는 정국이가 서 있었다.
정국이는 날 향해 또 왔냐고 물으며 천천히 다가왔다.
" 한 가지 뭐 물어봐도 될까요? "
" 어? 응, 뭐든 물어봐! "
내 말에 갑자기 자신의 몸을 내 쪽으로 기울이며 좀 더 가까이 다가오는 정국이다. 그런 그의 행동에 당황하며 몸을 뒤로 살짝 빼는데 다시 몸을 일으키며 묻는 정국이었다.
" 혹시 향수 뿌려요? "
" 어? 응… "
" 뭐 쓰는데요? "
무슨 향수 쓰냐는 그의 물음에 내가 쓰는 향수를 조심스럽게 알려줬고 그런 내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정국이다.
" 예전에도 그 향수 뿌리고 다녔어요? "
" 음… 가끔? 그런데 그건 갑자기 왜? "
내 대답에 정국은 시선을 허공으로 돌리다 다시 마주하며 말해왔다.
" 왜? "
" 확인할 게 있어서요. "
그 말을 남기고 주방을 나가는 정국이었다.
거실로 나가는 정국이를 보다가 옆에 있던 지민이가 신경 쓰여 고개를 돌렸다.
지민이도 정국이를 보고 있던 것인지 내가 그를 올려다보자 고개를 돌려 내 눈을 맞춰왔다.
" 처음이네요. "
" 뭐가? "
" 정국이가 이 집에 온 누나들 중 처음으로 호감 보인 거요. "
" 호감? 저기, 지민아… 호감이 아니라 관심 아닐까? "
내 말에 다시 고개를 돌려 거실로 나간 정국이를 보며 중얼거리는 지민이다.
" …누구한테 다시 오라고 말하는 것도 처음인데. "
지민이의 그 말에 고개를 돌려 소파에 앉아있는 정국이를 쳐다봤다.
오늘도 역시 TV를 보며 조용히 앉아있는 정국이를 보면서 생각했다.
내 향수 냄새가 너무 진한가…?
" 누나. "
" 어? "
" 솔직하게 말해봐요. 누나도 정국이한테 관심 있죠? "
관심? 뭐, 관심이야 이곳에 있는 일곱 명 전부에게 관심이 있긴 한데…
" 관심이 없으면 내가 이렇게 찾아오겠어? "
" … "
" 하지만 내 관심은 오로지 여기 사람들의 심리 치료를 목적으로 오는 거야. "
" …진짜 그것뿐이에요? "
" 거짓말 아니야. "
" 그 이상은 안돼요. "
" 그 이상이라는 건 어떤 걸 의미하는 거야? "
" 서로 사랑하는 거. "
" … "
" 근데 저라면 괜찮아요. "
지민이의 말에 아무 말없이 그의 얼굴을 마주하고 있었다.
지민이는 정말 사랑이 고달픈 사람이구나. 다른 사람은 안되어도 자신만은 된다 하니…
말없이 서로 눈만 맞추고 있는데 갑자기 날 자신의 품에 안아버리는 지민이다.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당황해하고 있는데 지민이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 다른 사람은 다 안되어도 저만은 괜찮아요. "
" 지, 지민아? "
" 제가 다 막아줄게요. 저 상처받는 거 익숙하니까 괜찮아요. 제가 누나 지켜줄게요. 그러니까 누나만은 저 버리지 말아 줘요. "
지민이가 왜 이렇게까지 나오는지 이해되었기에 내리고 있던 손을 들어 그의 등을 쓸어내려 주려 했다.
그때 때마침 나와 지민이 사이를 떼어놓는 사람이 있었고, 그 사람의 얼굴을 확인했을 때 조금 놀랐다.
" 박지민, 지금 뭐 하는 거야? "
" 석진이형… "
바로 김석진이었기 때문이다.
" 네가 왜 이 여자를 안고 있어? "
" … "
" 하… 지민아, 너 그런식으로 하다가 나중엔 결국 집착이 된다고 했지. "
" 집착 아니에요! "
지민이의 외침에 한숨을 작게 내쉬는 석진이었고, 옆에 서 있던 날 보며 말하는 그였다.
" 두 번 다시 오지 말라고 했지? "
" 누나한테 그러지 마요! 누나는 우릴 생각해서 포기하지 않고 와주는 건데… "
" 박지민. "
" 나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에요… 그냥 나 혼자서 좋아하고 있을 테니까 누나 오지 말라고 하지 마요, 제발요 형… "
그 말을 하며 옆에 있던 내 손목을 잡는 지민이의 손길이 느껴졌다.
부들부들 떨리는 지민이의 손길에 말없이 그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그런 날 본 석진이 다시 지민이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하였다.
" 이미 몇 번이나 보고 겪어봤으면서도 아직도 이러는 거야? "
" 형… "
" 지민아, 널 위해서야. "
" 아니야… 누나는 아닐 거라고요… "
" 이 집에 오는 여자들은 믿지 말라고 윤기가 그랬지? "
" … "
" 더 이상 우리 속지 말자. "
마지막 말을 하며 내 얼굴을 보는 석진. 그런 석진을 보며 한마디 하려는데 내 손목을 잡고 있는 지민이의 손힘이 강하게 느껴져왔다.
그 힘에 놀라 지민이를 올려다보는데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내게 묻는 그였다.
" 누나… 아니죠? "
" 어? "
" 누나는… 절대 우리를 배신하지 않을 거죠? "
" …응. "
" 누나는… "
결국 말하다가 울컥해진 건지 점점 눈가에 눈물이 차오르는 지민이었다.
내게 물을수록 잡고 있는 손에 힘이 점점 가해짐을 느꼈지만 지민이의 눈물을 본 순간 그 아픔은 어느새 잊게 되었다.
" 누나는… "
" … "
" 그 여자들하고는 다르죠? "
" … "
" 우리한테 욕하고 때리며 상처 주지 않고 도망가지 않을 거죠? "
그전에 왔던 신 교수님의 제자들은 도대체 이곳에서 이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행동했기에 지민이가 지금 이렇게 겁을 잔뜩 먹은 상태로 내게 묻는 걸까.
대답하지 않고 그저 침묵만 유지하는 내 모습이 불안해진 건지 내 손목을 잡고 있던 자신의 손을 뿌리치며 나와 마주하는 지민이다.
결국 불안함에 찬 지민은 조금 격앙된 모습으로 변했다.
그러더니 이내 싱크대 쪽으로 걸어가더니 유리컵 하나를 집어 들더니 그대로 거칠게 깨버리는 행동을 보였다.
유리 파편이 깨어져 주변에 나뒹굴었고 날카로운 유리조각으로 자신의 손목 근처에 갖다 대는 지민이었다.
그 모습에 나와 석진, 거실에서 지켜보고 있던 정국은 불안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 왜 대답을 안 해요?? 그럴 거예요?? "
" 지민아! "
" 그럴 거냐고요!! "
거의 이성을 잃었다,라고 표현될 정도로 숨소리마저 거칠어진 지민을 보며 어떻게 대답해야 지민이가 진정할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 누나도 그럴 거예요? 누나마저 그러면 나 진짜 더 이상 살지 않을 거예요… "
" 안 그래. 지민아 누나는 안 그럴 거야. "
" 나 사실 상처받는 거 익숙하다고 했지만… 그래도 그것도 한계가 있어요… 나도 이제 진짜 힘들어요… 지쳤다고요… "
" 지민아, 누나 믿어. 나는 도망가지 않을 거야. "
" …그 말을 제가 어떻게 믿어요? "
내 대답에 눈물을 흘리며 묻는 지민을 보다가 이내 침착하게 대답해주었다.
" 도망가지도 않을 거고, 욕하지도 않고, 때리지도 않을 거야. "
" … "
" 배신도 절대 안 하고, "
" … "
" 절대 상처도 주지 않을게. "
나의 말에 자신의 손목 가까이 대었던 유리조각을 조금 떨어트리는 지민.
내 말에 점차 진정해가는 지민이의 모습을 보며 이들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은 나의 일부분을 아주 살짝만 보여줬다.
이곳에서는 약한 모습이나 과거에 연관된 모습은 일절 보여주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 지민이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라면 어쩔 수가 없었다.
" 나도 그런 상처받아봐서 알아. 그러니까 절대로 나 같은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앞으로 내가 더 많이 옆에서 지켜주고 도와줄게. "
" 누나… "
" 마지막이라도 좋으니 날 한 번만 믿어줘. "
내 말에 눈을 감는 지민이었고, 동시에 그의 볼 위로 긴 줄기가 그려지며 눈물을 떨어트렸다.
" 누나 믿으면 그거 싱크대에 버리고 이쪽으로 와. "
내 쪽으로 오라는 나의 말에 지민이는 감고 있던 눈을 천천히 뜨며 싱크대에 유리 조각을 버렸다.
그리고 한 걸음씩 내게 걸어오는 지민이었고, 어느새 내 앞으로 걸어온 지민이를 향해 안아줬다.
그러자 내 등 뒤로 피가 묻지 않은 반대 손으로 안는 지민이었다.
지민이를 품에 안고 그의 등을 토닥이며 연신 같은 말만을 되풀이했다.
지민아 괜찮아, 말 들어줘서 고마워.
같은 말을 되풀이하며 지민이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감싸주었다.
그런 나와 지민을 조금 놀란 표정으로 보고 있는 석진이었다.
거실에서 일촉즉발인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던 정국이도 조금 놀란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사건이 일어난 후에 들은 거지만 지금까지 이렇게 이성을 잃고 흥분한 지민이를 달래준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거의 이 상황을 달래려다 두려워져 포기하고 도망간 사람들이 일쑤였지.
이곳에 찾아온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목적을 이루려다 실패해서 결국 그들에게 다시 한 번 상처가 되는 말들과 행동을 한 후 도망치듯 이 집에서 빠져나갔다.
좀 전에 지민이 내게 했던 자신들에게 욕하고 때리며 상처 주지 않고 도망가지 않을 거냐고 물었던 말의 계기다.
이 집에 살고 있는 다른 여섯 명도 지민을 겨우 어르고 달래서 진정시켜주고, 애써 상처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피하기만 했었다.
하지만 오늘 같은 경우, 자신들의 말을 따르지 않은 내 모습에 석진이 화가 나서 말하다 보니 어쩌다 지민이의 상처를 건드리게 된 것이다.
앞으로 나는 이렇게 자주 찾아와 그들에게 조금씩 변화를 줄 것이라 속으로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지금의 나처럼 과거를 천천히 잊고 보다 나은 새로운 삶을 살아가길 바라며.
" 그런 일이 있었어? "
태형이의 물음에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는 지민. 그런 지민이를 물끄러미 보다가 붕대가 감겨진 그의 손으로 시선을 옮기는 태형이다.
지민이의 손에 난 상처는 그 누나가 치료해줬다고 했다.
지민이가 얘기하길 상처 치료를 너무 조심스럽게 해줘서 하나도 안 아팠다.
그런데 그 누나를 보는 정국이 눈빛이 예전과는 조금 달라져 보였다.
자신에게 했던 얘기를 회상하고 있는데 그런 태형을 향해 아이스크림을 들어 보이는 지민이다.
" 너도 먹을래? "
자신이 먹고 있던 아이스크림 통을 보이며 먹을 거냐고 묻는 지민이를 향해 고개를 좌우로 젓는 태형이다.
그런 태형이를 보다 다시 자신 쪽으로 아이스크림 통을 끌어안아 퍼먹으며 시선을 TV에 고정시킨 채 말하는 지민이었다.
" 태형아. "
" 왜. "
" 너도 혹시 누나한테 관심 있어? "
지민이의 물음에 TV에 고정시키던 눈을 돌려 그를 보는 태형.
" 관심이라니? "
" 나는 자꾸 관심이 가더라. "
지민이의 말에 표정이 굳어진 태형.
그의 표정이 왜 굳어졌냐하면, 이 집에 들어와 살 때부터 지민이가 그동안 어떤 상처를 받아왔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애정결핍이 조금 있었던 지민이는 이 집에 오는 여자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한없이 퍼주었다.
그런 지민이의 장단을 맞춰주듯 처음에는 호의적으로 나오던 여자들은 이내 자신의 목적이 드러나자 손바닥 뒤집 듯 쉽게 마음을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여자들을 형들과 나와 정국이 모두가 피했지만 오로지 지민만은 매번 매달렸고, 울고, 맞았다.
쉽게 자신을 놔주지 않는 지민이를 향해 이곳에 온 여자들은 이렇게 말했다.
' 너같이 집착하는 놈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 꺼져, 짜증 나니까! '
' 너의 그 집착 못 버리면 아마 넌 평생 혼자 살걸? '
' 사랑? 웃기고 있네, 어디 가서 사랑이라고 하지 마라~
너 이런 거 그냥 집착이야, 나는 너처럼 집착하는 애가 세상에서 제일 소름 돋고 역겨워! '
매번 가슴에 비수로 꽂히는 말로 상처를 받는 사람은 지민이었다.
하지만 자신은 믿고 있다며 애써 담담한 행동만을 보여왔다.
언젠가는 자신을 믿고 이해해줄 사람이 나타날 것이다, 그런 사람이 나타나면 자신도 조금씩 변해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기대를 가지면 가질수록 지민이의 상처는 나날이 늘어만 갔다.
벌써 몇 번이나 그런 상처가 반복되어 받아온 지민이가 매번 걱정이었다.
이번 일도 마찬가지다. 피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던 그 누나.
결국 다른 여자들과 마찬가지로 버티지 못하고 이대로 도망가 버리면 어떡하지? 그럼 지민이는 어떻게 되는 거지?
걱정이 물밀듯 밀려왔다.
" 누나가 계속 와 줬으면 진짜 좋겠다. "
" 왜? "
" 좋으니까. "
" 너 그러다 또 후회할 거지? "
" 안 해, 안 할 거야. "
"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건데? "
" 그 누나가 그랬어. 마지막이라도 좋으니 자신을 한 번 믿어달라고. 그래서 믿어볼 거야. "
" … "
" 누나는 날 지켜준다고 했으니까 나는 다른 형들이 괴롭히지 못하도록 나서서 다 막아줄 거야. "
" 윤기형도 감당 못하면서. "
태형의 말에 감당할 거야.라고 대답하는 지민.
그러고 다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기쁨을 감추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 그 누나가 그렇게 좋아? "
태형이의 물음에 눈이 휘어지게 웃으며 밝은 미소로 ' 응, 좋아. '라고 대답하는 지민.
친구의 입장으로써 밝은 그의 모습은 보기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었다.
전에 왔던 그 여자들처럼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 우리들을 배신하고 떠날까 봐.
사실은 다 거짓이었다 말하고 이대로 우리에게 등을 보일까 봐.
그런 생각에 아직 지민만큼 마음을 주지 못하는 태형이었다.
위험한 방탄소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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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방탄 덕분에 행복합니다.
펙럽 무한반복 중
오늘도 방탄 노래와 함께 주말을 반겨줘봐요~
아 참, 그리고 저는 이런 배경색으로 글 볼 때 제일 편한 것 같던데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