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현아, 하고 재현의 집 초인종을 누른지 벌써 두번째.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갈까도 생각했지만 막상 집에 재현이 없을 수도 있다는 아주,,가능성이 희박한 가정 때문에 여주는 쉽사리 문을 열지 못했다. 결국엔 안에서 문이 열릴 때 까지 또 기다린 여주.
부스스한 머리와 약간의 짜증이 섞여있는 표정과 함께 재현은 문 앞에 서있는 여주를 보고 놀란다. 며칠간의 긴장도 풀리고 잠을 통 못 잔탓에 피곤해서 이제야 일어났기 때문. 결국 여주 쇼파에 앉혀놓고 재현 겨우 부랴부랴 준비해도 1시. 미안함에 쩔쩔매는 재현을 보고 여주는 딱 한마디 한다. 천천히 해,
그렇게 준비하고 나와서는 영화관에 도착. 사실 대충 준비해도 잘생긴 재현 보고 여주 화나는 마음 조금 사그러드는가 했는데 재현의 한마디에 싹 접음.
"여주야 몇시 영화야?"
그 질문에 여주는 응? 그걸 왜 나한테 물어, 하는 표정으로 재현 쳐다보고 그런 여주 눈치 챈 재현은 표정 싹 굳어져서는 정색한다.
"어, 예매, 안했어?"
"아, 응. 너도?"
응, 하면서 어이없는 표정을 짓는 재현을 보고는 또 눈치 보는 여주다. 한심해 아까 앉아있을 때 미리 예매 좀 해놓을걸, 하면서 속으로는 자기 탓 하는 여주 손목 잡고 결국 가까운 시간은 자리가 없어서 늦은 시간으로 미뤄놓고 밥 먹으러 가자, 하는 정재현.
원래 점심으로 먹고 싶어서 찾아놓은 식당이었지만 안 찾아놓은 것보다 낫다는 생각을 하면서 여주는 재현과 함께 식당으로 향한다. 식당으로 향하는 길에서는 평소엔 그렇게 잡아대던 손도 안 잡고 여주 계속 폰만 보면서 걷는다.
그러다가 앞에 서 있는 자전거 못 보고 부딪힐뻔 했는데 정재현이 여주야 앞에, 하고 부르는게 식당 가는길의 첫마디. 그렇게 아직도 정재현이 저를 좋아해주고 있다고 착각하는 여주는 그 한마디에 말문 트여 혼자 재잘재잘 거린다. 여주의 재잘거림은 식당 앞에 와서야 조용해졌다. 점심시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줄이 엄청나게 길었기 때문에. 평소에 재현이 싫어하는 걸 꼽자면 다른 사람에게 민폐 끼치는것, 더운 것 이었는데 이 상황은 두번째에 해당했다. 줄 서 있는 내내 여주는 본인의 휴대용 선풍기를 재현 턱 밑에 가져다 대며 눈치를 봤으며 그 모습은 누가봐도 커플의 모습은 아니었다. 선풍기를 가져다 대주는 여자, 그런 여자를 외면하고 초점 없이 먼 곳을 응시하는 남자.
그렇게 겨우 식당 안으로 들어와서 메뉴 고르고 시원해지자 전보단 표정 풀어지는 재현 보고 겨우 마음 놓는 여주.
"재현아- 어제 미팅은 어느나라 바이어랑 한거야?"
"영국"
아 영국, 김여주 뭐해 머리 굴려서 뭐라도 말 걸어봐 좀
"영..국 사람들은 키가 큰가?"
뭔 병신 같은 질문이냐 김여주. 그냥 죽어라, 하며 괜히 말 연걸 후회 하는 여주의 마음에 칼을 꽂은건 재현의 한마디와 재현은 아무 생각 없이 내밀었지만 여주의 속에는 천불이 나게 한 사진.
"응, 크더라."
하며, 어제 미팅한 사람들끼리 아 그러니까 높으신 분들 말고 아래 직원들끼리 요새 유행하는 스티커어플로 찍은 사진이었는데 사귀는 사이라고 말해도 믿을 정도로 가깝게 붙은, 저보다 키크고 눈크고 어디 하나 빠지는 거 없는, 여자들과 딱 붙은 재현을 보면서 제일 좋아하는 메뉴 였음에도 깨작깨작 먹으며 연신 물만 들이키는 여주였다.
"다 먹었어? 왜 그렇게 못 먹어 여주야"
하는 말에 아까 사진이고 뭐고 또 혼자 봄에 가있는 여주다. 정말 과장 조금 보태서 세숟갈도 먹지 못한 여주지만 이렇게 앉아있어서는 더 먹지도 못할 것 같고 영화관 가는 시간도 애매 할 것 같아서 일어나자고 하는 여주.
영화 시간은 16:50분.
현재 시각은 16:47분.
화장실을 다녀온다거나 하는건 굉장히 애매했지만 식당에서 내내 물만 들이키던 여주에겐 지금이 47분이라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눈치 챈 재현은 본인이 화장실을 가야겠다며 화장실로 들어가고 그런 재현의 뒷모습 보다가 바로 뛰어들어가는 여주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화장을 고쳐야겠다 라는 생각은 하지도 않고 대충 옷매무새만 단정하고 뛰어나가는 여주를 붙잡는 한 여자.
꺄아아악, 하며 소리를 지르는 곳을 쳐다보니 여주의 가방이 어떤 여자의 하얀 레이스 원피스에 딱 걸리고 말았다.
"뭐하시는거에요 ! 빨리 빼시라구요 이거 오늘 처음 입은 옷인데 !"
빼액빼액 소리 지르는 그 여자 탓에 화장실에 있는 시선은 죄다 허리를 숙여 가방과 레이스 사이를 푸는 여주와 계속해서 소리를 지르는 여자에게로 집중 되었다.
영화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시원한 곳임에도 여주의 등과 이마에선 땀이 흐르며 눈가엔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오늘 왜 이래 진짜, 하며 입술을 꽉 깨무는 여주다. 결국 시간은 52분을 향해 가고 있었고 겨우 가방끈을 풀고 나온 여주는 아까 어이없던 표정을 지은 것보다 더 차게 식은 재현의 얼굴을 보면서 주먹을 꽉 쥔다.
여주야. 응,, 내가, 제일 싫어하는게 뭐지?
",...다른 사람한테 민폐 끼치는 거"
".,,.화장실에서 오래 걸릴 일이 뭐가 있을까"
아니, 하면서 화장실 안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 하고 싶었던 여주의 말은 듣지도 않은채 재현은 계속해서 사진부터 아니 어쩌면 그 전부터 서서히 일어나고 있던 여주의 속에 기름을 부었다.
"애당초, 네가 나 조금만 배려해서 어젯밤에, 아니 내가 준비하고 있던 그 시간에 5분만 투자해서 영화 예매해 줬어도 지금쯤 다 보고 나와서는 밥 먹고 있겠네."
"미안해, 재현아 미안,"
"지금이라도 들어가봤자 영화 내용 눈에 들어 올 것 같지도 않은데, 그냥 집 가자. 나 피곤해."
미안..하면서 여태껏 속상했던 탓에 결국 눈물 참지 못하고 터트리는 여주. 그런 여주 보고도 손길 한번 주지 않은 재현이 준 눈길엔 차갑게 식은 감정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런 시선 속에서 울던 여주는 결국에 사람들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재현에게 소리지르며 따진다,
"막말로, 내가 너한테 배려 못해준게 뭐가 있어? 너 커피 사다주고 너 안내려와도 베이글 사주고 회사 앞에서 내리 기다려줘도 얼굴 한번 안보여주고 밥 먹는 내내 나만 말하고 !"
"김여주,"
"왜, 또 조용히 하라고 그러게? 야 오늘 하루만 해도 생각해봐 네가 나한테 이렇게 할 수 있는지. 난 오늘 아침에 네가 늦게 나왔는데 나랑 엇갈린걸 까봐 니네집 앞에서 문도 못 열고 들어갔어. 혹시나 너 집에 없을까봐. 너 준비하는거 내내 기다리고. 네 연락 내내 기다리고. 혹시 오는 길에 사고 난건 아닌지 뭐하는건지 알 수도 없는데 마냥 기다렸어 주인 기다리는 개새끼 마냥. 근데 너 지금 이게 뭐야? 이럴거면 헤어져, 헤어지자고"
미안하다고 해 지금이라도 그러면 넘어가줄게 한번만, 그냥 날 안아줘
내뱉는 낯 뜨거운 말과는 다르게 여주의 속마음은 아직도 재현의 손길을 원하고 있었지만 재현은 결국 뜻대로 따라주지 않았다.
"...그 말, 후회 안해?"
"응, 안해. 안한다고"
뜸 들이다가 아무 말 없이 돌아서는 정재현 뒷모습 보면서 주저 앉는 김여주
/악 망했다 망했다 이번글 완죠니 망했다. 어떻게 끝내야 할지 모르겠오서 그냥 빠르게 마무리 할래용 으악 ! 진짜 막글 읽어주시면서 항상 예쁘게 댓글 남겨주시는 분들 너무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
/해피엔딩 아니어서 미안해오...나는 부족한 작가애오..../
/피드백, 암호닉 감사한 마음으로 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