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링공/뽀뽀/꼴뚜기/별별별/쪼코/아망떼/고집/둘리/연
언어영역/진2/백설/울지요/오세훈/우유/뚱아/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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뒁네슈퍼/굿베이/성장통/일루젼/레오/단호박/칸쵸
암호닉분들. 생존확인 부탁드릴게요.
메일링때문에..!
무슨 메일링인지는 비밀♥
변백현이 드디어 어제 일본으로 떠났다.
'밥 잘먹고. 잠 잘자고. 오빠 생각나면 울지말고 바로바로 전화하고. 아들이랑 너무 붙어있진 말고. 목욕은 꼭 따로해라. 나 없다고 과자 사탕 이런거 너무 많이 먹지말고 오빠가 전화하면 꼬박꼬박 제때제때 받고. 또 별 같지도 않은 새끼들이 리허설 순서 바꿔달라 그러면 병신같이 헬렐레 있다가 네-하지말고 매니져 불러다가 처리하고. 알겠어?'
'...알겠어.'
'오빠가 지금 어떤 마음으로 너 여기 두고 가는지 알지 도경수. 진짜 지금 존나 죽을 것 같고 미칠 것 같고 그런데...'
'.......'
'한번 참아볼게. 그러니까 우리 도경수도 오빠가 밥 잘먹고 잘자라고 했다고 너무 잘있지는 말고 오빠 생각도 좀 하면서 약간만 힘들어해. 오빠 서운하지 않을 정도로만.'
'...알겠다니까 바보야. 빨리 가.'
변백현이 정말 도경수를 한국에 두고 일본으로 갔다. 해외 스케쥴에 도경수를 떼놓고 간적은 거의 처음이었다. 오늘 아침 백현과 항상 같이 누워있던 침대에서 타오와 눈을 뜬 경수는 쉼없이 몰려드는 허전함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저도 오늘부터 한국에서 컴백 스케쥴이 있는데...
컴백같은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커다란 무언가가 밀려들고 있었다.
-어, 경수야. 오늘은 형이 데리러 가야지. 백현이 없잖아.
"..응."
-열한시까지 갈테니까 준비하고 있어.
"..알겠어."
매니져의 전화를 끊은 경수는 곧 눈을 뜨고 제 옷소매를 당기는 타오를 안아 일으켰다.
"엄마.."
"우리 애기 일어났어?"
"아빠는여..?"
"아빠는..."
아..타오의 친아버지도 일을 하러간다는 핑계로 아이를 고아원에 두고 사라졌지. 금새 울쌍이 된 아이에게 경수는 웃으며 말했다.
"아빠는 타오 선물 사러 가셨어."
"선물이여..?"
"응. 타오한테 줄 아주 멋진 선물 사러 가셨으니까 우리 조금만 기다리자. 그러면 아빠가 짠-하고 나타나실거야."
"진짜루여..?"
"진짜지 그럼? 엄마는 이렇게 타오 옆에 계속 있잖아. 그러니까 우리 아빠 조금만 기다려주자."
아이가 자신의 가는 모습을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굳이 밤비행기를 타고 떠난 백현이 떠올랐다. 너 없는 아주 낯선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다.
"엄마 타오 배고파여."
"아..."
경수는 난감했다. 항상 저보다 먼저 일어나 타오를 씻기고 아침식사 준비를 마친 백현이 깨우면 그제서야 일어나 밥을 먹고 준비하던 경수였다. 아이에게 줄 아침식사는 뭐가 제일 적당하지...경수는 발만 동동 구르며 냉장고를 여닫았다. 결국에는 냉장고 한켠에 있더 식빵을 꺼내 토스트기에 넣어 구운 뒤, 딸기쨈을 발라 아이 앞에 놔주었다. 목말라하는 타오의 모습에 허둥지둥 우유까지 꺼내 따른 경수는 부스러기를 다 흘리고 먹는 아이의 곁에서 정신없이 닦고 쓸며 제 아침에는 손도 대지 못하고 있었다.
아..타오 씻겨야 되는데...
시계를 보며 마음이 급해진 경수는 곧 식탁에 비친 제 모습을 봤다. 당장 삼십분 뒤에 매니져가 올텐데. 일어나서 얼굴에 물한방울 묻히지 못한, 한쪽 머리가 삐죽이 솟은 모습이 보였다.
"경수씨. 어제 받은 시트 가지고 오셨어요?"
"네?"
"오늘 백스테이지 경수씨잖아요. 대본이랑 써있는 시트지 안가져오셨어요?"
"..아...맞다."
"그거 다시 뽑을 시간도 없는데 까먹으시면 어떡해요."
"죄송합니다.."
"하..다음부터 주의해주세요. 십분 있다가 다시 가져다 드릴게요."
"...네."
경수는 고개를 한번 숙이고는 대기실 소파에 앉았다. 옆에 앉은 타오는 그런 경수의 옆에서 경수의 휴대폰으로 뽀로로 영상을 보고 있었다.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경수는 작게 한숨쉬었다. 대본이나 큐시트, 그냥 시트나 작은 소품까지..제가 챙겨야 할 것은 언제나 백현이 알아서 경수의 가방에 넣어두었다. 아니면 아침마다 경수에게 챙겨야 할것들을 상기시켜줬는데...변백현이 없으니까 제대로 하는게 없네.
"경수오빠. 점심 뭐드실래요?"
"어? 나?"
"네. 지금 시킬건데. 김치찌개 괜찮으세요? 저희 그걸로 다 통일하기로 했는데."
"...아..그래."
나 김치찌개 싫어하는데...백현이는 맨날 시간없어도 내가 먹고 싶은거 사다주고 다시 스케쥴 갔는데...정 시간이 안되면 매니져라고 시켜서 사다주고 갔는데...정신없이 모두가 돌아다니는 대기실에서 경수는 조용히 타오의 손에 있는 제 휴대폰을 쳐다봤다. 아무 문제없이 뽀로로와 친구들이 나와 춤을 추고 있었다. 많이 바쁜가...
"경수씨. 리허설 갈게요."
"네."
경수의 컴백 무대 리허설이 시작됐다. 이미지 변신이 필요하다는 소속사의 판단 아래 항상 해오던 부드러운 알앤비 발라드가 아닌 애절하고 호소력 짙은 정통 발라드 곡을 타이틀로 내세운 경수는 긴장이 된 탓인지 자꾸 후렴구 부분에서 음을 놓치는 실수를 저질렀다. 결국 여섯번의 리허설 끝에 경수는 무대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
'우리 도경수 긴장했어? 콧구멍 존나 커져서 노래하는데 오빠 또 반했잖아.'
변백현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긴장을 잘하는 제게 언제나 장난스럽게 말을 걸던 변백현이.
'이제는 콧구멍으로도 나를 꼬시네 우리 도경수가.'
다른 방송국에 있더라도 제 매니져를 통해 실시간으로 경수의 리허설을 비디오로 받아보고 위로와 조언을 건네주던 변백현.
"...보고싶다."
"네? 오빠?"
땀을 닦아주던 코디가 조용히 읊조린 경수에게 되물었지만 오히려 제가 더 눈을 크게 뜨는 경수였다. 정말...
무의식중에 저도 모르게 한말이어서.
"경수야. 집에 바로 가?"
무사히 무대를 마치고 내려온 경수는 제게 달려 들어 안기는 타오를 안아들고 머뭇거렸다. 항상 무대를 마치고 내려오면 저를 데리러 온 백현의 차를 타고 외식을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제 일상의 모든 것은 백현을 따라 움직였다. 정확히 말하면..
변백현이 철저히 도경수에게 맞춘 일상으로.
"..아...그러니까.."
말을 하진 않았지만 오늘 매 순간들이 긴장과 당황의 연속이었다. 샵에 들러 메이크업을 받고 머리를 하는 와중에도 백현이 없는 순간들은 의미가 없는 것처럼 흘러갔다. 긴장하고 힘든 저를 알아차리고 말없이 모든걸 위로하던 변백현이 없었다. 물 하나, 식사 하나도 다 제손을 거치고 도경수에게 건네던 변백현이 없었다. 몸이 열개라도 되는 것처럼 언제나 저의 뒤에 있었던 변백현이 없었다. 숨 쉴때마다, 걸을 때마다, 시선을 옮길 때마다 제게 사랑한다고 속삭여주던 변백현이 없었다.
그래서 도경수도 없는것 같다.
"집에...갈게요."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 하루종일 이사람 저사람 손을 타며 노느라 아이는 금새 잠에 빠져들었다. 오늘 내내 아이의 얼굴 한번 제대로 봐주지 못한것 같아 경수는 제허벅지에 머리를 대고 잠든 아이의 이마에 살짝 입맞췄다. 지루하고 재미도 없고 낯선 사람들이 무서웠을텐데 투정 한번 부리지 않고 저를 기다리던 의연한 아이의 모습에 그 미안한 마음은 무게를 더했다.
벌써 날이 저물고 있었다. 변백현없이 보낸 하루가.
경수는 말없이 손에 쥔 핸드폰을 바라봤다. 콘서트를 하는 와중에도 그 짧은 쉬는시간에 메세지라도 보내놓는 변백현이 연락이 없었다. 그렇게 바쁜건가 싶어 경수는 이해하려고도 해봤지만 자꾸만 밀려드는 서운한 감정은 어쩔 수가 없었다. 단 한번도 이렇게 오래 연락이 되지 않은 적은 없었는데...아직 백현의 생일이 되려면 사흘이나 남았다. 제가 먼저 해볼까도 싶었지만 경수는 왠지 기다리고 싶었다. 항상 먼저 제게 연락을 해오는 백현이었지만 오늘은 정말...허전했으니까.
먼저 짠-하고 전화가 오면 투정을 부리듯 전화를 받고 싶었다.
그때, 경수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것처럼.
"......"
전화벨이 울렸다.
-.........
받아들고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또 오빠가 져야지.
"......."
-목소리 안들려줘?
"......."
-얼굴도 못보는데 목소리도 못들어? 왜사냐 오빠.
".....너..."
-아 야박하네 우리 마누라. 좀만 더 들려줘. 아들은 자?
"......너...변백현...너..."
-...그래. 우리 도경수 남편 변백현.
"...너 진짜....변백현....."
-울지마라 경수야. 오빠 공항에 전화한다 진짜.
귀신같이 제가 울먹이는 목소리를 알아챈 백현의 말에 경수는 정말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나 진짜 눈물 없는 남잔데..
"나..원래 잘 안울어...진짜...너..."
-알지. 우리 도경수 눈물 없는거. 울보에 찌질이는 나지.
"....그런데...근데....너...변백현 때문에..."
-근데 경수야. 진짜 미안한데 울지마라. 참았다가 사흘 뒤에 오빠 가면 울어. 혼자 울지마 제발.
".....씨...."
-그래, 욕도 하고 다 해. 근데 울지만 마. 나 없는데서 울지마. 속상하니까. 어?
"...변백현."
-왜 우리 경수.
오늘 하루종일 내가 얼마나 서러웠는지, 당황했는지, 힘들었는지...넌 알고 있냐고. 너없는 내가 얼마나나 텅텅 빈 느낌인지 알고 있냐고.
그동안 넌 얼마나 많은 사랑을 내 주변에 둘러놓은건지...넌 알고 있냐고.
말하지 못했다. 변백현의 목소리가 너무...
다정해서.
따뜻해서.
"...사랑해."
-........
"사랑해. 진짜..너없으니까 죽겠어..."
-..경수야.
"정말...너 나쁜놈이야...너 없으니까 아무것도 못하겠어...진짜...너 없으니까 난...."
-.......
"니가 나 이렇게 만든거야..너 없으면 안되는 완전 바보로 만들었어...그러니까...책임져. 평생 책임져..알겠어?"
-....씨발...
"........."
-경수야.
"...왜."
-우리 도경수의 인생 고백을 내가 이딴 전화기로 들었다는게 존나 빡치고 열받지만.
"......."
-뭐. 말만해.
"......."
-어떻게 책임져줄까. 결혼도 하고 애도 키우는데. 뭘 더 해줘야 우리 도경수 진짜 책임지는거냐. 말만 해줘. 내 평생 소원이야.
".....뭐가."
-우리 도경수 평생 책임지는거.
".....그냥..."
-그냥?
"....빨리와..."
-그건 당연한거고. 오빠는 매일 밤비행기 타고 한국에서 우리 도경수랑 밤을 지샌 다음에 새벽비행기 타고 다시 일본으로 출퇴근할 마음이 다분해.
"...됐어 바보야."
-경수야.
"....왜."
-고마워.
"...뭐가."
-나 없다고 허전해해줘서. 보고싶어 해줘서.
"보고싶다고 안했다 뭐...."
-그래서 안보고 싶다고?
"....아니...보고싶어 죽겠어..."
-죽진말고. 아까운 우리 마누라 죽으면 나는 어떻게 살아.
나는 진짜 바본가보다 변백현.
하루종일 너때문에 우울했는데...네 목소리때문에 기분이 또 날아갈 것 같아.