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친구 정재현 지독하게 짝사랑하는 썰 11
여주는 재현을 몰랐던 그 때로 돌아가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해. 여유를 가지고 주위를 둘러봤을 때 여주에게 유독 잔인하고 아팠던 여름은 끝나있었어. 여름 햇살에 무르익었던 잎들이 가을바람에 자연스레 떨어지듯, 재현에게 받았던 상처도 조금씩 아물어 가고 있었어.
“나재민, 저 손님이 자꾸 너 쳐다본다?”
“뭐래, 관심 없거든. 일이나 해.”
방학 때 재민과 함께 하던 일은 그만두지 않았고, 자연스레 재민과 함께 하는 시간은 더욱 늘었어. 재현에게 뻗은 손이 닿지 않아 허공에서 허우적거릴 때면 그런 여주가 넘어지지 않도록 잡아주는 건 언제나 재민이었어. 오랜 사랑을 힘겹게 끝내고 있는 친구를 어설프게 위로해주기도 했고, 그럼에도 지난 상처에 눈물 흘리는 저의 오랜 사랑을 위해 따뜻한 품을 내어주기도 했지.
열여덟부터 스물이 끝나가는 지금까지 한결같이 자신의 곁을 지킨 재민의 마음을 여주는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어. 그래서 제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순간적인 충동에 재민의 마음을 받아줄까 생각도 해봤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의 끝이 재민이 아니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지.
“재민아. 나는 네가 참 고마워. 너는 내가 많이 사랑하는 친구야. 그런데 네가 아무리 노력해도,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친구 이상이 될 수는 없을 것 같아. 혼자 하는 사랑, 그거 엄청 힘들잖아. 그러니까,”
“여주야, 지금 나한테 너 그만 좋아하라는 말, 그 말이 하고 싶은 거지? 지금까지 서여주가 했던 말들 중에서 제일 이기적인 말이야 그거. 그런데 이거 내가 혼자 시작한 거잖아. 끝내는 것도 내 마음이야. 그래도 이런 내 마음 때문에 네가 나한테 미안하다면, 이제부터라도 네가 모르게 할게. 날 친구 이상으로 볼 수 없다는 너한테 내 마음 강요한 적도 없지만, 앞으로도 강요하지 않을 거야.”
차마 맨 정신에는 말하지 못 할 것 같아 재민과 애꿎은 술잔만 비워가며 제 진심을 전달한 여주는 담담하게 강요하지 않겠다며, 앞으로는 제가 눈치 채지 못하게 마음을 품겠다고 말하는 재민에게 연민을 느껴. 그리고 자신이 재현에게 얼마나 이기적으로 굴었는지 알게 되지. 상처는 항상 거절당하는 자신만 받았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일방적인 저의 강요에 저 못지않게 재현도 힘들었을 거라고 재현을 이해할 수 있게 돼. 그리고 어쩌면 조금 더 빨리 재현을 훌훌 털어놓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지.
오빠 친구 정재현 지독하게 짝사랑하는 썰 11
영호는 여주가 재현에게 고백하기 전부터 여주의 마음을 알고 있었어. 여주는 제 감정을 완벽하게 감추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졸업식 전 우연히 여주의 검색 기록을 본 뒤부터 재현을 향한 여주의 마음을 알게 됐지.
처음에는 크지 않은 마음일 거라고, 남자라고는 저밖에 몰랐으니 다정하고, 잘생긴 재현에게 마음이 갈 수 있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고등학교 졸업식에 찾아 온 재현을 보는 여주의 눈을 보고 그 깊은 마음을 깨달았지.
재현과 여주가 같은 마음일 거라고 생각도 하지 못했기에 여주가 더 큰 상처를 받기 전에 잘 타일러야겠다고 생각했어. 여주에 대한 재현의 마음에 대해서는 무감해서였을까, 술에 취해 재민의 부축을 받는 여주를 바라보는 재현의 눈빛은 영호에게도 충격 그 이상이었어. 하지만 그 충격은 재현이 걱정하는 것만큼 큰 게 아니었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친구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아끼는 내 동생이 서로를 좋아하고 있구나. 그게 다였어. 영호가 아는 재현은 정말 좋은 사람이었고, 진중한 사람이었으니까 여주에 대한 마음이 가벼운 바람 같은 게 아닐 거라고 확신했고, 오히려 여주와 재현의 사이에 진전이 있길 원했어. 그래서 여주를 밀어내는 재현을 보면서도 이유가 있겠지, 사정이 있을 거야 생각하면서 여주만큼이나 재현을 참고 기다렸어.
여주는 자신이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영호는 여주의 사소한 변화까지 눈치 챌 수 있었어. 자신의 오랜 친구 재현의 어색한 행동들을 보면서 둘의 관계가 끝났을 거라 생각하지. 재현과 여주의 관계에 대한 정의는 쉽게 나왔지만 그 이유를 영호는 알 수 없었어. 불편한 의구심을 생긴 영호는 묘하게 자신을 피하는 재현과 술자리를 만들고 말지.
“정재현, 너 왜 요즘에 우리 집 안 오냐. 나 심심해.”
“밖에서 만나면 되잖아. 너네 집 이제 나도 지겹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지 말고. 너랑 여주 서로 좋아했잖아. 아니야?”
“여주도 그냥 장난으로 한 거고, 나도,”
“재현아, 너도 장난이라고 말할래? 내가 몰랐을 것 같냐. 여주 마음, 네 마음 다 알고 있었어. 내가 네 마음 모른 체 한 건, 네가 마음을 접길 바라서가 아니야. 그냥 네 마음이니까, 너랑 여주 둘 문제니까 제3자인 나는 그냥 빠져있던 거라고. 가만 지켜보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 난. 여주 보니까 이미 끝난 것 같네 너희 둘. 근데 둘 다 확실하게 정리는 못한 것 같고. 근데 있잖아, 혹시나, 만약에 여주 밀어냈던 이유에 내가 있는 거라면, 나 신경 쓰지 말고 그냥 너희 둘만 생각해서 다시 시작해 보면 안 되겠냐. 그냥, 나는 여주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그 마음들이 너무 아까워서 그래.”
“여주 밀어내면서 무작정 너 탓 한 거 맞아. 여주는 네 동생이니까, 감히 내가 욕심내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던 것도 맞고.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나 혼자 겁을 먹었던 것 같아. 사람 관계라는 건 어떤 방식이든 다 끝이 있잖아. 기약 없는 사랑이라는 건 특히나 그 끝이 아프고. 그래서 밀어낸 거야. 상처 주기도 싫고, 상처 받기도 싫으니까. 근데 이제 와서 이런 얘기하면 뭐 하겠냐. 나랑 여주 이제 진짜 끝냈어. 무엇보다 여주한테 미안해서 더는 못 흔들겠다.”
“진짜 웃기지도 않네. 야, 정재현. 밤에 여주 뒤에서 집까지 같이 걷는 짓이나 그만 하고 진짜 끝냈다고 해. 내가 보기에 너네 끝내려면 아직 한참 남았다.”
진지한 영호의 말에, 진짜 모르겠다 하며 재현은 쓴 술을 삼켜. 제 속보다 쓰리지는 않지만, 이 술을 털어 넣듯 마시면 제 마음도 털어질 거라고 생각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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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많이 늦게 왔네요ㅠㅠㅠ 혹시나 제 글 기다리고 계셨을 독자님들께 사과드립니다ㅠㅠㅠ
오늘은 여주와, 영호 재현의 이야기를 가져왔어요!
재민과 술을 마시며 재현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여주의 모습, 영호와 술을 마시며 여주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재현의 모습이 독자님들께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네요.
1일 1글을 꼭 하고 말겠다던 말씀은 못 지킬 것 같아요ㅠㅠㅠ 그래도 최대한 텀없이 연재하고 싶은 생각입니다.
항상 제 글을 좋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암호닉]은 여전히 댓글로 받고 있습니다. 조만간 암호닉 정리를 해서 올려드릴 생각인데 다른 의견 있으시다면 자유롭게 말씀해주세요!
오늘도 좋은 밤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