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뒁네슈퍼/굿베이/성장통/일루젼/레오/
백현이의 심정을 대변하는 브금을 찾아서 다급하게 올립니다.
정말...여러분.
오늘...브금과 함께해 주세요 꼭.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너한테 그런 말은 하지 않았을거야 정말."
"....."
"난 평소처럼 지나갈 줄 알았어. 경수 니가 가벼운 투정을 부리면 변백현은 나한테 짜증을 내고..그렇게."
"...아니에요."
"......"
"어차피...한번은 지나가야할 일이었어요."
"경수야."
"..네."
"변백현이 들으면 아주 기함하고 내 멱살이라도 잡을 소리지만."
"......"
"백현이는 뭐랄까..그냥 내 동생같아. 물론 다른 애들도 다 그렇지만 특히 백현이는 더."
"......"
"그때..열일곱 그때...애처럼 울던 백현이가 난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아. 백현이는 항상 그랬어. 항상...어딘가 정착하지 못하고 위태롭고."
"......"
"그래서 더 자기 자신을 방어하려고 성격이 변한것 같기도 해. 맨 처음 봤을땐...이정도로 막무가내에다 재수없지도 않았거든."
저를 보며 농담을 건네는 크리스의 모습에 경수는 알 수 있었다.
이제...다시 백현에게 돌아갈 시간이라고.
"변백현이 너한테 아주 혼날 짓을 한건 맞아. 지금껏 아주 많이 해왔지."
"......"
"근데 애들은 그렇잖아...엄마가 아무리 혼내도 자기를 사랑한다는 믿음이 있으니까 다시 안기길 원하잖아."
"......."
"가서 백현이 혼내 경수야. 다신 못그러게. 그러고 나서.."
"........"
"안아줘. 달래줘 백현이."
"......."
"그리고 다시 한번..."
"......."
"미안하다 경수야. 백현이한테도.."
경수는 작게 고개를 젓고는 조금은 급하게 차문을 열었다. 크리스는 제게 백현을 혼내라고 했지만...경수는 알고 있었다.
그렇게 아이처럼 울고, 떨고, 매달리던 연인에게 더 모질게 대할만큼의 미움도 경수에게는 남아있지 않았다. 그저 또다시 숨막히는 변백현의 사랑에 몸을 던질 준비를 하고 있다. 결국에는...감히 변백현이 제게 주는 사랑에 따라가겠다 말하지 못하고 범람하는 그의 사랑을 좀 더 깊게 안아 품으려는 제모습이 보였다. 이제서야 기억이 났다. 지난 날, 제게 백현이 되어볼 수 있도록 기회가 주어졌던 그날. 지나친 사랑에 제게 사죄하며 움츠러든 변백현이 또다시 참지못하고 쏟아낸 사랑을 두고 제게 한말.
제일 우리다운 모습으로 사랑하자.
그때의 저는 뭐라고 했었던가.
응. 백현아.
...백현아. 지금...갈게.
비밀번호를 누르려던 손을 내리고 벨을 눌렀다. 이 작은 순간마저 백현에게 선물하고 싶었다. 제게 다시 돌아오는 도경수의 모습을. 변백현이 허락한 틈으로 다시 돌아오는 도경수를. 믿음을 가지고 기다린 짧은 찰나가 가져온 도경수를.
벨을 누르자마자 급하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녹색버튼 하나만 누르면 되는 일인데도 몇번을 헛손질 하는건지.
"너 맨날 나한테는 아무나 문 열어주지 말라고 하면서."
"...경수야."
"너는 이렇게 누군지 확인도 안하고 벌컥벌컥 문을 열면 어떡하냐?"
".....넌 줄 알았어."
"........"
"너가 그랬잖아...도경수가."
"........"
"어디 안가고 바로 올거라고...그랬잖아."
"........"
"믿으라고 그랬잖아..."
"......"
"나는 다 해...다 할 수 있어..."
"...뭐를."
"우리 도경수가 원하는거...하라는거...바라는거..."
"......."
"나는 다 해...그게 뭐든지."
아, 정말 이남자를 어쩌면 좋을까. 믿으라는 제말 하나에 막연히 어떤 것인지도 모른채 믿어낸 이 미련한 남자를. 너에게서 받는 법을 배웠다 말하던 지난 날의 나를 떠올렸다. 나는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너의 사랑을 놓치지 않고 받는 법을 배웠다. 그 과정에서 너는 아팠고 불안했고 울기도 했으며 정신없이 나를 갈구하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서서히 배워갔다. 내가 모르던 그것을. 너의 사랑을...있는 그대로 받아내는 방법을.
하지만 변백현은 그러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는 법을 그 역시 몰랐지만 그는 그것을 위해 나를 어두운 곳에 두고 배워나가지 않았다. 내게 정신없이 사랑을 쏟아붓고, 나를 원하고, 나를 갈망하며 내게 모든 것을 불태워 마음을 다하는 그는 결국 지금..이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남자가 되어 내앞에서 떨고 있다. 정말..
나를 사랑하는것 말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남자가 되어 내앞에..이렇게.
믿으라는 내말 한마디에 너는 시간을 두고 믿는 법을 배우는 대신 막연히 내가 원하는 그 어떤것을 이루어내며 너만의 믿음을 만들어냈다. 오로지 나, 도경수를 위한.
내게만 정의된 너라는 남자의 믿음. 그건 나, 도경수.
"..백현아."
"..응..경수야."
"무서웠지..."
"....."
"겁났지..."
"......"
"내가 문 닫고 나갔을때...무슨 생각했어."
".....그냥...."
"...그냥...?"
"널 사랑한다는 생각.."
"......."
"너는 화내도 예쁘다는 생각..."
"......."
"내가 울고 못난 모습 보여서..."
"......"
"우리 도경수가 더 이상 나를 멋진 남자로 생각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
"......."
"그런 생각했어..."
"....아주 쓸데없는 생각을 했네."
"니가 다시 오지 않을거라는 생각은...못했어."
"......."
"생각만으로도 너무 무섭고 숨막혀서...못했어..."
"......."
"경수야..."
"..응."
"...사랑해."
"......"
"사랑해..경수야.."
"......"
"뭘 더 어떻게 할 수 없을만큼 널..."
"......"
"사랑하고 있어.."
"......"
"그러니까..."
자꾸만 한쪽 눈썹을 찡그리며 눈물을 참는 백현의 모습이 보여 경수는 그를 힘껏 안았다. 제가 자리를 비운 아주 짧은 시간동안에 그는 이렇게나 저를 더 사랑해버리고 말았다. 아직도 그들은 현관문 사이에 서있었다.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우습고 귀여운 경보음이 울렸다. 하지만 백현은 오로지 경수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의 하얀 목덜미에 입술을 묻고 그의 향으로 호흡했다. 이제야..살 것 같다. 고 생각했다.
"안쉬면...안돼?"
아...백현아.
"너는 쉬어도 돼. 그래도 돼 경수야. 내가 다 하면 되니까..."
이게 말이나 되는건지.
"나는 널 더 사랑할 수 있어. 참지 않고 조금 더 내 마음대로 하면...그러면 되니까."
지금보다 더 큰 사랑을 너는 품고 있다고. 나를 향한.
"...내옆에서 쉬어도 돼. 정말이야...그냥..옆에만 있으면...나는 다 괜찮아."
감히 너의 사랑을 올바른 길로 옮겨놓겠다고 생각했었다 내가.
"...나는...안쉬면...안돼..?그냥...계속 널 사랑하면 안돼..?"
너와 나는 다른 길에 있는게 아니었나보다 백현아.
"그래도 니가 원하면...내가 어떻게...한번 ㅎ.."
내가 갈 법한 모든 길에 네가 있었다. 정말...모든 길목에. 네가. 변백현이.
자꾸만 불안하게 움직이는 너의 눈동자를 보면서 너에게 입맞췄다. 눈은..감지 않았다. 너의 어깨를 잡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너 역시 눈을 감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길고 예쁜 손가락으로 내 머리를 아주 다정히 어루만지고 귀를 살짝 지나쳐 허리께를 붙잡아 나를 좀 더 끌어안았다. 지금 혀를 섞고 있는지 아닌지조차 나는 잘 모르겠다. 고집스레 뜬 두눈 사이로 고요히 외치는 너의 소리가 들려서.
사랑해.
사랑하고 있어.
널 사랑해 경수야.
변백현이 널 너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그래서 나 역시 너의 어깨에 얹어있던 내 손으로 너의 허리를 붙잡았다. 그리고 작게 웃음이 터진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조용히 크게 사랑한다 외칠 수 있는 사람은 변백현뿐일거란 생각이 들어서. 그리고..그런 변백현이 사랑한다 외칠 수 있는 사람이 도경수뿐이라서. 너의 사랑을 쫓으려 그 사랑을 잠시 멈춰달라는 아주 이기적인 부탁을 한 제 애인에게 저렇게 사랑한다 외치는 남자라니. 결국에는...이렇게 될거면서 널 잠시나마 왜 아프게 했는지 벌써 잊고 말았다. 줏대없는 모습같긴하다만...어쩌겠어.
죽도록 사랑하는 연애라는게 이런거지.
미운모습마저도 사랑하기때문에 뭐든지....뭐든지...
그냥...뭐든지.
어둠이 내려 앉은 밤. 변백현의 취향에 맞춘 하얀 이불 사이로, 도경수의 취향으로 억지로 끼워맞춘 하트모양 쿠션이 두어개 널부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 위로 도경수를 껴안은채로 누워있는 변백현이 함께.
"망했어."
"뭐가."
"널 혼내려고 했는데...다 망했다고."
"혼내 지금."
"..장난해? 또 울려고?"
"...그건 운게 아니야."
"그럼 뭔데."
"그냥...나도 모르는 새에 눈물이 나온거지...운다고 하기엔 내가 너무 정신이 없었어."
"....그래도 너 잘못했어."
"맞아. 내가 다 잘못했어."
"아주 타오보다 더 떼쟁이에다가 울보에다가. 엉덩이 맞아야겠어 너."
"우리 도경수가 때리면 나는 다 맞지."
"....생일파티도 진짜 멋지게 해주려고 했는데. 나 그건 진짜 화났어."
"생일파티? 무슨 생일파티?"
"뭐?"
"나는 우리 도경수가 지금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는데."
"이제와서 모른척 한다고 뭐가 달라지냐!"
"내가 아까 뭐라고 했어."
"...뭐?"
"난 우리 도경수가 하라는건 다 할 수 있다니까. 그게..뭐든."
"..그래서."
"다 나 잊었는데...아무것도 몰라. 우리 도경수 뭐 준비하고 있었어? 전-혀 모르겠는데."
경수는 그새 다시 익살스럽게 변한 백현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한번 쓸었다. 눈을 꼭 감으면서도 작은 입매에 웃음이 맺힌 백현이 보여 살짝 입맞췄다.
"말이나 못하면."
"...경수야."
갑자기 어두운 낮빛으로 저를 부르는 백현의 모습에 경수는 살짝 고개를 들었다.
"왜?"
"..미안해."
사과를 건네는 모습은 아까 아이처럼 울던 그때와 비슷했다. 경수는 가슴이 따끔했다. 또 뭐가 미안한건데 너는.
"뭐가. 또 뭐가 미안해."
"....참으려고 했는데..."
"..어."
"또 방금 전보다..."
"......"
"널...더 사랑해."
하....
"지금도..."
"......"
"또 지금도...."
"......."
"어떡..해?"
제 눈치를 보듯 다시 작아진 백현에 경수는 옆에 켜두었던 스탠드의 전원을 껐다.
"뭘 어떡해."
"......."
"사랑해야지 당연히."
"......."
"안사랑하려고 그랬어 그럼?"
"......."
"오늘 너 울고 불고 했으니까."
"......."
"이젠 내가 할 차례지."
"........"
"오늘밤 잘 부탁해용 여보."
"......."
"아주 좋아서 눈물나게 해주세용 여보."
"........"
"오늘은 콘돔 없어도 봐줄게용 여보."
"........"
"빨리 시작 안해용 여보?"
변백현은 생각한다.
아니, 어떻게 더 사랑하지 않을 수 있지? 1초 전보다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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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화까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