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우지호 존나 까칠해 진짜. 뭔 성격이 저 모양이래." "닥치고 밥이나 먹어라, 어?"
"먹고 있어. 야, 진짜 안들어올거냐?"
"......"
몇시간째야 이게. 지끈지끈한 머리를 누르며 김유권을 무시하고 점심을 먹는데, 참 끈덕지다.
"너무해. 너무해요 지호오빠."
"씨발새끼 뒤지고싶냐?"
"너무해. 상처받은 유권이는 울거야."
"뭐 이딴...!"
"왜, 지호 안들어온대?"
낯설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드니 보이는것은 아까 그 멀대.
그러니까... 안재효. 아무렇지도 않게 식판을 들고 나와 김유권 맞은편에 앉는 안재효였다.
"너무하네. 나랑 약속까지 했는데."
슬슬 웃으며 말하는 그 모습에 어찌나 속이 뒤집어지는지.
너고 김유권이고, 내가 언제 누구랑 약속을 했다는거야.
사기꾼 아냐 완전. "......."
"어우 뭘 그렇게 뜨겁게 봐? 부끄럽게. 적극적이네 우지호."
씨발, 능글능글 웃어대는것만 김유권과인줄 알았는데
사람 빡치게 하는 능력도 어찌된게 판박이다. "너 뭔데." "응?"
"네가 뭔데 여기 앉아. 안꺼져?"
눈을 꿈뻑거리며 나를 바라보는 안재효가 답답하다.
말 몇마디 했다고 무슨 사이라도 된거라 착각한건 아니지. 네가 짜증나. 거슬리고 불편해.
김유권이면 충분해. 처음부터 안재효는 필요없었어. 난 안재효가 누군지도 몰랐어. "밥도 같이 못먹어?"
여전히 웃으며 말하는 안재효는 전혀 기분이 나빠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장난치듯 숟가락을 빙빙 돌리며 나와 김유권을 번갈아 봤을뿐. "씨발, 내가 왜 너하고 밥을 먹어야 하는데."
"뭐 어때 같은 부서끼리."
끝까지 속을 긁는 저 말투.
말투도 말투지만, 한마디 한마디 내용도 걸작이다. "그 좆같은 축구부얘기 아직도 안끝났어? 왜 싫다는데 지랄이야. 네가 부장이라도 돼?"
"어, 나 부장인데. 와 어떻게 알았어?"
"........."
욱하는 속을 어쩌지 못해 말도 안나온다.
몸을 젖히며 손으로 미간을 문지르며 한숨을 쉬는데, 김유권이 끼어든다.
"야, 얘 부장 맞아."
"...지랄한다. 2학년이 뭔재주로."
"얘 축구 존나잘해. 주장으로 뛰는 족족 이겨오니까 뭐, 다들 불만 없이 결정했지.
몇학년인가가 중요한것도 아니고." "......." "선수 준비까지 하고있는 놈인데 학교로선 나쁠것도 없잖아."
얘 벌써 구단에서 스카웃도 막 들어온다?
자기자랑 하듯 신나게 말하는 김유권의 눈이 반짝반짝하다.
기분이 나쁘다. 뭐가 그렇게 신나. 고개를 돌렸다.
민망한듯 숟가락으로 김유권의 식판을 툭툭 치는 안재효의 얼굴을 보다가, 눈이 마주쳤다. "잘해줄게. 들어와, 응?"
환하게 웃으며 말하는데,
뭐지....
갑자기 든 이상한 기분. 이 말... 어디서 들었더라.
기억이 나지 않아 인상을 찡그렸다.
어디서.. 도대체 어디서.
데자뷰라 하기에도 지나치게 아득한. 흩어지는 기억에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차렸다.
여전히 나를 응시하는 안재효. "축구 그거 왜해?"
"어?"
"....선수한다며. 너, 축구 왜 하냐고."
갑작스러운 물음에 멍청한 표정을 짓던 안재효가 씨익 웃는다.
당황스러웠다. "재밌으니까."
".....그게 다야?"
"응."
"......"
"평생 이것만 하고 살아도 재밌겠다고 생각한건 축구밖에 없어. 어릴때부터 지금까지." ....보통 자기 미래를 저렇게 마음가는대로 결정하나? 그냥,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라고 덥썩 선택할수 있는거야?
원래 다 그래?
너무나 단순하고 명료한 안재효의 대답에 혼란스러워져 말을 잇지 못하고 있을 때,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자기 재밌는거 하고 살아야지. 그래야 행복해.
남이 시키는대로 눌려 살면 그건 내 인생 사는거 아니야." 아무렇지도 않게 나온 그 말이
나에겐 왜 그리 무겁게 들렸을까. 나는 왜, 도망가고 싶지?
'남이 시키는대로 눌려살면 그건 내 인생 사는거 아니야'
갑자기 속이 뒤집어지는것 같다.
기분나빠. -드르륵.
"어, 가게?"
자리에서 일어나는 내 손목을 잡고 김유권이 놀란 얼굴로 말한다.
"야, 너 밥 하나도 안먹었잖아."
"...속 안좋아. 먼저간다."
나를 따라 일어나려는 유권의 어깨를 도로 눌러 앉혔다.
넌 마저 먹고와.
단호한 내 말에 우물쭈물 하는 사이 걸음을 옮기는데,
"우지호! 축구부 들어오는거지?"
소리를 높여 나를 부르는 안재효의 목소리가 급식실 안을 울린다.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눈이 마주쳤다. 장난기 없이 나를 보는 눈. 시선을 옮기면, 이번엔 김유권과 눈이 마주친다. 김유권의 눈에는 걱정이 서려있다.
넌.. 늘 나를 걱정하지. 그게 얼마나 갈까.
"...마음대로 해."
그리고 난 얼마나 버틸까.
-
지호가 가고 유권과 재효가 남았다. 밥을 먹기는 먹는데, 영 편치 않다. "...걱정돼?"
"어? 뭐가?"
짐짓 아무렇지 않은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묻는 유권의 표정에 웃음이 난다.
"우지호 말이야."
"아...."
시무룩해져선 젓가락으로 국을 휘휘 젓는게 꼭 무슨 주인잃고 낑낑대는 강아지 같다.
"밥 하나도 안먹었어... 우지호 가뜩이나 뭐 잘 안챙겨먹는데."
"속이 안좋다잖아. 괜히 먹었다가 얹히는거보단 낫지."
"....우리 꼴보기 싫어서 핑계대고 가버린거면 어떡해?"
축 쳐져 말하는데,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웃어버렸다.
"왜, 왜웃어 새끼야!!"
"아..아 김유권. 아 존나웃겨 진짜.."
"웃기냐? 웃겨? 씨발.. 웃어라 그래."
얼굴을 시뻘개져서 밥을 푹푹 떠먹는 것도 어쩌면 그렇게 초딩같냐.
"가입시키자고 그 난리 그지랄 떨땐 언제고, 들어온다니까 또 걱정이야?"
"....아니, 생각해보니까 우리가 좀 어거지긴 했어."
...좀? 좀 어거지였다고?
"아니야, 유권아."
"...어? 아니야?"
밝아지는 얼굴.
"존나 어거지였지. 심하게 막무가내였잖아."
"야!!!" "나같아도 빡쳤겠다. 뭔 사방에서 떼를 써대니.."
"...."
김유권의 얼굴 위로 '이게 아닌데,' 하는 표정이 두둥실 떠오른다.
이제와서 조금 후회가 되나보다.
하여간 단순한건 알아줘야해. 또웃음이 난다.
"됐어, 걱정마. 장난친거야."
"어...어?"
"장난 친거라구. 쟤 걱정 안해도 돼."
"왜? 왜?"
눈이 댕그랗게 떠지며 바짝 다가와 묻는다.
"아, 아오... 야 좀 쩔어져봐. 된장국 냄새나, 새끼야."
"아 씨발 그게 문제가 아니라, 우지호 화 안난거 같아?"
"화 안났을거야."
"진짜? 어떻게 알아?"
숟가락으로 치겠다 임마.
살짝 몸을 뒤로 빼고 김유권을 보았다.
진짜 아끼는구나....
"너 아까 걔 축구할때 못봤지?"
"뭔소리야, 나도 같이 뛰었는데 왜 못봐."
"아니, 얼굴 봤냐고. 표정."
김유권은 반대편 골대 바로 옆쪽에서 공격하느라 못봤을거다.
하지만 난, 우리팀 쪽의 수비를 하면서 몇번이고 우지호와 마주쳤다. "왜? 표정이 뭐 어땠는데?"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걸 어떻게 표현하면 좋지?
"그러니까.... 엄청 재밌어하는 표정?"
공이 자기한테로 올때마다, 자신이 찬 공이 들어갈때마다 얼굴에 서리던.
그래봤자 무표정에 가까웠지만, 왠일인지 그 얼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재밌긴 재밌는데... 익숙하지 않아서 안웃는것 같은 느낌이었어.
뭐라고 해야하지.... 서툴어보였다고 해야하나." 어린애들은, 좋으면 웃기라도 하지.
우지호는 자신이 느끼는 즐거움을 모르는걸까.
아니면, 의식적으로 즐거워지지 않으려고 움츠려들기라도 하는걸까.
어느쪽이든 말이 안되잖아.
"재밌어했다고...?우지호가?"
눈을 끔뻑이며 묻는 유권의 표정이 변한다.
말도 안돼..... 중얼거리는 목소리는 기어들어간다.
"여태 왜 그렇게 뛰기 싫어했는진 모르겠지만, 이제부턴 네가 알아서 해. 내가 할건 다 했어."
앞으로도 우지호의 '그 표정'을 지켜보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그러니까 바꿔봐.
"...우지호도 좋아하는게 있었구나.."
"걔도 사람인데 뭐."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서 더 뭐가 문제인지 궁금한거지. "내가 생각했던거랑 다르더라."
"응? 뭐가?"
"...우지호 말이야."
그냥 남하고 어울릴줄 모르고 밀어내기만 하는, 성격 이상한 놈 정도로만 여겼는데.
"성격이 좀 세서 그렇지 귀엽네."
같은 남자새끼한테 쓸 표현은 아니지만,
꼭 겁먹고 낯가리는 고양이 같다.
대체 뭐에 겁먹어서 그모양인진 몰라도. 김유권이, 우지호를 바꿀 수 있다면..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내이름조차 몰랐을 그놈이, 난 참 새삼스럽게도 신경쓰였다.
--------- 1. 표지 선물받았어요...... 간지ㅌ터짐.................. 2. ☆★ 본격 진로탐색 팬픽 ★☆ 3. 우태운을.... 잊지 말아주세요........
4. 어쩌다보니 김유권 - 성격좋고 귀여운데 진드기 떼쟁이 안재효 - 얼굴 믿고 부장 권리 남용하는 멀대 우지호 - 피해자 5. ㄴㅏ는 오늘도.... 댓글을 확인한ㄷㅏ.... 댓글ㅇㅣ 달린ㄷㅏ는건 좋은ㄱㅓㅇㅑ.... ㄱㅏ끔은...ㅂㅣㅇㅓ있는 댓글창ㅇㅣ 밉ㄷㅏ....... 눈ㅇㅣ ㅇㅏ닌..ㄱㅏ슴으로 댓글을 확인ㅎㅏ는 ㄴㅐ가..좋ㄷㅏ...^^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