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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김태형] 김태형의 세계 02 | 인스티즈


김태형의 세계

달감

02








다음날 아침, 다른 날과 달리 악몽에 시달려 눈을 번쩍 뜨며 일어난 세계다. 악몽일까, 아니면 악몽이 아닐까. 세계를 밤새 뒤척거리게 만든 이 꿈에는 어제 마주했던 꽃 같은 소년이 나왔고, 어제와 같은 깊은 눈동자로 세계를 바라보았고, 세계의 머릿속에는 들은 적 없는 소년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울렸다.




‘거기서 나와.’



세계는 밤새 꿈속에서 들었던 목소리가 다시 머릿속에 울리는 것 같은 느낌에 고개를 좌우로 몇 번 젓고는 침대에서 일어섰다. 화장실로 향해 양치를 하고, 찬 물로 얼굴을 몇 번 헹구어도 소년의 목소리는 사라지지 않고 계속 들려왔다. 하지만 소년의 목소리보다 세계를 더 힘들게 한 것은 소년을 마주했을 때 느꼈던 감정이었다. 새로운 사람을 처음 만나면 이런 감정을 느끼는 걸까? 하고 세계는 생각했다. 세계의 기억에 새로운 사람을 만난 기억은 없었다. 이 집에 갇혀서 유일하게 만나는 태형, 지호, 가정부도 아기 때부터 만났던 사람이라 처음 그들을 마주했던 기억은 없었다. 그런 세계가 처음으로 새로운 사람을 만났다. 그것도 매일 혼자 훔쳐보았던, 호기심을 가득 품게 했던 사람이었다. 그 사람과 처음 두 눈을 마주했을 때 느낀 벅찬 감정은 세계의 심장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당황한 세계가 얼마못가 커튼을 쳐버리고 방구석으로 도망쳐버렸지만 그 감정의 여운은 다음날 아침까지도 사라지지 않았다.


어찌되었든 소년이 세계의 존재를 알았고, 세계 또한 소년의 존재를 알았다. 누군가를 처음 만났다는 것은 어떠한 인연이 시작되었음을 의미했다. 그 소년과 세계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세계의 심장이 더 빠르게 요동쳤다.










김태형의 세계. 02.








아침식사를 위해 부엌으로 들어서자 식탁에 앉아있는 태형이 세계의 눈에 들어왔다. 태형을 마주한 순간, 거짓말처럼 머릿속에서 소년의 흔적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온통 태형이 자리잡아버렸다. 하룻밤동안 도저히 소년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는데 지금은 어제 소년을 만났다는 것 자체를 잊어버렸을 정도였다. 그만큼 세계에게 태형이란 존재만으로 세계의 모든 것을 뒤흔들 수 있는 사람이었다.


태형을 발견하자마자 세계는 두 눈을 내리깔고 조심스레 다가가 태형의 맞은편에 앉았다. 태형은 보통 아침에 나가서 새벽에 들어왔고, 외박을 하는 날이 더 많았기에 24시간 집에만 있는 세계와 마주칠 일은 드물었다. 태형이 집 안에 있는 짧은 시간동안 세계를 제정신으로 마주하는 유일한 때가 이 아침식사였다. 새벽에 들어와 세계를 자신의 침대에서 마주할 때는 술에 흠뻑 취해있거나, 화가 가득 찬 상태여서 제정신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나이 든 가정부가 식탁에 음식을 차렸고 태형과 세계가 수저를 들고 식사를 시작했지만 두 사람 사이엔 아무런 대화가 오가지 않았다. 부엌을 가득 채운 수저와 접시가 부딪히는 소리 뒤에 고요함의 분위기는 숨이 막힐 정도였지만, 몇 십 년을 이 집에서 일해 온 가정부는 그런 두 사람의 식사가 이제는 익숙했다. 하지만 그 식사의 당사자인 세계는 달랐다. 몇 년을, 몇 번을 함께 해 본 태형과의 식사는 여전히 불편하고 어려웠다. 수저를 든 손이 미세하게 떨렸고, 입 안에 든 음식을 잘 씹지도 못하고 애써 꾸역꾸역 삼키었다. 또한 눈앞에 절대 눈을 마주쳐서는 안 되는 귀신이라도 앉아있는 듯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렇기에 세계는 절대 알 수 없었다. 태형이 아침식사 때마다 세계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오늘도 평소보다 유난히 짙게 내려온 세계의 다크서클을 보며 태형이 얼굴을 찌푸렸다는 것을 세계는 알 수 없었다.


요새 건강이 많이 나빠져서 그런 건지, 어젯밤 잠을 편히 못자서 그런 건지 오늘따라 밥이 잘 넘어가지 않는 세계였다. 목이 막히고 배가 아파서 식사를 그만두고 방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쉽게 수저를 놓을 수가 없었다. 오랜만에 함께하는 태형과의 아침식사를 빨리 끝내버리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이었다. 이상했다. 혼자 식사를 할 때랑 다르게 태형과의 식사는 불편하고 어렵다고 생각했으면서, 왜 이 시간을 끝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드는 걸까. 그 때 세계는 태형에 관한 모든 게 모순적인 것을 깨달았다. 태형과 함께 있는 시간은 힘들었지만, 세계는 그 시간을 기다렸다. 태형과의 키스는 거칠었지만, 그 맛은 달콤했다. 태형은 그 무엇보다 무서웠지만, 가끔은 그 누구보다 보고 싶었다. 세계는 태형을 떠올리면 두려움과 동시에 설렘을 느꼈다.


나는 피망을 싫어해. 나는 그림을 좋아해. 나는 지하실을 싫어해. 나는 창문을 좋아해.
나는 주인님을... 좋아할까, 싫어할까.


쉽게 답을 할 수 없었다. 세계가 혼란스러움을 느끼며 멍하니 수저를 바라볼 때, 식사를 마친 태형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을 나섰다. 세계는 자신도 모르게 뒤돌아 태형의 뒤통수를 바라보았다. 단 한 번도 밤이 아닌 낮에 태형의 앞모습을 똑바로 바라본 적이 없다. 앞모습을 보고 싶지만, 무서워서 보고 싶지 않다. 또 모순이다.




“우읍!”




갑작스레 복통과 두통이 심해지더니 세계가 입 밖으로 토를 뱉어냈다. 부엌 문 앞에 있던 태형이 발걸음을 멈추고 세계를 내려다보았다. 순간적으로 세계와 태형의 눈이 마주쳤다. 자신이 구토를 했다는 사실보다 태형과 눈을 마주쳤다는 사실에 더 놀란 세계의 눈이 점점 팽창되었다. 심장이 뛰고,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세계를 보고도 아무런 표정변화를 보이지 않던 태형은 매정하게 뒤돌아 부엌을 떠났다. 곧 가정부가 달려와 세계를 감싸고 등을 두드려주었다. 그 덕분에 몇 번 속을 더 게운 세계가 힘이 쭉 빠진 채로 의자에 몸을 기댔다.


모든 것을 뱉어낸 세계의 머릿속에 남은 것은 태형과의 눈 맞춤 뿐이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세계의 머릿속엔 그 순간이 깊게 각인된 듯 했다. 다시 한 번 자신을 바라보던 태형의 모습을 천천히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그 모습이 생생해질수록 세계의 마음은 슬픔으로 번졌다. 여전히 그 눈엔 차가움이 가득 담겨있었다. 밤과 똑같은 눈이었다. 낮에는 조금 더 따듯하게 세계를 바라봐줄 수도 있다는 헛된 희망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낮의 태형의 얼굴을 보았는데 남은 건 실망감뿐이었다. 세계의 눈가에 얕은 눈물이 고임과 동시에 태형으로 인해 잊고 있었던 소년의 존재가 다시 떠올랐다. 태형의 차가운 눈동자와 소년의 깊은 눈동자가 대조되어 겹쳤다.




‘거기서 나와’




그리고 다시 한 번 머리에 울리는 소년의 목소리에 대답했다.




“갈게.”





---





세계는 창문 앞에 섰다. 막상 유리창 앞에 서니 낯선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 같기도 했지만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었다. 지금 세계는 소년의 꽃향기에 홀린 듯 소년이 있을 창문 너머 세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소년을 만나러 갈 생각에 숨이 가빠오고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바깥세상이 얼마나 더럽고 무섭기에 지호나 가정부가 세계에게 절대 나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 소년이 있는 곳이라면, 그 소년과 같은 눈으로 날 바라봐줄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그거면 충분했다.


와장창-


세계는 태어나서 처음 의자를 들어 올렸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유리창을 향해 의자를 내던졌다. 그 후 태어나서 들어본 소리 중 가장 크고 괴기한 소리에 세계는 화들짝 놀라 눈을 감았다 떴다. 새하얀 볼에 유리조각이 스쳐 빨간 피 한 방울이 흘러내렸고, 유리가 박힌 손과 발은 빨갛게 물들어갔다. 하지만 깨진 유리창을 뚫고 피부에 닿는 햇빛에 세계는 고통 따위 느낄 수 없었다. 유리창을 지나쳐 들어오는 햇빛이 아닌, 세계에게 직접 다가온 진짜 햇빛이었다. 세계의 눈에는 눈물이 입에서는 미소가 흘렀다. 그와 동시에 세계는 창문 밖으로 몸을 던졌다.



---




피가 흐르는 맨발로 세계는 자연스럽게 소년이 매일 지나가던 길로, 그 방향으로 향했다. 하지만 방 안에서 창문을 통해 보였던 장소가 끝나자 세계의 피 묻은 발은 갈 길을 잃었다.
세계가 볼 수 있었던 유리창 밖 세상은 언제나 한정되어있었다. 이렇게 넓은 세상이 시야에 가득 들어온 것은 처음이었다. 이제 이 넓은 세상에서 어디로 향해야할지 감이 잡히지가 않았다. 바깥으로 나왔지만 소년은 없었고, 예상했던 소년의 꽃향기도 나지 않았다.


어디로 가야 소년을 만날 수 있는 거지?


막막함에 머리가 어지럽고 울렁거렸다. 그제서 세계의 손과 발에 박힌 유리의 고통이 느껴졌다. 아스팔트 바닥에 닿는 걸음마다 유리가 깊게 박혀 고통을 느끼게 했다. 손으로 발을 쓰다듬어 보려했지만 유리가 박힌 손도 움직일 때마다 아픈 건 마찬가지였다. 고통에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더 넓은 세상으로 나왔는데 세계는 지금 유리 속에 갇혀버린 기분이 들었다. 예상했던 것과 다른 고통스러운 세상에 세계의 눈에 눈물이 번지기 시작했다.




“읍!!!”




그 때, 누군가 큰 손으로 뒤에서 세계의 입과 코를 틀어막았다. 세계는 다급한 상황에서 뒤에서 자신을 만진 사람이 낯선 사람이 아닌 그 소년이거나 태형이기를 간절히 바랬다. 하지만 자신을 끌어안은 남자에게서는 소년의 꽃향기도, 익숙한 태형의 담배냄새도 아닌 더럽고 퀴퀴한 냄새만이 풍겨왔다.





----




세계는 입과 코를 틀어 막힌 채로 사내에게 끌려왔다. 어둡고 밀폐된 창고 같은 장소에 도착하자 사내가 손을 풀었고 세계는 켁켁 거리며 숨을 내쉬었다. 태형에게 거칠게 다뤄지는 것은 익숙했지만, 태형을 제외한 다른 남자의 손길은 처음이었고, 당연히 익숙하지도 않았다. 주위를 둘러보자 자신을 끌고 온 남자와 같은 더럽고 퀴퀴한 냄새를 풍기는 여러 명의 사내들이 보였다. 자신을 둘러싸고 기분 나쁘게 웃고 있는 사내들에 세계는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상태 왜이래? 피를 흘리고 있잖아. 거기다 맨발이야.”
“그런 게 우리랑 무슨 상관이야. 돈 될 만한 거는 없어?”
“없어. 완전 맨 몸이야.”
“아- 허탕이냐? 그냥 보내긴 아쉬운데. 존나 예쁘잖아.”




세계를 둘러싸고 수군거리던 남자들 중 가장 덩치 큰 사내 한 명이 히죽거리며 세계에게 다가왔다. 세계가 당황할 틈도 없이 사내가 세계의 팔을 끌어당겨 세계의 입술을 덮쳤다. 밀쳐내려 고개를 흔들고 발버둥 쳤지만, 연약한 세계가 사내의 힘을 이기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벗어나는 것조차 포기한 채 온 몸의 힘이 쫙 빠져버린 세계의 눈에서 눈물이 우수수 떨어졌다. 태형과의 키스와 다를 것이 없었다. 눈물이 나고, 무섭고, 거칠고, 아팠다. 하지만 다른 점 딱 하나가 있다면, 싫었다. 온 몸에 소름이 돋고 치가 떨릴 정도로 싫었다. 세계는 태형과 키스할 때 단 한 번도 싫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세계는 태형의 얼굴이 떠오르자 자신도 모르게 몸에 힘을 가득 주었다. 그리곤 손에 박혀있던 큰 유리조각을 사내의 등에 강하게 찍어 내렸다. 




“으악!!”




등에 짜릿한 고통을 느낀 사내가 괴성을 지르며 세계에게서 떨어졌다. 상처 입은 등을 움켜지고 몇 초간 씩씩거리던 사내의 얼굴이 더 험악하게 변했다. 그 얼굴을 마주본 세계는 더 큰 위협을 느껴 위태롭게 뒷걸음질 쳤다. 온갖 욕지거리를 뱉으며 다가오는 사내를 보며 세계는 정말 모든 게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의 위협이 턱 끝까지 차오른 지금, 세계의 머릿속에 단 한 사람이 가득 차올랐다.




“주인님!!!”




탕-




사내의 손이 세계의 얼굴을 내리치기 1초 전, 세계의 입술이 태형을 불렀다. 지금 이 순간 태형이 나타나주길 바라는 간절한 외침이었지만, 세계의 목소리는 동시에 울려 퍼진 소리에 묻혀버렸다. 갑작스런 짧고 강렬한 소리에 모두가 화들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세계의 앞에 서있던 사내가 머리에 구멍이 난 채 쓰러진 걸 보고난 후에야 그곳에 있던 모두가 그 소리가 총성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남자들이 모두 질겁하며 허겁지겁 도망쳤지만 세계는 미동도 없이 그 자리에 서있었다. 총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눈앞에 사내에게서 벗어났다는 안도감이 먼저였다. 쓰러진 사내를 향해 있던 세계의 시선이 천천히 올라갔다. 어두운 창고에 활짝 열린 문으로 들어오는 환한 빛 때문에 세계의 시야가 잠시 흐릿해졌다. 그리고 곧 흐릿해진 시야가 천천히 초점을 되찾으며 세계의 눈에 총을 겨누고 있는 새로운 얼굴이 들어왔다. 낯선 얼굴임에도 불구하고 세계는 그 사람이 안전한 사람이라고 확신했다.




“보스, 괜찮으십니까?!”
"차로 모셔라."
"네!“




곧 그 뒤로 검은색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나타났고, 총을 든 남자의 명령에 몇 명의 남자들이 세계에게 다가와 세계의 팔을 붙잡고 이끌었다. 이끌려 창고 밖으로 걸음을 옮기는 동안 세계는 총을 든 남자와 두 눈을 마주했다. 세계는 남자의 눈가에 물이 고여 있다고 생각했다. 그 촉촉한 눈가가 어찌나 세계를 애절하게 바라보던지 세계는 그 눈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




몇 분정도를 차를 타고 이동한 뒤에 세계와 남자들은 한 건물로 들어섰다. 세계를 한 방에 홀로 남겨놓고는 떠났는데, 다행히 아까 같은 어둡고 무서운 분위기는 아니었다. 깔끔하게 정돈된 방은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었으며 세계가 앉아 있을 의자도 있었다. 세계는 유리가 박힌 발이 아파 그 의자에 앉아 잠시 방을 둘러보다가 이내 큰 피곤함에 눈을 꼭 감았다. 태형의 얼굴이 다시 한 번 떠올랐다. 눈을 뜨고 뒤돌아 창문을 바라보니 하늘이 깜깜했다. 주인님께서 집에 돌아 오셨겠구나, 주인님은 지금쯤 나를 찾고 계실까? 화가 많이 나셨겠지? 주인님이 보고 싶다.


그렇게 어두운 창문에 태형의 얼굴을 그려보던 도중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에 다시 고개를 돌렸다. 아까 총을 들고 있던, 슬픈 눈을 하고 있던 그 남자였다. 세계는 순간적으로 아까 창고에서 남자들에게 당한 일이 생각나 눈을 찔끔 감고 몸을 움츠렸다. 하지만 세계에게 다가온 건 다정하고 따듯한 손길이었다. 남자는 세계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물에 적신 따듯한 손수건으로 세계의 발에 박힌 유리조각 옆 피 얼룩을 조심스럽게 닦아주었다. 처음 느껴보는 부드러운 손길에 당황한 세계가 눈을 뜨고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이름이 뭐에요?”
“... 세계...”




남자의 손이 세계의 손으로 옮겨져 마찬가지로 피를 닦아줄 때 남자가 나지막이 물었다. 세계는 남자의 따듯한 손길과 목소리에 홀린 듯 붉은 입술을 천천히 움직여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그 이름 완전 별로다.”




남자가 세계의 양 손을 붙잡은 채 고개를 들어 세계와 두 눈을 마주했다. 그리곤 두 입 고리를 올리며 미소 지었다. 따듯한 미소에 세계는 넋을 잃고 남자의 눈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아까 보았던 슬픔은 여전히 남자의 두 눈에 자리 잡고 있었다. 세계는 남자에게 왜 입은 웃고 있는데 눈은 울고 있냐고 묻고 싶었다. 뭐가 그렇게 슬픈 거냐고 묻고 싶었다. 그 눈을 바라보기만 했는데도 세계는 큰 슬픔을 느꼈다.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이고 한쪽 손을 세계의 볼에 감쌌다. 조금 가까워진 남자의 얼굴에 세계의 새하얀 두 볼이 살짝 붉은 빛을 띠었다.




"집에 데려다 줄게요. 그러면 좋겠어요?“




세계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몇 십 년 만에 처음 나와 본 집 밖 세상에 뜨겁게 데인 세계는 집이, 그리고 태형이 너무나도 그리웠다. 세계의 대답에 남자의 얼굴이 살짝 씁쓸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다시 미소 지으며 입을 뗐다.




“대신 나랑 꼭 약속해요. 내가 세계씨 도와준 건 집에 같이 사는 남자한테 말하지 마요.”

“주인님... 한테..?”

“주인님이라... 그래요. 그 주인님이라는 남자한테 절대 말하지 마요. 세계씨는 아까 그 남자들한테 위험한 일을 당할 뻔 했고, 가까스로 도망쳐서 집으로 돌아간 거 에요. 이렇게 말하겠다고 나랑 약속해줘요.”




세계는 말을 참 잘 듣는 아이였다. 특히나 자신에게 이렇게 따듯하게 대해주는 사람에게는 더욱 그랬다. 세계는 이 고맙고 좋은 사람과의 약속을 꼭 지켜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그 다짐을 보여주기 위해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남자는 더 환하게 미소 지었다. 남자는 숙였던 허리를 피고 세계에게 손을 내밀었다.




“가요. 집으로.”




세계는 남자의 따듯한 손을 꼭 붙잡았다.




----




세계의 집에서 두 코너 정도 떨어진 골목에 남자와 세계가 탄 차가 멈췄다. 남자는 여기까지밖에 데려다줄 수 없다며 다정하게 집에 가는 길을 알려주었다. 멀지도 않고 복잡하지도 않은 길이라 세계는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집에 도착할 때까지 위험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뒤에서 지켜 볼 것이니 안심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세계가 차에서 내리자 남자가 창문을 내리고 세계를 바라보았다.




“내 이름은 김석진이에요. 잊지 말아요.”




자신에게 처음으로  따듯하고 부드러운 손길을 알려준 석진을 세계는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마음속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고 돌아섰다. 하지만 한 발자국을 떼자마자 석진의 음성이 다시 세계를 붙잡았다.




“데리러올게.”




세계가 다시 고개를 돌려 석진을 바라보았다. 더 이상 입가에 미소는 없었다. 굳은 얼굴이, 눈빛이 끝까지 세계를 슬프게 만들었다. 세계는 석진을 위로해주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가까워진 태형을 어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훨씬 강했다. 세계는 석진을 뒤로 하고 태형이 있을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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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유루]로 암호닉 신청합니다! 태형이랑 세계 관계는 진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관계인 것 같아요. 애매모호한 것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그나저나 세계 건강이 진짜 많이 안 좋아 보이는데.. 움... 어쩌면 세계가 석진이한테 넘어갈 것 같기도 하고... 좋은 글 감사합니다:)
5년 전
독자2
@불가사리입니다 일단 세계가 큰일을 안당하고 석진이가 구해줘서 다행입니다ㅠㅠㅠ 태형이가 온줄알고 처음에는 놀랐어요 세계가 너무 순수하고 착한 아이라 걱정도 됩니다ㅠㅠㅠ 재밌는 글 감사합니다!!
5년 전
독자4
[밤]으로 신청합니다!!0!
5년 전
독자5
망순이 입니다! ㅠㅠㅠㅠ 작가님 너무 재밌어요 어서 다음편을 들고와주새여!!!!!!!!너무 재밌어요......으앙
5년 전
독자6
젤리에요 !
읽으면서 저 따뜻한 남자는 누굴까.. 석진이 같은데.. 라고 생각하면서 내렸는데 역시 석진이네요 ㅎㅎ 아직은 글이 초반이라 전체적인 흐름만 파악하고 있었는데 이번 글에서 새로운 등장인물과 세계가 바깥으로 나가려고 했다는 게 이제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당 다음 편도 기대할게요 !

5년 전
독자7
컨버스로우오 신청할게요!! 뭐가 읽으면서 남준이 아니몀 석진이 같았는데!!! 맞췄다 ㅎㅎㅎ 글이 제가 딱 좋아하는 묘하고 뭔가 섹시한 분위기ㅠㅠㅠㅠ
5년 전
독자8
[굥기는맑음]으로 신청합니다!!
5년 전
독자9
[꾸꾸야]로 신청할께요!!
석찌니의등장이라니 ㅜㅜㅜ 다음퍈궁금해서 ㅜㅜㅜ못자요

5년 전
독자10
석진이는 뭐가 그렇게 슬퍼서 그런 눈을 하고있었던 걸까요ㅠㅠㅠ근데 쏘 스윗해서 너무 좋잖아요ㅠㅠㅠ [저장소666]으로 암호닉 신청합니다!
5년 전
독자11
윤윤이입니다! 작가님.. 우리 세계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ㅠ 아프고 나쁜 사람들이 데려가려고하고ㅠㅠ 행복해줘ㅠㅠ
5년 전
비회원48.2
[예징징]으로 신청합니다! 으어ㅠㅠㅠ 세계 너무 찌통이에요ㅠㅠㅠ정국이 만나지도 못하고ㅠㅛㅠㅠ 석진이는뭐져? 하 뭔일이있는거져?ㅠㅠ 왜 슬픈눈을 하고있는가야ㅠㅛ
5년 전
독자12
[딸기모찌] 암호닉 신청해요...!!너무 기대돼요 다음편이ㅠㅠ꿀잼
5년 전
독자13
[갸똥이] 로 암호닉 신청해요 !!
분위기 너무 제스타일이에요 ㅠㅠㅠ 석진이 등장도 너무 좋고 앞으로 세계가 어떻게 될 지 넘 궁금합니다 ! ㅎㅎ

5년 전
비회원10.174
암호닉 [요를레히]로 신청합니다!
5년 전
독자14
몽9암호닉 신처잉영~오늘도 잘 보고갑니다옹 ㅎㅎ
5년 전
비회원17.44
[에린]으로 암호닉 신청합니다! 음울한 태형이도 그렇지만 베일에 쌓인 석진이의 역할 또한 기대됩니다-
5년 전
비회원85.206
[푸른밤]으로 암호닉 신청해요! 세계랑 태형이는 대체 무슨 관계인거죠.....석진이랑 그 소년은 또 누구고....다음편 얼른 봐야겠어요
5년 전
독자15
움..정국이늠 뭐고 석진이는 정체가 뭔가요!! 궁구마다궁구매!!!!잘보고있습니당 ㅎ히
5년 전
독자16
석진이와 세계는 어떤 관계일까요. 석진이는 세계를 분명 아는 것 같은데ㅠㅠㅠㅠㅠ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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