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방탄소년단
W.백소
- 5 -
이곳은 정국이방.
방 침대에 누워있는 지민과 침대 벽에 기대 있는 정국, 그리고 의자에 앉아 만화책을 보고 있는 태형이 보였다.
" 괜찮냐? "
" 그럭저럭이요. "
" 누가 10대 아니랄까 봐. "
" 제일 혈기왕성한 나이죠. "
정국이의 말에 웃음이 터진 지민과 실소를 내뱉는 태형.
며칠 전 다쳤던 허리에 아직까지 파스를 붙이고 있는 정국이를 보며 지민이가 물었다.
그날 빠르게 약국에 갔다 오더니 됐다는 정국이의 말을 끝까지 무시하며 겨우 침대에 눕히고 그의 허리에 무자비하게 파스를 붙였던 그녀.
처음엔 차가운 느낌이 싫다고 난리치다가 나중에 좀 더 뜨끈해지니 더 싫다고 난리를 쳤던 정국이었다.
그런 정국이를 향해 절대로 떼어내면 안 된다고 말하던 그녀였다.
당장 떼어낼 거라고 말하던 정국이를 향해 단호하게 얘기했던 그녀가 생각났다.
말 들어. 그래야 나중에 좋은 일 생기지. 혹시 몰라? 여자친구가 생길지.
그 말을 듣고 더 이상 반항하지 않은 정국이었다.
여자친구에는 관심 없는 정국인 줄 알았는데 아직 어려서 그런지 연애에 관심이 꽤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니 여자친구라는 단어에 더 이상 반발하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르지.
그 이후로 허리의 멍이 다 나을 때까지 꿋꿋이 허리에 파스를 달고 사는 정국이었다.
" 누나는 참 대단한 것 같아. "
지민이의 말에 의자에 앉아있던 태형이도 벽에 기대 폰 게임을 하던 정국이도 모두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런 지민을 향해 묻는 태형이다.
" 뭐가? "
태형이의 물음에 그를 한번 힐끔 보다가 옆에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정국이를 보더니 이내 아이 같은 미소를 지으며 ' 그냥. '이라고 대답하는 지민.
그런 지민을 보며 이번에는 정국이 물었다.
" 그 누나가 그렇게 좋아요? "
" 응. "
지민의 대답에 다시 핸드폰으로 시선을 돌리며 중얼거리는 정국이다.
" 대체 어디가 좋아서… "
" 그렇게 묻는 너는 왜 좋아하는데? "
정국의 말에 찔러보듯 묻는 지민. 그런 지민의 물음에 폰 게임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그를 내려다보며 말하는 정국이다.
" 안 좋아해요. "
정국이의 말에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이내 피식 웃어버리며 시선을 천장으로 올리는 지민.
" 꼭 그런 사람이 더 좋아하더라~ "
" … "
" 하루빨리 보고 싶고, 목소리도 듣고 싶고, 손도 잡아주고 싶고. "
" … "
" 그런 생각이 들면 좋아하는 거다. "
여전히 천장을 보고 말하지만 누가 봐도 자신의 옆에 있는 정국을 겨냥하듯 말하는 지민이다.
" 난 누나가 진짜 좋아. "
" 마음 다 주지는 마. "
" … "
" 그래야 나중에 견딜 수 있지. "
태형의 말에 시선만 내려 그를 보는 지민. 허공에 눈이 마주친 태형과 지민을 번갈아 보던 정국은 게임을 그만두며 말하였다.
" 어찌 되었든 간에 제가 제일 먼저 믿는 건 형들뿐이에요. "
자리에서 일어나 닫혀있는 문 앞으로 걸어가 손잡이를 잡던 정국은 자리에 멈춰 서더니 고개만 돌려 태형과 지민을 향해 말했다.
그 말을 하며 씩 웃는 정국은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갔다.
그런 정국이 나간 방문을 멍하니 보며 한동안 아무 말도 못하는 태형과 지민이었다.
의자에 앉아 글을 끄적이는데 도저히 글이 써지지 않아 결국 펜을 놓아버렸다.
눈을 감고 고개를 들어 감았던 눈을 다시 떴다. 눈을 뜨자 천장 위에 며칠 전 계단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상기됐다.
계단에서 미는 동시 그를 쳐다보던 그 여자의 눈과, 그 밑으로 빠르게 달려와 받아주며 대신 다쳤던 정국.
대체 그 여자가 뭐라고 대신 다치고 지랄인데… 그 여자가 빨리 나가길 바라지 않았던 거였어?
태형과 지민은 그렇다 쳐도 정국마저 변한 모습에 머릿속이 복잡해져왔다.
처음에 겁을 주면 나중에는 견디지 못하고 나가겠지. 분명 일주일도 버티지 못하고 도망갈 테지.
그런 생각으로 일부로 그 여자를 피하고 다녔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날이 갈수록 그 여자는 더 자주 오게 되었고, 그런 여자에게 점차 마음을 여는 동생들이었다.
내가 분명 쉽게 마음 주지 말라고 했는데.
어느새 내 말은 잊고 그 여자의 호의에 넘어간 듯 여자의 방문을 반겨주는 동생들의 모습에 불안해지며 이질감이 느껴졌다.
언제 등을 돌려 우리에게 다시 또 상처를 안겨줄지 모르는 그 여자를 내 손으로 나가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때 내가 계단에서 그 여자를 밀었던 것인데 설마 정국이가 받아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솔직히 계단도 그리 높게 올라온 것도 아니라 그대로 떨어져도 크게 다치지 않았을 텐데,
왜 정국이가 달려와서 대신 다치면서까지 그 여자를 받아냈던 걸까.
분명 속아도 제대로 속아 넘어간 것이다. 보통 여자가 아니다.
좀 더 강하게 겁을 줘야 이 집에서 나갈 것이다.
윤기는 그렇게 생각했다.
똑똑.
천장을 노려보며 홀로 생각하는데 누군가 방문을 노크해왔다.
그 여자인가, 싶어 고개를 돌려 방문을 보는 윤기의 시야에 문이 열리며 들어오는 남준과 호석의 모습이 보였다.
" 형. "
" 무슨 일이야? "
" 드실래요? "
한 손에는 아이스크림 가방을 들며 묻는 남준.
그런 그들을 보며 웬 아이스크림이냐고 묻는 윤기였고 남준의 뒤를 따라들어오던 호석이 대답했다.
" 우리 막내가 사 왔어요. "
" 정국이가? "
정국이라는 이름에 급 걱정이 밀려왔지만 그런 그에게 걸어오며 아이스크림이 들은 가방을 건네는 남준이었다.
아이스크림을 받아들고 가방에서 꺼내 뚜껑을 여는데 침대 쪽으로 걸어가 앉으며 묻는 남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 정국이가 이젠 괜찮다고 하던데 무슨 일 있었어요? "
남준의 물음에 윤기는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봤다.
" 정국이가 그러래? "
" 이제 허리 멀쩡하다고 그러던데… "
윤기를 보며 말하던 남준은 옆에서 자신을 보고 있던 호석을 쳐다봤고 이번에는 호석이 윤기를 향해 물었다.
" 무슨 일 있었는지 형은 알죠? "
" …글쎄. "
" 혹시 정국이가 다친 게 그 여자랑 관련된 건 아니죠? "
불안하다는 듯이 묻는 호석을 보던 윤기는 시선을 돌려 아이스크림을 한 숟갈 푸며 대답했다.
" 아니야. "
" 형 거짓말하지 말고요. "
" 아니니까 쓸데없는 거 묻지 마. "
아니라고 대답하는 윤기의 말에 조금 한숨을 내쉬는 호석.
안 그래도 여자들을 두려워하는데 여기서 더 두렵게 만들 이유가 뭐 있겠어.
어차피 곧 나갈 여자인데 벌써부터 호석이가 겁을 먹고 있으면 괜히 병만 더 심해지지.
그런 생각에 윤기는 호석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다.
방 안은 어느새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아무 말이 없던 그때 1층에서 호석을 부르는 석진의 목소리가 들렸고 그런 그의 부름에 대답하며 내려가는 호석이었다.
호석이 나가자 윤기를 보며 묻는 남준이다.
" 형, 사실대로 말해줘요. 무슨 일이 있었어요? "
그가 거짓말을 한 걸 눈치챈 남준이 다시 물었고 그런 그의 물음에 들고 있던 아이스크림을 책상 위에 올려놓는 윤기였다.
어차피 남준에게 얘기해준다 해도 다른 애들한테 말할 애도 아니고.
그런 생각에 윤기는 지난날을 회상하며 얘기해주었다.
말없이 듣고 있던 남준은 정국의 돌발행동에 한숨을 내쉬었다.
" 무슨 바람이 불었던 걸까요. "
" 지민이처럼 안 그랬으면 좋겠다. "
걱정스럽다는 듯이 말하는 윤기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를 툭툭 치는 남준이다.
" 그럴 일 없을 거예요. "
" … "
" 저 먼저 내려가 있을게요. "
그 말을 남기고 남준은 그대로 방문을 닫으며 나갔다.
끼익, 탕!
오늘도 어김없이 소음을 내며 열리는 대문을 넘어 숙소로 들어왔다. 오늘은 다른 날과는 다르게 한 손에는 케이크를 들고 들어왔다.
별다른 기념일은 아니지만 며칠 전 갑자기 케이크가 먹고 싶다는 지민이의 말이 떠올라 오늘에서야 사 오게 되었던 것이다.
지민이와 다른 애들이 좋아할까,라고 생각하며 내심 들뜬 마음으로 현관 비밀번호를 치고 들어갔다.
" 지민아, 태형아, 정국아~ "
집에 오면 언제나 제일 먼저 반겨주는 애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신발을 벗고 거실에 들어섰다.
어쩐지 조용하게 느껴지는 집 안에 들고 있던 케이크를 거실 탁자에 올려놓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정국의 방문을 두드리다 손잡이를 돌려 안을 확인했다.
방 안을 어둡게 만들고 색색거리는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는 정국의 모습에 슬쩍 문을 닫으며 나왔다.
그리고 지민과 태형이 있는 옆방을 두드리다 방 안을 살펴봤다.
아무도 없을 줄 알았던 방 안에는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만화책을 보고 있는 태형이가 보였다.
태형이 역시 내 모습을 발견하더니 이어폰을 빼며 말해왔다.
" 어… 언제 왔어요? "
" 음악 듣고 있어서 내가 온 줄도 모르고 있었구나. "
" 죄송해요… "
" 아니야, 죄송할 게 뭐 있어? 그나저나 지민이는? "
" 잠깐 편의점 갔어요. "
" 그래? 내가 오기 전에 갔나 보네… "
허공을 보며 중얼거리다 다시 고개를 들어 태형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 케이크 사 왔는데, 먹을래? "
" 무슨 케이크예요? "
" 여러 맛이 있는 거야. "
" 먹을래요. "
들고 있던 만화책을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거실로 나오는 태형.
거실로 나오던 태형 역시 썰렁한 집 안 분위기에 고개를 돌려 정국의 방을 보고 있었다.
" 지금 정국이는 자고 있더라. "
" 어쩐지 조용하다 싶었네요. "
" 깨울까? 케이크같이 먹으려면 그래야 할 것 같은데… "
" 제가 깨울게요. "
정국의 방으로 들어가는 태형의 뒷모습을 보다 케이크가 있는 거실로 걸어가 소파에 앉았다.
소파에 앉아 케이크 상자를 열고 있는데 때마침 현관문이 열리며 지민이가 들어왔다.
" 누나 왔어요? "
" 응, 왔어. 지민아 이리 와서 같이 케이크 먹자. "
" 갑자기 웬 케이크예요…? "
" 며칠 전에 먹고 싶다고 그랬었잖아. 생각나서 오늘 사 왔지. "
" 어… 그거 그냥 혼잣말이었는데… "
" 혼잣말이었어? 나 듣고 사달라고 했던 말이 아니라? "
" 아니에요! "
" 알았어, 포크랑 그릇 가져올게 기다려. "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들어가 포크와 그릇을 집어 들었다.
나와, 태형, 지민, 정국이 네 사람의 포크를 집어 들다 문득 다른 사람은 없을까 싶으며 혹시 몰라 두어 개를 더 챙겨 나왔다.
거실에는 그새 못 참고 손가락으로 생크림을 떠먹고 있는 지민이와 잠에 취해 비몽사몽하는 정국이,
그리고 그런 정국이를 데리고 와서 소파에 앉히는 태형이가 보였다.
그들에게 걸어가 그릇과 포크를 나눠주었다.
그러다 혹시나 싶으며 그들에게 물어봤다.
" 지금 집에 있는 형이 누구야? "
" 윤기형일거예요… "
비몽사몽 거리며 쉽게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 정국이의 대답에 생긋 웃었다.
그러다 여분으로 챙겨온 그릇에 제일 무난해 보이는 케이크를 담고 포크를 하나 쥐며 2층으로 향했다.
계단을 올라가는 도중 지난 일이 떠올라서 순간 몸이 얼어붙었지만 지금은 주변에 위험할 게 하나도 없었기에 애써 진정시키며 한발씩 올라갔다.
제일 먼저 보인 석진의 방문을 두드렸다. 귀를 가까이 대어보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안에는 없구나.
그리고 그다음 바로 옆에 있는 윤기의 방문을 두드렸다.
사실 있다고 해도 들어갈 용기가 선뜻 나지 않아 자리를 옮기려고 하는데 갑자기 방문이 열리며 윤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놀란 눈으로 윤기를 올려다보다가 그릇에 담겨있는 케이크를 보여주며 건네줬다.
" 이거… 애들이 먹고 싶다고 해서 사 온 건데… 윤기씨도 좀 드세요… "
내 말에 대답 대신 그대로 그릇을 들고 있던 내 손을 쳐버리는 윤기.
챙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그릇이 바닥에 떨어졌다. 다행히 쉽게 깨지는 유리가 아니었기에 주변에 파편이 튄 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지금 내가 이렇게 당황한 이유는 하나였다.
떨어진 케이크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내 손목을 꽉 잡더니 그대로 자신의 방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버리는 윤기였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나는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끌려들어 왔고 방문을 잠그더니 몸을 돌려 침대 쪽으로 걸어가 그 위로 날 던지듯 놓는 그였다.
문 밖에서는 쿵쿵대며 정국이와 지민이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윤기가 잠가놓은 이 방에는 쉽게 들어오지 못하고 있었다.
" 형! 윤기형! "
" 갑자기 왜 그래요! 누나 데리고 나와요! "
동생들의 외침을 뒤로한 채 침대 위에 쓰러져있는 날 무미건조하게 내려다보는 윤기.
암막 커튼을 쳐놓은 덕분에 방 안은 어둠으로 채워져있었고 익숙하게 느껴지는 이 상황에 나는 그저 당황하며 몸을 보호할 수밖에 없었다.
" 미, 민윤기씨… 왜 그래요… "
" 왜 그래요? "
" 이, 이러지 말고 우리… 대화로 해요… 대화로… "
" 그러게 대화로 끝냈을 때 알아서 딱 나가지 그랬어? "
" 민윤기… "
어둠 속에서 자신의 몸을 꼭 끌어안고 있는 그녀의 몸 위로 올라타는 윤기.
그리고 자신의 양 팔 안에 가두며 그녀의 눈을 내려다보는 행동을 보였다.
위험한 방탄소년단
+
하하, 불맠 아닙니다하하
그렇고 그런 장면 없습니다하하하
암호닉은 여전히 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